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밥 먹고 살기 힘들다고들 말합니다.
진수성찬 좋은 밥을 먹고 살기보다는 제 때에 밥 한끼 조차 먹는 것이 힘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걱정마십시오.
이명박 대통령 시대가 열렸으니 밥이라도 한끼 따뜻하니 제때 먹을 수 있는 새 시대 새 날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어제 토요일 저녁, 우리 식구는 밥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지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후라이드 백작이나 나나 다 큰 어른이니 둘째치고서라도 우리 아들 녀석
이제 겨우 14살 된 우리 어린 아들 녀석은 밥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지를 거의
기진맥진 수준까지 가서야 알게 되어 좋은 인생 경험을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200평 규모의 중등전문학원을 오픈한 친구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1월 10일부터 양산-부산간 지하철도 개통되었겠다 지하철 시승식도 해 볼겸 우리 가족은
차를 두고 집 앞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종착역 양산역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와우,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마치 프랑스에서 영국 런던으로 가는 유로레일패스를 타는 정거장보다
훨씬 더 멋져 보였습니다.
6시경 학원에 만나 이모저모 둘러보고 앞으로의 발전과 성장에 대한 의견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7시가 훨씬 넘어서야 저녁을 먹으러 우리는 주례에서 서면으로 차를 몰고 나왔습니다.
그냥 근처에서 대충 먹어도 될것을 친구는 먹는 것에 특별한 취향을 갖고 있는 나를 배려하여 좀 멀리 나갔습니다.
분위기가 좋을것, 그릇이 품위있고 도자기여야만 할 것, 넓고 조용할 것, 질퍽한 수준의 사람들이 왁자지껄하지 않을것.
깨끗하고 위생적일것, 서빙 매너가 세련된 곳, 주차시설이 편리할 것, 음식의 질이 뛰어나고 량이 풍부할 것.....
친구부부는 서면에서 최고로 유명하다는 <정동진해물찜> 앞에 차를 댔으나
8시 넘었는데도 대기 인원이 50 여명이 넘어 배고프면 순간을 참지못하고
어린아이처럼 앙앙대는 나를 쳐다보다가 곧바로 차를 초읍쪽으로 몰았습니다.
초읍 가는 길에 <동물농장>이라는 갈비전문식당에 갔지만 역시나 대기인원이 너무 많아서 뒤돌아서야만 했습니다.
그때 내 머릿속에 아구찜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야에 있는 동창생이 아구찜을 하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지
오래지만 한번도 가 보지 못했던 것이 기억나 그곳에 가자고 했더니 모두 찬성했습니다.
전화를 이리 저리 돌려 물어 물어 찾아갔더니 아 글쎄....
막 문을 닫고 열쇠를 잠그는 안주인 하시는 말씀
-이걸 어쩌누? 집안에 일이 생겨서 급히 문 닫고 가야 하는데....
허걱@!~~~~~~~~~~
아들 녀석은 배 고프다고 헤롱거리고, 나는 속이 빈 탓에 어지럼증에 넋이 나가고 후라이드백작은
배에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거리고........
하긴 우리 집은 정각 6시 저녁을 먹는 사람들인데 벌써 9시가 다 되었으니....
그것도 친구가 저녁 쏘겠다고 초대를 했으니 많이 먹을려고 온 식구가 점심도 고구마 삶은 거 2알씩 먹고 거의 굶다 시피하고
나왔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
.
다시 급히 차를 몰아 동창 친구가 알려준 오리고기 식당을 찾느라고 컴컴한 밤에 헛고생만 진탕하고
결국에는 친구집 동네에서 맛나는 돼지갈비를 먹기로 하고 번개처럼 날아갔더니 아 , 글쎄~~~
<금일 휴업>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모두들 힘이 쏘옥 빠졌습니다. 아이고 밥 한끼 먹기가 이리도 힘이 들꼬?
이번에는 보쌈 잘하는데가 있다면서 골목골목 누비고 찾아갔더니 아, 글쎄 또~~
<상 가>라는 글씨가 문짝에 붙여져 있었습니다.
