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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79
S#1. 어느 길 (*78회 엔딩씬에 이어지는)
난정과 능금, 서로를 매섭게 쏘아보고 섰다.
난정 : (냉소) 옷이 날개라드니 능금아, 네 그리 차려 입으니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구나!
능금 : (가시 돋힌) 난정아, 넌 하나도 변한게 없구나! 고작 승후관 따위의 첩년주제에 깜냥없이 설치고 다니는 꼬라서니를 보니!
난정 : (인상 북) 뭐라?!
능금 : (만만치 않게 보며) 왜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느냐?!
난정 : (쏘아보는) 네 아직 속이 덜 익은 철부지로구나!
능금 : (노려보는) 뭐야?!
난정과 능금의 눈빛이 부딪치며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데.
장대인 : (버럭) 능금아!
능금 : (돌아보는)..
장대인 : 네 그 무슨 무례한 말뽄새더냐?!
능금 : (고개를 돌려 시선을 휙-피하는) ..
장대인 : (분위기 누그러뜨리듯) 허허, 부인께서 넓으신 아량으로 능금이의 무례를 용서하시지요!
난정 : ..장대인께서 대국으로 건너가셨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소이다.
장대인 : 조금전 도성으로 들어왔소이다. 예서 이럴게 아니라 술벗끼리 오랜만에 조우했으니 술 한잔 하시지요.
그동안 밀린 얘기라도 나눌겸해서요.
난정 : 지금은 볼일이 좀 있으니 밤에 장통교 기방으로 오시지요.
장대인 : 아, 장통교 기방?! (농조) 그렇지 않아도 그 야리야리한 매향이가 보고 싶었던 터이올시다. 그리하시지요!
난정, 장대인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능금을 날카롭게 보다가 몸을 돌려간다.
능금, 가는 난정의 뒷모습을 쏘아보는데.
장대인 : 장사꾼은 함부로 속내를 드러내어서는 아니된다고 그리 일렀거늘!
능금 : (삭이는)...
장대인 : 가세, 장서방.
장서방 : 예. (교꾼들에게) 가자신다!
장대인을 태운 사인교가 떠나면 능금, 그 뒤를 따른다.
난정, 가다가 멈춰서서 장대인과 능금의 뒷모습을 휙-돌아본다.
난정(E) : (심상치 않게 보며) 능금이의 눈빛이 변했음이야! 변해서 돌아왔어! (돌아서 간다)
S#2. 편전 앞 마당
석고대죄를 하고 있는 윤비.
윤비, 강렬한 눈빛으로 앞에 앉아있는 중종을 뚫어지게 본다.
자순대비, 조상궁의 부액을 받으며 편전에서 나오다 멈춰서서 윤비를 본다.
중종 : (윤비를 내려다 보며) 중전, 그 무슨 말씀이오?! 중전을 폐서인 시켜 사가로 내친 연후에 사약을 내려달라니?!
윤비 : 전하, 앞으로 조정뿐 아니오라 왕실에서까지 신첩을 폐서인시키라는 주청이 빗발칠 것이옵니다!
그리되면 신첩은 전하께오서 정사를 펼쳐나가시는데 전하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것이옵니다!
그리될 바에 차라리 신첩 스스로 교태전에서 물러나고자 하옵니다!
중종 : 허면 중전께선 스스로의 죄를 자인하는 것이오?!
윤비 : 죄를 자인하다니오?! 신첩은 대군을 낳지 못한 죄밖에 없사옵니다! 하오나 신첩, 구차하게 신첩과 오라비들의 구명을
간청하느니 차라리 사약을 마시고 죽음으로 대군을 생산치 못한 죄를 씻고자 하옵니다!
중종 : (버럭) 중전! 지금 과인에게 선수를 치시려는게요?!
윤비 : 전하, 어찌 신첩의 말뜻을 그리 새기시옵니까?!
중종 : 중전은 장차 중전이 생산하실 대군으로 대통을 잇게 하고자 세자를 폐하려는 처남의 역심에 동조하신 일이 없단 말이요?!
윤비 : 역심이요?! 지금 역심이라 하시었사옵니까?
중종 : 처남의 역심이 만천하에 드러날것이 두려워 중전께서 과인에게 선수를 치시려는게 아니냐 이 말이오?!
윤비 : (보는) 전하...?!
중종 : 처남이 역심을 품고 있음을 토설하였는데도 시치미를 잡아떼실 작정이오?!
윤비 : 전하, 신첩의 오라비는 금부에 끌려와 사흘 밤낮으로 가혹한 문초를 받았사옵니다!
항우장사라 한들 어찌 참혹한 문초를 버틸수 있었겠사옵니까?!
중종 : 허면 처남이 거짓 자복을 하였단 말이오?!
윤비 : 전하! 천하를 꿰뚫어 보시던 혜안이 어찌 흐려지신겝니까?! 부디 깊이 살피시고 널리 보시옵소서!
중종 : 중전과 처남들에게 죄가 있다면 과인은 중전이 청하지 않으시어도 엄중한 죄를 물을 것이요!
허니 지금은 석고대죄를 그치고 물러가시어 하회를 기다리시오!
윤비 : 신첩, 그리는 못하옵니다!
중종 : 뭣이라?! 지금 과인의 명을 거역하겠다는게요?!
윤비 : 신첩은 이 자리에서 전하의 처분을 기다릴 것이옵니다!
중종 : 중전! 사방에 보는 눈이 있소. 어서 교태전으로 돌아가시오!
윤비 : 볼테면 보라지요! 신첩은 신첩과 신첩 오라비의 죄상이 명백히 가려질때까지는
목숨이 붙어있는 한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전하!
중종 : (울그락불그락 하여 쏘아보는)..!
윤비 : (강렬하게 마주보는)...
자순대비(E) : 허, 어찌 저럴수가 있을꼬?!
중종 : (윤비의 눈빛에 불편한 신음을 토하며) 허면 중전 마음대로 하시구려!
허나 처남의 대역죄에 중전께서 티끌만큼이라도 연루되었음이 입증된다면
과인은 중전에게 엄중한 죄를 물을 것임을 명심 하시오! (몸을 휙- 돌려 편전으로 들어가 버린다)
윤비 : (시선을 돌려 자순대비쪽을 강렬하게 보는)...
