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머리로 불리는 탈모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여성들에게도 탈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우영 경희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실제로 1997년 12월부터 2년 동안 건강진단을 위해 경희의료원을 방문한 여자 46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가 남성형 탈모로 밝혀진 바 있다”고 말했다.
김두한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도 “여성 탈모도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유전이 원인이 될 수 있고 스트레스, 심한 열병, 갑상선 기능 이상, 호르몬 불균형 등이 있으면 탈모가 나타나기 쉽다”며 “남성보다 머리가 길고, 머리가 빠지기보다는 머리가 가늘어지고 서서히 빠져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고 말했다.
여성들도 나이가 들면 특히 폐경기 뒤에는 전체적으로 머리카락이 빠져 머리숱이 적어지고, 탈모의 유전적 소인을 가진 여성들은 머리카락 빠지는 증세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김두한 교수는 “여성들도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는데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반면 남성호르몬은 그대로 유지돼 그 영향으로 탈모가 심하게 진행되기 시작한다”며 “이런 경우에 주로 앞머리가 빠지는 남성형 대머리와 비슷한 양상으로 머리가 빠지지만 대부분 이마선은 유지한 채 머리 꼭대기를 따라 전체적으로 머리카락이 없어져 듬성듬성하게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탈모는 사실은 젊었을 때부터 서서히 진행되고 있지만 폐경기에서 빠르게 진행되므로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훨씬 뒤늦게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 여성 탈모 역시 남성처럼 20대 이후에 서서히 진행되지만,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듬성듬성 빠져 쉽게 발견되지는 않는 게 특징이다. 경희의료원 제공/두피층의 모식도. 남성호르몬이 머리카락의 모낭세포를 자극하면 머리카락이 빠지기 쉽다.
한편, 흔히 남성은 어머니 쪽을, 여성은 아버지 쪽을 닮는 경우가 많아 나이 든 어머니에게서 듬성듬성한 탈모 현상이 나타나면 아들이 딸보다 탈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여성한테 탈모증이 나타난다면 남성형 탈모와는 다른 원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심우영 교수는 “젊은 여성이 탈모를 보인다면 장티푸스와 같은 열병을 앓았다든지 갑상선 기능 이상, 성호르몬 불균형, 임신과 출산, 항암제 등의 약제 사용,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또 “장티푸스를 앓아 탈모가 됐을 때 일부에서는 완치 뒤에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나 갑상선 기능 이상, 호르몬 불균형, 임신과 출산 그리고 항암제 사용 등은 원인이 없어지면 다시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출산 뒤 일시적으로 탈모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2~3개월 정도 가는 일시적 증상이며 6개월 정도 뒤에는 정상으로 돌아오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김 교수는 “젊은 여성에게 생리불순 등과 함께 탈모가 나타나면서 머리 외의 다른 부위의 털은 많아지고 핏속의 남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높다면 난소 종양까지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여성도 얼마든지 탈모를 겪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인들도 다양하지만 아직 명확한 치료 방법은 없다. 현재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먹는 약이나 혈관 확장을 도와 머리카락으로 영양과 산소를 잘 공급하도록 하는 바르는 약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증상이 너무 심한 극히 일부에서는 자가모발이식이 필요하기도 한다.
탈모는 그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유전적 소인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는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예방이 가능한데 김 교수는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 탈모를 일으키는 직접 원인은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크므로 평소에 스트레스를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평소 머리를 다듬을 때 파마나 염색 같은 것은 줄이는 게 좋다”며 “흔히 모발 보호형 샴푸나 비듬방지용 샴푸도 아예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한 종류의 샴푸보다는 여러 종류를 번갈아 쓰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