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그쳤습니다.
적당히 체온으로 데워진 침대에 앉아 오늘 치룬 잔치를 생각하니 빙그시 미소가 지어집니다.
깨알 같은 글씨로 빠르게 적어 내려간 수첩엔 29명의 참가비 납부자 명단이 보입니다.
회원명단을 보며 오늘 참가하신 분들이 누구누구더라 체크를 해보니 얼른 40명이 넘습니다.
남은 배번의 이름표들을 볼 때마다 그이들이 참가하지 못한 나름의 사정들이 궁금도 했습니다.
처음 뵈었지만 금새 마음이 먼저 가까워져버린 사모님들과 그 가족들...
명분은 마라톤이지만 이런 축제의 장도 드물겠지요. 주체 측에서 준비한 많은 음식들, 교통정리에 여념 없는 경찰, 굵게 패인 주름에 고깔모자를 쓰고 징과 꽹과리로 흥을 돋우시는 동네 노인들, 푹신한 잔디에 깔깔거리며 웃다가 넘어지다가 공을 쫒으러 다니는 아이들과 우리 목마클의 다정한 회원들까지... 이런 행복이 없구나 감사함으로 행사를 지켜봅니다.
10km 참가한 회원들이 하나둘 도착홈에 들어옵니다. 함평대회는 유독 먹거리가 풍성하다는, 그래서 10킬로를 신청했다는 종일군, 전날 늦게까지 술을 먹다가 마눌님의 전화에 어, 내일 뛰지 참 했다는 명정범님, 근무사정상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일년에 두 번 있는 단체대회만은 꼭 참가한다는 김미라님, 제가 잠깐 자릴 비운사이에 들어 왔을까요 우리의 양경현 회장님, 딸아이의 손을 잡고 어디 아빠 들어오나 보자 한참을 기다리니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네요 육종일님...
먼저 들어온 회원들을 위해 목마클 부스에 널찍한 자릴 펴고 음식을 담아내기 시작합니다.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하신 장수황 회장님 사모님을 비롯, 언제 오셨는지 성영호님과 사모님의 손도 분주해보입니다. 노란 개나리 꽃을 닮으신 최용재 회원님의 사모님, 지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토달지기 박재홍님의 사모님, 산악부장님과 사모님도 오셨구요 조금있으니 주경남님의 사모님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하나같이 가족 같고, 내 가족의 밥상을 차리는 마음으로 마치는 순간까지 자원봉사를 해주시니 그렇게 마음이 훈훈할 수가 없었습니다.
훈련에 열심인 건 알았지만 하프 주자 지행선님이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의지가 대단하셔서 기록에 날개를 달 줄로 압니다. 남은 배번을 가지고 뛰셨나 봅니다 최의준 부회장님이 그 뒤를 잇고, 조금 있으니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라해도 손색없을 김준완님의 얼굴도 보입니다. 그녀의 소식이 많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요 최광님 전 재무님이 여자 2,3위를 다투며 양인균님의 구호에 발을 맞춥니다. 결과는 3위였지만 자리다툼에 조금만 더 신경썼더래도 2위는 너끈한 실력이라 아쉬움이 남았더랍니다. 내년이면 적을 둔 목마클에 다시 들어와 클럽활동을 하실 계획이라 밝히셨고 언제봐도 두 분의 정열은 아름다우면서도 돋보이지요.
어느 단체대회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클럽에서도 하프코스를 가장 많이들 신청 했던 터라 대회장으로 목마클 회원들이 하나둘 들어올 때마다 왜 그리 반갑고 뜨거운 것들이 올라 오던지요... 거북이 조희숙님은 두 남자를 거느렸(?)네요. 기꺼이 자원봉사를 하겠다던 김영우 훈련부장님을 오른쪽에, 내고향 함평을 찾으신 차운선님을 왼쪽에 누가봐도 감동이고 회원간의 정이 묻어나는 모습, 디카에 담아 추억만들기 책갈피에 꽂아 색이 바랠 때까지 간직할 줄로 압니다. 아무나 추억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 또한 추억은 자신에 의해서만 만들어 지는 것도 아니라는 거, 마치 숲이 우거져 온통 한가지 나무색으로만 보일지라도 봄이 되면 산벚꽃나무가 나 여깄어요 결실의 수를 놓듯 추억 또한 씨를 뿌리는 자의 고유한 몸짓 이라는 거... 그녀를 보면서 느끼고 맙니다.
