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 도서관 이야기가 아니다. 인구가 많기로 소문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노원구 공공도서관 이야기다. 도서관하면 대출반납 서비스, 독서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 연관되어졌지만 세월을 거듭할수록 도서관의 이미지도 바뀌도 있다. 특히 AI(인공지능)의 계발로 사람들이 하던 일을 이제 기계가 하고 있다. 도서관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대출반납하는 서비스는 이제 똑똑한 장비가 거뜬히 해 내고 있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려 가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노원구 구립도서관은 오래전부터 '사람 중심' 공공 도서관을 표방하며 남다른 시도를 해 오고 있다. 노원구 구립도서관 또한 덴마크형 모델을 모방했지만 지금은 한국형 공공도서관 모형을 새롭게 구축해 가고 있다.
전국 최초로 상설 사람책 도서관(휴먼라이브러리)을 개관했으며 도서관 인프라를 도서관 플랫폼으로 전환시킨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인프라는 도로나 항만처럼 시설 위주의 구축 사업인 반면에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구분없이 사용자 중심의 변화무쌍한 시대에 즉각 사용 용도를 변경할 수가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람책'은 종이나 활자 중심의 책만 생각한 기성 세대에게는 놀라운 혁신 중의 하나였다. 현재 강릉에서도 '날다학교'를 중심으로 '사람 책'을 빌리고 빌려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인적 자원만 충분히 연결된다면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두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독자가 되기도 하면서 독자 스스로가 사람책이 될 수도 있다.
노원구 구립도서관은 급변하는 시대, 책을 달가워하지 않는 세대,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책을 읽어주는 사람 '리딩인'을 양성하여 요양원, 돌봄교실, 새터민, 다문화 등 읽기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을 직접 찾아가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소기의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리딩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책 읽기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기적으로 책 꾸러미를 배달해 주는 '북스타트'도 '찾아가는 서비스'의 일종이다. 도서관의 벽을 허물어가고 있으며 다양한 계층이 즐겨 찾는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시도가 없다면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도서관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1931년 근대도서관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랑가나단은 인도에서 도서관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5법칙을 만들었다. 도서관은 사람을 중심으로 서비스하여야 한다, 공공도서관은 주민이 요구하지 않아도 필요한 책에 대한 요구를 조사하여 책을 구비하고,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이 도서관을 찾아오지 않으면 찾아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독서취약계층 등 형편이 어려운 주민을 위해서 찾아가서 서비스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6)
노원구 구립도서관은 '랑가나단'의 5법칙을 그대로 시행하고 있는 도서관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필요가 있을까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 서비스의 정신이 어때야 하는지 한 마디로 보여주는 법칙이다.
"사람 중심, 요구하지 않아도, 찾아 서비스하고, 찾아오게 하는,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는" 이 다섯 가지 정신만 새기더라도 공공 기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학교도서관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