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간다는 여수 세계박람회장을 향해 ‘월목회’는 떠난다.
산천은 짙은 녹색의 장원으로 바뀌고,
알키한 밤꽃 냄새는 사방에 흩어 있다.
일명 남자들의 그 냄새와 같다는…….
이번에도 추친 위원장 시우,
모범운전자 규형, 기선, 시우다.
그밖에 회원은 입만 눈만 가지고 떠난다.
차 안에서는 자칭 ‘○의학박사’라는
석기의 강의가 계속된다.
어디서 그런 요상한 문제를
웃음 속에서 차는 남쪽으로 내닫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을 우동으로 때운다.
옛날 먹던 가락우동이다.
기차가 잠깐 머무는 새에 승강장에서
후루룩 사먹던 우동이 생각난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은 갈 길을 요리조리 알려주고
숙달된 모범운전기사의 빠른 길을
찾아서 달리고 달린다.
이즈음에 개통된 수려한 이순신대교,
여수대교를 건너 여수엑스포 주차장에 댄다.
셔틀버스를 타고 엑스포장에 다다른다.
멀리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 모습이 보인다.
우선 해초비빔밥으로 점심 요기를 하고,
부지런을 떨어 구경꾼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아쿠라리움 앞에 줄을 선다.
장사진(長蛇陣)은 끝이 없다.
우리 줄 앞에는 사투리를 쓰는 열댓 명의 격(格) 없고
버릇없는 한 사십대 친구들이 객기(客氣)를 부리고 있다.
벌써 술이 얼큰하다.
무슨 큰 용기나 내는 것처럼 큰 소리로 떠들고,
밀고, 음료수를 타인한테 뿌리고.
겨우 하는 말이 “미안합니다!” 바로 뒤에 있던
늙수그레한 노인이 한 마디 하지만
도로 그 타령이다. 그 버릇 개주랴?
참으로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아쿠아리움을 입장할 때까지 떼거리이고,
떼거지이다. 한 마디로 ‘떼 거지’이다.
일종의 거지 근성이다. 예약제이던
이 여수엑스포도 예약 안한
떼거지․떼거리에 놀라
예약제를 폐기하는 바람에 더 밀려서
다시 예약제를 부활한다고 한다.
웃기는 짬뽕이다.
한국 사람은 소수가 떼거리․떼거지
쓰는데 이골이 났다.
또 한국사회는 그들의 말과 행동에
너무나 관용적이다.
이제는 초법적이고 무법적인 맛에 길들여져
무조건 떼를 쓰고 본다.
그것도 떼를 거지처럼 쓴다.선 날아다니고,
도끼로 부수고, 최루탄을 터뜨리고,
온갖 욕설을 다해도 참으로 관대하고 무기력하다.
주폭(酒暴)들이 활개치는 것도
술에 대한 관대함 때문이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통치권이라는
미명하에 특별사면 한방이면 끝난다.
사실 대통령의 통치권 행사도 정당한
법치성 안에서 있어야 한다.
법을 잘 지키는 나라 독일은 특별
사면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하기야 음주운전을 사면해주는 나라는 한국뿐이란다.
하여간에 한국은 떼 거지 천지다.
미국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장관이든 도지사이든 국회의원이든
데모 저지선(폴리스 라인)을 넘으면 누구에게나
뒤로 수갑을 채워 여지없이 연행한다.
이게 바로 종미(從美)다. 떼거지를 쓰는
종북(從北)이 아니다.
얼마 안 있으면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로
‘20-50 클럽’ 국가에 진입한다.
그후 빠른 시간 안에 ‘30-50 클럽’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G7국가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자격은 인구,
경제와 국격(國格)에 걸맞아야 한다고 한다.
떼거리․떼거지나 쓰면서 어떻게
명함을 들여 밀 수 있겠는가?
1 시간 이상을 줄을 선 후 아쿠리아움에 입성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친구들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
한국관, 세계관 등을 대충 둘러보고 서둘러
다음 여정으로 떠난다..
오늘 숙박지인 향일암(向日庵)을 향한다.
가는 길이 작년에 간 남해도
보리암처럼 아름답게 굽이진다.
바다가 보이는 펜션에 머문다.
모처럼 일명 자연산 회와 돌산 갓김치와
돌산 막걸리로 얼큰하다.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하는 잠꼬대를 들으면
밤의 여정은 나래를 편다.
다음 날, 새벽 5시에 일출을 보기 위해
향일암(向日庵)에 오른다.
거의 다 돌산이다. 억겁(億劫)의 세월 속에
바위 위에도 나무들이 자란다.
일이백년은 족히 넘을 나무들이 우리를 반긴다.
길어야 백년을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간들이
아침 해를 보기 위해(向日) 허위적 오른다.
바위 틈 바구니를 헤집고 세운 자그만
암자인 ‘향일암(向日庵)’은 우리에게
일출(日出)을 하락하지 않는다.
내려오는 길목에서 아침 막걸리로 속을 푼다.
게장백반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구례 화엄사로 향한다.
천년의 고찰 대가람이다.
번성할 당시는 5,000칸이나 될 정도로
큰 절이었다고 한다.
대가람답게 수목들도 세월들을 이야기해준다.
여기도 불사(佛事) 한창이다.
대웅전의 나무 배흘림기둥과 새로
창건하는 시멘트기둥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하동 화개장터를 지나 굽이진
아름다운 섬진강 따라 올라간다.
아마 봄에 왔으면 구례의 산수유,
섬진강의 매화 향에 취할 것이나
지금은 밤꽃향만 어질 머릴르 만든다.
맛깔스런 남원추어탕에 막걸리
한 순배하고 춘향이에게 눈인사만 하고
인천으로 다잡는다.
인천에 도착하여 차를 돌려주고 낙지전골로
마무리를 한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하상 정성 껏 보살피는 우리 심회장님,
운전한 기선, 규형, 시우가 참 고생했다.
수고한 운전기사님들과 함께 마음 풀고 한잔 땡긴다.
얼큰해진 마음으로 백수들의 집으로 향한다.
이젠 늘그막에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이어질지 마무도 모른다.
여행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자.
그저 함께 바람 쏘이러 떠났다는 것……, 함께!
가을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基善, 在圭, 相好, 始宇, 載赫, 圭亨, 鍾吉, 元明, 錫基, 永仁’
10명이 밤꽃 향 따라 다녀왔다.
- 文霞 鄭永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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