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이제 제 이가 몇개 남지 않았어요!”
병원을 방문한 한 중년의 여성환자가 속상한 표정으로 이같이 호소했다. 방사선 사진으로 촬영한 결과 환자의 치아는 거의 다 씌운 상태로 임플란트도 몇개 발견됐다. 환자는 씌우거나 때운 부분, 특히 치아를 제거하고 임플란트를 한 부분은 자신의 치아가 아니라는 생각에 한숨만 내쉬었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제3의 치아로 불릴 만큼 본연의 치아에 가깝다. 물론 자연치아를 다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임플란트가 자연치아에 가장 가깝다.
◆충치에 강하고 치주질환에 취약
자연치아에 가깝다는 뜻은 기능적인 면에서 가장 일치한다는 말이다. 이는 자연치아에 생기는 문제가 임플란트에도 고스란히 생긴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임플란트 치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일단 임플란트는 금속이기 때문에 충치가 생길 염려가 없다. 따라서 충치는 피할 수 있지만 치과 양대질환 중 하나인 치주질환에는 치명적이다. 충치와 치주질환은 모두 세균에 의해 일어나는 질환인데 이 세균 덩어리가 바로 치약 광고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플라그다.
입안에 있는 침 속에는 세균 수억마리가 떠다닌다. 이 세균은 침의 끈적한 성질 때문에 치아의 표면과 구강 점막의 표면에 들러붙는다. 치아에 점점 들러붙어 자기들만의 무리를 이루면 물로 헹궈도 떨어지지 않고 약을 먹어도 죽지 않는 보호막이 형성된다.
이런 세균이 치아를 직접 부식시키면서 발생하는 충치는 금속 임플란트에 적용되지 않지만 세균이 잇몸 뼈를 녹이는 치주질환의 경우는 다르다. 치주질환이 발생하면 임플란트를 잡아주는 뼈가 녹으면서 임플란트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
치주질환 외에 임플란트에 문제를 일으키는 다른 원인은 이갈이와 이 악물기 같은 습관이다. 치아는 뼈에 붙어있지만 뼈와 치아 사이에는 인대가 존재한다. 인대는 씹을 때의 충격을 완충해주고 치아를 약한 힘으로 계속 당기면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치아 교정이 가능한 이유이자 잇몸 뼈가 약해지면 치아가 흔들리는 이유다.
임플란트와 뼈 사이에는 인대가 없어 충격을 완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갈이와 이 악물기가 특히 좋지 않다. 이갈이와 이 악물기 할 때의 힘은 보통 우리가 음식을 씹을 때 힘의 수십배에 이른다. 그런 강한 힘이 치아에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치아는 마모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심한 경우 금이 가거나 부러지기도 한다. 임플란트는 충격을 완충하는 능력이 떨어져 도자기 부분이 깨지거나 뿌리째 빠져버릴 수도 있다.
이갈이와 이 악물기는 턱 관절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입을 여닫을 때 턱에서 탁탁 걸리는 느낌이 든다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이 뻐근한 경우,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렸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안 벌어지는 증상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때는 임플란트는 물론 치아와 턱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갈이 보호장치를 끼우고 자는 게 좋다.
◆신경통 없지만 정기점검 받아야
임플란트는 치아와 달리 신경이 없기 때문에 염증이 생긴다 해도 심각한 경우가 아닌 이상 시리고 아픈 불편감이 거의 없다. 양치질할 때 피가 나거나 잇몸이 가끔 붓는 정도가 전부다. 따라서 상태가 악화되기 전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검진하고 스케일링을 해 치주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좋다.
임플란트는 치아와 달라서 치아 스케일링을 할 때 쓰는 장비는 사용하지 않는다. 임플란트 표면을 손상시키면 플라그가 더 잘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플란트 전용 스케일러 팁이나 레이저, 에어플로(Air-Flow)와 같은 에어어브레이시브시스템(air-abrasive system)을 이용해 관리해야 한다.
일반적인 스케일링 장비의 경우 초음파 진동으로 치아에 붙은 치석을 제거하지만 임플란트 표면은 치아와 달리 매우 거칠어 일반 스케일링 장비로는 제거가 힘들다. 또한 일반 스케일링 장비는 임플란트 금속의 표면에 스크래치를 만들 위험도 있다.
치과용 레이저의 경우 플라그 제거효과와 살균효과가 있어 임플란트 주위에 사용하기 좋다. 특히 레이저 중에서도 물방울 레이저처럼 임플란트 표면의 열을 올리지 않는 레이저가 좋다. 또 거친 표면에 붙은 플라그를 깨끗하게 닦아낼 때는 에어플로 장비를 이용, 고압의 물과 파우더로 세차하듯 표면을 닦아주는 게 효과적이다.
임플란트의 수명이 얼마인지 묻는 질문은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과 같다. 물론 치과에서 의사들은 이 같은 질문에 보통 10년이라고 대답한다.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이런 저런 탈이 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반드시 다시 해야 하는 것도, 그 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도 거칠게 사용하면 1년 만에 탈이 나기도 하고 잘 관리하면 10년 이상도 아무 문제없이 운행할 수 있다.
임플란트도 마찬가지다. 양치질을 정성껏 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무리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 반면 이갈이나 이 악물기 습관이 있거나 단단하고 질긴 것을 좋아한다면 1년도 안돼 못 쓰게 될 수도 있다.
식상하지만 임플란트를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방법은 치과 검진과 양치질이다. 밥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충분히 휴식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진리인 것과 같다. 이미 치주질환이 생긴 경우라고 해도 적절하게 관리하면 오랜시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뒤늦게라도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치아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면 기본적인 건강도, 삶의 행복도 얻기 힘들다. 건강의 기초가 되는 임플란트인 만큼 꾸준히 잘 관리해 오래오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건강한 삶을 누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