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8일 화요일, 맑음 새벽 4시에 날이 샌다. 자리가 불편하고 불안해서 눈이 떠진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텐트는 일어날 줄 모른다. 폭포가 사람을 부른다. 스코가 포스는 새벽에도 어제 밤과 똑 같이 엄청난 물을 쏟아낸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은 굵고 깔끔하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구나. 레이카비크에서 130k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있는 이 폭포는 골든 서클처럼 레이캬비크에서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남부 아이슬란드의 명소이다. 새벽 폭포는 더욱 청청한 것 같다. 폭포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오른쪽에 있는 층계를 올라간다.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는 20분 정도 올라가야한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스코가포스의 전경과 폭포의 물줄기와 폭포 안으로 둥지를 튼 개들의 서식지도 보인다. 발밑이 허공 위라 좀 무섭다. 폭포를 내려다보니 주변이 산만해서 인지 크게 감동적이지는 않다. 차라리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스코가포스 근처의 지형이 더욱 멋졌다. 탁 트인 전망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스코가포스 근처에 있는 조그만 마을을 다 스코가르 마을이라고 부른다. 스코가포스는 남부지방에서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로 등산루트도 있어 캠핑을 많이 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스코가포스를 앞에 보면서 캠핑을 할 수 있어 많은 캠핑 족들로 붐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캠핑장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초록색 잔디위에 칼라 풀한 여러 가지 텐트들과 주차된 차들이 묘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멀리 우리 차도 보인다. 폭포에서 출발한 물들은 시내를 이루어 굽이굽이 벌판을 흘러간다.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따라 옆으로 길이 나있다. 등산길이다. 언덕을 오르면서 계곡물과 푸른 언덕을 구경한다. 멀리 계곡 건너편에는 설산이 버티고 있다. 또 다른 폭포들이 나타난다. 양떼들도 보인다. 5~6 마리의 양떼가 아침 이슬이 맺혀 있는 풀들을 뜯고 있다. 참 평화로워 보인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또 폭포가 나온다. 하나의 계곡이지만 참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구부러진 산책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제는 계단식 폭포가 나온다. 지겹지 않다. 검은색 현무암 바위와 초록색 이끼들과 키 작은 풀들이 사이에 이름 모를 꽃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계곡물도 정말 생동감이 있다. 올라갈 때마다 다른 모습의 폭포들이 나타난다. 아이슬란드에 있는 모든 폭포들이 여기 다 모여 있는 기분이다. 구멍 난 커다란 바위도 있다. 산행 길에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무더기도 있다. 길에는 길을 안내해 주는 이정표 막대기가 같은 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흰색막대 끝에 파란색이 칠해져 있다. 이 막대기를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꽃이 예뻐 자세히 발밑을 보면 그 모양이나 색깔이 너무 다양하다. 거의 1시간 반을 올라온 것 같다. 그만 내려가기로 했다. 어디가 끝일까 궁금했지만 아쉬움을 남겨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날이 밝아지면서 초록은 더 선명해지고 양들은 더 활달하다. 다시 계단이 시작되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섬들이 보인다. 코끼리 바위도 보인다. 눈 아래 캠핑장에서는 사람들이 움직인다. 우리 차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오전 7시다 거의 2시간 30분을 산행한 것 같다. 캠프장에서 세면을 했다. 깨끗하지는 않다.
