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 차례 있는 경전선의 무궁화호를 타고 오시는 어른을 서광주역에 나가 모셔온다.
이비가 짬뽕 집은 월요일이 휴업이다.
김강심 바지락수제비 2인분을 한 양푼 가득 먹는다.
검은 하늘에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고 기온은 낮아 몸은 잔뜩 웅크린다.
눈보라도 몰아치곤 한다.
원효사로 운전하기 조심스럽다.
눈발은 날리나 길 위에 눈은 금방 녹는다.
2시 반이 다 되어 간다.
눈 때문에 안내소 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을까 염려하는데
다행이 아무 말 않는다.
스틱도 펴지않고 아이젠도 걸치지 않고 하얀 눈 위의 발자국을 따라
옛길 2구간을 오른다.
몇 개의 발자국 위에 또 눈이 내려 사라지려 하지만 흔적은 보인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쉬지 않고 걷는다.
치마바위 부근에서 내려오는 한 사나이가
'서석대는 바람이 엄청 납디다.'한다.
그는 비옷을 걸쳐 입었다.
원효계곡 시원지라는 팻말이 붙은 곳을 지나 오르는데 내려오던 부부 중
여성이 '여보 저 분 눈 좀 털어줘요.'한다.
괜찮다고 지나쳐 비키는데 모자에 수북히 쌓인 눈을 털어준다.
그러고 보니 등산복의 옷깃에도 털모자 위에도 눈이 하얗다.
다리 하나를 지나 본격적으로 오르는 곳에서도 쉬지 않고 오른다.
지그재그 오르막을 오르니 나무들이 모두 하애진다.
카메라를 꺼내 나무를 찍으며 스틱도 편다.
한 사나이가 중봉 쪽에서 올라온다.
목교를 지나 서석대로 오르는데, 두 여성이 내려온다.
아이젠도 없고 스틱도 없다.
한 분은 70 가까이 보이고 한 여성은 30초반으로 보인다.
'스틱도 아이젠도 없이 산에 오셨소? 조심하세요.' 내가 말을 건다.
'이리 눈이 쏟아질 줄 몰랐소잉. 알았으면 일쿠 안 오제라.'
눈은 폭신하여 미끄러지지 않는다.
서석대 아래에서 바위를 올려다 본다.
나무는 온통 하얗게 눈을 뒤집어 썼는데, 바위는 검다.
기온이 그리 차지 않다.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시리지만 견딜만 하다.
서석대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시야도 없다.
서석대 표지석 앞에서 셀카를 찍는다.
내려오는 길은 편안하다.
스틱에 의지해 눈 위를 미끄러지며 내려오는데 그도 재미있다.
호젓한 눈길을 혼자 내려오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한 사나이가 웃으면서 올라온다.
'눈 꽃이 피었던가요?'
'예. 나무는 하얀데 돌은 아니에요.'
웃으며 늦은 시각에 올라가는 그의 뒷모습을 사진 찍는다.
치마바위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물병의 뚜껑은 얼어있다.
눈길을 혼자 걸으니 마치 내가 산의 주인이라도 된 것 같다.
신영복 선생의 '강물'노래, 준환이의 '새벽길' 노래를 흥얼거린다.
출발지로 돌아오니 6시가 되지 않았다.
아직 얼지 않은 길을 조심스레 내려온다.
뒤에서 버스가 다가오자 길가로 비켜준다.
며칠 전에 얼굴만 본 양회장께 전화해 소주 한잔 하자고 한다.
동림동까지 가는 길은 많이 밀린다.
숭어에 소주를 마시고 풍암동에 와서 서산에서 오신 형님과 또 술을 마신다.






























첫댓글 신교장님, 대단하십니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등산하시는 모습 정말 부럽습니다. 늘 건강하세.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3.02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