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나무 양말을 개면서

[영원한 언니]

수북하게 쌓인 양말들을 갠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제 짝을 맞추고
포개고 접어서
풀리지 않게 여며준다.
그 사이 아이가 자라서 지난 봄에 신던 양말 가운데는
작아서 못 신게 된 것이 더 많다.
발의 크기가 자라듯
마음의 키도 자라겠지
그리고 언젠가 엄마의 발보다 커지면
어느 날 거울 속에서
이미 세월의 끝에 선
늙은이를 보게 될지도 모르지.
황혼의 마루에 앉아
양말을 개며
양말의 귀를 맞추듯
마음의 귀를 맞춘다.

아이의 양말을 개다가 떠오른 생각을 옮겨보았습니다. 늘 사람살이의 단순함이 동물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곤 하는 저이지만, 그래도 인간인지라 조금은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이 서글퍼지기도 하네요. 어느 순간, 내가 늙은이가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늘 마음밭을 개고 정돈하고 닦아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숱하게 합니다.

김은진 님은 결혼 전 보육교사 경험을 살려 지난 8월부터 베이비시터 일을 시작했으며, 울산시 울주군에서 하영빈(5)·혜빈(3) 남매를 키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