출발전부터 디카의 셔터를 누르고만 있더니 사진은 뛰는 과정에 찍는 거라며 하프코스 내내 디카를 들고 뛰었을 윤영선님이 보이네요. 그 상큼한 미소가 어디갑니까 사요나라 손을 흔드는 내내 미솝니다. 유일하게 사진기가 필요없는 분이겠지요. 영선님의 미소는 우리 목마클 회원들의 마음에 이미 찍혀져 있을테니까요. 단체참가 신청서 명단을 다시한번 들여다봅니다. 하프에 동참하신 최용재, 김정희, 유종민, 박재홍, 조인형, 김대회, 박강길, 박영삼님, 정운상, 박인영, 손동완님의 이름 한분한분 떠올려봅니다.
2시간 50분대로 드디어 풀코스 주자 1위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참 대단하구나 새삼느끼며 1위로 들어오는 분의 몸짓과 발짓을 지켜보는데 어, 차량지원을 해주신 최헌일님이 쉼없이 뛰어오고 있네요. 첫 출전한 하프코스를 포기하지 않고 뛰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거친숨을 고르고 있는 틈을 타서 “힘들었을텐데 포기하지 않고 뛰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했더니 “저는 포기는 하지 않습니다.!”라는 단호한 그 한마디에 그이의 모든 것을 대변해 주는 듯 합니다. 예닐곱의 풀코스 주자들을 빼놓고는 회원모두가 모여 양회장님과 총무님께서 기꺼이 준비한 음식을 먹습니다. 꼬들꼬들 삶아낸 돼지고기, 은빛 나는 홍어, 일일이 포장했을 주먹밥, 북어찌개와 마른 안주들... 특별히 홍길동 식당에서 간재미 회무침을 찬조하셨답니다. 푸짐해서 사람좋아 보이는 홍길동 여사장님 볼에 감사의 뽀뽀를 바칩니다. 얼음 채워진 아이스박스에 아이들 먹을 음료수랑 시원해지라고 병맥주를 넣고 나니 곧 이어 김준섭 명예회장님의 사모님께서 하프를 완주하시고 맥주를 먼저 찾으십니다. 기록에 연연 없이 그 연세에 장거리를 뛴다는 사실만으로 숙연해지는 건 다 같은 마음일겁니다. 오셔서 음식을 드시라고 해도 한사코 명예회장님이 뛰는 중이라며 맥주 한 컵을 시원하게 드시고 회장님을 응원하러 가는 뒷모습...
장족 장정수님께서 3시간 30분대로 풀코스를 들어오시고 이어 이주환님이 들어오시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주환님의 에너지는 식을줄 모릅니다. 힘들텐데도 얼굴에서나 몸짓에서나 힘이 넘치는 모습은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습니다. 얼굴이 너무 해맑어서일까요. 와, 오늘의 하이라이트 김희주 부회장님이 풀코스 여자 2위로 입상하는 순간입니다. 옆에서 함께 뛰는 세분의 뭇 남성들에게 에워싸인 모습은 마치 여왕벌이 일벌을 거느리는 모습처럼 당당하고 위대해 보입니다. 열심히 뛴 보람을 찾는 순간이었겠지요. 장수황 회장님은 여느때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시며 빠른 걸음으로 뛰어 오셨는데 순간 사모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역시나 잘 하셨다는 사모님의 마음이었겠지요. 무사히 완주했음에 안심이었겠지요. 누가 김시호님의 꼬리표에 꼴찌란 애칭을 달았을까요 3시간 50분대의 훌륭한 기록으로 두 팔을 들며 뛰어오는 김시호님의 모습에 오늘은 빨리 갈 수 있겠구나(^^)라고들 생각 안하셨을까요. 오늘 컨디션은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며칠 전부터 침을 맞고 다니셨다는 김성봉 사범님이 들어 오실때가 됐는데...아, 드디어 입장을 하십니다. 그래도 4시간을 넘지 않은 좋은 성적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신 사범님은 언제봐도 대단한 분이시지요.
마지막은 추영호님의 장식으로 오랫동안 준비한 함평단체대회가 한사람의 부상도 없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풀코스 신청하신 주경남님께선 30킬로 지점에서 턴하고 오셨다는데 자신의 몸을 읽을 줄 알고 멈출 줄 아는 자의 여유같아 부럽기만 하더랍니다. 다시한번 자원봉사에 애쓰셨던 회원님의 사모님들! 마음의 작은 선물을 준비하겠습니다. 양회장님, 무릎부상으로 자원봉사를 택하신 총무님, 특히나 두 분의 빈틈없는 준비로 잔치에 초대해주셔서 맘껏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이렇게 끝이 났네요. 다시 일상입니다. 일상에서 행복 찾기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자에게 늘 가능한 일이겠지요. 마라톤이 주는 선물처럼 말입니다.
