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각시(十二覺時)]
覺非覺非覺 각비각비각
覺無覺覺覺 각무각각각
覺覺非覺覺 각각비각각
豈獨名眞覺 기독명진각
깨달음은 깨닫는 것도
깨닫지 않는 것도 아니니
깨달음 자체가 깨달음 없어
깨달음을 깨닫는 것이네.
깨달음을 깨닫는다는 것은
깨달음을 깨닫는 것이 아니니
어찌 홀로 참깨달음이라 이름하리요.
[무념(無念)]
如以念念念 여이념념념
念念非眞念 념념비진념
將眞治妄念 장진치망념
未苦無一念 미고무일념
만일 생각으로써 생각을 생각한다면
생각을 생각하는 것은 참다운 생각이 아니니
참다운 생각으로써 잘못된 생각을 다스리면
괴로움 일어나기 전처럼 한 생각도 없다네.
선사의 그 깊은 깨달음의 세계는 교학선(敎學禪)이였다
조선조 선종사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선사의 깨달음은 우리들에게,
마음의 거울이 대상을 분명히 비추되
평정을 잃지 않는 것처럼, 도거(悼擧)나
혼침( 沈)에 떨어지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선사의 깨침은
“염(念)은 관(觀)하는 지혜라고 설하고 있다.”
염관(念觀)은 어떠한 대상을 따라가지 않는
즉, 삼독심(三毒心)을 증장시키지 않는
지혜의 본바탕이라고 우리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지(知)는 관(觀)을 만드는 알맹이라고 설했다.
지(知)는 적(寂)으로서 고요이며,
고요함마저 없는 빙륜(永輪)이 되어 분별이 고요하여
고요함마저 알지 못할 때가 적(寂)이며,
이 적이 지를 비추(照)는 것이 관(觀)이며
모든 형상이 정념(正念)으로
관조(觀照)함이 깨달음이라고 설파하셨다.
염지각(念知覺)이라는 깨달음의 세계를 구축해 낸 것이다.
- 청매(靑梅, 1548~1623)선사 / ‘十二覺時십이각시’
■ 청매 선사(靑梅禪師ㆍ1548~1623) ■
선조25(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승병장으로 3년 동안 승군을 이끌고 왜군과 맞섰다.
이러한 전쟁 속에서 선사는 전쟁으로 인하여
불에 탄 가람과 땅에 떨어진 승풍을
진작시키고자 깊은 고뇌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해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선사는 크게 발심하고 전남 부안 아차봉 마천대 기슭에
월명암을 짓고 목숨을 던진 수행에 들었다.
선사가 주석한 선실의 이름도 청매당(靑梅堂)이라 붙였다.
매서운 추위 속에 피어나는
매화와 같이 고고한 깨침을 얻기 위함이었다.
선사의 수행의 요체는 염(念), 지(知), 각(覺)이다.
염(念)이란? 주(主)에 반연하는 염이고,
대상을 향하고 있는 겨냥의 염이고,
대상에 굳게 주립하는 주(柱)의 염이며,
지(知)의 염이며, 억념(憶念)이다.
선사는 이러한 억념의 불망실(不忘失)인
유(有), 무(無), 단(斷), 상(常)에 뜻을 둔
주객차별(主客差別:사사(事事)가
무애(無碍)인 법계(法界)의 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을 의미한다.
밝은 거울에 갖가지 형상이 비칠 때,
거울은 대상을 분별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거울 속에 나타난 형상을 소유하지도 않으면서,
갖가지 형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의 수행을 하였다. 이러한 수행에서 얻어진
첫 번째 깨달음의 소리가 ‘十二覺時십이각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