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해설 /한국교계를 진단한다
가톨릭의 사도신경을 이단정죄의 도구로 악용
침례교회는 사도신경을 암송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장로교회가 최대교단이고 주류(主流)이기 때문에 사도신경이 정통과 이단의 구별척도로 악용되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신학적 무지와 편견에서 나온 관습이다. 정통과 이단의 확실한 분류 시금석은 오직 성경일 뿐이다.
사도신경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가톨릭이 나온다. 가톨릭의 오류에 저항하고 일어섰다는 프로테스탄트라고 자부심을 갖는 개신교회가 이 사도신경을 계속 암송하는 것도 모자라서 정통과 이단의 구별에 활용하는 것은 역사적 무지의 소치이다.
탁명환 저술 「기독교 이단 연구」에서 설정한 이단 판별의 첫 번째 기준은 가톨릭과 대다수의 개신교회가 공중예배에서 신앙고백으로 암송하고 있는 사도신경(使徒信經)의 사용여부였다. 그러나 사도신경은 그 제목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직속제자들인 사도들이 만든 신조가 아니다. 그리고 주기도문처럼 성경에 명시된 성구(聖句)도 아니다. 저명한 신학자 필립 샤프(Philip Scaff)도 사도신경은 “일찍이 만들어진 것 가운데 그렇게 짤막한 것으로는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최선의 대중적인 요약이기는 하지만……이 신조가 매우 단순하고 간결해서 신학적인 지식이 증가된 단계를 위한 공식적인 교리의 기준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사도신경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을 보면 사도신경의 모체는 400년경의 “舊 로마교회 신조”(the Old Roman Creed)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사도신경은 이 신조를 300여 년 동안 서방의 여러 교회들이 사용하다가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사도신경이 갖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거룩한 공회”의 개념이다. 5세기의 “舊 로마 교회 신조”에는 일반적 표현으로 “거룩한 교회(the Holy Church)를 믿사오며”로 되어 있다. 그러나 8세기 개정판에는 ‘가톨릭’을 첨가하여 “거룩한 가톨릭 교회를 믿사오며”로 확정했다. “가톨릭”(catholic)의 뜻은 본래 “보편적” 혹은 “세계적”(universal)이라는 뜻도 있지만, 교황의 천주교회를 의미 한다. 교회사에서 8세기는 교황이 베드로의 후계자임을 선포하고, 로마교회의 감독이 전 세계의 머리로서 지상의 모든 교회를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교회라는 주장을 강화한 시기였다.
천주교회는 “거룩한 가톨릭교회를 믿사오며”를 삽입, 강조함으로써 종교적 세계정복과 교황의 지상권(至上權)을 합리화하였다. 서방 로마교회와 경쟁관계에 있던 동방정교회도 스스로를 “거룩하고 정통적이며 세계적(catholic)인 사도직의 동방 교회”로 부르고 있었으나, 가톨릭이란 명칭을 서방의 로마교회에게 빼앗기고 소위 ‘그리스정교’ 정도로 쇠락하였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양자간의 구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천주교를 지칭할 때에는 그냥 ‘가톨릭’이라고 하지 않고 꼭 ‘로마’라는 수식어를 넣어서 ‘로마 가톨릭’이라고 한다. 이처럼 사도신경은 로마 가톨릭의 입지를 강화는 도구로 십분 활용되었다. 사도신경은 보통 성경 속에는 기입되어 있지 않고 찬송가 정도에 기록되어 있는데, 국문이 아닌 영문 사도신경를 보면 “the holy catholic church”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그 사도신경이 8세기의 개정판이며 천주교회의 정통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려준다.
사도신경의 또 다른 문제구절은 “성도가 교통하는 것”(the communion of saints)이다. 가톨릭에서 saint는 세상에 살아 있는 성도들이 아니라 죽은 신자들을 의미한다. 천주교의 ‘성자’는 죽은 지 오랜 세월이 경과한 후 특별심의를 거처 서품(敍品)되는 비성서적 개념이다. 그리고 그 심의기준은 성경적 순교자들이나 성령충만한 성도들이 아니고 천주교회에 대한 공헌의 정도이다.
신약교회에 미달하는 개신교회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진정한 프로테스탄트라면 당연히 거부해야 할 가톨릭의 미신적, 비성경적 신조인 사도신경을 옹호하고 그것을 이단판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사도신경을 기준으로 정통과 이단을 판별하면 가장 온전한 교회는 가톨릭이 될 뿐이다. 사도신경에 완전히 순종해서 죽은 성자들을 숭배하지 않는 장로교회나 감리교회도 사도신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이단이 된다. 이러한 취약점을 온전히 직시하고 사도신경을 폐지는 못할망정 사도신경을 암송하지 않는 순수한 신약교회들을 이단으로 정죄하는 오류를 중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