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목요일 맑음 푹 잤다. 10시간을 넘게 잔 것 같다. 그래도 시계를 보니 아침 6시가 안되었다. 빌려 덮은 이불이 정말 따듯하고 포근했다. 주방에서 누룽지를 끓여 육포와 함께 먹었다. 약간 부실한 것 같지만 속이 편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출발이다. 동네에 있는 교회에 잠시 들렀다. 언덕에 있는 교회는 아담하다. 앞에는 여러 개의 묘지가 있다. 아이슬란드는 작은 마을에도 꼭 교회가 있어 정답다. 언덕 위에는 풀을 뜯고 있는 3마리의 말이 보인다. 노랑꽃들이 유난히 많다.
이제 다시 어제 왔던 비포장 길을 달려간다. 달린다고 말하기 보다는 그저 성실하게 넘어갈 뿐이다. 안개가 가득해서 어제의 비경들은 모두 감추어져 있다. 그저 보이는 길로만 간다. 재미있는 것은 길 위에 박혀 있는 얼굴만 한 돌에는 핑크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조심하라는 배려인 것 같다. 비포장 길이 빨리 달리지 못해 짜증이 나지만 이런 모습들로 인해 기분이 좋다. 30km 정도를 달려 겨우 포장도로에 차를 올리니 조용하다. 오늘의 목적지는 아퀴레이리다. 숙소를 여기에 예약해 놓았다. 차는 이제 링로드 1번 길을 따라 서쪽 방향으로 달려간다. 주변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드라이브하기에 참 좋은 길이다. 죽 달려가다가 폭포를 발견해서 차를 세웠다. 이름 모를 폭포, 아니 이름이 없는 폭포인가보다. 이름이 있다면 작은 팻말이라도 있을 법 하다. 그래도 제법 규모가 있고 낙차도 크고 수량도 많다. 동물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작은 문의 잠금장치가 안으로 설치되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걸어 올라가 본다. 대형버스가 한 대 멈추더니 20여명의 손님이 내린다. 갑자기 움직임이 없던 길 가에 복잡함이 느껴진다. 함께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다시 차를 타고 언덕을 넘어간다. 30 여분을 달려가니 새로운 별천지가 나타난다. 초록색 풀이라고는 거의 볼 수 없고 나무도 물도 구경할 수 없는 황량한 벌판이 펼쳐진다. 벌판 끝자락에 나지막한 검은 산이 몇 개 이어져 있다. 움직이는 것은 황량한 대지를 달리는 승용차 한 대뿐이다.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다. 참 황량하다. 색상도 특이하다. 어둡고 누런 색깔이 일색이다. 생명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창세전 모습이라고 할까? 우리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달려간다. 고개를 넘어간다. 이런 지형이 계속되어간다. 갑자기 간판이 나타난다. 데티포스와 셀포스라고 씌어 있는 작은 간판이다. 간판의 방향을 따라 차를 틀었다. 또 비포장 길이다. 우리야 괜찮다고 하지만 차가 고장 날까봐 걱정이다. 천천히 차를 몰고 가는데 힘 좋은 차들이 앞서가면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다행히 바람이 불어줘 금방 시야가 맑아진다. 자갈과 모래 그리고 말라버린 풀들이 듬성듬성 있는 황량한 벌판길을 28km 정도 달려가 드디어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들이 제법 많다.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화장실이랑 간단한 표지판 외에는 아무런 인위적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슬란드가 정말 사랑스러웠던 것은 멋진 관광지들이 그렇게 많음에도 거기에 사람의 인위적인 요소가 최대한 배제되어 있는 점이었다. 우리나라는 조금만 관광지가 생겨도 인위적인 구조물이나 건축물들이 들어와서 자연을 훼손하고, 수많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경관을 어지럽히는데......... 인구가 적으니 가능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뭔가 근본적인 자연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데티포스에서 떨어진 물이 흘러나가는 협곡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은 그랜드 캐년 같다.
