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란의 영화감독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대표작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는 아름다운 영상만큼이나 시적인 제목으로 인상적인데, 이 제목이 실은 이란의 여성 시인 포루그 파로흐자드의 시에서 따온 것이라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되었다.
포루그 파로흐자드는 이란에서 잘 알려진 여성 시인이며 그녀가 만든 단 한 편의 영화는 키아로스타미를 비롯한 이란의 뉴시네마를 이끈 영화감독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의 빛나는 재능은 여느 천재적인 여성들이 그러했듯 개인의 삶에 있어서는 축복이 아닌 불행과 연결됐던 것으로 보인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른 나이에 감행했던 결혼은 실패로 이어졌고 이혼 여성이 시를 통해 발산한 강력한 목소리에 보수적인 이란 사회는 공개적인 반감과 비난으로 일관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그녀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운명을 마감한다.
그녀의 삶에 비추어 볼 때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는 시구는 바람으로 비유한 절대적인 존재나 운명에 자신의 신산한 삶을 의탁하고픈 마음을 드러내는 듯하다. 그런데 이 시구를 되뇌어볼 때마다 비슷한 성경 구절 하나가 늘 떠오른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요한 3, 8)는 말씀이다. 두 구절 모두 인간의 실존이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어떤 절대적인 힘에 의해 이루어짐을 믿고 받아들이고 의지하고 있다.
천재 여성 시인의 삶이든, 그 누구의 삶이든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살아가는 이는 드물 것이다. 설령 자신이 기획하고 주도한 목표를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내가 꿈꾸었던 욕망은 현재의 나와는 늘 어긋나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내일의 소망으로 간절했던 기도는 차츰 이렇게 변해간다. ‘성령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