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병필승(哀兵必勝)
비분에 차 있는 병사들이 반드시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뜻으로,
전쟁 중인 양방의 전력이 대등할 때는 비분에 차 있는 쪽이
전력을 다해 싸움으로써 반드시 승리를 쟁취한다는 말이다.
哀 : 슬플 애
兵 : 병사 병
必 : 반드시 필
勝 : 이길 승
1115년, 금나라의 태조 완안 아골타가
요나라의 국경 마을 하나를 점령했다.
요나라의 황제 야율연희는 이 소식을 듣고
벼락 같이 성을 내며 몸소 70만 대군을 이끌고
금나라 정벌에 나섰다.
이와 함께 부마 소특말에게
기병 5만을 주어 금을 우선 공격하게 하였다.
금의 태조 완안 아골타는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 순간 그는 병사들의 마음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그는 각 부족의 수령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자기 얼굴을 이리저리 그어 상처를 냈다.
피로 얼룩진 얼굴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며,
눈물로 통곡하며 말했다.
"애당초 우리가 군사를 일으킨 것은
거란으로부터 굴욕과 수치를 모면하고자 함이었는데,
뜻밖에 요나라가 전 병력을 동원해
우리를 정벌해 올 줄이야.
지금 커다란 화가 우리 앞에 닥쳤다.
죽음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이제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뿐이다.
하나는 모든 부족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결사적으로 싸워 죽음 속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내 부족과 가족을 죽이고
투항하여 요나라에 용서를 비는 길이다.
가든지 따르든지 바로 결정하라!"
각 부족의 수령들은 아골타의 얼굴에
흐르는 피눈물을 보고는 가슴이 북받쳐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철철 흘렸다.
이윽고 한 부족의 수령이 나와서 말했다.
"우리 모두 여진의 독립을 위해 일어나자.
지금 죽음이 코앞에 이르렀으니
결사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자, 우리 죽음으로 맹세컨대
아골타의 명령에 따르리라!"
그 말과 동시에 모든 부족의 수령과
병사들이 함성처럼 외쳤다.
"아골타를 따르라! 아골타를 따르라!"
병사들의 굳센 결심과 충절한 용기에 힘입어
아골타는 불과 5만의 병력으로
요나라의 70만 대군을 격파하였다.
이 승리를 기반으로 금은 뒷날
요를 멸망시키고 중국을 통일시켰다.
애병필승(哀兵必勝)라.
정의로움에 북받쳐 슬퍼하는 군대는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한다.
그러니 지도자는 위기 시에 병사를
감동으로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