데티포스는 바트나예퀴들 국립공원 북부를 가로지르는 예퀼사우르글리우쮜르 라는 이름의 협곡에 있다. 폭포가 보이기도 전에 이 광대하고 쓸쓸한 풍경이 할 말을 잊게 한다. 바닥은 온통 월석과 비슷한 암석이 뒹굴고 있다. 물이 쏟아지는 소리, 그리고 시야 너머 폭포가 일으키는 물보라의 형체가 이제 곧 폭포가 가까이 있음을 알려준다. 잠시 후 눈앞에 나타난 데티포스는 경외감을 줌과 동시에 실제로 보게 되니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이걸 실제로 보는 거야?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보는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이슬란드에 와서 처음 보는 풍경이 어디 한 두 개가 아니다. 달에 대기가 있었다면 이런 광경이 될 것 같다고 상상해 본다. 마치 달 표면 같은 환경이 엄청 넓게 펼쳐져 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폭포는 엄청난 규모와 박력이다. 유럽 최대의 폭포란다. 저 물이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서 흘러오는 건지 그야말로 막대한 양의 물이 끝도 없이 콸콸콸 쏟아진다. 마치 수도꼭지 수 백 만 개를 한군데 모아놓고 최대로 틀어놓은 것 같다. 압도적인 풍경에 흥분되어 폭포로 다가선다. 바닥이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한마디로 무지막지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멋진 폭포의 모습 스케치. 정말 보고 있으면 꼭 빨려들어갈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계속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감동이 있는 폭포의 모습이다.
바트나예퀴들 빙하에서 200km 이상 흘러와서 떨어지는 엄청난 수량의 빙하수다. 괴물 폭포다. 뭐든지 씹어 먹고 삼켜버릴 듯 한 엄청난 물줄기다. 이렇게 많은 물이 격하게 떨어지다 보니 완전한 흙탕물 폭포다. 맑은 물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들을 봐 오면서 아름다움에 감탄을 많이 했지만 잿빛의 데티포스는 가히 남성적이고 원시적인 느낌을 준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첫 도입부에 나오던 바로 그 유명한 폭포! 처음에 CG가 아닌가 싶은 느낌이 나는 장소였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고 하니 매우 놀라웠었다. 아이슬란드에 오면 꼭 보아야 될 곳 중 하나인, 유럽 최고의 수량을 자랑하는 데티포스!! 영화에서 외계인이 서있던 그곳, 유명한 관광지를 실제로 보게 되면 허무감이 들 때도 있다. 생각한 것보다 멋있지 않아서라거나, 그냥 사진에서 보는 거랑 다를 게 없네? 라는 식의 느낌을 다른 곳을 여행할 때 받아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건 뭐........... 진짜 보지 않으면 모른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슬란드 풍경들은 사진에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정말 멋진 감동을 선사한다!!!
저렇게 위험하게 흐르는 폭포임에도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높이 45미터에 넓이 100미터. 그리고 초당 193 m3의 물을 쉴 새 없이 뿌려대는 데티포스는 무엇보다도 회색의 물빛이 신선한 느낌을 더욱 많이 주었다. 정말 태고의 지구와 같은 느낌을. 넋을 잃고 사진도 찍고 폭포소리와 내려치는 모습을 구경하였다. 아~ 여기서 캠핑이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실수로 물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ㅎㄷㄷㄷㄷㄷㄷㄷ 북부의 하이라이트, 데티포스, 일단은 데티포스의 상류에 있는 셀포스(Selfoss)를 구경하러 가보기로 하였다. 무지개가 생겨 더욱 다양하다.
