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녘은 개나리 진달래 등 온통 꽃물결로 넘실
지금 남녘 곳곳에는 온통 꽃잔치가 열렸습니다. 눈길 닿는 곳, 발길 가는 곳마다 빨강, 하양, 노랑, 분홍, 보랏빛 꽃들이 큰 잔치를 열어놓고 환하게 웃으며 옷소매를 마구 끌어당깁니다. 이 곳 저 곳, 어느 한 집이라도 빠뜨릴 수 없어 어느 잔칫집부터 먼저 가야할 지 정신을 차라기조차도 힘이 듭니다.
이 담장을 기웃거리면 동백꽃이, 저 담장을 기웃거리면 매화꽃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백목련과 자목련이, 잠시 어지러워 길바닥에 쪼그리고 앉으면 개나리와 진달래와 배추꽃이, 뒤를 돌아보면 앵두꽃과 명자꽃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벚꽃이 활짝 웃으며 '어여와 어여와' 손짓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며 억지 주장을 하고, 역사교과서를 제멋대로 왜곡해도, 앞을 다투어 마구 피어나는 꽃들은 '제발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 좀 하지 마'라며 호호 하하 비웃는 것만 같습니다. 양양과 고성에 큰 산불이 나고, 미 8군이 한국 군무원 1천명을 감소한다고 해도, 꽃들은 이에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더욱 진한 색과 향기를 마구 뿜어내는 것만 같습니다.
| | ▲ 동백, 핏빛처럼 붉은 꽃빛과 노오란 꽃술이 너무도 진하고 아름답습니다. | | ⓒ2005 이종찬 | | 올해는 유난스레 초봄까지 내린 함박눈 때문에 빠알간 몽우리를 몇 번이나 열고 닫으며 속앓이를 하던 동백이 마침내 빨간 가슴을 활짝 열었습니다. 오랜 고난과 기다림 끝에 기어이 피어나서 그럴까요. 핏빛처럼 붉은 꽃빛과 노오란 꽃술이 너무도 진하고 아름답습니다. 마치 긴 수난을 겪은 끝에 활짝 피어나는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엿보는 것만 같습니다.
| | ▲ 창원시 사파동 비음산 가는 길목의 매화농장에는 매화꽃이 함박눈처럼 휘날리고 있습니다. | | ⓒ2005 이종찬 | | 제가 살고 있는 창원시 사파동 뒷산, 비음산으로 올라가는 조그만 오솔길 옆에는 매화농장이 하나 있습니다. 그 농장 아래 양지 바른 곳에 홀로 선 설중매는 올 1월 1일에 꽃을 피웠습니다. 하지만 그 농장에 빼곡히 들어선 매화나무는 이제나 저제나 아무리 기다려도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근데, 지난 3월 말 한차례 서설이 내리고 나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는 듯이 하얀 꽃을 주렁주렁 매달았습니다.
| | ▲ 하얀 목련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가슴이 마구 떨립니다. | | ⓒ2005 이종찬 | | 비음산 기슭 다랑이밭 들머리에는 해마다 봄이면 가장 먼저 꽃을 피우던 목련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근데, 그 목련나무가 학교 공사 때문에 지난 가을에 베어진 뒤부터 행여 올해는 목련꽃을 보지 못하고 봄을 보내는가 싶어 조바심을 쳤습니다. 그래서 지난 3일(일) 목련꽃을 찾아 나섰다가 집에서 조금 떨어진 이웃집 뜨락에서 하얀 꽃을 피워낸 목련나무를 보았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마구 떨렸습니다.
| | ▲ 자목련도 하얀 이를 드러냈습니다. | | ⓒ2005 이종찬 | | 첫사랑의 그날처럼 하얗게 피어난 백목련이 아름다워 보입니까? 붉은 입술 속에 하얀 이를 드러낸 자목련이 더 아름다워 보입니까? 저 고운 꽃을 두고 어느 꽃이 더 아름다워 보이느냐고 묻고 있는 제 자신이 참으로 어리석어 보입니다. 하긴, 멀쩡한 사람을 두고도 쓸데없는 잣대를 들이대며 이리저리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이 사람의 못된 속내인 것 같습니다. 제발 올해에는 저 목련꽃을 바라보며 그런 잘못된 속내를 훌훌 털어버려야만 하겠습니다.
