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늦가을 11월 중순. 주말을 이용하여 1박 2일 만에 시골 다녀왔다.
음 10월 상달 초순에는 시향이 있다. 원래는 음 시월 초사흘이었으나 직장생활 등을 고려하여 오래 전부터 일요일로 지낸다.
어제 11월 14일 토요일에는 점심을 서둘러 먹고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탔다.
하행선 추돌사고때문일까? 많은 차들이 기어 가다가는 멈추고.
교통체증 지체시간이 무척이나 오래 지속되었다.
대천 시내에서 사촌동생과 나 셋이서 만나자는 큰당숙의 제의가 왔다.
저녁 무렵에 시골집에 도착했기에 머물 시간이 없는데도 나는 30분 정도 짬을 내서 서둘러서 일했다.
다음날(시삿날) 대전에서 오는 친척에게 나눠 줄 돼지감자를 조금이라도 더 캐려고 서둘렀다. 그분은 당뇨병으로 발 한 쪽을 절단했다. 당뇨에는 돼지감자가 좋다는 이야기가 있기에 해마도 조금씩 캐 드렸다. 올해도 드리고 싶었다.
모과나무 옆, 벚나무, 애기사과나무 옆에는 가꾸지도 않았는데도 자생한 돼지감자 세 무더기를 정신없이 호미로 팠다.
삼태미 하나 반.
밭에서는 캘 생각을 아예 꿈도 꾸지 않았다.
사촌동생과 강원도 영월에서 내려 온 셋째당숙모함께 대천 시내 쪽으로 나갔다.
세째당숙모는 자식이 없은 과수댁.
보령시 남포 월전리(용머리해수욕장 뒷편), 방파제 아래 도로로 질주하여 대천해수욕장 부근에서 대천시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큰당숙네 아파트에 들렀다가 이내 바깥으로 나왔다.
식당에서 갈비탕으로 저녁밥을 먹고는 이내 커피숖에 들렀다.
남자끼리 상의.
고향집 앞뜰과 산이 산업단지로 편입되기에 보상과 산소 이장 준비 건에 이야기를 나눴다.
커피가 나왔다. 나는 이야기에 정신 팔려서 두 손으로 쥘 만큼 커다란 유리그릇에 담긴 커피를 무한정 마셨다.
남의 말을 경청하면서, 내가 무엇을 먹고 마시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도 못했다는 뜻.
밤중에 시골 집에 돌아왔다.
큰아들은 심심하다며 차 몰고 바닷가로 나갔고...
밤중에 무슨 청승이람?
무창포해수욕장일까? 대천해수욕장일까?
나는 다음날에 있을 시사에 대비하여 족보 항렬 등을 따지고는 자정 무렵에서야 잠을 청했다.
왜 잠이 오지 않지?
시골 내려온다고 네 시간이 넘도록 자동차에 오래 탄 탓을까?
너무 피곤하면 잠이 안 오는데...
잠이 안 오니 화장실이나 수시로 들려야 했다.
어쩌다가 핸드폰에 내장된 시계를 보니, 세상에나 다음날인 새벽 5시가 넘었다.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서야 정신이 퍼득 났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 거여?
평소에도 커피를 즐겨 하지 않았는데도 왜 독하 커피를 잔뜩 마셨지?
문득 잠 들었나 싶었다.
두시럭 거리는 소리에 깨보니 아내가 아침밥 준비하려고 서두르고 있었다.
시사에 참석하려면 아침밥을 일찍 먹어야 한다며.
7시가 살짝 넘었다.
일어났다.
사촌 동생네는 숙부가 객지에 나가 수십 년을 살다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집을 새로 지었다. 벽돌로 건축했기에 집안팍이 깨끗하고, 거실도 넓었기에 사촌네에서 시사를 지낸다. 친척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그 숙부는 몇 년간 사시다가는 돌아가셨다. 건강하게 살다가 한 달만 병원에 입원하고는 먼 길 떠났다.
내 부친 일찍 돌아가신 뒤 공무원인 내가 객지에서 오랫 동안 살았기에 숙부가 고향의 선산을 관리했다. 이런 내력이 남아 있어서 사촌네에서 시향을 모시기 시작셨다.