셀포스까지 가는 길은 힘이 든다. 길이라고는 바위들이 불규치적으로 깔려서 만들어진 길이라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가는길에 계속 폭포를 보면서 갈 수 있으니 좋았다. 폭포수를 보면서 저기에도 생명이 살까? 아마 살고 있겠지? 살고 있다면 떠내려가지 않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저기서 수영하면 어떤느낌일까? 물맛은 어떨까? 등등 많은 생각을 하였다. 셀포스는 데티포스의 상류로 데티포스와는 달리 길게 늘어선 폭포가 매력적인 곳이었다. 데티포스로 부터 약 1.4km 정도이기 때문에 왕복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30여분을 걸어서 도착한 셀포스의 풍경. 데티포스의 상류인데, 폭포가 길게 늘어서 있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많은 수량이 떨어져내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길이를 생각하면 절대 작은 수량이 아닐텐데, 데티포스의 인상이 너무 강했나보다. 어쨌든, 절대 낮지 않은 폭포가 이렇게 늘어서 있는 풍경도 색달랐다. 멀지 않은 곳에서 전혀 다른 두 가지의 폭포를 볼 수 있어 매력적인 곳인 듯 했다.
그리고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셀포스! 크아~~~ 정말 예술이었다. 데티포스와는 또 다른 매력. 여성스럽다. 여기도 바위에서 주상절리 형태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그 아래로는 물안개가 바위에 맞아 흘러내리는 모습. 폭포 주변의 모습 하나하나가 정말 장관이었다. 뭐랄까, 여태까지 봐온 폭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긴 폭의 폭포가 강렬하게 내리는 모습이 정말 압권이었다. 저 많은 폭포들이 모여서 데티포스가 되겠구나. 그렇게 크지 않은 면적에 온갖 다양한 풍경들이 어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셀포스에 앉아서 한참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 이곳에서 있고 싶었지만 시간은 그것을 우리에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모양도 색상도 같은 무지개가 여기도 보인다. 모든 근심과 걱정은 폭포와 함ㅂ께 보내고 웃음과 감격만 가지고 가자. 아쉽지만 데티포스로 돌아와서 잠시 다시 본 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옮겨서 다시 차로 돌아왔다. 배가 고프다 점심을 먹기로 했다. 차에서 빵과 사과와 버터로 점심을 해결했다. 다시 비포장 길을 달려간다. 마음이 편안하다. 이제 들어오는 차량도 있다. 다시 링로드에 접어들어 달려간다. 서쪽으로 간다. 어떤 구경거리가 나타날까? 흐베리르 지역이 나타난다. 흐베리르(Hverir)는 뮈바튼으로 가기 직전에 나오는 장소로, 뮈바튼으로 가기 전에 한번쯤 들려가는 명소라 할 수 있다. 그냥 달리다가도 풍경을 보면 통과하지 못하는 곳 흐베리르. 흐베리르는 아이슬란드의 지열지대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곳 중 하나로 다양한 현상을 바로 볼 수 있는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걸어가면 지열지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있다. 물론 여기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밑에서 걸어 다니면서 보이는 풍경은 큰 차이가 없지만, 저 위에 서면 첫 인상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는 차이정도가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본 흐베리르의 머드팟. 높은 온도에 진흙이 부글부글 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기에 빠진다면 아마 살아남지 못하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조금, 따뜻한 정도라면 피부에도 좋겠다. 머드팩. 얼마나 뜨거운지 진흙은 쉴 새 없이 부글부글 끓으며 주변으로 튀어올랐다. 그 위험성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갈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이 쳐 져 있었고, 이 곳 만큼은 위에서 내려다봐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하얀 연기가 여기저기서 올라온다. 작은 전망대에 서서 왼쪽을 멀리 보니 하얀 잔설을 이고 있는 정상 부근이 평평한 특이한 산이 보인다.
