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접대 풍습)
중국 운귀고원 중부에 살고 있는 부이족은 손님을 반기고 열정적으로 접대하는 풍속이 있다고 한다. 우선 손님이 방문하면 음식을 대접하는데 젓가락으로 오리 머리를 집어 손님에게 드린 다음 오리발을 집어서 손님 앞에 있는 그릇에 놓아준다.
이 행동은 오리 한 마리를 머리부터 다리까지 손님에게 모두 대접한다는 뜻이다. 이때 손님은 사양해선 안 되며, 또 모두 먹어야 결례가 안 된다.
접대는 '마땅한 예로써 대함''서로에 대한 배려, 예의로써 대한다'는 아름다운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접대문화라고 하면 불행히도 유흥업소에서 술과 여흥을 함께 하는 남성 중심의 왜곡된 술 접대문화가 관행처럼 되었다.
그러나 본래 우리나라도 나그네를 따뜻하게 대접하는 좋은 풍습과 손님 접대 예식이 엄연히 존재했다. 손님 접대 풍습은 나라와 지역마다 다르지만 손님을 환대하는 취지는 같다고 할 수 있다.
구약성서에 보면 유다인의 손님 접대문화를 엿볼 수 있다. 유다인들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극진히 대접했다(창세 18-19장 참조).
유다인들이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했던 이유는 그들 유목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척박한 땅을 떠돌면서 가축떼를 돌보던 당시 사람들이 나그네를 후대하는 행동은 자신들 생존과 직접 관계가 있었다.
자신들도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언제 어떠한 어려움을 겪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려움을 당하게 되면 당연히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했다. 따라서 유다인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지 않고 혼자 먹는 것은 죄악이라 생각했다.
또한 유다인들에게 손님 접대는 종교적 측면이 있었다. 유다인들은 하느님이 가끔 천사들을 보내서 시험을 할 때가 있다고 믿었다. 즉 하느님이 사람 모습으로 찾아오는 천사들을 환대하는지 확인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나그네를 환대하는 것은 바로 신앙 행위였다(창세 18장 참조).
그래서 구약시대에는 나그네가 마을 입구에 도착하면 서로 먼저 모시려고 경쟁을 벌였다. 때로는 손님을 자기 집으로 모시려고 싸움을 벌이는 일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유다인들은 손님이 찾아오면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만나자마자 거리낌없이 끌어안으며 한 가족처럼 환영한다. 손님에게 신분을 묻는 법이 없고 반가움을 전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리고 손님이 아무리 늦은 시각에 방문한다 하더라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주인은 손님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남은 음식 먹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주인의 초대를 받은 손님은 사흘 동안 당당하게 묵어갈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그리고 손님이 다시 길을 떠나려할 때 주인은 더 묵어가기를 간청하는 것이 일반적 풍습이었다.
그리고 손님이 묵던 집을 나와서 길을 떠나도 집주인은 일정 기간 나그네가 가는 길을 보호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신약성서에 보면 예수님과 제자들이 마르타 집을 방문했다(루가 10,38-42 참조). 마르타는 손님 접대를 위해 음식을 장만하느라 분주했지만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 발치에 앉아서 그분 말씀을 들었다.
마르타가 동생 행동에 화를 내는 장면이 있다. 이 성서 말씀을 사람들은 마르타는 세상일에 신경을 쓰고 마리아는 영적 일을 하고 있다고 쉽게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유다인들은 음식을 잘 준비해서 내는 것은 물론 손님과 대화를 하면서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 역시 손님을 접대하는 중요한 일로 간주했다. 그러므로 두 가지 일은 모두 손님 접대에서 꼭 필요한 행동이었다.
오늘날 이스라엘 지역에서 성서에 기록된 손님 환대 모습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팔레스티나 광야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베두인족에게는 옛 손님 접대 풍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옛 유다인들이 손님을 마치 하느님이 보낸 천사처럼 맞이했다고 하는 대목은 깊이 묵상해볼 일이다.
- 서울대교구 허영엽 마티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