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누르고 속을 천천히 숙성시키는 사내라니,
그에 대한 경이와 동경이 내 안에서 뭉클 차올랐다.
거절당해 쓰지 못한 사랑의 에너지를
사람들은 무엇으로 승화하거나 연소할까.
아내에게 애인이 생긴 걸 안 고로는
어린 남매,쥰과 호타루만 데리고 고향인 홋카이도로 떠난다.
하지만 그는 차창을 스쳐가는 풍경에 취하며
소풍이라도 가는 듯 평온하다.
고향에 남은 건 산 속의 외딴집,오두막 뿐이다.
그 집에는 전기도 수도도 없다.
쥰은 지붕이 뚫리고 벽이 떨어져 나간 집에서 어떻게 사냐며
투덜댄다. 고로는 태연하게 다 그렇게 살며 큰다 한다.
불평이 통하지 않자 쥰은
아버지가 우리 남매를 죽이려 작정을 한 거라고 호타루에게
소리친다.
개울에서 집수리에 쓸 물을 퍼 나르고 계곡에서
돌을 골라오는 일은 남매의 몫이었다.
일에 치인 쥰이 도쿄로 도망가자고 꼬득일 때마다 호타루는
새,청솔모,사슴,여우가 있는 아버지의 고향이 좋다한다.
실은 다른 남자와 미용실의 뒷방에서 딩굴던 어머니를
다시 볼 용기가 없는 거다.
아홉 살임에도 철이 든 호타루는
고로의 야근이 취소된 날 밤, 미용실에 딸린 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본 광경을 오빠에게 말하지 않는다.
수리도 끝나 집이 안정되자 고로는
후라노 시의 술집에서 일하는 어린 여자와 어울린다.
소풍에 따라온 여자를 준이 더럽다 하자 고로는 정색을 하며 화를 낸다.
어떤 일을 하든 사람은 평등하고
술집 여자도 그네들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한다.
쥰이 아비의 말을 이해할 턱이 없지만 고로는 하고 만다.
이 대목에서 나는
고로가 분별에서 이미 자유로운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아내의 외도로 겪는 마음의 고통은 생을 관통하는
여러 아픔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현실에서도 무수한 고로를 본다.
기차역의 에스컬래이드에서,
대합실과 플렛폼의 이곳저곳에 서 있는 군중의 뒷모습에서 본다.
저 순한 등들이 혹여
자신의 결핍이나 상처를
타인에게 되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가만히 본다.
매일 마음을 다치고 조용히 치유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서글픔과 생의 동력이 뒤섞인 아름다움을 본다.
저 긍정의 뒷방에는
상처들을 홀로 곰삭여굳힌 화석이
하나 쯤은 있지 않을까하면서.
첫댓글 일드가 일본드라마군요. 작가인 줄 알았습니다. ㅎ
대개는 숙성되지 않고 곪겠지요.
그런가요?
곪으면 통증이 심하잖아요.
아프지 않으려 노력하는 거지요.
위의 제대하는 글
재미있었습니다.
'일드' 가 뭔지 궁금했네요.
日drama 란 걸 알았습니다.^^
세상에는 하 많은 사람이 있고
각각 색깔도 어지럽게도 많습니다.
많고 많은 사건과 일에 시달리면서
사랑도 찾고 있지요.
요즘은 창작이라는 명목 아래
특별난 가상도 많고...
어지러운 세상에
제 정신으로 살기도 어렵네요.
제대로 가기 위한
수필방 여러분의 노고를
서로가 지켜 주면서,
댓글에서도 힘을 보태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언님,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국 드라마는 중드 라
합니다.
댓글을 열심히달아야 하는데
여러모로 주춤거렸습니다.
여러 생각이들어서요.
잘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이만큼 살아온 이라면
가슴에 화석 한 조각 없는 사람이 없을겁니다.
생존은 그런걸 다 버텨내지요.
네 버텨낸 거지요.
누구나 다요.
변변찮은 글입니다.
댓글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화(火)를 누르고 속을 천천히 숙성시키는 고로의 삶, 그리고 그를 통해 길 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순한 등들을 바라보시는 시선이 너무나 따뜻합니다.
보통의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깊은 위로의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따뜻하게 봐 주셔 감사합니다.
저에게 주는 위로가 태반일
겁니다.
요즈은 생각이 뒤죽박죽
정리가 잘 안 됩니다만
내 생각을 타인에 비추는
면이 있으니까 싶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제 삶을
반추해보는 때가 자주 있지요.
일드는 우리 정서와 비슷한 면도
많겠지요?
저는 듣기연습차 미드를 주로 보는데
그들의 정서를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참 많습니다. ㅎ
저는 미국 사람들의 행동이
너무 이상해서 미국 극을
못 봅니다.
그 마음들을 이해할 수 없던데요.
마음자리님께서는 미국에
오래 사셨는데 저와 같으시네요
ㅎㅎ
저는 일본 드라마는 잘 안 보는데 소개 해 주신
'북쪽 고향에서' 제 취향에 맞는것 같아
추천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일본 드라마가 과장이
심해서 어지간해서는 안
봅니다.
그런데 요즘은 바뀌더군요.
한국 드라마같이 만든다네요.
자연스럽게 한다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