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7일 월요일, 맑음 (영국 여행기 6 에서 이어짐)
밤 12시에도 훤하다. 잠깐 눈을 붙였다. 추우면 히터를 틀고 더우면 히터를 끈다. 몇 번 반복하니 새벽 4시다. 날이 샌다. 차에 있는 것이 답답해서 밖으로 나왔다. 공항 주변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는다. 세워진 돌도 눈이 가고 지평선의 안개도 신비롭다. 동이 트는 동쪽의 붉은 기운은 싱싱해 보인다. 공항 건물의 유리 장식과 붉은 지붕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 중앙에는 현무암 돌무더기가 있고 그 위에는 커다란 금속 알이 막 깨지며 부리가 나오는 모습이 만들어져 있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조각난 유리들이 휘어진 철 구조물에 매달려 율동감과 통일감을 주며 벌판을 지키고 있다.
새벽 4시 30분이다. 이제 공항 주차장을 벗어나 출발해 보자. 운전 방향이 일단 한국이랑 똑같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없다. 거기에 도로에 차가 없다. 시내를 제외하면 차가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보이기 때문에 도로 상태가 괜찮은 남부 지방에선 밟히는 대로 달렸습니다. 다만! 1번 국도에 한해서다. 그래도 여름 성수기에는 제법 차들이 보인다. 우리는 경차를 렌트했다. 여름에는 백야현상으로 언제나 밝기 때문에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일단 목적지를 수도 레이캬비크로 정했다. 잠시 팁을 드리자면, 레이캬비크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는 2개의 회사가 있다. 하나는 Reykjavik Excursion이라는 회사와 나머지 한 개의 회사는 Excursion회사다. 티켓 창구 바로 옆에 있다. 두 버스회사의 가격은 그렇게 차이나진 않고, 다만 지정된 정류장에 내리느냐, 버스를 타고 숙소까지 향하느냐 이 차이로 가격이 결정된다. 우리가 탑승한 Excursion회사의 가격은 전자가 1950아이슬란드 크로네, 후자가 2450아이슬란드 크로네이다. 공항에서 시내 가는 버스 비용치고 상당히 비싸다.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나라들 중 하나로써 1아이슬란드 크로네는 대략 우리나라 돈으로 8.7~9원 정도 한다. 그러니 버스비용은 대략 17000원쯤 하는 셈이다. 우리는 그냥 계산하기 좋게 10원으로 계산하기로 했다.
다른 행성 같은 경이로운 이질감을 주는 아이슬란드는 모든 것이 특이하다. 새벽길이라 차들이 별로 없다. 도로는 깨끗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 달리기에 편안하다. 긴장하면서 도로 표지판을 보며 간다. 레이캬비크 시내에 별 탈 없이 진입했다. 일단 해변방파제 도로에 차를 세웠다. 네비게이션이 없으니 더욱 긴장 되지만, 찾아다니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스텐으로 만들어진 배 형상 작품이 만들어져 있다. 선 보이져(태양의 항해자)라고 이름 붙여진 해변의 조각. 바이킹 선을 모델로 동국의 예술가 욘 군날 알러슨씨가 제작했다. 멀리 유리 같은 바다에는 커다란 유람선이 움직이지 않고 정박해 있다. 유람선에는 헬기도 있다. 아침 햇살에 비치는 예쁜 건물들이 빛이 난다. 언더위에 아이슬란드의 상징인 교회가 있다. 차를 몰아 언덕 위로 올라간다. 교회 주차장은 새벽이라 많이 비어있다. 할그림스키르캬 교회는 1986년 완공이 된,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교회다. 2015년 7월 현재 아이슬란드에서는 6번째로 높은 구조물이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서 다양한 행사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독특한 형태의 모양은 아이슬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산지대의 특이한 지형인 주상절리의 모습에서 본떠 온 거라고 한다. 높이는 73m다. 1945년부터 짓기 시작해 38년이 걸린 1986년에 완공되었다 한다. 레이캬비크 시내에 고층 빌딩들이 별로 없기도 하고, 스콜라뵈르두홀트 언덕 위에 있어서 시내 어디를 가도 교회가 보이기 때문에, 이정표로 삼기도 좋다고 한다. 아름다운 교회 세계 순위에도 올라가 있단다.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건축가 구드욘 사무엘슨에 의해 세워졌다. 이곳 출신의 유명 시인이자 성직자 할그리무르 페투르손의 이름에서 명명되어졌단다.
