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마라톤을 다녀와서
춘천마라톤을 다녀온지 2주가 흘렀다. 코로나로 대회가 없다가 연이어 대회 개최되니 요즘 사는 맛이 난다.
이번 jtbc 마라톤 코스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출발하여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들어오는 코스로, 춘천보다는 고저차이가 적어 기록내기에는 좋을 듯하여 내심 320을 목표로 하여 경기에 임한다.
춘천마라톤때 허리에 약간의 통증이 있었으나 이상 없이 완주 했으나, 하룻밤을 자고나니 통증이 더 한것 같아, 이번 jtbc 대회를 준비하면서는 훈련도 몸푸는 정도로만 하고, 병원에도 다녀오는 등 관리를 좀 했더니만 대회에 참가하는 데는 문제없을 정도로 나아 졌고, 일기예보에는 날씨가 영하까지 내려간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와서 많은 걱정도 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까지는 2시간은 걸릴 듯해서 4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감치 잠자리에 들었으나 좀처럼 잠이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알람소리에 일어나 창문부터 열어보니 상쾌하다. 어젯저녁에 준비해둔 물건들을 챙기고, 따뜻한 사골국물에 하얀 쌀밥도 한그릇 뚝딱 비우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집을 나섰다.
버스, 전철을 타고 2시간을 달려 상암에 도착하니 주변은 아직도 어둑한데 벌써 공원에는 선수들로 북적거린다. 엊그제 이태원사고 탓인지 안전요원들이 평소보다 많이 보이고 안내방송도 안전을 강조한다.
“아차, 파워젤 준비를 못했네.” 마침 주위에 파워젤을 파는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두개에 5000원이란다. 세 개는 있어야 하는데....... “어쩔수없다. 두 개만 들고 뛰자.”
기온은 5℃인데도 바람이 불지 않아서인지 별로 춥다고 느껴지지는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환복을 하고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나니 약간의 요의가 있어 화장실에 가려고 보니 줄이 어마어마하다. 지난번 춘천에서도 초반에 약간의 요의가 있었으나 별무리 없이 완주하고 식사하고 그리고 처리한 경험이 있는지라, 긴장되어 그런가 보다하고 찜찜함을 뒤로하고, 출발 장소인 D그룹에서 몸을 풀고 이태원사고자에 대한 묵념도 하고 출발한다.
D그룹에서 출발하다보니 엄청난 선수들로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빈 공간을 찾아 이리저리 달리며 2~3km 정도 지나니 조금씩 간격이 넓혀진다. 합정역을 지나 양화대교에 올라서니 아침의 시원한 바람이 살결에 부딪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왼쪽으로 보이고 KBS를 지나고 여의도공원을 지나 마포대교의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건너서 10km지점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는데, 출발할 때 찜찜했던 요의가 다시 신호를 보내온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할 수 없지 그냥 간다.” 마음을 다잡고 나니 조금은 괜찮은 듯하다.
이제 시청을 지나 광화문으로 해서 종로를 달린다. 평소에는 차들로 꽉 막히던 길을 이렇게 두발로 누비는 이 기분은 달려본 자만 알 수 있다. 15km지점에서 물 한 모금 마시려는데 방광이 점점 차오르는 것 같아 입안만 살짝 헹구고 뱉어 버리고 달리는데, 참아서 될 일은 아닌듯하여 이제는 온신경이 화장실에만 가있다. 저 앞에 간이 화장실이 보였으나 역시나 줄이 서있어서 그냥 지나친다. 간혹 다른 사람들도 조절을 못한 듯, 어떤 이는 지하철역으로 내리뛰고, 어떤 이는 골목길로 뛰고, 어떤 이는 상가건물로 뛰는 걸보니 다 급한 모양이다. 나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참느냐, 버리느냐. 점점 다리도 무겁고, 큰것도 신호가 오고. 판소리의 “난감하네”가 절로나온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대회에 참가하면서도 가끔 요의를 느끼기는 했지만 모두 긴장해서 잠깐씩 그런 생각이 든것 뿐 이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러면서 하프지점을 1시간 43분에 통과 한다. 춘천보다 3분 늦는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은 순간, 저 앞에 가던 선수가 옆길로 올라서더니 공원담벼락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것이 아닌가? 경찰도 있는데. 마침 대형버스가 있길래, 나도 자석에 이끌리듯, 도로 옆에 버스를 방패삼아 시원하게 처리하고 나니 새 힘이 솟는다.
이렇게 시원할 수가.....주로에 복귀하여 발을 내딛는데 아까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온전히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가 있고, 신답지하차도에서는 함성도 힘차게 내지르고 25km지점에서는 물도 한컵 쭉 들이켜고, 천호대교의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거침없이 달린다.
천호대교를 지나 30km지점에 이르러서는 시계를 보니 2시간 28분. 앞으로 12km를 1시간내에만 주파해도 3시간28분대는 충분히 도착 할 수 있으리라. 파워젤과 물 한모금 마시고나니 더욱 편안해진 기분으로 달리는데 앞에 어느 팀인지 검은 유니폼을 입은 대여섯명의 무리가 나와 비슷한 페이스로 달리기고 있기에 나도 뒤따라 발걸음을 내딛느다. 예전에 근무한적이 있는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지나는데 낯설지가 않다. 길가엔 가로수가 울긋불긋 물들어있다. 수서IC에 오니 37km지점이다. 이제5km 남았다. 춘천에서는 종아리에 쥐가나서 고생고생하면서 달렸었는데 오늘은 속도가 줄지 않고 오르막길에서도 꾸준히 유지된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 탄천교를 지나니 잠실간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도로 양편에 응원나온 관중들의 함성이 요란하다. 관중들의 함성소리에 힘든 줄도 모르고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면서 더욱 힘차게 달려 잠실운동장 출입문으로 들어가 운동장을 한바퀴 돌아 골인 발판을 힘차게 밟는다.
시계를 보니 3시간26분. 컨디션만 잘 조절했다면 320도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만큼 한것도 잘한거 아닌 감? 오늘도 잘 달려준 두 다리에 “고생했다.” 위로한마디 던져 본다.
내년부터는 정말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오직 완주를 즐기는 것을 목표로 해야지.
2022년 11월 초순
jtbc마라톤을 마치고
5분기록 25:35, 23:34, 24:09, 23:50, 25:20, 24:47, 24:18, 24:28, 10:30
첫댓글 마라톤에 진심이 느껴집니다 저도 노력해야하는데 초심을 잃고 마음이 안잡히네요
아무튼 춘천에 이어 jtbc도 좋은 기록나신거 축하드립니다 ~~~
기록 보다는 즐기는 마라톤을 해야 할듯.
대단하십니다~후반으로 갈수록 기록이 더 좋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