외식업은 수많은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특히 패밀리 레스토랑은 외국계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토종’ 매드포갈릭(Mad for Garlic)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드포갈릭은 2001년 설립돼 현재 총 13개의 매장을 보유한 국내 최초의 ‘와인 & 갈릭 레스토랑’이다. 스파게띠아, 토니로마스 등 다양한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를 소유한 외식업체 썬앳푸드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매드포갈릭은 매장이 100개가 넘는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의 틈바구니에서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다. 올해 초에는 로열티를 받고 싱가포르에 1호점을 내는 등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경영전문 저널인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매드포갈릭의 성공 비결을 집중 분석했다. DBR 최신호(59호·6월 15일자)에 실린 매드포갈릭 케이스 스터디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느림과 비효율이 경쟁 우위 원천매드포갈릭은 주방장을 철저히 내부에서만 육성한다. 가게 하나에서 몇 년간 주방장을 키우고 그 주방장을 새로운 가게에 내보내는 방식이다. 주방장 하나를 키우는 데 보통 3년이 걸린다. 따라서 신속하게 점포를 내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호텔이나 다른 레스토랑 출신 요리사를 뽑으면 쉽게 점포를 확장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내부 육성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신서호 썬앳푸드 총괄이사는 “내가 요리를 좀 한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일수록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매드포갈릭은 4주 단위로 메뉴를 개발하고 신상품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여러 혁신적 시도가 이뤄지지만 요리를 많이 배운 사람은 ‘이건 요리가 아니야’라는 식으로 혁신 자체에 거부감을 나타낼 때가 많다.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은 주방장을 영입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대부분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식자재를 반가공 상태로 지점에 공급해 요리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인다. 매드포갈릭은 매장에서 주방장이 직접 식자재를 다듬고 그 자리에서 음식을 완성하는 시스템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반가공 재료로 만든 음식보다 신선도가 훨씬 높고, 요리사들의 장인정신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느림과 비효율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지만 성장세에는 별 문제가 없다. 매드포갈릭의 2006년 매출액은 220억 원이었지만 올해에는 44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 “말 느린 직원은 안 뽑는다”
외식업계의 소리 없는 강자 매드포갈릭은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이 외형 성장에 주력할 때 느림과 비효율도 경쟁력이라는 역발상으로 성공했다. 사진 제공 매드포갈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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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말이 많고 빠른 사람을 경박하다고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신 이사는 “어설프고 두서가 없더라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말하는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인재”라고 강조했다. 역량은 개선시킬 수 있어도 열정은 개선시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열정이 넘치는 인재는 치열한 고민 끝에 창의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일례로 건물 2층에 위치했던 한 매장은 간판이 주변의 나무에 뒤덮여 잘 보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해당 건물 1층에는 유통기간이 하루에 불과한 삼각김밥이 잘 팔리지 않아 고민하는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을 자세히 관찰한 한 직원이 편의점장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삼각김밥을 사는 고객들에게 매드포갈릭 무료쿠폰을 준다고 써 놓으면 잘 팔릴 것이다. 쿠폰은 얼마든지 줄 테니 쿠폰을 받아가는 고객에게 매드포갈릭이 건물 2층에 있다는 한마디만 해 달라.”
이 간단한 아이디어는 엄청난 성공을 불러왔다. 썬앳푸드 전체에서 매출이 가장 저조한 편이었던 해당 매장은 쉽게 흑자반전에 성공했다. 이 아이디어를 낸 직원은 매니저급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틈새로 남을지, 선도업체 올라갈지 방향 설정할 시점○ 독특한 위치 선점…대로변은 피하라패밀리 레스토랑은 대부분 서울 종로, 명동, 강남역, 압구정동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대로변에 매장을 낸다. 하지만 매드포갈릭 매장 중 대로변에 위치한 곳은 거의 없다. 임차료 때문이다. 신 이사는 “큰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임차료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며 “매월 몇천만 원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매드포갈릭은 외식업체의 경쟁력이 ‘장소’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맛있는 음식만 만들면 고객이 발품을 팔아서라도 매장을 찾는다는 믿음에서다. 상권이 잘 형성된 곳에만 점포를 내지만, 해당 지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은 철저히 피했다.
그 대신 매드포갈릭은 썬앳푸드 산하의 여러 레스토랑 브랜드를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빌딩 지하에는 매드포갈릭, 토니로마스, 스파게띠아 매장이 모여 있고, 삼성동에도 매드포갈릭, 비아디나폴리, 레드페퍼 리퍼블릭 매장이 있다. 점심이나 저녁 때처럼 바쁜 시간에는 토니로마스 자리를 기다리는 고객을 매드포갈릭에 유도하는 식으로 고객을 공유한다.
