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몽고의 별~ 1~
第 一 章. 한밤의 추적자들
8백여 년 전, 당시 송(宋)나라의 휘·흠(徽·欽) 두 황제는 금(金)나라의 포로가 되었고, 강왕(康王)은 남쪽으로 내
려와 임안(臨安, 지금의 杭州)에서 황제의 위를 계승, 고종(高宗)이라 칭하고 소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 강한 적들은 국경을 공략하여 국토의 반 이상이 그들의 수중에 있었다.
고종은 금나라를 호랑이 무서워하듯 하고, 또 휘·흠 두 황제가 돌아오면 자기가 황제 노릇을 못할까 두려워하
여, 간신 진회(秦檜)의 말만 듣고 금나라와 대항하여 싸우던 악비(岳飛)장군을 처형하고 금나라에 화의를 요청하
게 되었다.
그때 금나라 군사들은 악비에 의해 연전연패하여 사기가 크게 저하된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북쪽의 중국 의
병들이 도처에서 일어나 반항하는 바람에 속수 무책으로 있던 참에 화의를 요청 받고 크게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소흥(紹興) 12년 정월, 화의에 성공, 송·금 두 나라는 회수(淮水)의 중류를 경계로 삼게 되고, 고종인
조구(趙構)는 신하임을 자인하여 세공을 바칠 것을 약속했다. 송나라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분개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으며 회수 이북의 백성들은 강토의 수복이 희망 없음을 알자 더욱 상심하였다. 그런데도 고종은 오
히려 진회의 큰 공로라고 생각했으니 어이없는 일이다.
원래 진회는 소보좌복사(少保左僕射)로 임명되었다가 추밀사(樞密使)로 특진함과 동시 노국공(魯國公)으로 봉
함을 받았고 이때 다시 태사(太師)로 봉함을 받아 황제의 총애가 비할 수 없이 컸다.이때부터 금나라 군사들
은 회수 이북의 중국 영토에 주둔하게 되었으며 소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강남(江南)의 조정은 오히려
날이 가면 갈수록 부패 일로였다. 황제와 백관들은 매일 가무 음주와 주지 육림 속에서 지내고 있었으니 강토
의 수복 같은 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그 동안 비록 몇 명의 우윤문(虞允文)과 같은 명장과 어진 재상이 있기는 했지만 기둥 하나가 큰 집을 지탱할
수 없듯이, 마침내 아무 업적도 이루지 못하고 우울하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고종은 효종(孝宗)에게, 효종은 광종(光宗)에게, 광종은 다시 영종(寧宗)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영종 경원(寧宗 慶元) 5년 동짓달. 이틀이나 계속해서 큰 눈이 내렸는데 조정의 군신들은 따뜻한
화로에 둘러앉아 눈 구경을 하면서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항주(杭州)
성 밖에 동쪽에 자리잡은 우가촌(牛家村)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의 호걸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곽소천(廓嘯天)이요, 다른 하나의 이름은 양철심(楊鐵心)이라고 했다. 이 곽소천으로 말하자
면 수박 양산(水泊 梁山)의 108호한 가운데 지우성(地佑星) 새인귀(塞仁貴) 곽성(廓盛)의 후예로서, 그
의 집안에는 대대로 갈래진 창 쓰는 법이 전해 내려오다가 그만 아버지 대에 이르러서는 긴 창이 짧게, 단창이
쌍창으로 변하였지만, 그의 갈래진 쌍창은 조상 대대로 이어 내려온 비법이라 할 수 있다.
양철심은 명장 양재흥(楊再興)의 후손으로 당시 양재홍이 악비 악소보(岳少保)의 휘하에 있을 때 주선진(朱仙
鎭)의 일전에서 금나라 군사의 간담을 서늘하도록 섬멸시킨 바 있는데 뒤에 길을 잘못 들어 소상하(小商河)에
갔다가 타고 있던 말이 진흙 속에 빠지는 바람에 금나라 군사들이 쏘아 대는 화살에 맞아 죽었다.
