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한국 증시 침체] 선거 전에 부양해야 할 윤정부, 일본 따라했지만 역효과 / 3/4(월) / JBpress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활황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주가 부양이 시급한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주가 부양책을 벤치마킹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의 체질 개선과 실적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 주식 부양책은 '호도'에 불과하다며 정책 효과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 '중학 개미'에서 '일학 개미'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세계적인 금융완화 정책이 시행되고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팽창했을 때 한국에서는 서학개미, 중학개미라는 유행어가 등장했다. '개미'는 개인투자자를 가리키는 은어로 동학개미가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가리키는 반면 '서학개미'는 미국 등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중학개미'는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뜻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 경제위기로 인해 중학개미 대신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뜻하는 '일학개미'가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닛케이평균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일본 증시가 최근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핫한 투자처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 일본 반도체 관련주 한국서도 호황
한국인 투자자들에게 일본 증시 붐이 일어난 것은 2022년 8월께부터다.
세계적으로 금융 긴축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일본만은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해 엔화 약세 기조가 한층 진전되면서 환차익을 노린 투자상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의 경제위기 소식이 한국을 뒤덮자 많은 한국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를 떠나 일본 증시로 몰려든다.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증시에 염증을 느낀 투자자들도 일본 증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증권관련 예탁과 결제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예탁결제원(KSD=일본의 증권보관이체기구) [JASDEC]에 해당)에 따르면 한국인 투자자(기관투자가 포함)는 올 1월 한 달간 일본 증시에서 3억 4152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해 지난해 같은 기간(6075만 달러)보다 매수 규모가 5배 이상 늘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으로, 이외에도 반도체 관련 종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한국 뉴스에서 매일같이 언급되는 일본의 '반도체 굴기'가 이들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참고로 한국인 투자자의 최대 해외투자처인 미국 증시는 올해 1월 한 달간 120억 9218만 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56% 늘었다.
■ 심각한 국내 시장 기피 현상
한편 한국 증시를 보면 대규모 투자자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0일까지 내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9조 110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자금 유출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좀처럼 박스권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지루한 랠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였던 2021년 8월 5일 최고치(코스피지수 3296.17)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하며 줄곧 코스피 2700선을 기준으로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1월 들어서는 무려 6%나 코스피지수가 떨어지고 글로벌 주가지수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증시가 되고 있다.
전출·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한국의 주식투자 인구는 약 1400만명. 한국의 전체 인구가 5175만 명 정도이니 신생아까지 포함한 전체 한국인의 약 36%가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활동인구가 2880만 명 정도니 일하는 한국인 2명 중 1명이 주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이 모이면 어디서든 주식 얘기로 꽃을 피우고,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 테마주(특정 정치인과 인연이 있는 종목)가 급등하고, 내각 장관들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거의 매번 주식계좌 의혹이 문제로 떠오른다. 4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도 주식투자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은 필수적이다.
■ 혼신의 주가대책 기대에 어긋난 목소리
총선을 앞두고 주가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윤석열 정부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26일 한국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처방전으로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 연 1회 공시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은 도쿄 증권거래소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 코스트나 주가를 의식한 경영의 실현을 향한 대응」을 일부 흉내 낸 것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이하로 떨어지는 등 자본수익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 많은 상황을 문제 삼았던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프라임시장 및 스탠더드시장 전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자본효율 개선 등을 위한 사업계획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해 개시하고 있는 기업명을 금년 1월부터 공표, 그 리스트는 각 기업의 개시 상황에 맞추어 매월 갱신하는 등, 관련 프로그램을 강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PBR가 1배 이상 기업이나 시장평가가 높은 종목으로 구성한 주가지수 JPX프라임150지수를 개발해 자본수익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는 장치를 만들었다. 이러한 시책을 도입한 이후, 닛케이 평균 등의 주가지수는 20% 이상의 상승을 이루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 이후 증시에서 '기대에 어긋난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저PBR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는 오히려 하락했다.
■ 대주주에 의한 공고한 지배구조가 거버넌스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일본에서는 2013년 아베신조 총리 시절부터 거버넌스 개선이 시작돼 장기 프로젝트였던 거버넌스 개혁을 바탕으로 밸류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대주주 일가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거버넌스 개선에 대해 소극적이다. 따라서 일본과 같은 자율적인 참여보다는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나 참여를 유도하는 보다 적극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적이 부진한 한국 기업들이 당장 미래가치를 높이기 어렵다는 사정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이뤄지고 있다.
결국 일본과 미국은 물론 대만보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의 고질병 치료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아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권의 운명이 걸린 선거를 위해서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어떻게든 해소하려는 윤석열 정권과 여당 국민의힘으로서는 일본의 불꽃 랠리가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