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목민심서를 다시 펼쳐야 하는 이유
아침은 언제나 희망으로 시작된다.
오늘은 전국의 지방정부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주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품고 새로운 4년을 시작하는 날이다. 누군가는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누군가는 주민들과 축하 악수를 나누며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할 것이다. 지역마다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기대와 설렘이 거리마다 번져간다.
그러나 같은 아침, 우리 사회는 또 하나의 뉴스에 놀라고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뇌물죄로 1심에서 징역 9년이 넘는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는 소식이 포털검색어 1위를 달린다. 취임을 축하하는 박수 소리와 법정의 차가운 망치 소리가 묘하게 겹쳐 들리는 날이다. 희망과 절망이 한날한시에 교차하는 아이러니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왜 권력이 커질수록 청렴과 공정은 그만큼 자라지 못했는가.
지방자치는 나무를 키우는 일과 닮았다. 뿌리가 깊을수록 나무는 건강하고, 가지가 넓게 뻗을수록 숲은 풍성해진다. 중앙에 집중되었던 권한을 지방으로 나누는 자치분권 역시 주민 스스로 지역의 미래를 가꾸라는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철학이다.
하지만 나무는 햇빛만으로 자라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가 썩으면 아무리 잎이 무성한 나무라도 결국 폭풍 앞에 가장 먼저 쓰러지는 법이다.
지방정부의 권한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개발과 인허가, 도시계획과 예산, 수많은 결정들이 한 사람의 서명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권한이 커졌다면 양심도 그만큼 커졌어야 하고, 책임도 그만큼 무거워졌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한 지역선거, 정책보다 줄서기가 앞서는 정치, 능력보다 계파가 평가받는 구조 속에서 공직은 순수한 봉사의 자리가 아니라 권력과 탐욕의 목적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정치만 탓해서는 민주주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권력은 감시받을 때 가장 아름답다. 시민이 눈을 감는 순간 권력은 사유화되고, 비판이 사라진 자리에는 부패가 뿌리를 내린다.
민주주의는 투표용지 한 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당선되는 그날부터 시작되는 시민의 적극적 관심과 견제가 민주주의를 생생하게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일 잘하는 단체장"을 원한다.
그러나 역사에 남는 지도자는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아니라, 믿음과 신뢰를 남긴 사람이다.
눈에 보이는 건물은 세월이 지나면 낡지만, 청렴은 시간이 흐를수록 공동체의 자산이 된다. 화려한 개발사업은 언젠가 새로운 사업으로 대체되지만, 한 번 무너진 믿음과 신뢰는 다시 세워지지 못하고, 결국은 사회를 병들게 만들게 된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의 첫머리에서 청렴을 목민관의 생명으로 삼았다.
"청렴은 목민관의 본분이며 모든 선의 근원이다."
두 세기가 흘렀지만 그 한마디는 오늘의 공직사회에 여전히 가장 정확한 나침반이다.
오늘 취임하는 모든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그러나 축하보다 먼저 가슴에 되새겨야 할 것은 권한과 책임의 무게일 것이다.
목민관은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주민을 섬기는 사람이다. 주민의 세금 한 푼을 자신의 돈보다 더 무겁게 여기고, 한 번의 결재를 자신의 양심 앞에서 먼저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공직자다.
그리고 시민들에게도 부탁드리고 싶다.
민주주의는 훌륭한 지도자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이 키워가는 것이다.
선거는 끝났고 임기는 개시되었지만 국민의 주권은 끝나지 않았다. 박수칠 때는 마음껏 박수치되, 잘못했을 때는 누구보다 엄정하게 꾸짖는 용기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기적을 만드는 영웅이 아니다.
부패하지 않는 사람,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는 사람, 거짓보다 진실을 선택하는 사람, 주민 앞에서 언제나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다.
정직은 가장 느린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 가장 멀리 가는 길이다.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는 오늘, 취임식장의 화려한 조명보다 모든 공직자의 마음 깊이 오래도록 『목민심서』 한 권이 놓여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오늘 취임한 모두가 권력에 취하지 않고 양심과 진실을 지켜내기를 바라는 나의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