차를 주차하고 밖으로 나오니 썰렁하다. 여름인데도 춥다. 주변을 걸어본다. 그림에서 영상으로만 보던 아이슬란드 상인인 이교회 앞에 서다니 대견스럽다. 교회의 문은 닫혀 있다. 새벽 5시 10분이다. 언덕아래 상가들도 모두 닫혀 있다. 교회 앞 광장에는 도끼를 든 인물의 동상이 있다. 바이킹 느낌의 늠름하게 생긴 동상은 레이프 에이릭손이다, 아이슬란드 태생 모험가로 1000년경 북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란다. 지금 그가 발견한 지역은 현재 캐나다의 뉴펀들랜드라고 한다. 동상은 1930년에 미국에서 씽벨리르 의회의 천년 묵은걸 기념하고자 선물로 준거라고 한다. 언덕 아래에 있는 상가로 내려가 본다. 상가들이 아담하고 소박해 보인다. 퍼핀 인형이 눈에 들어온다. 상가 앞에는 커다란 목각 인형이 있다. 동상과 함께 사진 찍기를 한다. 상가를 벗어나 더 내려오니 큰 찻길이 나온다. 길가에는 동상들이 새벽 거리를 지키고 있다. 이름도 모르겠다. 여행 끝 날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주차장으로 왔다. 아이슬란드 골든 서클이라고 불리는 씽벨리르 국립공원 - 굴포스 – 게이시르를 오늘 돌아보기로 했다.
먼저 씽벨리르 국립공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아이슬란드의 링 로드에 진입! 오오오! 풍경이 정말 예술이었다. 이래서 드라이브해도 지겹지 않다는 말이 실감났다. ring road. 탁트인 아이슬란드의 평원은 정말 예술이다. 링로드를 달리다가 이정표를 보고 한적한 도로로 들어간다. 차들이 한 대도 없다. 송유관이 도로 왼쪽에 길게 이어져 있다. 땅에서 솟아난 가스나 온천물을 운반하는 관인 것 같다. 창문을 열고 달리는데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머리 언덕 넘어에서 하얀 여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주변은 풀이 별로 보이지 않는 황무지다. 자세히 보면 둔탁해 보이는 이끼들이 가득하다. 멀리 산에는 잔설이 하얗게 남아있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길이나 있다. 언덕을 지그재그로 넘어간다. 넘어서니 눈 아래 공장 같은 곳이 보이고 연기가 솟는다. 계속 차를 몰고 내려가니 호수가 나온다. 도로가에는 주인이 없는 양들이 놀고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양을 키울만한 집도 없고 목동도 없다. 그냥 양들만 황무지를 지키고 있다. 레이캬비크 39km, 씽벨리르 11km라는 이정표가 삼거리 우리차 정면에 보인다. 왼쪽으로 가면 레이캬비크 오른쪽으로 가면 씽벨리르다.
차를 왼쪽으로 몰아 또 달려간다. 씽벨리르 국립공원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서 너 대의 차가 먼저 와서 주차해 있었다. 차에서 내려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전망대에 서니 눈 아래 넓은 호수가 펼쳐져 보인다. 씽벨리르 국립공원이 끼고 있는 이 호수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씽발라바튼 호수이다. 자세히 보니 예쁜 교회도 보이고 집도 몇 채 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곳이 유명한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아메리카판과 유럽판이 일 년에 약 1인치(2cm)씩 벌어지는 증거를 볼 수 있는 것이고, 그럼 아이슬란드는 두 동강 나겠구나. 