양철심이 배운 것도 역시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양가창법(揚家槍法)이었다. 두 사람이 강호에서 서로 알
게 된 후 무예를 논하다가 서로 존경하게 되어 결의 형제를 맺게 되었고 뒤에는 우가촌으로 이사까지 하여 이 집
에 살게 되었는데 매일 창 쓰는 법이나 몽둥이 쓰는 법을 연습하면서 고금의 얘기들을 나누며 지내는데, 친형제
보다 더 친밀했다.
이날 두 사람이 양씨 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소복소복 쌓이는 창밖의 눈을 바라다보다가 문득 북국이 오랑캐
의 말발굽 아래 짓밟힌 일에 생각이 미치자 화가 치밀어 올라 양철심이 주먹으로 식탁을 꽝하고 내려치는 순간
홀연 문의 주렴이 걷히며 안으로부터 절세의 미인이 하나 걸어 나왔다.
이 여인은 손에 접시를 들고 있었는데 접시 위에는 쇠고기와 통닭 한 마리가 담겨 있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두 분이 화가 나 계셔요?]
[우린 지금 조정에 있는 우둔한 녀석들의 미련한 행동에 대해 말하고 있는 중인데,
자! 아주머니 한 잔 하시지요!]
곽소천이 술을 권했다.
이 여자는 양철심의 처 포(包)씨로서, 그녀는 임안(臨安) 일대에서는 이름난 미인이며, 성격이 온순하여 누
구든지 한 번 보기만 해도 속으로 혀를 내두르는 그런 미인이었다. 이 여인은 양철심과 결혼한 지 얼마 되
지 않아서 부부가 곽소천과 함께 허물없이 술도 마시고 세상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 왔다. 그 여자는 쇠고기와
통닭을 식탁에 내려놓고 자기 스스로 술잔을 집어 술을 따라 한 모퉁이에 단정히 앉아 마시기 시작했다.
[어제 내가 중안교(衆安橋)에 있는 동남다루(東南茶樓)에 앉아 있었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한탁주(韓托鑄)라는
도둑놈 같은 재상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어떤 관원이든지 상서를 올릴 때 그 공문 위
에 아울러 이러이러한 예물을 올립니다 라는 말이 없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나요.]
양철심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못난 황제 밑에 못난 재상이 있기 마련이오. 또 이 따위 재상이 있으니까 백관들도 다 마찬가지지. 한탁주
가 백관을 거느리고 야유회를 할 때 여기 대나무 울타리에 초가집들이 정말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기는 하나
유감스럽게 닭이나 개 짖는 소리가 없단 말야 하고 말을 하자마자 갑자기 풀 속에서 왕왕 개 짖는 소리가 들
렸는데 한참만에 기어 나온 개가 우리 임안부윤인 조대인(趙大人) 바로 그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포씨는 꽃나무가지가 흔들리듯 허리를 못 펴고 웃었다. 세 사람이 술을 마시다 보니 밖에는 점점 더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제가 가서 아주머니도 오시라고 해야겠어요.]
포씨가 말을 꺼내자,
[불러오지 마세요. 요 며칠 동안 몸이 좀 불편한 모양입니다.]
곽소천이 만류했다.
포씨는 미소를 담뿍 머금은 채 술을 따라 남편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 술 드시고 형님께 축하를 드리세요.]
[무슨 일인데?]
[곽선생님께서 말씀하세요.]
포씨가 재촉을 하니 곽소천이 입을 열었다.
[우리 집 사람, 요 몇 달째 늘 허리가 시다느니 등이 쑤신다느니 해서 어제 읍내에 들어가 의사 장씨에게 보였더
니 아기가 석달째라더군요.]
[형님 이거 축하드립니다. 정말!]