자순대비 : (곱지 않게 보다가 몸을 돌려 가버린다) ...
윤비 : ...
S#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경악한 눈빛으로 방문 앞에 서있는 금이를 본다.
남곤과 심정, 금이를 놀란 눈으로 본다.
경빈 : 뭬야?! 중전께서 강녕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드리신다?! 그 말이 참이더냐?
금이 : 예, 그 일로 전하의 진노가 하늘을 찌르신다 하옵니다.
남곤 : 허어, 윤승후관이 역심을 품은 일을 토설한 판에 중전마마께오서 석고대죄를 드리시다니?!
심정 : 마마, 이는 중전마마께오서 죄를 자인하신게 아니옵니까?
경빈 : (끄덕이며) 예, 그리 비칠수도 있지요!
남곤 : 마마, 지금도 늦지 않으셨사옵니다. 판부사와 희락당대감과 합세하심이...
경빈 : (버럭 연상을 쾅-치며) 대감, 그 입 다무세요! 다무세요! 어찌 한치 밖에 못 보십니까?!
남곤,심정 : (찔끔하는)..!
경빈 : (신경질적으로) 이사람 앞에서 윤임이와 김안로와 손을 잡으란 말씀은 두 번 다시 꺼내지 마세요! 아시겠습니까?!
남곤,심정 : 황공하옵니다.
경빈 : 중전께서도 반드시 무슨 생각이 있으신 겝니다! 생각이!
남곤,심정 : ...
경빈 : (남곤과 심정을 보며) 대감들께선 조정 돌아가는 사정을 놓치지 마시고 상세히 알아보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중전이 폐서인 되시는 불상사는 막아야 될 것입니다.
남곤 : 예, 하오면 신들은 물러가옵니다.
남곤,심정 : (일어나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하는) 중전께서 일촉즉발의 화급이 닥쳤음에도 어찌 그 치부책을 꺼내시지 않는겐가?!
어찌하시려고?! (어딘가를 휙-노려본다)
S#4.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 껄껄대며 웃어댄다.
윤임 : 하하, 이제 되었소이다! 윤원형이가 자복을 하였다니 전하께오서도 더는 중전을 감싸주시지는 않으실것이오이다!
김안로 : 암요! 그렇고말고요! 원형이놈이 쇠심줄 처럼 버틸때는 내심 조마조마 하였는데
이제야 앓던이가 빠진 듯 시원하옵니다!
윤임 : 이제 천하는 우리 손에 들어왔소이다! 하하!
윤임과 김안로, 호탕하게 웃어대는 데서.
S#5. 의금부 옥사 안
윤원형, 옥살안에서 처참한 몰골로 쓰러진채 흐느끼고 있다.
윤원형 : (자괴감에) 중전마마, 이깟 육신의 고통을 피하고자 마마를 위급에 빠뜨린 이놈을 용서하시옵소서! 마마..흐흑!
백치수 : (옆 옥살안에서 착잡한 표정)...!
윤원형 : (소울음을 울어대는) 마마! 마마! 갈아마셔도 시원치 않을 이놈들을 어찌해야 하옵니까?! 흐흐흑!
S#6. 동 편전 앞 마당
윤비,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는 결연한 얼굴위로.
윤비(E) : 아닙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께오서는 최선을 다하신겝니다. (눈물 글썽)
살점이 터지고 뼈가 바스라지시는 고통속에서도 이 사람을 지켜주시고자 하신 오라버니의 충성심을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윤비, 강녕전쪽을 노려본다.
S#7.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과 안당이,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정광필 : 죄인이 역심을 품었음을 자복하였으니 이번 일에 연루된 자들을 모두 잡아들여 국문하심이 가할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이번 일에 연루된 자들이라함은 과인의 장인인 파산부원군과 큰 처남을 일컬음이시오?
정광필,안당 : 황공하옵니다.
중종 : (고민하는)..음!
안당 : 전하, 대역죄에 연루된 자들이옵니다!
엄중히 문초하시어 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시어 처단하심이 옳은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결심한 듯) 그래요! 내 경들의 뜻에 따르리다. (박승지쪽을 보며) 승지는 들으라.
박승지 : 예, 전하.
중종 : 죄인 윤원형의 아비 파산부원군과 그의 형 윤원로를 금부로 잡아들여 국문토록 하라!
박승지 :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S#8. 윤원형 집 대문 밖
금부도사와 금부군사들, 윤지임과 윤원로를 대문밖으로 거칠게 끌고 나온다.
임서방과 하인들, 울상으로 속수무책 보고 섰다.
윤지임 : (휘청거리며) 아이구, 내 도망치지 않을 테니 살살 좀 하시오.
윤원로 : (눈이 뒤집히는) 야, 이놈들아! 느이들은 애비애미도 없느냐?! 연로하신 병자를 이리 마구잡이 끌고가는 법이
세상천지에 어디있단 말이냐?! (군졸들을 뿌리치고 윤지임쪽으로 가려는데) 아버님!
군졸, 윤원로에게 퍽-발길질을 해댄다.
윤원로, '어이쿠-' 비명을 지르며 계단을 굴러 떨어진다.
윤원로 : 어이쿠, 아버님!
윤지임 : 놔라, 이놈들아! 네놈들이 이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줄 아느냐?!
김씨 : (배천대과 탄실을 거느리고 대문밖으로 급하게 나와 금부도사의 앞을 가로 막으며) 잠시, 멈추시오!
금부도사 : (인상) 어찌 아녀자가 어명을 받은 금부 행차를 가로막는단 말이오!
김씨 : 대체 내 시아버님과 시아주버님의 죄목이 무엇이오?
금부도사 : 역모요, 역모!
김씨 : (놀라) 역모요?!
윤지임 : (경악) 역모?!
윤원로 : (경악) 역모?!
김씨 : (충격으로 굳는) 역모?
길상 : (나타나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S#9. 갖바치 방 안
난정과 갖바치가 찻잔을 놓고 앉아있다.
갖바치 :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이 윤승후관 나으리를 역모죄로 몰고갈 것이다?