다른 하나는 씽벨리르는 옛 바이킹의 세계 최초 의회가 열린 곳이라고 하여 아이슬란드에선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인데, 아이슬란드의 의회인 알씽기(Alþingi)가 자그마치 930년에 이곳에서 결성되었다는 것이다. 2004년에 UNESCO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일단 길을 따라 내려가 산책로로 걸어보기로 했다. 절벽 사이로 사람들이 다닌 길이 보인다. 파란 하늘이 있고 검은 현무암의 절벽 아래 초록색의 풀들이 펼쳐지고 노랑, 보라, 흰색의 꽃들이 가득 피어있다. 완전 꽃밭이다. 아름답지만 좀 춥다. 아내는 항공담요를 뒤집어쓰고 걷는다. 산책길은 꽃과 바위들이 어울려 보기도 좋고 걷기도 좋은데 끝이 보이지 않아 좀 짜증이 난다. 구경할 곳이 많은 데 이 오솔길은 끝이 없구나. 한참을 걸어 드디어 오솔길을 빠져 나올 옆길을 발견했다. 호수 방향으로 길을 바꾸었다. 아름다운 호수에는 이름 모를 흰 새들이 날아다닌다. 낮은 갈대밭은 고요한 연못과 잘 어울린다. 산책길을 걸어 다시 주차장으로 왔다. 차를 몰고 알싱기라는 옛 바이킹의 세계 최초 의회가 열린 곳, 국기가 걸려 있는 장소를 찾아 가기로 했다. 차를 몰고 시계 방향으로 달려가니 작은 식당 겸 안내소가 나온다. 햄버거를 하나 사 먹고 다시 차를 몰고 호수가 있는 방향으로 갔다. 몇 대의 차들이 주차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서 국기를 향해 걸었다. 암벽을 병풍처럼 등지고 약간 언덕진 공터에 국기가 세워져 있다. 이곳이 옛날 세계 최초 의회가 열렸다는 알싱기이다. 이 지역은 아이슬란드의 정체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성지이자 역사적인 장소다. 930년경 아이슬란드의 씽벨리르 법의 바위에서 세계 최초의 의회인 알싱기가 수립되고 법 발표자인 의장이 법의 바위에서 제정된 법을 공포하였고 각 부족의 지도자들은 뢰브레타라고 불리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였다. 오늘날 의회의 모습이 최초로 나타난 것이다. 또 법을 집행하던 장소로 처형협곡으로 불리는 절벽이 있다. 고대 아이슬란드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장소다. 아래 평지에서는 알싱기가 열렸을 때 모여든 주민들이 텐트를 치고 음식을 해 먹던 곳이란다. 부디르라고 한다.
언덕을 내려와 평지에 있는 교회를 찾아갔다. 이 교회는 1859년 노르웨이 왕이 선사한 목재로 만든 아이슬란드 최초의 교회로 옆에는 농장들이 같이 있다. 아담하고 예쁜 교회다. 잔디를 잘 가꾸어 주변 경관이 참 아름답다. 안으로 들어서니 제법 오래되 보인다. 작은 오르간도 있고 성경책이 앞에 펼쳐져 있으며 붉은색 칠을 한 작은 의자들이 줄지어 있다. 정면에는 예수님이 사진이 걸려있다. 교회 옆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이 있다. 이 주택은 1930년 씽벨리르 농장주가 알싱기 1000년을 기념하여 별장을 지은 것인데, 지금은 농장으로 사용하지 않고 대통령의 여름별장으로 사용되고 있단다. 또한 주말에는 결혼식 장소로도 인기가 많다. 아주 조용하다. 관광객만 몇 사람 보일 뿐이다.
다시 걸어 나오니 주차장 옆에 작은 다리가 있다. 암벽 사이에 맑은 물이 고여 있다. 이곳이 아이슬란드 싱벨리르 국립공원(Thingvellir National Park)의 Silfra Canyon이다. 씽벨리르 협곡이다. 다이버들이 들어가 물속에서 확인하는, 왼쪽은 북미, 오른쪽은 유라시안 지질대 라고 한다. 1년에 2cm씩 벌어진다고 하니 언젠가 아이슬란드가 두 동강이 나겠구나. 걱정이다.