스코가포스에서 디르홀레이를 가다보면 아이슬란드의 여러 책자에서 나오는 PLANE WRECK을 만날 수 있다. 1973년 11월 24일 미군의 해군 수송기 DC-3가 Solheimasandur에 불시착한 장소다. 비행기의 형체를 보면 모든 인원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다행히 모든 탑승자가 생존했단다. 사진작가들에 의해 사진 화보집에 실리면서 알려져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고 있단다. 스코가포스를 지나 1번 링로드를 따라가다가 221번 도로 표지판이 나오고 2km 정도 후에 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도로를 타면 볼 수 있다. 차를 몰고 간다. 디르홀레이 간판이 보인다. 디르홀레이는 남부해안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바위 곶으로 120m 높이의 바다로 뻗어나간 인상적인 코끼리 모양의 바위는 남부 아이슬란드의 상징중 하나이다. 또한 아름다운 주상절리 지형으로도 유명하다. 주차장에는 차가 몇 대 있다. 검은 모래해변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고 직접 걸어보는 것도 좋다. 차에서 서둘러 내려 전망대에 서니 레이니스피아라 Reynisfjara 라는 검은 모래 해변이 눈 아래 펼쳐진다. 해변에 우뚝 솟은 바위와 절벽이 눈에 들어오고 멀리 3개의 뾰족한 바위가 검게 보인다. 오른쪽으로 틀면서 뒤돌아서니 멀리 코끼리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정말 멋진 경치들이다. 더욱이 바다와 검은 바위 암벽들이 어울려 멋진 경치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좀더 걸어가니 바다를 향해 커다랗게 구멍 난 모습이 보인다. 화산 폭발 시 암석이 급하게 식으면서 만들어진 구멍 같다. 바위모양도 주상절리로 특이하게 이루어져 있다. 아내는 겁도 없이 그 위로 간다.
주변을 살펴보다가 코끼리 바위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발길을 돌리려는데 코끼리 바위 가까이에 있는 곳에서 젊은 커플이 누드사진을 찍고 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고 그들뿐이다. 날씨는 서늘하다. 카메라에 담아 보려고 셔터를 눌렀지만 워낙 멀리 있어 선명하게 집어넣지 못했다. 망원렌즈가 있었으면 특종감인데 아쉬웠다. 우리도 코끼리 바위가 있는 트레킹 코스로 걸어간다. 절벽과 함께 이어지는 검은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모래사장을 따라 검은 자갈들이 보석같이 쌓여있다. 이 절벽에는 갈매기들과 퍼핀이 살고 있다. 그러나 퍼핀이 멀리 보여 답답하다. 인도 사람을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멋진 풍경에 아내의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바위 절벽은 3층으로 이루어진 듯 선을 갖고 있다. 아내는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간다. 파도와 놀기에는 추워보이는데 그래도 재미있나보다. 암벽 틈새에서 퍼핀을 찾아내고는 보물을 찾은 양 소리친다. 코끼리 바위 가까이 가니 파도 가 거칠고 더 이상 접근하기가 어려워졌다. 돌아서서 다시 나왔다.
이제는 언덕위에 있는 등대를 향해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등대를 향해 펼쳐진 언덕길에 오솔길이 만들어져 있다. 양 옆에는 키 작은 풀들로 가득하고 이끼와 함께 작은 꽃들이 가득하다. 흑백의 얼룩무늬 양들이 우리를 맞이해 준다. 양들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다리에는 털이 없고 몸통에만 털이 수북해 초가지붕을 지니고 다니는 기분이다. 오솔길을 걷다가 지루하면 옆으로 빠져 잔디 위를 거든다. 푹신푹신하다. 언덕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눈 아래 펼쳐진 풍경들이 환상적이다. 바위절벽과 바다와 해변 그리고 초원 그위에 펼쳐진 파란 하늘과 부는 바람이 뭔가 신비롭다.
등대가 보인다. 등대가 있는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는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와 검은 모래 해변이 내려다 보이고 왼쪽으로는 보트가 지나갈 정도로 큰 아치가 있는 코끼리모양의 바위가 보이는 드라마틱한 경치를 감삼 할 수 있고 더 멀리 레이니스피아라의 레이니스드란가르 바위가 기묘한 형태로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닷가를 보니 벼랑이고 벼랑 밑으로 코끼리 바위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가까이 보이는 구멍 난 절벽은 또 다른 모습이다. 흰색 건물에 주황색 지붕 칠을 한 등대에 도착했다. 반대편에서 차를 몰고 올라온 사람들만 보이고 등대에는 사람이 없다. 등대 너머에 서쪽으로 길게 뻗은 해안선은 정말 아름다운 검은 해변이다. 흰색 파도에서 보이는 흰색부터 검게 보이는 바위까지 해변의 색깔은 흰색에서 회색을 거쳐 검은색에 이르는, 색상과 채도가 없고 명도의 차이만 있는 색, 무채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삶들이 보이면 더욱 좋으련만 아무도 없어 외계라는 생각이 든다.