난정 : 예, 아무래도 그리될 공산이 클것이옵니다. 허나 중전마마께오서 그 치부책을 손에 틀어쥐고 계시는 한
제 놈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지요!
갖바치 : 음! 조정에 한바탕 파란(波瀾)이 밀어닥치겠구나!
난정 : 예, 이번 일로 중전마마와 서방님을 모함한 윤임이와 김안로는 물론이옵고
치부책에 이름이 오른자들은 조정에서 찍혀져 나갈 것이옵니다!
갖바치 : 음!
난정 : 조정이 물갈이 되면 새로운 인재들이 등용될 것이옵니다!
서방님께오서도 이번에 고초를 겪으시었으니만큼 출사길이 열리실 테지요!
갖바치 : ...
난정 : 아저씨, 서방님께오서 출사를 하시오면 아저씨의 경륜과 식견을 서방님께 빌려주시어야 하옵니다. 약조해주시겠지요?
갖바치 : (끄덕이며) 내 그리해야겠지. 허나..
난정 : ...
갖바치(E) : (찻잔을 들다가 난정을 보며) 허나 난정아, 네 짐작대로 되지는 않을 듯 싶구나! 그리되지는 않을게야!
S#10. 동 갖바치 대문 앞 길
난정, 대문을 나오면 당골네가 배웅하듯 따라나온다.
난정 : (문득 생각난 듯 당골네 돌아보며) 아주머니, 선비께서 이집 식객노릇을 하신다지요?
당골네 : 임선비 말이냐?
난정 : 예, 임선비께오선 어딜 가시었소?
당골네 : 육의전을 둘러보신다고 우리 바깥양반하고 나가셨다. 헌데 왜?
난정 : 그냥,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요.
당골네 : 용모는 옥골선풍이시고, 성품 또한 부처님 같으신 분이지. (문득 저편을 보며) 오, 마침 저기 오시네?
난정, 돌아보면 임백령과 방백인이 대문쪽으로 걸어온다.
방백인 : (난정을 보고) 오, 난정이 왔느냐?
난정 : 예, 아저씨. (임백령을 찬찬히 보다가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임백령 : (당황하여 맞인사를 하는)
난정 : (방백인과 당골네에게) 허면 나중에 또 들르지요.
방백인 : 그래 살펴가거라.
난정 : (임백령에게 쌩끗 미소를 짓고는 총총히 간다)
임백령 : (어리둥절하여) 뉘댁 부인이시오?
당골네 : 승후관의 작은안으서이옵지요.
임백령 : 승후관의 작은안으서요?
방백인 : 예, 갖바치 형님의 오랜 친구이기도 합지요. 들어가시지요.
임백령 : 그럽시다.
임백령(E) : (대문 안으로 들어가려다 난정을 다시 돌아보며)..참으로 보기 드문 절색이로구먼!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11. 어느 길
난정, 걸어가는 얼굴위로 미소가 피어난다.
난정(E) : 임선비라..과연 매향이가 마음을 빼앗길 만한 사내구먼.
길상 : (불쑥 난정의 앞을 막아선다)..
난정 : (멈춰서 보는)...!
길상 : 난정아, 파산부원군과 큰 승후관 나으리께오서 금부에 잡혀가셨다.
난정 : (놀라보는) 뭐어?!
S#12. 의금부 옥사 안
금부도사의 지휘로 군졸들, 윤지임과 윤원로를 끌고 들어온다.
군졸, 옥살에 채워진 자물쇠를 열고 윤지임과 윤원로를 거칠게 밀쳐넣는다.
윤지임과 윤원로, 비명을 지르며 옥사바닥에 나동그라진다.
군졸, 자물쇠를 채운다.
윤원로 : (옥살밖으로 바짝 붙어서서) 우리 부자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리 개똥처럼 다루는게요?!
당장 주상전하를 뵈옵게 해주시오!
금부도사 : (비웃듯) 괜히 힘빼지 말고 얌전히 있으시오! 어차피 문초를 받게되면 혓바닥 놀릴 힘도 없게 될테니!
(돌아서서 옥사 밖으로 나간다)
윤원로 : 저, 저런 고이얀 놈 같으니!
윤지임 : ..원로야, 그만두거라..
윤원로 : 아버님, 소자 너무도 분통하옵니다!
윤원형(E) : (옆 칸에서)..형님..아버님..
윤지임 : (놀라 두리번거리며) 원형이 목소리 아니냐?
윤원로 : (옥살에 붙어 옆칸을 보며) 원형아! 너냐!
윤원형 : (널부러진 채)...아버님....불초자를 용서하시옵소서.....형님도 이 못난 아우를 용서하시오..
윤원로 : 이런 죽일놈들! 어찌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이냐?!
윤지임 :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내 대에서 가문이 문을 닫게 되었으니!
죽어서 조상님들을 무슨 낯으로 대한단 말이냐?! 어찌, 어찌?! (글썽하여 허탈한 한숨을 푹 내쉰다)
S#1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보고 말한다.
경빈 : 뭐라? 파산부원군과 중전마마의 큰 오라비께서도 금부에 하옥되시었다?
금이 : 예, 마마.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무사하시진 못할 듯 싶사옵니다.
경빈 : (휙-노려보며) 닥치거라! 네 어찌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게냐?!
금이 : (찔끔) 황공하옵니다..
경빈(E) : (양미간을 찌푸리며) 대체 중전께오서 언제까지 버티시려는게지? 언제까지?!
S#14. 편전 앞 마당
윤비, 결연한 표정으로 강녕전을 바라보는 얼굴위로.
윤비(E) : 아니야, 아직은 아니되. 조금 더 기다려야 함이야!
엄상궁, 한편에서 걱정스럽게 윤비를 지켜보고 섰는데.
오상궁 : (급하게 다가와 속삭이듯) 마마님! 큰일 났사옵니다.
엄상궁 : (돌아보며) 큰일이라니?
오상궁 : 금부에 파산부원군과 큰 승후관께오서 하옥되시었다 하옵니다.
엄상궁 : (놀라) 그게 참말인가?
오상궁 : 예. 분명 그리들었사옵니다.