| | ▲ 식모살이 떠난 누이의 부황 든 얼굴처럼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 | | ⓒ2005 이종찬 | | 길가에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를 바라보면 어릴 적 울며 불며 식모살이를 떠나던 누이의 부황 든 얼굴이 떠오릅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그 누이가 떠나던 길목에 개나리가 누이의 부황 든 얼굴처럼 마구 피어났지만 그 누이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누이는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요. 개나리가 피어날 때면 문득문득 그 누이의 눈물 글썽한 눈동자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 | ▲ "가시는 걸음마다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 | ⓒ2005 이종찬 | | 지난 5일(화) 식목일 아침, 동읍 석산마을에 있는 부모님 산소를 찾았습니다. 산소 주변에 감나무와 더덕나무도 싶고 무덤가에 웃자란 잡풀도 뽑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날, 부모님 산소로 올라가는 오솔길 옆에는 연분홍빛 진달래가 여기저기 수줍게 피어나 있었습니다. 그 진달래는 어릴 적 부모님께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씨를 뿌리던 그 다랑이밭, 밭둑 곳곳에 활짝 피어난 그 진달래처럼 보였습니다.
| | ▲ 봄동이 어릴 적 추억 같은 노란꽃을 매달았습니다. | | ⓒ2005 이종찬 | | 지난 겨우내 밭에 바짝 엎드려 봄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봄동들이 마침내 연초록 대를 쑥쑥 밀어 올려 노오란 꽃송이를 여기저기 피워내고 있습니다. 배추꽃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어머니의 못 박힌 손이 떠오릅니다. 그때 내 어머니께서는 저 노오란 배추꽃이 달린 봄동을 꺾어 상큼한 나물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아나! 이 꽃은 병에 꽂아 책상 위에 올려놓으려무나'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귀에 쟁쟁합니다.
| | ▲ 밥알처럼 하얗게 피어난 앵두꽃 | | ⓒ2005 이종찬 | | 앵두나무가 가지마다 밥알 같은 하얀 꽃잎을 매달았습니다. 앵두꽃을 바라보면 어릴 적 우물가에 꼭 한 그루 있었던 그 작은 앵두나무가 떠오릅니다. 그때에는 저 하얀 앵두꽃이 하루속히 빨리 지기만을 빌었습니다. 가지마다 빨간 앵두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앵두꽃이 이렇게 예쁜 줄도 모르고 우물물을 긷던 두레박에 하얗게 빠진 앵두꽃을 퍽이나 미워하곤 했습니다.
| | ▲ 누가 이 꽃의 이름을 명자꽃이라 지었을까요? | | ⓒ2005 이종찬 | | 명자꽃을 바라볼 때마다 이웃집에 살았던 명자 누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학교 가는 길에 가끔 마주치기도 한 그 누나는 정말 명자꽃처럼 입술이 붉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나는 그해 자기네 집 울타리에 핀 그 명자꽃이 질 무렵 어디론가 이사를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듬해부터 그 집 울타리에서는 명자꽃이 더이상 피지 않았습니다. 그 집에 이사를 온 사람이 명지꽃 울타리를 모두 없애고 탱자나무를 심었기 때문입니다.
| | ▲ 올해는 벚꽃이 늦어 진해군항제도 축제 사상 처음으로 11일(월)까지 연장했다고 합니다. | | ⓒ2005 이종찬 | | 올해는 벚꽃이 유난히 늦게 피어납니다. 지난 달 30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남녘의 대표적인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도 오는 11일(월)까지 연장이 되었습니다. 올해로 43번째를 맞는 진해군항제 행사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긴, 벚꽃이 없는 진해군항제는 앙코 없는 진빵이나 다름없지요. 지난 해 이맘 때쯤이면 벚꽃이 거리마다 함박눈처럼 하얗게 휘날렸겠지만 때늦은 벚꽃은 이제야 꽃망울을 톡톡 터뜨리고 있습니다. 늦게 피는 벚꽃이 훨씬 더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 [자료출처 : http://www.ohmynews.com] |
첫댓글 봄을 마음껏 즐기다 갑니다....
꽃 구경 잘 하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
구경 잘 하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