등대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 후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온다. 내려 갈 때는 길을 벗어나 풀밭위로 걸어내려 간다. 푹신푹신하니 걷기에 좋다. 발밑의 작은 꽃들을 살펴보느라 몇 번이고 멈추곤 했다. 한참을 내려간다. 하얀 드레스만 입혀놓으면 아내는 예쁜 신부가 될 텐데,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잘 놀고 이제 간다.
다시 차를 몰고 이제는 레이니스피아라 Reynisfjara 라는 검은 모래 해변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가 놀던 코끼리 바위와 등대 언덕이 이제는 섬이 되어 보인다. 검은 해변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해변을 걸어가니 신기한 동굴이 있고 동굴 주변에 주상절 리가 많이 보인다. 여러 모양으로 보여진다. 유명한 해변 레이니스피아라는 아이슬란드 남부해안에 있는 해변 중 가장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해변이다.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과 크고 작은 작은 돌기둥을 불규칙하게 쌓아 놓은 듯 한 하얀 주상절리 절벽과 만난다. 절벽에는 주상절리 지형이 만든 작은 동굴도 있고 동굴 안에 들어가면 주상절리 아랫단의 거친 단면들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주상절리 절벽이 꼭 괴물의 이빨 같다.
주상절리에는 사람들이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 이곳은 아이슬란드의 국민밴드 시규어 로스의 멤버 욘시가 Go Do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으로도 매우 유명한 곳이다. 저 위에 올라가서 촬영한 장면이 나온다.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동굴 Halsanefshellir도 있다. 잘 못 읽겠다. 해변을 끝까지 걸어가니 이상한 바위들이 길을 막는다. 참 특이하게 만들어진 바위들이다. 구멍도 있다. 구멍 난 암벽으로 바다를 보니 멋지다. 바위들이 날카로워 다치기 쉽겠다.
아내는 바다에 누웠다. 다른 사람들도 누워있다. 가족과 온 사람들, 연인들, 꼬마들까지 사람들이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날씨가 추우니 바다에 들어가는 이는 없다. 아쉬움이 남는다. 주상절리 동굴에 들어가니 재미있다. 육각형의 모양으로 천장을 이룬 모습이 꼭 벌집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바다를 쳐다보면 역광으로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검게 보인다. 시원한 대서양을 마주한 해변과 그림 같은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아이슬란드 의 유명한 관광지이다. 주차장 옆 건물에서 잠시 볼일을 본 후 다시 차를 몰고 간다. 언덕이 나온다. 오르는 중간에 쉬는 곳이 있어 차를 집어넣었다.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는 멋진 장소다. 이어서 차들이 들어와 먼지를 일으킨다.
우리 차는 언덕을 넘어간다. 오른쪽에 경사진 사늘 끼로 내려가는데 예쁜 마을 ,Vik이 보인다. 아이슬란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마을 비크,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이다. 언덕에 있는 교회는 붉은색 지붕에 하얀 색이 빛이 나는데 초록색 언덕위에 세워져 있어 달력 사진이다. 차를 몰고 가 중심지에 있는 식당 공터에 차를 세웠다. 언덕에 있는 교회를 등지면 바다가 보인다.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리면 바다위에 우뚝 서 있는 현무암의 기묘한 바위들을 볼 수 있다. 2명의 트롤이 3개의 돛이 달린 배를 끌고 해안으로 오다가 동이 트자 햇빛을 받아 모두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바위 레이니스드란가르이다. Reynisdrangar 라는 만이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신화나 전설은 연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둥, 한이 맺혀 돌이 되는 그런 얘기가 많은데, 아이슬란드 전설은 죄다 북유럽과 이곳 아이슬란드는 트롤들이 해 뜰 때 아차차~ 하다가 돌이 된 이야기들이다. 언제 한번 북유럽 신화, 전설도 읽고 싶다. 해변으로 걸어가니 참 아름답다. 자갈돌이 펼쳐져 있고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진다. 보라색 꽃이 여기도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다. 찾아보니 Lupine 이라 불리는 꽃이다. 라벤더 느낌을 주는 것이 정말 많다. 링로드를 달리다 보면 까만 흙에 보라색 꽃밭이 엄청 길게 이어진다. 이 꽃은 뿌리를 많이 내려 흙이 떠내려 가지 못하게 단단히 잡아준다고 한다. 만화영화 드레곤 길들이기의 배경이 되었다는 바다를 거닐다가 돌아섰다. 식당 옆에는 옷가게도 있다. 구경삼아 들어가 본다. 털모자, 장갑, 쉐터 등 주로 양모제품이 많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다시 링로드를 달려 동쪽으로 간다. 기후가 이상하다. 햇빛이 쨍쨍했는데 정면에서 검은 비구름이 가득히 몰려온다. 약간 무섭다. 