엄상궁 : 허어 이 일을 어찌하면 좋누? (울상되어 윤비쪽을 돌아본다)
윤비, 무표정하게 미동도 없이 앉아있다.
합문쪽에서 복성군이 얼굴을 내밀고 그런 윤비를 바라본다.
복성군, 쌩끗 코웃음 섞인 웃음을 짓고는 몸을 돌려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15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처소방쪽에서 나오는데 복성군, 일각문 안으로 급하게 뛰어들어온다.
복성군 : 금아, 어서 어마마마께 고하여라!
금이 : 예. (몸을 돌려 처소쪽에다) 경빈마마, 복성군 드셨사옵니다.
경빈(E) : (처소 방안에서) 뫼시어라.
금이 : (조아리며) 드시지요.
복성군 : 오냐. (환한 얼굴로 처소쪽으로 들어간다)
금이 : (복성군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으며 갸웃) ..?
S#16. 동 경빈 처소 방 안
복성군, 방안으로 들어와 경빈 앞에 다가와 선다.
복성군 : (환한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와 경빈앞으로 다가와서며) 어마마마, 하늘이 무심치 않으시옵니다!
경빈 : (의아) 하늘이 무심치 않다니요? 그 무슨 말씀이오, 복성군?
복성군 : (앉으며) 소자, 중전마마께오서 강녕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드리는 모습을 보고 왔사옵니다.
경빈 : 그래요? 중전께오선 어떠하십디까?
복성군 : 예전에 지엄하시었던 위엄은 간데 없고 머리를 푸시고 죄인 복색으로 자리를 깔고 앉아계신 모습이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 없었사옵니다.
경빈 : ...
복성군 : (미소) 중전마마의 오라비들이 대역죄를 받아 가문이 풍비박산이 날 것이옵고,
중전마마께오서도 폐서인되신 연후에 사약을 받으실 것이라 들었사옵니다!
경빈 : 그런 말씀은 뉘게서 들으시었소?
복성군 : 벌써 궐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사옵니다.
경빈 : (심기 불편한)..음!
복성군 : 소자의 전정에 걸림돌 노릇만 하시던 중전마마를 어머니와 소자를 대신하여
하늘이 원수를 갚아주시는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경빈 : (일그러지며) 뭬요?!
복성군 : 어마마마께오선 기쁘지 않으시옵니..
경빈 : (복성군의 뺨을 찰싹 갈겨버린다)
복성군 : (뺨을 움켜쥐고 충격으로 보는).. 어, 어마마마..어찌..
경빈 : 복성군! 장차 보위를 오르실 분이 어찌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옥좌를 내팽겨치시려는게요?!
중전마마께오서 사셔야 이 에미와 복성군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어찌 모르신단 말이요?!
복성군 : ..예에? 그 무슨..?
경빈 : 당장 물러가세요! 물러가시어 이 에미가 뺨을 때린 뜻을 곰곰이 되씹어보도록 하시오!
복성군 : ..어마마마..
경빈 : 어서 물러가시래도요!
복성군 : (기세에 눌려)..예..(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간다)
경빈 : 허, 어찌 이리 가슴이 답답할꼬! 어찌! (연상을 쾅-내려치며 복성군이 나간쪽을 휙-노려본다)...!
S#17. 편전 앞 마당
윤비, 정적에 쌓인 넓은 편전 마당에 혼자 앉아있는 모습이 비장하다.
세자, 박상궁과 상궁나인들, 호위별감 등을 거느리고 합문 안으로 들어선다.
세자 : (윤비의 모습을 보고 윤비쪽으로 달려오며) 어마마마!
윤비 : (정적을 깨는 소리에 돌아보는)...!
세자 : (윤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눈물 글썽) 어마마마, 어찌 석고대죄를 드리시옵니까?
윤비 : ..이 에미는 전하께 죄를 청하고 있는 것이니 세자는 물러가세요.
세자 : 어마마마.
윤비 : 박상궁, 어서 세자저하를 뫼시게.
박상궁 : (조아리며) 예. (세자에게 다가서며) 세자저하 동궁전으로 돌아가시지요.
세자 : (근엄한) 물러서거라!
박상궁 : (흠짓 멈춰서는)..!
김상궁 : (편전에서 급히 나오다 이들의 모습을 본다)
세자 : 어마마마, 소자가 어마마마의 죄를 대신 받겠사옵니다.
윤비 : 뭐라? 지금 세자께서 이 어미의 죄를 대신 받겠다고 했소?
세자 : (결연한) 예, 소자가 어머니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 (뭉클한 감동이 북받쳐 오르는)..!
세자 : ..소자, 반드시 어머니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 (눈물이 북받치며 세자를 품에 안는다) ..세자!..흐흑..
세자 : (눈물이 흐르는)..어마마마...
박상궁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찡하여 본다.
김상궁, 윤비와 세자의 모습을 보다가 편전안으로 급히 들어간다.
S#18. 동 편전 방 안
중종, 놀란 눈으로 김상궁을 본다.
중종 : 뭣이라?! 세자가 중전의 죄를 대신 받겠다고 했다?!
김상궁 : 예, 전하.
중종 : (연상 쾅-치며)..!
중종, 분노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면
윗목에 앉아있던 박승지와 김상궁이 그 뒤를 따른다.
S#19. 동 편전 앞 마당
중종, 노한 얼굴로 김상궁과 대전내관, 박승지 등을 거느리고 편전에서 나와 계단 윗편 걸어와 선다.
중종, 윤비 옆에 세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습을 내려다 본다.
중종 : (노기) 세자, 네 어찌 중전 옆에 있는 것이냐?!
세자 : 아바마마, 소자 어마마마의 죄를 대신 받기를 청하옵니다!
중종 : (버럭) 뭣이라?! 네 지금 이 애비를 기망하려 드는게냐?!
세자 : 아바마마, 소자는..
중종 : 그 입 다물라! 다물라!
세자 : (움찔)...
중종 : 박상궁, 당장 세자를 동궁전으로 뫼시 가라!
박상궁 : 예. 가시지요. (세자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합문쪽으로 데려간다)
세자 : (울면서 끌려가는) 아바마마! 어머니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아바마마!