차를 몰고 폭포를 찾아가기 위해 지나온 주차장으로 갔다. 벌판에 산책로를 잘 만들어 놓았다. 이름 모를 들풀들이 가득하다. 폭포를 만났다. 규모는 작은데 수량은 힘차게 흘러간다. 폭포이름은 oxararfoss 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만나는 폭포다. 나무판자로 걸을 수 있도록 데크를 잘 만들어 놓았다. 날씨는 햇살이 무척 뜨겁고 강렬하다. 씽벨리르 국립공원을 대충 다 둘러본 것 같다. 다시 지도를 살펴본다. 이제 게이시르(간헐천)을 찾아간다. 호수를 끼고 왼쪽 길을 선택해 달려간다. 가는 길이 참 아름답다. 조용하고 깨끗하다. 온통 초록이다. 20여분을 달려 간헐천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차가 많이 주차해 있다. 게이시르 휴게소가 있다. 들어가니 홀 내부는 식당과 가게 그 옆에는 호텔도 있다. 호텔은 숲 속의 집 형태인 캐빈으로 터가 넓고 멋진 집이다. 호텔에는 캠핑장도 있다. 걸어서 간헐천이 있는 곳으로 간다. 물과 수증기의 가스를 일정한 시간마다 주기적으로 분출하는 온천이다. 지하의 깊은 곳에서 상승한 고온의 열수나 수증기가 지하수와 비교적 얕은 지면 속에서 혼합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간헐천이 분출되는 장면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분출 주기는 다양한 시간대가 있지만 보통 10분 정도에 한 두 번 씩 분춣고 30~40m 정도 올라간다.
길 건너편으로 가니 노란색 유채 꽃이 가득 피어 있다. 그러나 꽃향기는 어디가고 유황 냄새만 코에 가득하다. 수증기가 솟는 분화구 주변에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또는 스마트폰을 들고 솟구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차림새는 다양한데, 분화구를 향한 폼이 모두 비슷하다. 우리도 그 사이에 끼어서 간헐천이 분출되기를 기다렸다. 긴장된다. 드디어 꿈틀거리더니 조금 뜸을 들인 후에 솟구쳐 오른다. 함성이 함께 울린다. 재미있다. 규모야 미국의 옐로우 스톤에서의 간헐천의 분출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나름대로 소박하고 예쁘게 솟는다. 역시 지구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또 든다. 주변에는 작은 분출구들이 몇 개 있다. 특이하게 주변의 흙 색깔이 황토색이다.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또 어떤 느낌일까? 우리도 올라가기로 했다. 오르는 길가에는 보라색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 피어있다.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언덕 위에 오르니 사람들이 개미 같이 작아 보이고 간헐천 주변에 동그랗게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갑자기 연기가 솟는다. 뻥 튀기 아저씨가 옥수수를 튀겨 김을 빼는 순간 같다. 파란하늘로 하얀 김들이 솟구쳐 사라져간다. 주변은 넓은 초록 벌판이 펼쳐지고, 그 위에 휘어지고 직선으로 이어진 도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시원하고 멋진 풍광이다. 바람도 시원하게 분다. 꼭대기에 앉아서 내려다보다가 내려왔다. 길가에는 80~100도라는 작은 표지판이 여러 개 보인다. 간헐천이 자주 솟아 심심치 않다. 휴게소에 들어가 샌드위치와 요구르트를 사서 먹었다. 식당에 손님도 많다. 주변에 식당이 없으니 당연하다. 다시 지도를 확인한다.
이제 굴포스를 찾아가기로 했다. 골든 서클의 세 번째 코스는 굴포스다 포스는 아이슬란드어로 폭포를 의미한다. 차를 몰아 다시 내륙으로 더 들어간다. 차를 주차하고 폭포를 만나기 위해 걸어가는데, 갑자기 엄청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서둘러 더 가까이 보기위해 다가간다.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드넓은 흐비타강이 남쪽으로 흐르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꺾어진 후 몇 km 지나 폭포를 형성한다. 폭포는 처음에 폭넓게 굽어지면서 3단의 계단형으로 쏟아져 내리다가 갑자기 좁게 갈라진 32m의 깊이의 협곡으로 직하한다. 직하할 때는 높이 11m와 21m의 2단으로 나누어진다. 평균 유수량은 여름에는 초당 140㎥ 이고 홍수가 났을 때 최대 2000㎥까지 측정된다고 한다. 협곡은 너비가 20m 정도이며 2.5km까지 이어지는데, 협곡 벽이 강 표면과 정확히 직각을 이룰 정도로 가파르다. 폭포의 이름은 금빛 폭포라는 뜻이다. 20세기 중반에 외국 투자자들이 임대하여 수력발전소를 세우려 시도했지만 반대가 심했다. 지금은 국가가 사들여 관광지로 만들었다.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길을 따라가면 양 갈래로 나뉜다. 우리는 먼저 오른쪽 내리막길로 내려갔다. 내리막길은 폭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길로 이어진다. 잠시 멀리서 바라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폭포를 감상한다. 이 멀리까지 물방울이 날아온다. 즐거운 비명, 여기는 의자도 있어 여유 있게 폭포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잠시 구경한 후 폭포를 더 가까이에서 보기위해 걸어간다. 오솔길인데 겨울에는 통제되는 길이다. 폭포의 물방울이 올라와 날리면서 빗방울처럼 내린다. 우비를 입은 이도 있다. 사람이 갈 수 있는 끝까지 걸어가니 좀 무섭게 느껴진다. 엄청난 수량이 쉴 새 없이 떨어지는데, 세상의 물이 다 빨려 들어갈 것 같다. 하얀 거품과 함께 쏟아지는 빙하 녹은 물이 엄청나다.
