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프랑스 / 1869년~1954년)
앙리 마티스는 ‘야수주의’의 대표 작가다. 야수주의는 무엇보다 색채에 중점을 두는 미술 양식을 일컫는데, 마티스를 비롯한 야수주의 화가들은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면서 혁신적인 태도로 색채를 표현했다. 그들은 그림의 소재보다 색채에서 미술의 고유한 특성을 찾으려 했다. 야수주의의 어원은 1905년 《살롱 도톤》이라는 전시에 출품된 마티스의 그림에서 비롯됐다. 마티스의 그림을 본 평론가들은 마치 화산이 폭발한 듯한 현란한 색깔을 보고, 야수(野獸, 사나운 짐승)와 같다며 조롱 섞인 악평을 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야수주의 이전에 유행한 인상주의 그림들은 차분하면서 얌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마티스의 이런 태도와 색채는 기성 세대에 대한 도전 의식이 강한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루마니아 풍의 블라우스>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1940년에 그려졌다. 마티스는 여인의 초상화를 여러 점 남겼는데, 이 그림처럼 인물을 그릴 때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색채 표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그림에서도 머리 모양과 이목구비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순하게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입체감은 사라지고 평면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화려한 색채 표현도 두드러져 보인다. 그리고 인물의 배경을 생략하고 붉은 색 한 가지로만 바탕을 처리함으로써 흰색 블라우스와 푸른색 치마를 입은 여인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특히 여인의 흰색 블라우스 위에 그려진 무늬는 아라베스크 문양을 연상시키는데, 아라베스크 문양은 덩굴 식물의 부드러운 곡선과 기하학적 무늬가 조화를 이룬 장식적인 패턴을 말한다. 이 문양은 주로 이슬람 사원의 벽면이나 공예품에서 볼 수 있다. 젊은 시절 마티스는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면서 아라베스크 문양의 옷감과 카펫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여인이 입고 있는 블라우스에 새겨진 무늬도 이런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식물 모티프와 기하학적 문양이 어우러진 옷의 무늬는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마티스의 그림은 ‘장식성’과 ‘평면성’이라는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