윤비 : (그런 세자가 안스러운데)...
중종 : (윤비를 노려보며) 중전! 어찌 어린 세자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중전의 죄를 무마시키려 하는것이요?!
윤비 : 어린 세자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다니요?! 그 무슨 가당치 않으신 말씀 이시시옵니까?!
중종 : 그 입 다무시오! 중전께선 어찌, 어찌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과인과 맞서려고만 하시는게요?!
윤비 : ..!
중종 : (단호한) 좋소, 정녕 중전께서 과인의 어의를 꺽어보시고자 한다면 과인 역시 중전을 용납지 않을것이요!
(휙-돌아서서 편전안으로 들어간다)
윤비 : (눈을 감으면 서러운 눈물이 길게 떨어진다)...!
S#20. 대비전 외경
향이, 마당에 서있는 모습위로.
자순대비(E) : 뭐라? 세자가 중전을 대신하여 죄를 받겠다고 했단 말이냐?!
S#21.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희빈이 앉아있고 조상궁이 윗목에 앉아서 고한다.
조상궁 : 예, 마마.
자순대비 : 세자가 참으로 지극한 효심을 지녔음이로다..그래 주상께오선 어찌 처결 하시었다더냐?
조상궁 : 전하께오선 중전마마께오서 어린 세자 저하를 방패막이로 삼으시려는 처사로 간주하시어
크게 진노하시었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 뭐라?! 주상께서 크게 진노하시었다?
조상궁 : 예.
희빈 : (힐끔 눈치보며) 중전마마께오선 참으로 무서우신 분이시옵니다. 세자저하의 효심을 방패막이로 이용하려 하시다니요?
자순대비 : 그럴리가요? 세자의 지극한 효심이 주상의 오해를 불러일으키신 게지요.
희빈 : 하오나 윤승후관은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로 대통을 잇게 하려는 역심을 품었다고
자복하지 않았사옵니까?
자순대비 : (심기 불편한) 음!
상궁(*)(E) : (방밖에서) 대비마마, 창빈 들었사옵니다.
희빈(E) : (흠짓) 창빈이?
자순대비 : 드시라 해라.
상궁(*)(E) : (방밖에서) 예.
창빈 : (방문이 열리면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와 자순대비에게 조아리고 선다)
자순대비 : 앉으세요, 창빈.
창빈 : (앉으며) 대비마마, 중전마마의 석고대죄를 풀어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중전의 석고대죄를 풀어주라니요? 중전께서 자청하여 드리는 석고대죄입니다.
또한 주상께서도 거두라 명해도 버티고 앉은 중전의 쇠심줄같은 고집을 이 늙은이가 무슨 수로 꺽을 수 있겠소?
창빈 : 마마, 중전마마께오서 석고대죄를 드리는 뜻은 죄가 있어서가 아니오라 근자에 궐내에서 중전마마를
음해하려는 무리들에게 항변하시려는 뜻이라 생각하옵니다. 하오니 대비마마께오서 중전마마의 억울함을 감싸주시어..
자순대비 : 이 늙은이도 창빈께서 중전을 받드는 뜻을 잘 아오! 허나, 이번 일은 역모 혐의가 있는 조정의 중대사요!
왕실과 내명부가 나설 자리가 아니란 말씀이오!
창빈 : 하오나 마마..
자순대비 : (단호한) 그만하십시다! 이 늙은이가 곤하니 두분께선 이만 물러가도록 하세요.
희빈 : (쌩끗)..
창빈 : (낭패한)..
S#22. 동 대비전 앞 마당
희빈과 창빈, 대비전에서 나온다.
희빈 : 창빈, 그리도 중전마마가 걱정되시면 편전에 들어 전하께 간청을 드려보시지 그러시오?
창빈 : (휙-노려 보며) 희빈, 이사람은 남의 불행을 딛고 올라서려는 자들이 잘되는 일을 본적이 없소!
희빈 : (의아) 창빈, 그 무슨 말씀이오?
창빈 : 스스로를 돌이켜 보세요. 허면 무슨 뜻인지 아실겝니다.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가버린다)
희빈 : (창빈의 뒷모습을 보며 갸우뚱)...?
S#23.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과 안당, 김전, 남곤, 이유청(*), 심정, 홍경주, 김제학을 비롯한 조정신료들이 앉아있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죄인 윤원형의 아비와 형을 국문하여 그들이 폐세자 모의와 연루되었는지 여부는 물론이고
왕실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오!
정광필 : 예, 전하!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중종 : 외척과 왕실의 누군가(*윤비를 지칭 하듯)가 폐세자 모의를 했다면 이는 과인이 정한 대통과 이나라 종사를 왜곡시키려는
대역죄로 다스려야 할 것이요! 만에 하나 조정신료들 중 이들에게 동조한 자가 있다면 이들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일동 : (각자의 표정)...!
S#24. 의금부 옥사 외경
금부도사와 군졸들이 지키고 서있다.
윤원로(E) : (옥사 안에서) 뭬요?! 역모를 자복하라니요?!
금부도사 : (옥사쪽을 돌아본다)...!
S#25. 동 의금부 옥사 안
김안로와 윤임, 윤원로와 윤지임이 갇혀있는 옥살 앞에 서있다.
윤지임, 등을 돌리고 벽쪽으로 돌아 앉았다.
윤원로 : 대감들! 대체 우리 집안과 무슨 철천지 원수가 졌길래 이리 하시는게요?!
김안로 : 다 자네 부친과 자네 형제들을 위해서 하는 말일세!
윤원로 : 허! 역모죄로 몰아 우리 삼부자를 참살하려는게 위하는 일이요?!
윤임 : 자네 부자가 순순히 자복치 않으면 역모를 토설할때까지 가혹한 형장이 뒤따를걸세!
윤원로 : 뭐요? 형장이 무서워 하지도 않은 역적질을 자복하란 말이오?!
윤임 : 원형이를 보게! 자네 아우꼴이 되고 싶은가?!
윤원로 : (옆 옥살쪽을 보면)
윤원형 : (정신을 잃은채 열에 들뜬 신음소리) ..으..으..