다시 나와 이제 반대 길로 가서 구경하기로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코스다. 사람의 크기와 폭포의 크기가 비교되어 그 규모를 짐작케 한다. 전체적으로 내려다보니 또 맛이 다르다. 멀리 눈이 덮인 산이 아직도 하얗게 보인다. Brattholt(1871년 2월 14일 생) 라는 여인의 기념상이 있다. 이 여인이 굴포스가 수력발전소의 건립으로 사라져 갈 위기에서 구해낸 여인이란다. 자연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투쟁했던 여인이다. 그녀를 그리기위해 만든 기념상이다. 탁 트인 주변이 시원해 보인다.
다시 주차장으로 왔다. 이제 숙소를 찾아볼 요량으로 지도를 확인했다. 1번 링로드로 진입해서 내일을 준비해 보기로 맘을 먹고 목적지를 셀포스 마을로 정했다. 도로는 단순했다. 왔던 길을 다시 나가 1번 링로드로 진입하여 시계 반대방향, 동쪽으로 가면 된다. 목적지가 정해 졌으니 또 달린다. 차가 가끔 함께 달려 심심치 않다. 주변은 평지로 푸른 초원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가끔 농가도 보인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 같다. 하늘은 맑고 건조한데 약간 쌀쌀하다. 제법 멀다 달려도, 달려도 1번 링로드가 나오지 않는다. 아내는 길을 잃은 것 아니냐고 옆에서 잔소리를 한다. 그러는 와중에 드디어 링로드에 도착했다. 이제는 동쪽으로 차를 몰고 간다. 제법 차들이 많고 속도도 빠르다. 셀포스 마을에 도착하여 호텔 뒤편 공터에 차를 세웠다. i도 있다. i에 들어가서 저렴한 숙소를 물으니 알려준다. 먼저 주변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 물으니 가격도 가격이지만 숙소가 모두 풀이란다. 건너편의 게스트하우스도 풀이란다. i에서 알려준 곳으로 가보니 열려진 개인 주택에 도미토리인데 주인이 없다. 방도 몇 개가 보이지 않는데 커다란 배낭을 멘 총각들이 여러 명 들어온다.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아 다른 방을 찾아보기로 했다. 결국 셀포스 마을에서 숙소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슈퍼에서 물을 사가지고 차를 동쪽으로 몰면서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가끔 만나는 호텔들은 가격이 방당 20~30만 원 정도로 비싸다. 가격이 적당한 호텔을 만나면 또 풀이다. 겨우 하나 소개 받아 호텔을 찾아갔다. 내륙으로 접어들어 포장된 길을 한참 가다가 비포장 길을 5km 달려 겨우 숙소를 찾았는데 또 풀이란다. 힘이 빠진다. 시간은 7시가 넘어가는데 아직도 해가지지 않아 밝다. 아내는 잔뜩 불만이 쌓여 있다. 건드리면 폭발할 기세다.
