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6:1]
이스라엘 자손이 또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칠년 동안 그들을 미디안의 손에 붙이시니..."
이스라엘 자손이 또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였으므로 -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와 앞에서 행한 악은 어떤 도덕적인 범죄라기 보다 우상 숭배였다. 그들은 강력한 지도자인 사사들이 살아 있을 동안 우상 숭배에서 멀어졌던 것 같으나 사사의 치리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다시 우상 숭배에 빠졌다. 이처럼 타락, 하나님의 징계, 이스라엘의 회개 그리고 하나님의 구원이 순환적으로 반복되던 역사가 곧 사사 시대였다.
미디안 - 아브라함의 후처인 그두라에게서 난 후손들이다. 그들은 유목민이었으며 외국과도 무역을 했다. 요셉이 바로 이러한 생활을 하던 미디안 족속에게 팔렸다. 한편 이러한 미디안 족속이 거하던 땅은 모세와 아주 중요한 연관을 맺기도 하였다. 즉 모세가 바로의 낯을 피해 도망친 곳이 곧 미디안 땅인데 그는 그곳에서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의 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었다. 미디안 땅의 경계는 정확하지않으나 대개 엘란 만 동부 지역인 아카바만 일대이다.
그런데 간혹 모압 경계선 북부나 시내 반도 부근으로까지 그 경계가 확장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들 미디안족은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시에 모압 족속과 동맹을 맺어 이스라엘을 대적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이스라엘에게 대패를 당하고 만다. 그런 자들이 본문에서처럼 다시 세력을 키워 이스라엘을 침공했으니 비록 7년간이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그 어느 때보다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삿 6:2]"미디안의 손이 이스라엘을 이긴지라 이스라엘 자손이 미디안을 인하여 산에서 구멍과 굴과 산성을 자기를 위하여 만들었으며..."
산에서 구멍과 굴...만들었으며 - 팔레스틴 땅은 대체로 석회석으로 되어 있어서 천연동굴이 많았으며 또한 인위적으로 굴을 파기도 쉬웠다. 이떠한 굴은 창고나 무덤뿐 아니라 일시적 거처나 피신처로도 곧잘 사용되었다. 그러기에 이와관련 히브리서 저자는 구약 시대 믿음의 사람들이 핍박을 피해 '산중과 암혈과 토굴'에서 유리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신약의 성도들도 핍박을 피해 동굴 생활을 했으며 유대 종파 중 어떤 사람들은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쿰란동굴에서 생활했다.
이와같이 사람들이 산속의 구멍이나 굴에서 생활했던 이유는 인적을 피할수 있고 타인의 공격을 쉽게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미디안의 침략을 받아 패퇴하자 그곳으로 도망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즉 그들은 적을 대항할 힘이 없었으므로 적의 눈에 잘 띄지 않고 설령 적이 온다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 쉽게 방어할수 있는 높은 산의 동굴로 피신했던 것이다. 한편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의 생활은 당시 미디안으로 인해 입은 그들의 고통이 매우 컸음을 잘 나타내준다.
그 뿐 아니라 과거 그들이 하나님 편에 섰을 때에는 능히 미디안 족을 물리쳤던 것과도 좋은 대조를 이룬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성도들도 하나님과의 정상적인 관계에서 이탈할 때에는 사면에서 에워싸는 원수들로 말미암아 괴롭힘을 당하게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삿 6:3]"이스라엘이 파종한 때면 미디안 사람, 아말렉 사람, 동방 사람이 치러 올라와서..."
이스라엘이 파종한 때 - 우리 나라와는 달리 팔레스틴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로 인해 여름철에 비가 없는 건조기가 계속된다. 그러다가 10월에 들어서서 '이른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이때에 그곳 사람들은 파종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파종된 씨앗은 겨울 우기동안 자라나 결실을 맺고 대개 3,4월 경에 추수하게 된다. 그런데 본절에 의하면 미디안과 아말렉, 그리고 동방 사람들은 파종한 겨울 철에서 추수기까지에 걸쳐 이스라엘을 약탈했던것 같다.
특히 유목민인 미디안 사람들은 곡식이 싹을 내어 한창 자랄 때에 가축을 몰고 와서 그 곡식을 뜯게 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다 자라 이삭이 여물은 곡식마저 빼앗아 갔으니 이스라엘에 양식이 남아 있을 날이 없었다. 아말렉 사람 - 에서의 아들 엘리바스와 그의 첩 딥나 사이에서 난 '아말렉'의 후손을 가리킨다. 그들은 과거 출애굽하던 이스라엘을 르비딤에서 공격한 적이 있는데 오히려 여호수아의 지휘하에 분투한 이스라엘에게 크게 패하였었다.