윤임 : 어차피 토설하게 되어있음이야! 자네야 젊은 몸이니 사나흘은 버틸 수 있겠지만 연로하신 아버님은 어쩌시겠는가?!
아버님께서 가혹한 형장에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그 불효를 어찌 씻으려는가?!
김안로 : 자네 부자가 순순히 토설한다면 형장을 맞고 절도로 귀양을 떠날망정 목숨은 부지할걸세!
허나 고집을 부린다면 살아서 금부를 나가지는 못할 것이야!
윤원로 : 지금 우리 부자를 위협하시는게요?!
윤지임 : (돌아앉은채)..원로야 저런 후안무치한 분들과 말씨름 할거 없다.
김안로 : 파산부원군 대감! 대감의 말씀 한마디에 중전마마의 목숨이 달렸있다는 것을 잊으시면 아니되시옵니다.
윤지임 : (휙-돌아보며) 뭬, 뭬요?!
윤임 : (미소) 곧 국문이 시작될테니 잘 생각해 보시구려!
윤지임 : ...
윤임과 김안로, 옥사밖으로 나간다.
윤원로, 울화가 치미는지 주먹으로 옥살을 쾅-친다.
S#26. 동 금부 옥사 앞 마당
김안로와 윤임, 옥사밖으로 나오면 금부도사가 조아린다.
김안로 : 대역죄인들이니 잡인의 출입을 금해야 할것이야!
금부도사 : 예, 일전에 대감의 서찰을 지니고 온 댕기머리 계집과 총각이 백도주를 만나고 갔을 뿐이옵니다.
김안로 : (문득) 댕기머리 계집과 총각이라?
금부도사 : 예.
김안로 : 앞으로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옥사출입을 시켜서는 아니될 것이야!
금부도사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윤임 : 왜그러시오이까, 대감?
김안로 : 아,아니옵니다. 어서 편전으로 드시지요.
윤임과 김안로, 어디론가 간다.
S#27. 난정모 방 안
난정, 생각에 잠긴채 앉아있고 길상, 그 앞에 앉아있다.
길상 : 난정아, 변복을 하고 금부옥사에 또 들어갈 작정이냐?
난정 : (저으며) 아니.. 내 서방님을 뵈옵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여우같은 김안로가 벌써 눈치를 챘을게야.
길상 : 허면 어찌할게냐?
난정 : 길상아, 네가 김안로의 수중에서 치부책을 가져왔고, 내가 그것을 중전마마께 전해 올렸으니 그것으로 된거야...
차후의 일은 중전마마를 믿고 지켜볼 수 밖에!
길상 : (일어서는데) 나중에 보자.
난정 : 길상아!
길상 : (돌아보는)..?
난정 : 대국서 능금이가 왔다.
길상 : (충격) 뭐어? 능금이가?
난정 : 그래..헌데 그애 많이 변했어. 예전의 능금이가 아니야.
S#28. 장대인 사랑채 외경 (*백치수가 마련해준)
곽서방,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S#29.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과 능금,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중국풍 분위기를 주는 방 안)
장대인 : 백도주는 금부옥사에 초주검이 된채 갇혀있고 남소문 객주는 풍비박산이 나버렸으니 이 일을 어쩐다?
능금 : ...
장대인 : 백도주에게 맡겨놓은 인삼 삼만근에 기대를 많이 하고 왔건만!
능금 : (단호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찾아야지요!
장대인 : 허나 송서방 말로는 관헌들이 압수해 갔다고 하지 않았더냐?
능금 : 백도주가 인삼 삼만근을 호락호락 넘겨줄 사람이 아니오! 송서방 아저씨가 딴청을 피우고 있는게요.
분명 인삼을 숨겨둔 부엉이 곳간이 따로 있을게요!
장대인 : (끄덕이며) 그럴게다! 허면 부엉이 곳간을 어찌 찾는다?
능금 : (눈을 빛내며) 내게 맡기시오!
장대인 : (미소) 그래 내 너에게 이번 일을 맡길테니 네가 알아서 처리하거라.
S#30. 편전 외경
윤비,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다.
중종(E) : 과인이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을 찾은 뜻은 다시 한번 세자의 안위를 당부하기 위해서요!
윤비 : (강녕전쪽을 휙-노려본다)...!
S#31. 동 편전 방안
중종, 앞에 앉은 윤임과 김안로를 보며 말한다. (*사관이 없는 독대 분위기)
중종 : 과인의 주변이나 조정에는 경들 외에는 과인이 믿을만한 사람이 없소!
윤임,김안로 : 망극하옵니다.
중종 : 세자의 왕재와 자품이 출중하다고는 하나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오.
세자가 장성하여 과인의 대통을 이어받을 때까지는 경들께서 세자를 보호해 주셔야 하오!
윤임 : 신, 판부사 윤임, 신명을 다바쳐 세자저하를 보위하겠나이다!
김안로 : 신, 김안로 세자 저하를 위해 멸사봉공 이 한 목숨 바치겠나이다!
중종 : 과인은 두 분을 믿겠소이다.
윤임 : 전하, 세자저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왕실과 조정에서 호시탐탐 왕세자 자리를 노리며
세자저하를 음해하려는 자들을 발본색원하여 가차없이 처단해야 할것이옵니다!
중종 : (결연한) 과인 역시 그 자들을 용납지 않을것이오!
김안로 : 전하, 세자저하를 음해하려는 불순한 자의 음모에 왕실의 어른께서 연루되시었다면 어찌 하시렵니까?
신, 전하의 분명한 어의를 알고 싶사옵니다!
중종 : 희락당대감, 지금 중전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게요?
김안로 : ...
윤임 : ...
중종 : 중전을 지칭하신거냐고 물었소!
김안로 : (결연하게) 예, 그러하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폐세자 모의에 연루 되시었다면 어찌 처결하실것이옵니까?!
중종 : (단호하게) 과인은 그 누구든 세자가 대통을 이어받는데 위해가 되는 자들은 가차없이 처단할 것이요!
윤임,김안로 : ...!
S#32. 동 편전 앞 마당
윤임과 김안로, 활짝 피어난 얼굴로 편전에서 나온다.