첫댓글 재무님 여러모로 수고많았습니다
하늘 만큼 땅 만큼, 사랑과 관심과 염려로 대회를 준비하고 함께한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참 고생하셨어요. 순금씨도 재미난 소풍이었군요. 또 그 아이에겐 좋은 선물하나 추가되었겠지요?
참가 회원 모두 부상없이 완주 하신 것 축하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언제 돌아가서 마라톤 대회장 느낌을 세세히 나타낼수 있을까? 순금씨 배번호로 뛰신 우리 동료분이 아주 만족해 하고 감사하다고 합니다.
김재무님 대회전후로 수고 많으셨는데 심야에까지 후기를 올려 주시다니요 참으로 수고많으셨습니다.
재무님의 대회후기 내마음에 짜릿한 감동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함평대회는 저 자신에게도 평생잊지못할 대회로 기억 될 것 같습니다. 양회장님이하 집행부를 비롯 모든회원들 수고하셨습니다 목마틀 화이팅!.
당초 단체대회 신청하지 않아 같이 함께 못하여 죄송합니다. 너무 많은 대가족(어머님,동생 두가족,우리가족 13명,동료직원들8명)을 동원하여 염치없기도 하고 당초 계획대로 하였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였던것 같습니다.집행부님 수고하셨으며, 최희주 부회장님,최광님 누님 축하드립니다.
너무 너무 수고하신 순금씨 커플. 복 많이 받으세요.
어제 함평의 즐거웠던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오릅니다. 집행부를 비롯해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잘 치뤄냈습니다. 최선을 다해 달려오는 회원님들을 보고 , 주로에서의 고통을 아는 동료로서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어 나도 모르게 함께 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차량봉사에 동영상 촬영까지 해주신 신입 최헌일님께 특히 감사드리고 최선을 다한 회원님들 모두에게 축하드립니다. 목마 홧팅 !!!!
집행부를 비롯해..자원봉사해주신 사모님들 넘 고생많으셨읍니다....여러분들때문에 즐거운 축제를 즐길수있었던같네여...모두 수고많으셨읍니다...
고생하셨습니다,,,전,,,발치료땜시..걷지도 못했네요,,,담대회땐..꼭 참가할랍니다,,
위에 글이 너무너무 구수하게 잼있어요,,,ㅋㅋ 아직 뉘신지는모르지만요,,,글솜씨가 너무 뛰어나신것 같아요,, 마음이 너무 따뜻하신가봐요,,ㅋㅋ 따뜻한 봄날,,,수요일날 뵐께여,,,
고생많았네 가족전부가 애썼다 재무님
항상 사진을 올리다 보면 제 사진은 없지만. 그래도 회원님들께서 주로에서 멋지게 달리실때. 한장 한장 찍은 사진들... 넘 즐겁습니다..
회장님 이하 집행부.참가회원 그외 자원봉사를 자청해서 참여 해주신 가족여러분 대단히 수고 많았읍니다.
재무님 수고하셨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뛰고싶었을텐데... 미래의 예쁜 2세를 위해서...^^ 재무님 화이팅..*^^*
먹을거리는 많았지만 정작 먹은거라곤 우유 2잔이 전부였네요.하지만 참 즐거운 시간이었고 역시나 잔잔한 글이 주는 여유와 감동은 오래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님들의 댓글을 보면서 이야, 마치 하늘에 별이 우수수 내게로만 떨어지네 행복한 착각에 빠졌더랍니다. 깊은 강물에 소리없이 녹아드는 눈송이래도 좋습니다. 빠르게 자취를 감추는 별똥별이라면 또 어떻습니까 사는게 이만하면 행복한 일 아니겠습니까... 님들의 관심을 먹어야만 사는 뼈만달린 배고픈 가시고기가 맞나봅니다. *^^*
없는 실력에 풀코스 신청 해놓고 나만 생각하고 내걱정만 했는데 나와는 반대인분들이 있어 훌륭한 행사가 된듯합니다 회장님을 비롯해 사무국장 재무님 또 누구누구 모두들 고생했습니다
온가족이(뱃속의 태아까지)출동해서 혼신의 힘을 보여준 재무님 넘 고생했네요 모든 음식을 전화(?)로 주문하신 회장님도 고기까지 신경쓰느라 힘드셨죠? 복 많이 받으세요 ㅋ
수고 많으셨네요 2002년 대회에서 하프 첫코스 출전 마라톤 입문이후 2004년대회 함평 풀코스 도전 실패후 오래간만에 뒤어본 함평코스 너무 좋았구요 수고해주신 임원진,사모님 등 모든분들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