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앞으로 위기가 실제로 닥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견조한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금융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중국 정부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만난 안유화(安玉花)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2018년 하반기 또는 2019년 상반기에 중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중국이 구조조정을 위해 외국인에게 우수한 기업의 지분을 싼값에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좋은 기회라고 했다.
―중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보는가.
“위기가 오고 있다. 그 시점이 언제일 것이냐가 중요하다. 올해 하반기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채무 상환율이 점점 떨어지면서 2018년엔 더 악화될 것이다. 2018년 하반기, 늦어도 2019년 상반기엔 중국 기업 상당수가 파산하거나 구조조정될 것이다. 1997년 한국이 경험한 것과 비슷한 일이 2018년 하반기 또는 2019년 상반기에 중국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부채 중 부실부채가 어느 정도인지는 논란이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2%가 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10%쯤으로 보고 있다. 약 10조위안(약 1750조원) 정도를 부실부채라고 가정하면 이는 GDP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부실채권이 수면 위로 떠올라 경제가 악화되면 매년 GDP 성장률이 1%포인트씩 낮아진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7%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올해는 5.7%, 내년은 4.7%, 2019년은 3.7%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중국은 고통을 피하기 위해 경제 구조개혁을 미루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구조조정을 미룬 대가를 치를 것이다.”
―피부로 느껴지는 중국 경기는 어떤가.
“지금 중국에선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사줄 사람이 없다. 거의 호가만 있는 상황이다. 가격 자체가 너무 비싸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집값은 서울보다 훨씬 비싸다. 더 심각한 건 상가다. 기업이 투자하기 위해 사는 게 상가인데 아무도 사지 않는다. 현재 은행이 부동산 투자 목적이면 대출을 거절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부동산 매입 목적이면 담보가 있으므로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대출받아 집을 살 수 없다. 투자 목적일 때에만 대출 승인이 떨어진다. 중국은 경제위기로 가는 중이다.”
안 교수는 설명을 잠시 멈추고 경제위기로 가는 경로를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멈췄고, 주식시장이 최고치를 경신한 단계를 지나 은행 대출이 축소되는 단계이며, 그다음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작되는 단계라고 했다.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어떤 정책을 쓰고 있는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7%이고, 한국은 3% 미만이다. 그런데 예금금리는 같은 수준이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2%도 안 된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금리다.
과거 국유기업은 새로운 대출을 일으켜 기존 부채 이자를 갚으면서 투자를 계속했다. 그런데 이젠 경제 상황이 나빠져 투자하면 손실로 이어지고, 지금까지 쌓인 부채는 이자만 해도 엄청나다. 정부가 가만히 있으면 몇만명씩 고용하는 국유기업이 파산하고, 사회 안정을 해친다. 또 중국 비금융 업종 상장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부동산에 관련돼 있을 정도로 규모도 크다. 그래서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예금금리를 비정상적으로 인하했다. 중국 정부의 첫 번째 카드다.
두 번째 카드는 자산관리공사(AMC) 설립이다. 1990년대 말 중국은 4대 자산관리공사를 설립해 국유은행의 부실 대출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은행을 살려냈다. 지금 중국의 지방은행은 물론 국유은행도 부실 대출 규모가 너무 크다. 그래서 각 성(省)별로 AMC를 만들고 있고, 총 46개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 AMC들은 총 8조위안(약 1400조원)의 부실부채를 처리할 수 있다.”
―중국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 위안화 자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해 2018년, 2019년에 온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은 과거 외환위기에 겪은 구조조정 경험을 활용해, 중국의 위안화 자산을 싸게 확보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중국에 세계 1위를 할 잠재력이 있고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많다. 지금부터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보고 있어야 한다. 알리바바 대주주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텐센트 대주주는 남아공 미디어 회사 내스퍼스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하고, 그런 기회가 오고 있다.”
내수 중심 성장을 위해 필요한 건 높은 국민의 소득 수준과 사회 보장 시스템
중국은 앞으로 20년간 소득수준 향상 어렵고 최악의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내수 성장에 어려움 겪을 것
―중국은 수출에서 내수로 경제정책 방향을 바꾸었다.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어떤 나라가 내수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소비가 늘어나려면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 번째는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중국 주도 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었고, 부가가치가 낮았다. 임금을 많이 높일 수 없었다. 내수가 커지려면 화웨이와 같은 고부가가치 기업이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20년간 더 발전해야 하지만, 그때까진 중국의 소득수준 향상이 어렵다.
두 번째 조건은 사회보장 시스템이다. 중국인이 받는 사회보장 시스템은 세계 최악이다. 과거엔 국유기업이 직원의 삶을 책임졌다. 집도 줬고, 죽을 때까지 급여도 지급했다. 이 구조는 국유기업에 부담이 너무 커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보험사를 만들었다. 가장 많이 가입한 보험이 양로보험(한국의 국민연금과 비슷함)인데, 가입자가 2억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전체 근로자가 6억~7억명인데, 나머지 4억~5억명은 사회보장이 없는 셈이다. 이들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 의료보험이 있지만, 한국과 달리 병원비가 많이 든다. 의료보험으로 처리되는 병이 적다. 이래선 내수가 성장할 수 없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후 중국이 경제 제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중 관계는 어떻게 될까.
“중국이 공식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내보내지 않고 한류 연예인 방송 출연을 제한하는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전화를 걸어 ‘자제하라’고 했을 수는 있고, 그런 것으로 안다. 중국의 방송국이나 관련 기업은 대부분 국유기업이다.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알아서 눈치를 본다. 여행객도 확실히 줄었고, 비공식적으로 요구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 완료되면 한·중 경제 협력은 거의 중단될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중국은 공식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이 확실해 보인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있어, 전면적인 무역 보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WTO와 관련된 것은 무역이다. 한·중 간 경제 협력은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형태로 이뤄지고, 최근엔 중국 자본이 한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중국은 지금 부족한 한국 내수를 채우고 자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중국과 무역이 아닌, 중국이라는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은 앱, 콘텐츠를 개발할 때 처음부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다. 또 제4차 산업혁명 분야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기술이 있지만, 시장과 자본이 없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이 시기에 중국과 관계가 멀어지면 미래가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