이때 하나님께서는 장차 아말렉을 세상에서 완전히 없어지게 하리라고 말씀하셨는데 히스기야왕 때에 이르러 그들은 시므온 자손에 의해 멸절 당했다. 이들은 계속 존속하는 동안 이스라엘을 매우 괴롭힌 것으로 악명높다 . 동방 사람 - 창 29:1에서 처음 언급된 족속이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족속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단지 야곱이 갔던 곳이 밧단아람이었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창 29:1에서 가리키는 '동방 사람'은 메소포타미아지역 사람을 지칭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본문에 언급된 '동방 사람'은 이스라엘 남부와 남동부에 자리를 잡고 있던 아말렉 및 미디안과 동맹한 것으로 언급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여기서 가리키는 '동방 사람'은 메소포타미아지역의 족속들은 아닌 듯하다. 추측컨데 아마도 이는 미디안과 인접해 있는 시리아 사막 지역의 이말렉 족속 중에 속한 사람들을 가리킬 것이다.
[삿 6:4] "진을 치고 가사에 이르도록 토지 소산을 멸하여 이스라엘 가운데 식물을 남겨두지 아니하며 양이나 소나 나귀도 남기지 아니하니..."
진을 치고 - 본절에서는 미디안과 아말렉, 그리고 동방 사람들이 어느 곳으로 올라와서 어디에 진을 쳤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뒤에 기드온과 싸우려 할 때에는 요단을 건너와서 '이스르엘'골짜기에 진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래서 혹자는 그들이 가사에 이르도륵 이스라엘 지경을 황폐화시킨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번에도 요단을 건너와서 점점 서쪽과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가사'는 이스르엘 골짜기보다 훨씬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사 - 유다 지경에 속한 블레셋인들의 5대 성읍 중 하나이다. 1:18 주석 참조. 토지 소산을 멸하여...나귀도 남기지 아니하니 - 미디안 연합군이 이스라엘 백성을 직접적으로 쳤을 뿐아니라 그에 병행하여 생계 수단이 될 만한 것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초토화시키고 갔음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당장 생계 문제로 극심한 고통을 당해야 했는데 이는 단순히 조공을 바치는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범죄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상과 같은 상황 속에서도 백성들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기드온처럼 노략꾼들에게 들키지 않게 감추어 둔 곡식이나마 조금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삿 6:5] "이는 그들이 그 짐승과 장막을 가지고 올라와서 메뚜기떼 같이 들어오니 그 사람과 약대가 무수함이라 그들이 그 땅에 들어와 멸하려 하니..."
그들이 그 짐승과 장막을 가지고 올라와서 - 미디안족은 유목민들이었으므로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초지를 찾아 떠돌아 다녔다. 특히 그들은 약대가 있었으므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였는바 가나안의 곡식이 자랄 때 쯤이면 나타나 곡식 밭에 자기들이 몰고 온 짐승들을 방목하고 장막을 지어 장기간 체류였다. 한편 여기서 '올라와서'라는 표현은 반드시 남쪽에서 북쪽으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이동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이는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이방 땅에서 나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메뚜기떼 같이 들어오니 - 성경에서 메뚜기 떼는 종종 하나님의 심판으로 말미암은 재앙을 상징한다..이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특히 대적들의 수효가 엄청났다는 점과 그들로 말미암은 피해가 막심하였음을 강조해 준다. 그 사람과 약대가 무수함이라 - 미디안족은 떠돌아 다니면서 유목 외에 무역도 했으므로 약대가 반드시 필요했다. 고대 근동에서는 짐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이 약대가 가장 많이 이용되었다.
[삿 6:6]"이스라엘이 미디안을 인하여 미약함이 심한지라 이에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라..."
이스라엘이...미약함이 심한지라 - '미약하다'에 해당하는 '와이달'은 '쇠하게되다'란 뜻 외에도 어원적으로 '가난하게 되다'란 의미도 있다. 이를 '가난하게 되다'로 번역했다. 즉 이스라엘 백성들은 침입자들로 인해 모든 곡식과 짐승을 빼앗겼으므로 가난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공동 번역은 이와 달리 '와이달'을 '황폐하게 되다'로 번역하고 있다. 이것은 그 단어의 근본 뜻과도 밀접한 연관이 없으며 본절의 본래적인 의도와도 조금 다르다.
물론 침입자들로 인해 이스라엘 땅이 황폐하게 되었으나 본문에서는 횡폐하게 된 사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스라엘 백성의 곤궁한 처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7년 동안 계속되었으니 이스라엘 백성들의 고통이 매우 심했음은 말할 나위 없다.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라 -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 선조들이 애굽의 압제에 못이겨 고통으로 신음할 때와 같이 극한 상황에서 하나님을 찾았다. 이처럼 주위의 열국들을 이용, 타락한 당신의 백성을 징계하시어 그 타락의 길에서 돌이키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는 비단 사사기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역사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하나님의 전형적 섭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