고객들도 썬앳푸드의 여러 브랜드 중 자신이 원하는 장소를 고를 수 있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반긴다. 여러 개의 매장이 한 건물에 입점하기 때문에 임차료 조정 등 건물주와의 협상도 훨씬 유리해진다.
○ 실패 리포트로 잃었던 고객 회복썬앳푸드는 실패 리포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말 그대로 어떤 일에서 왜 실패했는지,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기록한 후 이를 전 직원이 회의를 통해 공유한다.
이를 통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VIP고객 관리다. 나폴리 피자가 주 메뉴인 썬앳푸드의 브랜드 비아디나폴리에는 소의 위로 만든 ‘트리파’라는 메뉴가 있다. 한국인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음식이다. 비아디나폴리에서는 한때 많은 손님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트리파를 잘 팔리는 메뉴로 교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 매출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
거듭된 실패 리포트 작성 끝에 트리파가 해당 매장의 최고 VIP고객이 즐겨 먹었다는 점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그 고객은 하루에 한 번꼴로 매장을 찾았고, 그때마다 일반 고객의 몇 배가 되는 돈을 쓰고 갔다. 그는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메뉴를 선호했다.
트리파가 메뉴에서 사라지자마자 해당 VIP고객은 한마디 불평 없이 그냥 떠나버렸다. 실패 리포트로 이 점을 파악한 후에야 그 고객을 되찾을 수 있었다.
○ 세 가지 도전 과제 매드포갈릭이 제2의 도약을 하려면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성장의 방향성, 즉 향후에도 현재처럼 외식업계의 틈새시장 업체로 남을지, 공격적 성장을 통해 업계의 선도 업체를 노릴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매드포갈릭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해야 한다. 매드포갈릭의 브랜드 이미지가 경쟁자에 비해 독특한 건 사실이지만 애플이나 스타벅스처럼 마니아에 가까운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한 건 아니다. 핵심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해외 진출 시 현지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 한국에 진출했다 실패한 월마트나 카르푸처럼 자국 시장에서의 성공 모델이 해외에서 통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안상훈 마케팅인텔라이트 대표 shahn@m-intellight.com
홍대순 ADL 부사장 hong.daesoon@adlittle.com
▼ 독자 의견 보내주세요 ▼ ■ 메드포갈릭 미래성장전략은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 아래 질문 중 하나 이상에 대한 의견을 www.dongabiz.com이나 dbr@donga.com으로 6월 17일까지 보내주시면 내부 심사를 거쳐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형식 및 분량 자유).
[1] 매드포갈릭이 제2의 도약을 이루려면 신중한 점포 확장이라는 기존 전략을 고수하는 게 좋을까요. 공격적 점포 개설 등 적극적인 성장전략을 추구하는 게 좋을까요. 이를 실천하기 위한 세부 전술 아이디어는 무엇일까요.
[2] 매드포갈릭이 지금보다 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독자 의견 소개합니다 ▼
■ BBQ치킨 글로벌 전략은백두산 호랑이를 캐릭터로
1, 2인용 메뉴 속히 개발을“강하고 씩씩한 기상의 백두산 호랑이를 대표 캐릭터로 내세우면 어떨까.”
“독방세대와 대학생을 위해 메뉴를 다양화하고, 입소문 마케팅을 노리자.”
토종 프랜차이즈 BBQ치킨의 글로벌 전략과 관련해 독자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8호(6월 1일자)와 본보 5월 29일자 B1면에 실린 ‘나만의 맛+유연한 마케팅…BBQ 세계를 뚫다’의 ‘독자와 함께하는 Open Question’에 독자들의 수준 높은 의견이 이어졌다.
BBQ치킨이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독자 김현진 씨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대표 캐릭터를 이용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강하고 씩씩한 기상의 백두산 호랑이를 내세워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메뉴 구성을 다양화해 해외 매출을 늘리자는 의견도 많았다. 독자 정재훈 씨는 “외국 대학가에 점포를 내고 점심식사 용으로 1인 메뉴와 2인 메뉴를 개발하자”고 말했다. 독자 송은비 씨도 “외국인들을 타깃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매장 구조를 바꾸자”고 주장했다. 한국 대학가에 카페형 BBQ매장이 있지만 점심 때 매장을 찾는 학생은 많지 않다. 즉, 혼자나 둘이서 점심시간에 가도 먹을 수 있도록 메뉴를 다양화하면 한국 대학생은 물론이고 외국 대학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