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회에 다니는 한 친구가 가톨릭용 공동번역 성서에 있는 제2경전은 성서가 아니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가요? 개신교는 왜 제2경전을 성서로 인정하지 않나요?"
성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다.
공동번역 성서가 처음 출판되었을 때 개신교용과 가톨릭용을 구별하지 않고 '공동번역-외경 포함'이라는 표제를 달아 제2경전을 개신교식 명칭인 외경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히브리어 구약성서 부분과 신약성서 중간에 끼워 넣었다.
대한성서공회는 가톨릭측 요청으로 가톨릭용 공동번역을 내놓으면서 제2경전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제2경전을 히브리말 성서와 따로 분리시켜 놓았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그들 선조들에게 베푸신 구원 업적을 처음에는 구전으로 전하다가 차츰 글로 옮기게 되었다. 이렇게 기록된 것들은 각 지방과 시대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었다.
기원후 100년께 유다인들은 얌니아라는 곳에서 많은 책들 가운데 성서 목록을 정하게 된다. 한 종교가 경전 목록을 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들이 무엇을 믿는가가 그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때 채택된 성서 목록이 정경(正經)이 되고, 이 목록에서 제외된 책들이 위경(僞經)이 된다.
그런데 이 결정에 대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유다인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그들은 히브리말로 쓰여진 39권 성서 이외에 소위 위경이라고 부르는 다른 책들도 성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초대 그리스도교인들도 기원전 2∼3세기에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어로 번역된 구약 성경 70인역(LXX)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70인역 구약성서'에는 정경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토비트, 유딧, 에스델서의 일부, 지혜서, 집회서, 바룩, 다니엘서 일부, 마카베오 상·하' 등의 책들도 있었다.
초대 교회는 기원전 2세기께부터 기원후 1세기 사이에 널리 유포돼 있던 종교적 서적들 가운데 경전에서 제외된 모든 서적들을 위경이라 불렀다. 위경의 어원은 본래 '숨겨진' 또는 '감춰진'이라는 뜻이다.
이들 위경 중에는 그 내용이 정통적 신학이나 교의와 비교해 볼 때 이단적이거나 출처가 불분명하고 허위적인 내용의 책들도 있었다. 그래서 초대 그리스도교회가 성립되어가면서 '숨겨진 것'은 '거짓된 것'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가톨릭교회는 기원후 382년에 열린 로마 주교회의에서 제2경전을 포함한 총46권의 구약과 27권의 신약 목록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가톨릭교회의 정경 시비는 계속되다가 1548년 트리엔트 공의회 결정으로 막을 내린다.
트리엔트 공의회에서는 교황 다마소1세가 성 예로니모를 시켜서 라틴어로 번역한 '불가타'(Vulgata) 역본을 성서로 받아들였다.
공의회 교부들은 개신교에서 정경으로 인정치 않고 '외경'으로 분류시킨 70인 역의 몇몇 책들을 초대교회 전통에 따라 '제2경전'이라는 공식적인 이름으로 정경화 했던 것이다. 이처럼 구약의 제2경전은 토비트, 유딧, 지혜서, 집회서 등 그리스어 성서만이 전해주는 부분들을 칭할 때 사용한다.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은 70인역 대신 히브리어로 기록된 것만 성서로 인정했다. 왜냐하면 일부 가톨릭 교리들이 히브리말 성서에 없는 70인역 본문에 그 바탕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토비트서에서 비롯된 수호천사 교리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제2경전을 개신교 형제들은 외경(外經)이라 번역하여 정경으로 인정치 않고 있다. 그런데 꿈란 공동체에서 발견된 성서에서 개신교가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히브리어로 발견되었다.
따라서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성서 번역자들이 '외경'으로 처리한 히브리말 성서에 포함되지 않은 70인역 각권들은 대부분 망각되어오다 최근에 와서야 정경과 더불어 번역되고 출판되기 시작했다.
- 서울대교구 허영엽 마티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