금산, 대전에서는 여러 팀이 왔다.
물론 나는 어제 서울에서 내려왔었고.
제수물(음식물)는 수십 년 째 산지기네에서 준비했다.
예전에는 산지기네가 세 집이었으나 요즘에는 산지기네는 없다.
과수댁 아주머니가 혼자 살면서 선대에 이어서 제사 음식물을 준비해서 차량으로 나른다.
최씨네 소유의 음식가게를 무료로 쓰고, 종답(논)에서 나오는 돈으로 제수물을 차렸다.
제주(祭主)인 나.
제밀 먼저 본향에 들어 온 시조한테 먼저 절하고 잔을 올렸다.
예전, 수십 년 전에는 산지기네들이 지게로 제수물을 지고 몇 세 군데의 산으로 일일히 다녔다.
하지만 세월은 많이 변했다. 시간상 절차상 약식(略式)으로 지낸다.
제례의 간소화로 입향시조(入鄕始祖) 이하는 한꺼번에 지낸다.
시향에 참가 친척 여자들, 미혼 자식한테에는 얼마씩의 돈을 나눠주었다. 원거리에 온 분한테는 거마비를 배(倍)로 주었다.
오촌당질이 약혼녀를 데려와 처음으로 인사를 시켰다. 예비 당질부한테도 현금 나눠주고...
내년 봄에 결혼할 예정이라 하니 사촌동생도 곧 시아버지가 되겠지.
금전거래 내역은 큰집의 종손인 내가 늘 적발한다.
액수가 자꾸만 줄어드는데도 나는 '알맞게 쓰자' 주의.
돈 많아야 골치 아프고, 없으면 궁티나는 법. 종돈은 적당히 보유하되 잘 쓰는 것이라는 내 신조.
부족하면 어찌 되겠지.
내년에 산업단지로 편입될 예정이다. 종산과 종전(밭) 등이 수용되기에 얼마즘의 현찰이 예정되어 있기에, 이런 기대로 올해도 부담없이 조금씩 나눠주었다.
앞으로도 더욱 그랬으면 싶다.
조금씩 주는 재미로, 받는 재미로.
시제를 지낸 뒤 앞산에 올랐다. 산업단지로 편입될 묘소에 절을 올렸다.
내년이면 모두 다른 곳으로 이장해야 할 터.. 서낭댕이(성황당)에 근처에 있는 내 밭에 묘역을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여러 군데 산소에 흩어진 것을 한군데로 집중할 생각 중.
점심 먹은 뒤 귀경을 서둘렀다.
돼지감자.. 껍질을 벗겨야 하는 마늘 한 접 반. 앞마당에 있는 화초 가운데 몇 종류만 골랐다. 나머지는? 그대로 방치하면? 곧 추위가 오면 모두 냉해를 입을 터. 내가 서울 있는 동안에 날씨 좋아야 할 터.
차 크렁크에는 이웃 아주머니한 테 산 고구마 세 자루, 밭 임대료로 두 자루 얻었다며 다섯 자루를 실었다.
아내는 크고 잘난 것보다는 잔 것이 먹기 좋다며 중간 크기와 질이 떨어지는 하급으로만 골랐다. 고구마 파는 분이 속으로 더 좋아할 짓만 골라서 했다는 뜻인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농산물에 대해서는 실속과 경제가치 개념이 부족한 아내.
아끼는 화분 한 개는 냉해를 받지 않도록 화장실 안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수분이 마르면 말라죽을 터인데...
한 보름 뒤에는 시골로 내려가 냉해와 수분 상태를 확인해야 할 터.
2013년 지방농업기술센터 농업활력화 대회에 출품했던오채각 커다른 화분을 학생장한테서 얻어다가 내 시골집에 두었다가 죽였다. 교장 출신은 그는 그의 아내가 우리 동네 사람이었기에 그 화초를 아까워 하면서도 내게 선물했다. 지난 해 2월 초순부터 내가 서울로 갑자기 올라 온 탓에 아끼는 화초 몇 종류를 죽였다. 냉해와 수분 부족이 원인이다. 이런 안타까움과 아쉬운 경험이 또 생각났다.