윤임 : 허허, 전하의 어의가 저리 확고하시오니 이사람 든든하오이다! (김안로를 보며) 아니그렇소이까, 희락당대감?
김안로 : (굳은 표정으로 멈춰선)...!
윤임, 김안로의 시선을 따라 계단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윤비, 강렬한 눈빛으로 김안로와 윤임을 쏘아본다.
윤임 : (순간 섬뜩한지 움찔하는)...!
김안로 : (윤비를 마주 쏘아보는)..
윤비 : (뚫어질 듯 노려보는)..
윤임 : 희락당대감, 이만 퇴궐하시지요.
김안로 : 예..
윤임과 김안로, 윤비의 눈빛에 압도된 듯 정면 계단이 아닌 옆계단을 이용하여 편전에서 내려온다.
윤임과 김안로, 우회하여 합문쪽으로 가면 윤비의 시선이 두사람을 쫓는다.
김안로, 윤비쪽을 돌아보면 또다시 시선이 팽팽하게 부딪친다.
김안로, 시선을 피해 윤임과 함께 급히 합문쪽으로 간다.
윤비 : (윤임과 김안로의 뒷모습을 냉랭하게 노려보며)...!
S#33. 어느 길
윤임과 김안로를 태운 사인교가 나란히 오고 있다.
박서방과 황서방이 각기 상전의 사인교를 따른다.
김안로, 뭔가 골똘한 생각에 빠져 있는데.
윤임 : (김안로를 힐끔보며) 희락당대감, 모든일이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려나가는데 어찌 안색이 그리 흐리신 것이오이까?!
김안로 : (깨어나며) 아, 아니올시다, 아무것도!
윤임 : 하하, 대감, 중전의 폐서인을 자축하는 뜻에서 장통교기방에 들러 매향이가 쳐주는 술이라도 한잔 하시겠소이까?
김안로 : 당분간은 조정의 움직임을 주시하는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임 : 예, 주도면밀한 대감께서 어련 하실려고요! 그리 하십시다.
김안로의 얼굴위로 문득 떠오르는.
(INTER CUT) 날카롭게 쏘아보는 윤비의 눈빛.
김안로(E) : (안색이 굳는 위로) 그 눈은 폐서인 당할 처지에 놓인 사람의 눈이 아니야. 흡사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이었어...!
S#34.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밤)
모린, 부엌에서 나와 안방쪽으로 걸어가는데 난정, 중문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모린아.
모린 : (반갑게 다가오며 낮게) 아씨. 승후관께오선 무탈하시온지요?
난정 : 그래 서방님께오선 대장부답게 참혹한 문초를 잘 견뎌내시고 계시다.
모린 :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난정 : 기방 손님들 동정은 살펴보았느냐?
모린 : 근자엔 조정신료분들은 발길을 뚝 끊었사옵고 한량이나 뜨내기 손님들뿐이옵니다.
난정 : (끄덕이며) 그럴테지..명줄이 달린 사단이 벌어졌는데 제깟 놈들이 술 마실 배짱이나 있을라구?!
옥매향(E) : (안방에서) 호호! 댱대인께선 농도 턈 댤도 하시옵네다. 호호호!
난정 : (안방쪽을 돌아보는데)..
곽서방 : (안방 마루쪽에서 나오며) 아씨 이제 오십니까요?
난정 : 고하시게나.
곽서방 : (안방쪽에다) 어르신, 승후관 작은 안으서께서 오셨습니다요.
장대인 : 드시라하게!
곽서방 : 드시지요.
난정 : (모린이가 꿇어앉아 신발을 벗겨주면 안방쪽으로 들어간다)
S#35.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난정, 방안으로 들어오면 술상을 놓고 앉아있던 장대인과 옥매향이 일어서서 맞는다.
옥매향 : 난뎡아, 어서 오라우.
장대인 : 어서오시지요! 내려 앉으시지요.
난정 : 아니오, 장유유서라 했으니 장대인께서 내려 앉으시지요!
장대인 : (미소로 예를 표하며) 허면.. (자리에 앉는다)
난정 : (앉으며) 헌데 두분께서 무슨 재미난 말씀를 하고 있었소이까?
옥매향 : 기게 말이야, 댱대인께선 니뎨껏 마음에 탸는 녀댜를 한번도 만나보시디 못하시었다디 뭐네?
고런 거딧말을 텬연덕스럽게 하시댢니?
장대인 : 매향이 네가 믿든 못 믿든 참말이다. 내 평생 여자를 보고 가슴이 설렌적은 딱 한번뿐이다.
옥매향 : 기러믄 목석같은 댱대인 어른의 가슴을 설레게 한 녀인이래 대톄 뉘기야요?
장대인 : (미소) 앞에 앉아 계시지 않느냐?!
옥매향 : 예에? 뭐이 어드레요?! (난정을 돌아보는)..?!
난정 : (빙긋 미소지으며 한잔 따라 마시는)...!
S#36. 밤하늘 위에 걸린 달 (INSERT)
S#37. 어느 정자 위 (밤-길상과 능금이 만났던)
능금, 달을 보고 서있다.
능금, 습관처럼 옥가락지가 끼워져 있던 손가락을 만지작 거린다.
능금, 문득 일이 떠오르는 얼굴위로.
S#38. 후레쉬 백 (62회 S#42의)
길상 : 다른 사내와 살을 섞은 몸뚱이로 내 배필이 되겠다고?
능금 : (충격으로 보는)...!!
길상 : 능금아, 앞으론 나를 배필로 생각하지 말고 부르지도 마! 알았니?!
능금 : (길상의 뺨을 찰싹 때린다)
길상 : (뺨을 어루만지며) 이걸로 너하고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S#39. 동 정자 위 (밤, 현실)
능금,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려는데 길상, 한편에 서있다.
능금, 흠짓하다가 이내 표정을 수습한다.
능금, 길상을 무시하고 지나쳐 정자아래로 내려가려는데.
길상 : ..돌아왔구나...능금아...
능금 : (냉랭한) 능금이? 그게 누구냐?
길상 : ...너 참 많이 변했다.
능금 : 니가 알던 능금이는 죽었어. 그러니 너도 머릿속에서 능금이를 지워버려.
