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느닷없이 내려진 한국의 비상계엄사태는 한국인뿐 아니라 주변국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한국과 동맹국이라는 미국은 물론이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도 대단히 놀란 모습들이었습니다. 뭔가 비상계엄 비슷한 것이 내려질 것이라는 예령 또는 조짐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은 한국에 대사관이 설치되어 있고 관련해서 정보기관 요원들도 상당수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보통때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체크해서 자국 대사관을 통하거나 자국의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에게 직보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정보기관 요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12월 3일 낮까지 별다른 조짐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처럼 보입니다. 한국의 언론매체가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한 것을 봐도 그런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야말로 극비리에 처리되었고 정보 기능에서 귀재들이라는 미국 정보원들도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계엄이 내려지고 주한 미국 대사가 본국의 긴급한 지시에 따라 한국 외무장관에게 전화했을 때 그가 받지 않자 대단히 분노했다는 것으로 미뤄봐도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이 내려지고 몇시간후 국회에서 계엄해제요구안이 통과되고 이어 계엄령이 철회되는 그 6시간동안 한국뿐 아니라 주변국 정보기관들은 숨죽이고 한국의 상황을 체크하고 본국으로 보고하느라 매우 분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국들의 반응은 상당히 조심스러웠고 어쩌면 대단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한국 그리고 한국 정치인 나아가 한국 국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분석됩니다. 미국은 2016년에 이어 8년만에 거의 똑같은 한국의 정치적 변혁을 바라보는 모습이 됐습니다. 물론 8년전에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 그리고 촛불혁명으로 박 정권이 몰락하는 것을 차근차근 바라보았다면 이번에는 느닷없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정치판도가 급변하는 것을 당황스럽게 바라보는 것이 달랐을 것입니다. 하필 2016년도에도 2024년 겨울에도 미국의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는 시기에 한국에서 대통령이 직무정지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또 하필이면 두번 다 트럼프 당선인이 등장할 때 한국에는 대통령이 유고라는 사태를 맞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트럼프 당선인입장에는 한국이 뭔가 짜고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 아닌지 혹은 자신에 대한 대단한 정치적 이벤트를 행하는 것이 아닌지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당히 불쾌하다는 입장일수도 있습니다.
이제 정권을 한달 뒤면 공화당 트럼프 당선인에게 넘겨야할 민주당입장에서는 더욱 황당할 수 있습니다. 지난 8년전에도 똑같은 경우를 경험했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전세계에 전쟁이 없었고 나름 세계나 미국 현지도 그다지 혼란스런 국면이 아니였기에 당황함이 적었겠지만 이번에는 러우전쟁이 계속되고 중동도 간헐적인 전투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급작스럽게 비상계엄사태가 발생하자 이건 또 뭐냐는 심정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정부의 반응에서 그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 국무장관이나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이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로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선거에 패해 이제 정권을 넘겨주어야 하는 시점에서 그야말로 동맹국이라는 한국에서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나 무척 심기가 불편하다는 표현으로 받아드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결정적인 멘트를 남깁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한국 국민들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것이라는 표현입니다. 한국의 대통령과 정부를 믿지 못하지만 한국 국민들만은 믿는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이 세계에 가장 내세우고 싶어하는 덕목인 자유민주주의를 가장 몸소 실천하는 국민이 바로 한국 국민들이다라는 강력한 표현입니다. 만일 이번 계엄이 성공했다면 과연 미국 정부는 어떻 자세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미국은 앞으로 헌재의 결정과 그 결정에 따라 펼쳐질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미국 정부의 표현도 매우 절제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믿는 것은 한국 국민들뿐이라는 표현은 지금 한국 국민들께서 무척 피곤하겠지만 민주주의를 잘 지켜주십시오, 그리고 미국은 한국 국민들을 믿습니다라는 말과도 일치할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정부 내각 인선을 거의 완성하고 그의 구상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며칠전 자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시진핑과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지칭할 대상자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8년전 기자회견때는 자신이 만나본 각국의 수장들이 없었기에 그냥 타국과 잘 지내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만나고 여러번 정상회담을 했기에 특정인을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언론들은 코리아 패싱이 벌써 시작됐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도 자신이 당선되고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대통령에게 특히 조선업에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비상계엄을 뜬금없이 내놓아 일단 자리에서 제외된 한국의 대통령이 의아스럽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속에 한국은 자리를 잃게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계엄령사태가 없었다고 해도 트럼프 당선인이 구상하는 러시아 북한 그리고 일본으로 연결되는 트럼프 라인에 한국의 자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김정은과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을 때 한국의 대통령을 부를 이유도 없을 것이고 아마도 북한의 김정은이 대단한 거부감을 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북미 협상에서 사실상 한국의 자리는 없다고 봐야 맞을 듯 합니다. 북한을 없애야할 최대 주적으로 판단하는 대통령과 그의 추종세력들의 의지가 그러한데 북미협상자리에 낄 명분도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그러니 지금 트럼프 당선인과 트럼프 캠프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괜히 요상한 언급을 할 경우 한국의 정국을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입장에서도 한국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보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도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의 상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부에서는 한국에서 계엄령이 발령됐을 때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겠지만 일단 해제가 되고 대통령 탄핵가결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일단 안도감속에 정치 상황이 흘러가는 방향에 관심을 쏟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차례 한국은 중국과 매우 중요한 이웃이라는 말로 앞으로 정치 상황이 어떻게 되던지 한국과 중국이 서로 척지지 않는 그런 관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사표시만 하는 수준입니다. 또한 한국 국민들의 대단한 민주주의 수호의식을 보도할 경우 자칫 중국내 민주세력을 자극시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당연히 깔려 있습니다.