양철심이 큰 소리로 축하를 하고 세 사람이 함께 술 석 잔씩을 비웠다.주기가 얼근히 올라오는데 동쪽으로부터
도사 한 사람이 눈길을 밟으며 이리로 향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도사는 머리에 삿갓을 쓰고 몸에는 도롱
이를 입고 있었으나 온몸에 눈이 가득 묻었으며 걸음이 몹시 민첩했고, 등에는 한 자루의 장검을 메고 있는데
칼자루에 달려 있는 금빛 수술이 바람을 받아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우님, 저 도사 보아하니 보통 사람이 아닌 듯한데, 어디서 오는지 모르지만 저 사람과 더불어 친구로 사귄다
해도 과히 나쁠 것은 없을 것 같은데.]
[좋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서 술이나 나누며 어디 사귀어 봅시다.]
두 사람은 원래 손님을 좋아하는 성질이라 곧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 보니 도사는 어찌나 걸음걸이가 빠른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수십 장(仗)밖에 가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바라다보며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
다.
[여보시오. 도사님, 잠깐만!]
양철심이 큰 소리로 부르자, 도사는 재빨리 이쪽으로 몸을 돌리고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날씨가 몹시 추운데 술이나 드시며 몸을 녹여 가시지 않으시려오?]
도사는 나는 듯 다가왔다. 두 사람은 그의 걸음걸이에 또 한 번 놀랐다. 도사는 냉랭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당신들은 꽤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모양이군.]
양철심은 나이가 젊고 혈기가 왕성한 사람이라 이쪽은 호의로 청해 술을 대접하려고 하는데 어째 이리도
방자한가 생각되어 거들떠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곽소천이 그래도 연상이라고 해서 공손히 읍을 했다.
[저희 형제가 방금 불을 쬐면서 술을 마시다 눈이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도사님께서 혼자 가시는 것을 외람되게
도 이렇게 모셨사오니 무례하다 생각지 마시기 바랍니다.]
도사는 눈알을 괴상하게 돌리더니 명랑하게 응했다.
[좋소! 술을 마시자면 마시지요.]
큰 걸음으로 집안에 들어섰다. 양철심은 더욱 화가 치밀어 손을 뻗치자마자 도사의 왼팔을 잡아 밖으로 끌어내면
서 소리를 질렀다.
[도사의 이름도 아직 묻지 못했소.]
그러자 갑자기 도사의 손이 뱀장어처럼 미끄러져 나가더니 그의 팔을 죄어 왔다. 그것은 마치 쇠고랑으로 죄는
듯 아프고 화끈했다. 양철심이 풀려 나오려고 힘을 쓸수록 온 팔의 맥이 빠지고 뱃속까지 아파 왔다.함부로 손을
댈 계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곽소천이,
[자! 도사님, 이리 앉으세요.]
하고 권하자 도사는 냉소를 띠며 양철심의 팔을 놓아주었다.양철심은 화가 났지만 어찌할 수도 없어 내실로 들
어가 이 도사와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알렸다.
[이 도사가 괴상하니 우선 그와 더불어 술이나 드시다가 기회를 보되 절대로 먼저 손을 써서는 안 되요.]
그는 부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더운 술과 두어 가지 안주를 챙긴 쟁반을 받아 든 그가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부인은 한 자루의 비수를 남편
의 품 속에 찔러 주었다. 그는 밖으로 나와 술 석 잔을 도사에게 따라 주고 자기도 한 잔을 따라 마신 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도사는 창밖에 내리는 눈만 멍하니 바라다볼 뿐 술도 마실 생각을 않고 가벼운 냉소만 띠
고 있었다.
곽소천은 도사가 만면에 적의를 품은 채 앉아 있는 것을 보자 술에 무슨 독약이라도 탔나 의심하는 것 같
아 도사 앞에 놓여 있는 술잔을 자기가 먼저 마셔 버리고,
[술이 쉬 식습니다. 도사님께 따뜻한 술을 새로 따라 올리겠습니다.]
하고 다시 한 잔을 따라 놓자 도사는 비로소 잔을 비우고,
[술 속에 마취제나 독약이 있어도 나는 괜찮소.]
태연하게 말했다. 양철심은 더 참을 수 없어 화가 불끈 치밀어 올랐다.