난 재물을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된 장사꾼일 뿐이야. (휙-정자아래로 내려가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길상 : ...!
S#40. 편전 앞 마당 (밤)
윤비, 어둠속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앉아 있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엄상궁, 충직한 개처럼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윤비의 얼굴위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윤원로(E) : (비명) 아-악-
윤비 : (어딘가를 돌아보는)...!
S#41. 의금부 마당 (밤)
윤원로, 주리틀림을 당하며 '악-악-'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윤지임, 옆 형틀에 묶인채 윤원로의 고통을 눈을 감고 외면하고 있다.
금부도사, 형졸들을 지휘하고 있다.
정광필과 안당, 근엄한 눈빛으로 윤원로를 주시하고 있다.
김전, 홍경주, 이유청(*), 남곤이 지켜 보고 섰다.
정광필 : (손을 들어 형졸들을 멈추게 한 뒤 윤원로에게 꾸짖듯 말하는) 네 정녕 이실직고하지 못하겠느냐?!
윤원로 : (고통에 숨을 몰아쉬며) 대체 무엇을 이실직고하란 말이오이까?! 시생도 무언지 알면 속시원히 털어놓고 싶소이다!
안당 : 네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로 대통을 잇게 하고자
네 아우 윤원형과 폐세자 모의를 한적이 없단 말이냐?!
윤원로 : 정녕코 그런 일은 없었사옵니다!
정광필 : 아니되겠다. 바른말을 토설할 때까지 아비된 자의 주리를 틀어라!
금부도사 : 주리를 틀라신다!
형졸들 : 예! (윤지임의 주리를 트는)
윤지임 : (비명을 질러대는) 아악-
윤원로 : 아버님! 아버님! 멈추시오! 내 바른대로 토설하겠소! 뭐든 바라시는대로 토설하겠소이다!
정광필 : (손을 들어 윤지임의 주리를 멈추게 하고는 윤원로에게) 그 말이 참이렷다?!
윤원로 : 예, 뭐든 시키는대로 털어놓겠사옵니다!
윤지임 : (고통속에서도) 원로야, 아니 된다! 그리해서는 아니 돼!..
윤원로 : (울부짖듯) 아버님, 그깟 부귀공명이 다 무슨 소용이옵니까? 한번 죽으면 그만인 것을요!
시생, 아버님을 구명도생시켜 드리겠사옵니다!
윤지임 : (눈물 흘리며)..원로야!
윤원로 : (흐느끼며) 아버님! 흐흑..
S#42.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밤)
모린, 안채 방쪽을 엿듣고 있다.
장대인(E) : 지금 도성안에 윤승후관 형제의 역모설은 물론이고
S#43.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난정과 장대인,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장대인 : 중전마마께오서 폐서인 되실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던데 그게 사실이오이까?
난정 : (미소) 그런 일은 결코 없을것이외다!
장대인 : 그래요?..역시 유언비어였구려.
난정 : 허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백도주는 조정과 연줄을 댈수가 없다는 것이오!
장대인 : 쯧쯧. 백도주도 안됐지만 조정 신료들 역시 정치를 하려면 자금이 필요한 법인데 돈줄이 끊어졌으니 어쩌누?
난정 : 새로운 전주가 나서지 않겠소이까?
장대인 : 새로운 전주가 나선다?
난정 : 그렇소, 장대인같은 거상말이오! 장대인, 이번에 조정과 줄을 대어보시지 않으시겠소?
장대인 : 이사람이요?
난정 : (끄덕이며) 어떻소이까? 이사람과 손을 잡고 조선 조정을 쥐락펴락해보시지 않으시겠소?
장대인 : (의미심장하게 보는)...
S#44.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금이를 보고 말한다.
경빈 : 뭬야?! 추관 정광필과 안당이 편전에 든 연후에 전하께오서 국문에 참례한 의정부 대신들을 불러들이셨단 말이냐?!
금이 : 예, 이년 생각으론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실 듯 하옵니다!
경빈 : 용단?!
S#45. 편전 방 안 (밤)
중종, 연상위에 공초문을 펼쳐놓고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그 앞에 정광필, 안당, 김전, 남곤, 이유청(*), 홍경주가 앉아있다.
김전 : 전하, 용단을 내리주시옵소서!
홍경주 : 이번 국문에서 윤지임 삼부자가 폐세자를 모의한 역심을 품고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또한 중전마마께오서 묵인이 있었음이 자명하옵니다! 전하, 윤지임 삼부자를 대역죄로 다스리시옵고
중전마마를 폐서인 하시옵소서!
중종 : (괴로운 신음)..음! 다른 분들도 그리 생각하시오?!
정광필 : 신들은 국문한 사실을 공초로 올렸사오니 전하께오서 영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하오나 이번 일이 길어지면 전하께오서 정사를 돌보시는데 차질이 있을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안당 : 전하께오서 어의를 어찌 정하신다하여도 신들은 따를 것이옵니다!
허나 하루라도 속히 용단을 내리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남곤 : ...
중종 : (큰숨을 들이쉬고는 결심한듯) 승지 밖에 있느냐?
S#46. 동 편전 방 밖 (밤)
박승지 : (방문쪽에다 조아리며) 예, 전하.
중종(E) : (방안에서) 승지는 들라!
박승지 : 예. (방문쪽으로 다가서는)
S#47. 동 편전 방 안 (밤)
방문이 열리면 박승지, 방안으로 들어와 중종에게 조아린다.
박승지 :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잠시 망설이다가 내뱉듯) 중전을 폐위시킨다고 전교를 쓰라!
박승지 : (충격) 예에?
정광필, 안당, 김전, 남곤, 이유청(*), 홍경주, 충격으로 중종을 본다.
중종 : (결연한 표정)...
S#48. 대궐 전각들 위로 마른 번개가 친다. (밤)
S#49. 동 편전 앞 마당 (밤)
윤비, 강녕전 현판을 바라보는 얼굴 위로 마른 번개가 친다.
윤비 : (어금니를 무는)...!
S#50. 난정모 집 마당 (밤)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와 방쪽으로 걸어가는데 귀청을 찢는 마른번개가 친다.
난정,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