북한도 매우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11월 28일까지 오물풍선을 발사하면서 한국과 갈등을 유지했지만 그 이후 갑자기 그런 행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을 자극할 일체의 행위를 중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한국을 자극하는 것은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그런 상황은 한국 대통령의 계엄령 발령을 정당화시키는 명분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 경우 트럼프 당선인과의 앞으로의 대단한 협상을 앞두고 자충수를 두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은 너무도 잘 아는 까닭입니다. 또한 자신들과 엄청난 갈등을 일으키려 한 현 한국 정권의 수장이 계엄령을 발령하고 그로인해 지금은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굳이 한국을 자극할 필요도 없고 또 그럴 입장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한 북한 언론들도 매우 간략하고 절제된 보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자칫 한국 국민들 1백만여명이 국회로 몰려 들어 대단한 민주주의적 시위문화를 선보였다고 할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내 주민들에게 공산주의와 대비되는 민주주의적 행동을 보여주기 싫은 것입니다. 다시말해 지금 미국 트럼프 당선인과 적극적인 해빙무드 그리고 관계 복원에 매진해야할 때 굳이 한국에 불필요한 자극과 한국정부가 행하는 꼼수에 말려들지도 모를 그런 꼬투리를 줄 필요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러우전쟁의 와중에서도 한국의 상황을 상대적으로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친 우크라 태도를 취하고 있어 나름 대단히 우려했지만 일단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당분간 우크라에 무기지원같은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데해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지금은 북한과 밀착관계지만 러우전쟁이 끝난 뒤에 한국 정권과 정부의 상황을 보면서 한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다는 의지로도 읽혀지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현 정권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고 싶은 것이 지금 러시아 푸틴의 구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러시아 북한 그리고 한국을 잇는 이른바 푸틴 라인을 확립하고 싶은 것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라인과 러시아의 푸틴 라인속에서 러시아가 소련의 옛 영예를 되찾고 싶은 것이 푸틴의 간절한 바람이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일본은 매우 아쉬운 반응을 잇따라 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보수 진보 세력을 망론하고 거의 대부분의 시각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가운데 가장 친일적인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당하고 앞으로 어떻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데 대해 아주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적극적인 표현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입장에서는 자칫 앞으로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경우 미리 자극해서 일본에 덕될 것이 없다는 분위기로 보입니다. 현 이시바 총리는 나름 한국을 이해하는 성향이 있으니 누가 당선되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를 희망하는 그런 속내도 읽힙니다. 또한 한국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엄청난 행동에 일본 언론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본내 민주주의 행동적 사고방식을 가진 세력에게 의미를 전달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보입니다. 사실 지금 일본은 모양만 민주주의이지 실제로는 일당독재시스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권교체의 의지도 국민적 희망도 없는 곳이 바로 일본입니다. 그런 일본인에게 한국에서 펼쳐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드라마틱한 대장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싫다는 두려움도 함축되어 있습니다. 자연히 한국의 상항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모습이라고 보입니다.
지금 한국의 모습은 선장이 스스로 배를 파괴시키고 난파를 하도록 획책한 상황입니다. 한국의 주변국들은 서로 자신의 나라의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획득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살벌한 경쟁을 하는 모습속에 한국 현실이 너무 우려스럽습니다. 하지만 조속히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고 다시 한국을 회복하는 데 온 국민이 힘을 모으면 지금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주변국들의 외교와 노림수를 한국이 잘만 이용하면 나름 한국의 이득을 극대화할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생각입니다. 문제는 신속한 헌재의 결정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는 세력들입니다. 시간끌기로 무엇을 얻으려하는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나라를 위하는 생각이 있다면 신속하게 나라의 현실을 정리하고 새출발해야 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시간을 끌려는 작태는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역사는 그들에게 나라의 앞날을 위협한 세력이라고 평할 것입니다. 이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할 무엇보다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4년 12월 1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