결국 시간이 가면서 체념하는 분위기다.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또 차에서 자야할 판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자려고 시동을 끄고 자세를 잡아본다. 잠이 오지 않는다. 아직 밝은 탓이다. 잠을 자지 못할 분위기라면 그냥 달려가면서 하나씩 구경을 하다가 구경 못할 때 자기로 했다. 링로드에 진입해서 차를 동쪽으로 몰고 간다. 바다가 보이고 반대편에 폭포가 보인다. 차를 몰고 들어갔다. EBS 교육방송에서 방송된 세계테마기행 아이슬란드 편에서 본 그 폭포를 만났다. 차를 주차장에 세웠다. 아내는 잔뜩 화가나 있다. 혼자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주차장 앞의 폭포를 보고 이어져 있는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길을 따라 걸어간다. 낙차 60미터의 세리야랜드스 포스다. 처음에는 스카고 포스인줄 알았다. 모양이 비슷하다. 주변에 가득 피어있는 노란 꽃들이 인상적이다. 어울린다. 절벽을 따라 아래로 걸어가니 작은 폭포들이 여러개 보인다. 가운데 있는 폭포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어떤 중년 부부가 올라간다. 따라서 올라간다. 양들도 따라 올라간다. 흘러내리는 물에 진흙길이 질퍽댄다. 조심스럽게 힘겹게 겨우 절벽위에 올라섰다.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그 위로 걸어보니 이불 같이 푹신푹신한 잔디밭이다. 이끼가 두껍게 끼어 있어 더욱 정겨워 보인다. 눈 아래 아름다운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오른쪽에는 텐트를 친 곳이 있어 숙소가 있을까 해서 내려가면 가보기로 했다. 초록색의 아름다운 평원이 여러 가지 색깔이지만 모두 초록이다. 멀리 우리차가 서있는 주차장도 내려다보인다. 평지를 걸어 반대편으로 걸어가 보니 작은 시냇물이 아래로 떨어지는데 내려다보니 바위 속으로 떨어진다. 방송에서 보던 Gljufrabui 폭포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찾고 싶었던 폭포를 찾게 되어 반가웠다. 아래로 내려가서 자세히 보기로 했다. 다시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물이 있어서 인지 양들이 여러 마리 올라온다.
길에는 560m Gljufrabui 폭포 표지판이 보인다. 서둘러 걸어간다. 폭포가 커다란 절벽 암반 사이로 떨어져 구멍을 만들고 밑에서 부서져 흘러내린다. 굴속으로 들어가자니 옷이 다 젖게 되어있다. 겨우 고개만 들이밀어 구경을 한다. 젊은이 둘이 옷을 버려가며 폭포 속으로 들어간다.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떨어지는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창문 같은 구멍이 있다. 위험해 보이는 벼랑길을 겨우 올라가니 사다리가 놓여있다. 사다리에 올라서서 구멍을 내려다보니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가 가까이에서 보인다. 재미있다. 뜻밖에 멋진 장소를 발견해서 흐뭇했다. 날이 어두워지는 기분인데 아직도 훤하다. 왼쪽 언덕에는 보라색 ,노란색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하다. 솜털같이 뭉쳐진 하얀 꽃들도 들판에 가득하다. 벌판에는 캠핑장이 있는데 숙소는 없고 텐트들과 캠핑카가 여러 대 주차해 있다. 주차장으로 와 보니 아내가 침통한 표정으로 서있다.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양말을 벗어서 냇가에서 빨았다. 맨 발로 냇가에 들어갔다. 빙하 녹은 물이라서 인지 엄청 차다. 어제도 씻지 못하고 그냥 다녔고 오늘도 종일 그냥 다녀서 인지 온몸이 부스스하다. 찬물에 세수를 하니 좀 살 것 같다. 물도 깨끗하고 경치도 아름다워 맘이 편안하다. 여기 주차장에는 잠을 잘 수 없다고, 캠핑할 수 없다고 표지판이 붙어 있다. 차를 몰고 다시 나왔다. 동쪽으로 간다. 조금 더 올라가니 스코가포스라는 간판이 보인다. 간판을 보고 차를 틀었다. 폭포가 보이는 앞에 커다란 캠핑장이 있고 주차장도 있다. 주차장 구석에 차를 세우고 폭포를 보러 갔다. 저녁 9시 30분인데도 훤하다. 스코가 포스는 수량도 많고 높이도 제법 높아 신사 같은 느낌이 드는 멋진 폭포다. 화려함보다는 엄숙함과 웅장함이 힘이 느껴지는 폭포다. 여러 가지 모양의 텐트들이 펼쳐져 있다. 텐트를 친 사람들은 겨울 복장을 하고 있다. 밤기운이 차다. 우리도 여기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캠핑장 주변에는 화장실도 있어서 좋았다. 주차장에서 그냥 머물기로 했다. 히터를 틀어 차안을 따듯하게 했다. 밤 10시 30분인데도 훤하다. 이렇게 둘째 날도 차에서 자게 되었다. 아내에게 엄청 미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