[우린 호의로 당신에게 술을 권했는데 그래 당신을 해칠까 봐 의심하는 거요? 무슨 도사가 말도 말 같지 않게 하
고 그래. 빨리 나가시오. 여기 술이 시어 터지는 것도 아니고, 안주를 썩혀 내버리는 것도 아니오.]
도사는 흥 콧방귀를 뀌더니 거들떠보지도 않고 술주전자를 들어다가 자기 잔에 따라 석 잔을 거듭 마시더니 갑
자기 삿갓과 도롱이를 벗어 버렸다.
나이는 30세 안팎, 두 눈썹이 검고 얼굴 색은 불그레하며 둥근 얼굴에 큰 귀가 보통 사람과 다른 풍채였다. 등
에 지고 있던 가죽 배낭을 끌러 책상 위에 쏟아 놓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굴러 나온 것은 피와 살이 엉겨 붙은 사람의 머리가 아닌가?
양철심은 손을 뻗어 품안의 비수를 더듬었다. 그 도사는 다시 가죽 배낭을 털어 두 덩어리의 피인지 살덩이인지
모를 것을 쏟아 놓았다. 그것은 사람의 염통과 간이었다.
[이 도둑 같은 놈아!]
양철심이 소리를 지르며 비수로 도사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
[잘한다. 내 마침 이 칼이 필요했는데.]
도사가 외손을 들어 그의 팔을 치니 비수는 어느덧 그의 손으로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한쪽에 서서 이 광경
을 보고는 곽소천은 깜짝 놀랐다. 의동생은 명장의 후예이며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무예를 지니고 있어, 평
소 자기와 비교를 해 보아도 손색이 없었는데, 맨손으로 비수를 뺏는 그 솜씨는 틀림없이 강호에 전해진다
는 공수탈백인(空手奪白刃)의 솜씨일 것이었다. 그는 처음 보는 묘기에 놀라며 의자를 집어들고 도사가 비수로
찔러 오면 대항할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사는 오불관언, 비수로 염통과 간을 토막내어 눈 깜짝할 사이에 술과 함께 깨끗이 먹어 치워 버리고
말았다.
양,곽 두 사람은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도사는 다시 오른손을 번쩍 들어 책상을 내리쳤다.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식탁 위의 술잔이며 찻잔, 접시 등이 번쩍 들리며 놓여 있던 사람의 머리가 으스러지고 식
탁이 쩍 갈라지고 말았다. 도사는 그러고 나서 하늘을 보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며 통곡하는 도사를 바라보던 곽소천이 의동생의 옷소매를 잡아끌면서 속삭였다.
[미친 사람인가보다. 하지만 무술이 대단하니 상대하지 말게.]
그러나 양철심은 도사가 측은한 마음이 들어 안에서 다시 뜨거운 국을 가져다가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도사님, 이 국물 좀 마시지요.]
[쥐새끼 같은 놈들, 내가 모두 죽여 버리겠다.]
가져다 놓은 그릇들을 차 버리는 도사의 행동에 양철심은 더 화를 참지 못하고 집안 모퉁이에 세워 두었던 철
창을 뽑아 들고 문 밖으로 뛰쳐나가며 소리를 질렀다.
[어디 이놈 덤벼 봐라. 양가창법의 맛이 어떤지 보여 줄 테다.]
도사는 히죽 웃으며 몸을 날려 밖으로 나왔다.
[쥐새끼가 양가창법을 써?]
일이 다급해지자 곽소천도 집으로 달려가 갈래진 쌍창을 들고 나왔다. 도사는 칼도 뽑아 들지 않고 도포자락을 삭
풍에 날리며 서 있었다.
[칼을 뽑아 들고 덤벼라.]
양철심이 소리쳤다.
[두 놈들이 함께 대들거라. 내가 맨주먹으로 상대해 주겠다.]
양철심이 먼저 독룡출동(毒龍出洞)의 솜씨로 번개같이 도사의 앞가슴을 찔렀다.
[잘한다!]