앞에는 검은 비구름 뒤에는 파란하늘에 흰 구름,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드디어 비가 엄청 내리기 시작한다. 브러쉬를 최고속도로 해도 버겁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잠시 속도를 늦춘다.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비구름 속을 벗어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3가지를 물어보지 말라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내일 날씨 어때요?“ 란다. 다른 두 가지는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살다보면 알 게 되겠지......... 한 바탕 소란을 피우고 지나간 폭우에 이어지는 파란 하늘과 초록은 더욱 선명하다. 길옆에는 검은 돌 위에 이끼들이 두껍게 덮여 있어 보기가 특이하다. 꼭 외계의 모습 같다. 달리다보니 오른쪽에 또 시원한 폭포가 우리를 반겨준다. 하얀색 폭포가 초록색 벌판으로 까만색 절벽에서 경쾌하게 떨어진다.
이제는 빙하지역으로 들어섰다. 바트나요쿨 국립공원이다. 바트나요쿨 국립공원은 만년설 빙하로 유명하다. 빙하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규모로 8100㎡로 상상도 되지 않는 광대한 빙하지역으로 2008년에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빙하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바트나요쿨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저 멀리 스카프타펠 빙하가 눈에 보이지만, 도로를 달려도, 달려도 거리가 그렇게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금방 도착할거 같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여름휴가시즌에 빙하 트레킹으로 유명한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입구에 들어서니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차들이 많다. 주차를 하고 비지터 센터에 간다. 그런데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모두 트레킹을 하러 간 모양이다. 산악자전거, 빙하트레킹, 보트 투어 등 다양한 투어상품이 있다. 빙하트레킹이 가장 인기가 많은데 아이들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트레킹이란다. 여러 가지 트레킹 코스 중, 원하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성수기에는 예약이 필수란다. 투어를 신청하면 등산화, 아이젠, 곡괭이가 제공된다. 현무암 지대로 이루어진 폭포도 볼 수 있다.
우리는 가장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빙하를 보고 오는 것이다. 빙하는 빙산이랑은 다르다고 한다. 빙하는 강처럼 중력에 의해서 강처럼 아주 조금씩 흐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지형이라고 한다. 아내와 가장 짧은 3.8km, 빙하를 보고 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걷기에 불편한 자갈밭 길이다. 뉴질랜드 남 섬에서 만난 폭스 빙하를 만나러 가는 길과 거의 같다.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이 가는 가족이 있다. 꼬마가 아주 잘 걷는다. 힘들다고 찡얼댈 것 같은 나이인데 아주 용감하다. 빙하에 가까이 도착해 보니 빙하 녹은 물이 잔잔히 펼쳐진다. 그 물에 여러 개의 얼음 덩어리가 움직이지도 않고 떠 있다. 건너에는 흙먼지에 검으티티 한 빙하가 버티고 있다. 호수는 회색 물에 움직임이 없어 기름 호수 같다. 더 이상 갈 수 없어 돌아섰다. 많이 걸어왔는데 보이는 것은 좀 보잘 것 없다. 그래도 빙하를 봤으니 돌아가야지. 혼자라면 좀 심심할 길을 걸어온다. 비지터 센터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제법 많다. 서로 다른 트래킹 코스를 다녀 온 것이다. 우리는 차를 몰고 나왔다.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을 왼쪽으로 하고 또 링로드를 달려간다. 작은 주차장에 차들이 멈춰서 있어 우리도 차를 세웠다. 사람들이 언덕 위로 올라간다. 차에서 내리니 바람이 차다. 춥다. 담요를 뒤집어 쓰고 나섰다. 언덕을 올라서니 엄청난 풍경이 펼쳐진다. 유빙 호수다. 요크살론 유빙이다. 맑은 물에 흰 얼음덩어리가 둥둥 떠 있다. 호수보다 얼음 덩어리가 더 많아 보인다. 파란색 속살을 드러낸 유빙도 보인다. 자세히 보니 그 사이에 작은 보트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환상적이다. 멀리에는 검은 거친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작은 투어 배가 위태로워 보인다. 바람이 분다. 춥다. 옆에 있는 언덕을 올라가 보니 더욱 훤하게 펼쳐진다. 바람에 쫓겨 언덕을 내려 왔다. 호수로 가 보았다. 눈앞에 유빙들이 떠 있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아내는 추위도 잊고 즐거워한다. 아이슬란드는 마법과 같이 아름답다. 격심할 정도로 매력저긴 나라다. 오래된 지형을 탐방하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감각을 맛보게 된다. 또 시간을 좀 더 달리면 계절에 관계없는 절경들이 펼쳐진다. 코너를 돌때마다 모험이 있다.