빈 집으로 남겨지면?
온대성 식물은 치명타를 입을 게다.
물론 내가 시골에서 산다면야 까지야 서해안 추위도 너끈히 참아내겠지만 나 혼자 그 빈집에서 겨울철 날 수도 없다.
서울 올라온 내가.... 겨울철에는 내가 시골에 있어야 하는데...올해에는 걱정이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상경.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고, 나는 반쯤 졸면서 고향집을 또 비워냈다.
큰아내일은 다음날인 내일에 출근하여야 하기에 일찍 상경해야 했다.
차 트렁크 안에는 짐이 너무 많았다. 앞 좌석에도.
더 넣을 공간도 없어서 앞 좌석에도 잡동사니를 실어야 했다.
12월 초순에 시골집에 방문해서 재정리해야 할 듯 싶다.
겨울철에는 야외 관정(管井)모터가 동파할 수 있고, 보일러 광에 든 보이러 장치도 동파로 망가질 수 있고...
이런 걱정이 또 시작되겠지.
고향집에서 일 해야 하는데...
추운 겨울이 점점 다가오잖여...
겨울철 냉해가 걱정되잖여.
나는 서울에 올라와 있는데...
빈 집 농가여서 그럴까. 이름 모를 산새가 처마끝에 잠자러 오는 이유일까.
새똥이 여기저기에 제법 많았다.
아이고, 정신머리하고는.
하도 바쁘게 서둘다 보니 모과(과일)가 땅에 떨어진 것도 줍지 못했고,
매달 배달되는 월간지인 전원생활, 디지탈농업, 산림 잡지책은 그냥 두고 빈 손으로 서울 왔다고 후회한다.
정신 없었어. 시사 지내고, 산소 다녀오고,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어쩌구 저쩌구를 하다보니까 정신이 없었어.
아내는 일요일에는 차 밀린다면서 일찍 서해안고속도를 타자고 서둘렀기에 나도 덩달아 정신이 헷갈렸다.
지금, 무척이나 피곤했다.
토요일 밤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다. 무지하게 큰 커피잔이었는데도 큰당숙과 사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무의식적을 커피를 다 마셨다는 증거다. 새격 5시에 잠들었다가 7시에 깨었다.
일요일 시사 지낸 뒤 서울 상경한 뒤로도 시향 때 쓴 경비내력을 정리하고는 일기를 조금 썼다.
이래서 더욱 피곤했다.
2015.11.15.일요일.
쓰기는 십게 쓰되 수정하려면 몇 배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더러는 수정된 내용이 싹 날라가기도 하고...
첫댓글 요즈음 시사지낸다는말은 못들어밭는데 대단한가문인것같읍니다,
덕분에여행도하고 피곤하기는해도 또다른추억을
남기셨군요
옝? 시골에는 거의 다 지내유.
대단하기는 ... 글이니까 거짓말 잔뜩 보탰시유.
누가 사는 나를 아남유? 누가 내가 사는 시골동네를 보았남유?
거짓말 침 안 바르고도 잘 해유. 저는요...ㅋㅋㅋ
제주변에서는보지못했어요,
제사지내는것도 간소화하고
있는데요 ,
우리도 승조한테맏기고
사오는데로 지내요
제사 시제 등 나쁜 의미도 있지만 좋은 의미도 있겠지요.
제 고향 선산에 분명히 먼 일가붙이의 산소일 터인데도 아무런 비석이 없는 묘들.
누구네의 묘인지도 모르고, 족보로 봐서는 짐작은 가나... 그 자손들이 어디에 사는지 추적하기도 그렇다.
해마다 인부 사서 벌초는 해 주되...
조상의 묘를 잃어버리는 자손들... 죽으면 끝이다는 생각들. 하지만 그 무덤은 왜 남한테 피해를 주나요?
없앨 수도 없고, 돈 들여서 관리해 주는 것도 그렇고..