도사는 슬쩍 한쪽으로 돌며 손바닥으로 창 끝을 잡아 버렸다.3백여 명의 송나라 군사를 거느리고 4만여 금나
라 대군과 대전했던 양재흥의 비법을 이어 일가를 이룬 양철심이다. 함박눈이 춤을 추는 가운데 양철심은 도사
의 손바닥에서 창을 빼내어 다시 휘둘렀다. 그러나 양철심이 더욱 힘을 다할수록 도사는 창을 따라 그림자처
럼 몸을 움직였다. 72로(七十二路)의 양가창법을 다 써버리자 양철심은 초조한 나머지 철창을 거꾸로 들고 물
러났다. 도사는 손바닥을 들고 쫓아왔다.
[야압!]
양철심이 큰 소리와 함께 도사의 얼굴을 향해 비장의 창법을 날렸다. 최벽파견(催壁破堅).... 이 술법
이야말로 양가창법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공격술이다. 양재흥이 송나라 악비(岳飛)와 싸울 때 악비의 동
생 악번(岳飜)을 찔러 죽여 유명해진 바로 그 창법인 것이다.
(솜씨가 쓸 만하군....)
도사는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탁하는 소리와 함께 창 끝을 손바닥으로 잡아 버렸다.
양철심은 안간힘을 다해 창을 빼려 했으나 도사는 못으로 박아 놓은 듯 끄덕도 하지 않았다.
[핫하하....]
도사는 큰 소리로 웃고 나서 번갯불같이 손으로 창을 내리쳤다.
양철심의 철창은 두 토막으로 분질러지고 말았다.
[선생의 솜씨는 틀림없는 양가창법이로군요. 이거 정말 실례했습니다. 존함을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도사가 먼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양철심은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채 대답했다.
[저의 성은 양이요, 이름은 철심이라 합니다.]
[양재홍 장군은 선생의 조상이 되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러자 도사는 공손히 일어나 머리를 숙여 절을 하고 나서 곽소천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는 방금 두 분이 좋지 않은 분들이라고 오해했습니다. 정말 큰 죄를 지었군요.
원래 충신의 후손이신데 실례했습니다. 이분의 존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저의 성은 곽이요, 이름은 소천이라 합니다.]
양철심이 말을 거들었다.
[이분은 제 의형으로서 양산호한(梁山好漢) 새인귀(賽仁貴) 곽성(郭盛) 곽두령(郭頭領)의 후손이 됩니
다.]
[제가 어쩌다 이렇게 결례를 했습니다. 이렇게 사죄를 드립니다.]
도사는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절을 했다.
[도사님, 다시 안으로 들어가 술을 드십시다.]
[좋습니다. 두 분을 모시고 통쾌하게 한잔하고 싶습니다.]
남편이 다른 사람과 싸우는 것을 문턱에 서서 근심스럽게 바라다보던 포씨는 화해하는 것을 보자 서둘러 안
으로 들어가 술잔과 안주 접시를 챙겼다.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아, 양,곽 두 사람은 도사의 이름을 물었다.
[제 성은 구(丘)요, 이름은 처기(處機)라 하는데....]
곽소천은 깜짝 놀랐다.
[그러면 장춘진인(長春眞人)이 아니십니까?]
[네. 그것은 저희 도가(道家)에서 지어 준 별명이죠.]
[여보 아우님, 이분이 바로 무공으로 당대에 유명한 협객(俠客)이오. 오늘 이렇게 뵙게 되는 정말 큰 영광이오.]
곽,양 두 사람은 몸을 일으켜 땅에 꿇어 엎드려 절을 했다.구처기는 급히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오늘 제가 간신 한 명을 죽였는데 관가에서 계속 추적을 당하고있는 중이었소. 그런데 두 분이 돌연 저에게 술
대접을 하시려고 했고 또 이곳은 황제의 도읍인데다 보아하니 두 분이 보통 농부 같지는 않아서 의심을 품게 되었
던 것입니다.]
[제 의동생의 성질이 괄괄해 도사님께서 문에 들어오실 때 시비를 걸어 더욱 의심을 품게 되셨군요.]
곽소천이 말했다.
<다음은 소설 영웅문>~제1부~몽고의 별~ 2
■ 출처: 김용의 소설 영웅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