요쿨살론, 베트맨 비긴즈와 007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를 찍은 장소로도 유명한 관광지로 어나바트나요쿨 국립공원에서 흘러온 빙하들이 떠내려 오는 곳이다. 지나가는 다리에서 빙하를 볼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빙하를 단순히 구경하는 것도 아름답지만 수륙양용 보트를 타고 가까이에서 체험해 보면 빙하의 아름다운 파란색을 볼 수 있다. 빙하가 파란 색깔을 내는 이유는 빙하의 얼음이 압축되어 햇빛이 투과되지 못하고 반사되어 나오는 빛이 우리 눈에는 파란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다시 차를 타고 가니 바로 다리가 나온다. 우리는 차를 오른쪽으로 돌려 바닷가에 세웠다. 다리 밑으로 빙하가 흘러 나와서 바다로 들어간다. 바다로 들어가는 커다란 유빙들이 슬퍼보인다. 커다란 유빙은 흘러가기 싫어 강을 막고 버티고 있다. 아내와 바다가로 걸어가니 많은 유빙 조각들이 백사장에 올라와 있다. 손에 들고 기뻐한다. 커다란 유빙에 올라가 사진도 찍는다. 여기가 아니면 체험해 볼 수 없는 일이다. 멀리 바다를 보면 여러 개의 유빙들이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 간다. 파도에 흔들리는 유빙들은 모양도 다르고 느껴지는 힘도 다르다. 사람들은 참 즐거워한다. 꼬마들이 제일 신났다. 얼음에 올라갔다가 내려 올 떼 물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바람은 차지만 추운 줄 모르고 놀았다. 백사장은 검은 모래로 푹푹 빠져 걷기에 불편하다. 다리 밑에 막힌 얼음덩어리가 흘러나오는 물의 힘에 밀려 힘들게 돌아 빠져나온다. 사람들은 모두 고함을 친다. 물살이 제법 쌔다. 참 신기한 세상이다. 구영하다보니 벌써 밤 9시가 되어간다. 차를 몰고 간다. 이제는 숙소를 찾아봐야겠다. 링로드를 달리다가 호픈이라는 마을로 들어갔다. 동네가 조용하다. 주유소가 있고 그 옆에 호픈 lnn dl 있다. 들어가 물으니 방이 없단다. 오늘은 그렇다치고 내일이라도 숙소를 잡아야 할 것 같아 lnn에 들어가 wi-fi를 부탁했다. 친절하게 번호를 알려주었다. 컴퓨터를 꺼내 내일 숙소를 찾아 예약을 시도했으나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다. 한국으로 전화를 햇 컴퓨터 일자를 변경했다. 힘들게 예약을 했다. 기분이 좋았다. 오늘 밤도 차에서 자기로 했다. 3일째다. 얼굴에 수염은 자라고 세면을 못해 꺼칠하다. 몸도 무겁다. 바람은 차고 춥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전기 불 빛 만 까만 밤을 지킨다. inn 앞의 주차장에서 우리는 히터를 켜서 온기를 만들고 잠을 청한다. 우리는 불쌍한 부자다. 웃음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