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시인, 문학과지성사
시인이 광주 조선대 교수로 있던 시절 쓴 시들이다.
요즘 시들은 지나치게 자기세계와 자기문법에 매몰된 느낌이 강해 읽기 부담스런 것들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 이 시대 현대시의 난해한 경향을 뭐라고 추억할까 싶을 정도로.
반면 나희덕 시인은 자신이 겪은 삶의 나날 속에 세계와 개인의 만나는 지점을
시적으로 잘 구현해낸다. 지나치지 않고 알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인의 따뜻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일관되고 있다는 데서 신뢰가 가고,
위안을 얻는다.
고향이 논산이라서 처음부터 나희덕 시인은 내게 특별했다.
내가 논산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논산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 차례 =
- 시인의 말
제1부
사라진 손바닥
입김
여,라는 말
마른 물고기처럼
풍장의 습관
朝餐
겨울 아침
그는 먹구름 속에 들어 계셨다
방을 얻다
한 삽의 흙
옆구리의 절벽
門이 열리고
초승달
만년설 아래
제2부
가을이었다
실려가는 나무
재로 지어진 옷
극랑강역
누가 우는가
그림자는 어디로 갔을까
비에도 그림자가
갈증
천 개의 손
탑이 기러기처럼 많은
그날의 山有花
붉디붉은 그 꽃을
걸음을 멈추고
빛은 얼마나 멀리서
제3부
연두에 울다
어떤 出士
북향집
저 물결 하나
행복재활원 지나 배고픈다리 지나
국밥 한 그릇
엘리베이터
흰 구름
진흙 눈동자
斷指
소풍
붉은 만다라
수족관 너머의 눈동자
상수리나무 아래
제4부
草墳
북극성처럼 빛나는
그 섬의 햇빛 속에는
담배꽃을 본 것은
소나무의 옆구리
골짜기보다도 깊은
소나기
낯선 고향
圖門 가는 길
또 나뭇잎 하나가
聖 느티나무
검은 점이 있는 누에
땅 속의 꽃
- 해설 : 직조술로서의 시학 / 김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