제사 등을 지내면 이런 피해는 적겠지요.
님의 아들. 승조? 참한 아들이며 선한 며느리로 여겨집니다.
가본적인 것을 잘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름모를산소들 없애버리기도
꺼림적하고 두자니 신경쓰이고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니난감하겧읍니다,
저는결혼생횔2년 만에 29세부터
제사를지냈읍니다,
그러나은주를데려가고부터는
제사는지내지만 은근희 화가난담니다,
그러나 어쩔수없이 지내야 겠지요,
은주가 몇 살 때 저 너머로 여행떠났는지 모르지만 나이가 적다면 제사보다는 가슴 속에 묻어두지요.
저도 22살에 죽은 동생(쌍둥이인 나)의 제사를 수십 년 동안 지냈다가 최근 몇 년 전부터 중단했지요.
늙은 어머니가 '이제 그만 지내거라' 하셨지요. 그래도 제가 슬적 밥 한 그릇 더 올리지요. 설날 추석때 차례지낼 때 곁상 하나에 밥 한 그릇 더 올지요. 기제일 당일에는 제사를 생략하기 시작했지요.
님의 은주도 저 너머에서 이해할 겁니다.
이제는 마음속으로 지내세요.
늙어가는 우리 모습을 그들은 이해해 줄 겁니다.
늘 마음이 아픈 보라 (이름도 성도 모른다. 나는 아무 것도). 은주에 대해서는 빙그레 웃으세요.
일박2일로 급하게 다녀오셨구먼요 ㅎ
그러시니 얼마나 할일도 많고 빼먹은 일도 많으리오?
혼자서 보통열차 타고 느긋하게 사나흘 다녀 오시는 게 어떻겠소?
빈집에도 생활용품은 다 있는지 모르지만, 뭐 쌀이나 된장 간장 ...이런것 ㅎㅎ
하루 이틀 지내도 있을 건 다 있어야 될 테니까 말이오
몇 달씩 비워두는 집에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하는 말이오
그래도 장손이니 시제를 폐할 수는 없겠구려
난 진주정씨 첨정공파 27대 손이라...멀리 남해 하동 등지에 선조들의 묘소가 있어서 그 곳으로 가야 하오
평생에 두어번 밖에 시제에 안 갔다오, 장남이 아니라고 이 핑게 저 핑게...대고요
멀고,바뿌다고...다 핑게지 뭐
ㅋㅋㅋ.
이게 내 개인사 이야기인데 이 카페에 잡글 올리는 거 미안하기도 하고..
진주 정씨라... 그럼 선대들은 옛 가야인들?
나도 경주최씨라서 옛 가야쪽일 게요. 고령지방의 소벌도리공 24세가 신라 헌강왕(850년대) 최치원부터 최씨네 1대가 되었으니.. 우리나라 4대 성인 최씨. 그 가운데 경주최씨네는 아무래도 가야지방의 사람들인 것 같소.
중앙종친회에는 거부들이나 참석하는 것. 나같은 미관말직으로 돈 못 번 사람은...
조부와 아비는 1960년대 초, 1980년 초에 돌아가셨어도 중앙종친회에서 일 많이 한 분인데...
나는 ...
@최윤환 저는경주이씨 인데본이같은
아닌가요?
@보라 성씨가 경주이씨? 제 외가도 이씨. 이.... 사납쟁이들. 제 엄니 친정은 용머리해수욕장이... 그놈의 씨족들은 돈 무쟈게 많은 부잣집인데도 내 엄니네는 선박사업 빚보증 잘못 서는 바람에... 사납고, 거칠고, 잘난 체 많이 하는 집안인데...혹시 이순신 장군네도 경주이씨인 것 같은디... 설마하니 안 싸납지유? 나.. 사나운 사람은 무서워유.
우리 엄니네 친정네 일가들이... 성깔도 있고... ㅋㅋㅋ.
윤환님이들어오시니 활기가
넘치네요
그렇구먼요 ㅎㅎ
@정희태 이제알았어요ㆍ
운영자로 모시면감사하겠읍니다,
그러면대지회가 하늘을날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