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자기의 주무기에 따라 상하 또는 좌우 승부를 결정한다. 보통 상하로 승부하는 투수는 큰 커브를 가지고 있어 커브 높이의 높은 직구를 던지고 그 다음 바깥쪽 낮은볼을 찌르는 등 주로 대각선 승부를 한다. 반면 좌우를 중시하는 투수는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을 앞세워 좌우 양코스를 이용하는 투구로 승부한다. 여기에서 양쪽 모두 중요한 점은 몸쪽볼을 이용한 상하승부를 얼마나 하느냐이다.
기아 선발 최향남은 예전에는 큰 커브를 주로 던지고 높은 볼과 낮은 직구로 승부하는 상하형 투수였다. 그러나 이날은 컷패스트볼과 작은 슬라이더를 기본으로 간간이 몸쪽볼을 찔러 5회까지 박경수에게 슬라이더로 2안타를 맞은 것 이외는 완벽에 가까운 좌우 승부를 했다.
반대로 1회말 2사1?2루에서 긴급 구원등판한 LG 신윤호는 5회말 1사3루까지 3안타 3실점하면서 강판당했다. 이날 신윤호는 작은 슬라이더와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이라는 좋은 볼이 있었다. 그러나 이 공을 살리는 몸쪽볼이 전혀 없었던 것이 최향남과의 차이점이었다.
신윤호는 4회까지 카운트볼, 승부구를 모두 변화구(46개중 29개)로 던졌다. 4회말 무사1루에서 마해영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은 공도 볼카운트 2-1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는 체인지업이었다. 마해영은 2구째 슬라이더를 노리다가 파울볼 미스를 범했으나 노림수는 분명히 변화구였다. 그렇다면 2-1에서 한 개 정도는 빠른 직구로 가슴높게 던져 헛스윙 또는 범타를 유도하던지,또는 볼이 되더라도 5구째를 외곽 낮은 변화구로 승부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LG타자는 최향남의 몸쪽직구 때문에 바깥쪽 변화구에 공격적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반면 기아타자는 몸쪽직구가 없는 신윤호의 바깥쪽 변화구를 과감하게 공략하는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이처럼 투수는 그날 투구에 대한 기둥을 세우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줄기를 만드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스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