아이고, 우리가 상가집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아들은 배 고프다고 징징대고, 나는 입술이 파르르르 떨리고, 후라이드백작은 배를 부여잡고 끙끙대고
친구는 미안함과 배고픔에 어쩔줄 몰라하고 이제 친구남편은 운전할 힘마저 없다고 운전대만 타박합니다.
주례에서 서면으로 초읍으로 가야로, 가야공원으로 다시 개금으로.....
주말이라 차량은 밀리고, 어두워서 집 찾기도 힘이들고 그러다보니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야, 아무데나 가서 먹자.
좋은집, 맛나는 집 찾아다니다가 굶어 거리에서 죽겠다.
그때 길가에 번쩍이는 대형갈비집이 눈에 띄였습니다.
야, 무조건 들어가자!!
고구려.
그 이름도 찬란한 고구려 갈비집. 얼마나 큰지 주차요원만 3명에다 방이 2-30개는 되겠습니다.
와우..... 그것도 20분이나 기다려 겨우 방 하나 잡고 쇠고기를 구워 입에 넣는 그 순간이 바로 10시 30경이었습니다.
그 역사적인 순간을 우리는 놓치지 않으려고 모두 젓가락을 두들기며 환호했습니다.
아이고, 배 고파라...
이건 사람인지 고기인지 앞도 분간이 잘 안간다.
무조건 먹고 보자
얼마나 굶주림에 지쳤던지 선홍빛 야들야들 숯불에 잘 구워진 쇠고기 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야, 밥 먹고 살기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 양산보다 부산이 훨씬 밥 먹고 살기 힘든가 보다???
우리 아들 배가 접혔다가 고기 들어가니 확 펴졌다면서 좋아라 좋아라 합니다.
저녁 다 먹고 나니 12시가 가까워졌습니다.
세상에 세상에나 ...
내 평생 밤12시에 밥숟가락 놓아보기가 처음이었습니다.
우리 아들 왈
-엄마, 나 다시는 부산 안 간다. 학원이 200평이고 아무리 좋으면 뭘하노? 밥도 못 먹고 사는데??
부산보다 우리 양산이 훨씬 더 좋다.
그래, 아들아, 이제 지하철도 뚫리고 정말 살기좋은 양산이 되었구나.
이 에미도 양산이 제일 좋구나.
그나저나 미안했던 친구, 중국여행 가서 샀는데 취향이 아니더라면서 명품 핸드백 2개를 선물로 내민다.
아이고, 이 웬 행운이??
어디 그 뿐인가?
친구 남편은 우리 후라이드 백작에게 빨래할 때 때를 쏘옥 더 잘 빼준다면서 대리석 빨래판을 하나 선물해준다
정말 고맙다.
우리에게 좋은 음식 먹이고 싶어서 운전을 지치도록 하고
값비싼 소고기를 실컷 먹여주고, 게다가 새해 선물까지 주다니....
지하철 막차를 타고 오면서 나는 친구가 준 가방 2개를 놓칠세라 꼬옥 껴안고
우리 후라이드백작 대리석 빨래판을 모세가 십계명 새긴 돌판 껴안듯 소중히 가슴에 껴안았다.
-아저씨, 무거운 돌판을 왜 그리 안고 가세요? 땅에 놓으시지요?
-아, 이거요, 아주 무거운 대리석 빨래판인데요 때가 그렇게도 잘 빠진다네요.
하하하하ㅏ.. 지하철에서 한바탕 웃었다.
역시 친구는 포도주처럼 오래오래 묵고 익어야 제 맛이 나나보다
그 친구의 교육사업이 날로날로 번창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PS :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밥 먹고 살기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님, 취임하시면 우리 국민들 모두 밥 좀 제때 잘 먹고 잘 살수 있게 해 주이소
우리 모두의 소망이랍니다.
카페 게시글
다요 지대방
밥 먹고 살기 정말 힘들다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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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13 15:0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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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먹고 죽기는 후얼~~~씬 더 힘듭니다...^^ ㅎㅎㅎ~~~
배고픈 시간이라선지 더 실감으로 읽힙니다. 서면의 정동진 해물찜 은 저도 한번 가봤는데...돗데기 시장같았던 기억만 성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