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비아토르
인간을 걷는 존재 즉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고 합니다. 호모 비아토르란 인간의 속성이 끊임없이 옮겨 다닌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서, 나그네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말합니다. 소크라테스, 니체, 루소, 칸트 등 철학자들은 정의, 인간 의지, 사회계약, 지혜 사랑 등 인간사회의 대표적인 근본이념을 만들었는데요, 이들은 걷기와 사유, 명상을 거듭한 지성인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삶 가운데 최고의 약은 바로 걷는 것이라고 했으며, 육체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자연을 찾아다닌 방랑자 니체, 몽상하는 고독한 산책자 루소, 철학자의 길을 걸은 칸트 등 이들은 걷는 동안 깊은 사유와 명상의 시간을 가졌으며 걷기를 통하여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문화관광체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걷기용 둘레길 도보 코스가 1,689개나 있다고 합니다. 가히 걷기 좋은 둘레길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걷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를 실천할 수 있을 텐데요, 혼자 걸어도 좋고 여럿이 모여 걸어도 좋으니 걸으면서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을 깊이 반추하며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도모했으면 좋겠습니다. 논어 학이편에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말이 있습니다. ‘기본이 바로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라는 뜻으로 기본을 강조하고 있는 이 말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삶의 근본을 만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엄나무에 관한 시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약재로도 사용되고 있는 이 엄나무는 온통 가시로 가득한 나무인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두려워 보이지만 그 반듯한 위용이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에 도움이 될 듯 싶기에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가시, 엄나무 / 이규흥
너, 세상을 어떻게 살고 있니?
안으로 향하는 채찍질
매질하는 것도 습관이 된
엄나무 옆에 서 본다
그의 몸은 가시로 가득하다
빈틈을 보이지 않는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그 주변에는 언제나 칼날 같은 바람이
주춤거리는 것들을 가차없이 밀어낸다
눈에 돋은 가시와 이마에 박힌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경계의 눈초리, 그리고 고독한
가시밭길의 걸음걸음들
나는 숨을 죽이고 그 옆에 서 있다
어쩌다 그의 눈과 마주치면
가시에 질린 내가 먼저 백기를 들고
맨살의 종아리를 걷어올린다
너, 지금 세상을 어떻게 살고 있니?
첫댓글 튼튼한 두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