생각보다는 그렇게 넓지는 않은 지역이었다. 그 중에는 이렇게 바로 수증기를 뿜어내는 곳도 있었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나오는 수증기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 이리저리 그 모습이 조금씩 변했다. 물론 저 안에 들어가면 유황냄새가 조금 더 심하게 나긴 했지만, 사람들은 그게 재미있는지 한번쯤 저 안으로 뛰어 들어 가기도 했다. 나도 들어가 봤다. 괜히 들어가 봤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싱거웠다. 흐베리르 지역을 보면 지옥 같기도 하고,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같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많은 기대를 했는데, 너무 기대가 커서였을까, 아니면 아이슬란드의 풍경에 익숙해 진걸까, 다른 나라에서 본 풍경과 비슷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몸 상태가 피곤해서 그랬을까? 신비로운 지역이었음에도 탄성이 나오지는 않았다. 정말 매력적인 곳이긴 매력적인 곳이었다. 여행기보면 여기서 유황계란 해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여행객들은 보지 못했다.
마주 보이는 언덕으로 사람들이 올라간다. 우리도 올라가기로 했다. 오르는 길에서 만난 작은 식물들은 좀 특이했다, 그 중 가장 특이한 식물은 대나무 모양 같이 생긴 아주 작은 식물이다. 오르기가 상당히 어렵다. 경사진 면에 자꾸만 미끄러진다. 겨울 안정된 곳에 올라 뒤를 보니 아내가 올라온다고 쩔쩔매고 있다. 내려가서 돕자니 함께 자멸할 것 같고 말로만 도와주는데, 올라오던 아이슬란드 커플이 아내를 도와서 겨우 올라오게 되었다. 말로만 훈수를 두던 남편이라는 남자가 조금 부끄러웠다. 커플에게 감사를 드렸다. 다시 정상을 향해 힘겹게 올라왔다. 바람이 세차다.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아주 좋다. 주차장과 용암지역이 아주 작게 보인다. 뒤편으로는 미바튼 호수가 전체적으로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올라 오르는데 도와준 커플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외국 관광객이 아니고 아이슬란드에 사는 사람들이란다. 수수한 모습에 참 친절했다. 커다랗게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내려왔다.
다시 차를 타고 왔던 길을 약 50m 정도 뒤로 가서 좌회전을 해서 유명한 크라플라(Krafla) 지열지대의 지열발전소를 찾아가다. 아이슬란드는 상당량의 전기를 자연에너지를 통해 얻는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지열발전을 이용해 65%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하니 부럽다.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정말 축복인거 같다. 풍부한 자연에너지와 더불어 인구가 많이 살고 있지 않으니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하겠지........ 부럽다. 2010년 유럽전역을, 특히 항공업계를 공황상태에 빠트렸던 사건이 기억난다. 그래, 바로 아이슬란드에서의 화산폭발이야. 당시에 화산이 폭발한 것은 남부이지만,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는 전체가 화산지형이다. 그런데 그 수많은 화산지형 중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이 곳 크라플라 화산지대다. 그 이유는 이곳이 화산지역의 여러 특성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도 아니고, 성격을 약간 달리하는 볼거리가 몰려 있다. 먼저 구경해야 할 곳은 크라플라 지열발전소다. 주차장에 차를 댔다. 내려서 발전소 홍보실로 들어갔다. 지열 발전의 원리를 잘 설명해 놓았다. 참 교육적이다. 근래에 친환경적 전력생산수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데, 아이슬란드의 경우 이 문제에 관한한 선구자적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예전부터 지열발전을 해왔으니 말이다. 물론 지열을 발전수단으로 사용하려면 그럴만한 환경조건을 구비해야한다. 방문센터에는 설명 뿐 아니라 커피도 친절하게 제공되어 기분이 좋았다. 지열발전소 방문센터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이곳의 백미, 레이흐뉴쿠르 화산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도로위로 파이프를 보내기위한 이들의 노력 내지 유머스러움이 재밌다. 아치 형태로 구부러져있는 파이프가 우리를 안내한다. 이 아치형 파이프를 지나 1분쯤 차를 몰면 도로 우측에 view point가 나온다, 이곳에 서면 지열발전소의 전체 윤곽이 드러난다. 아까는 보지 못했었는데, 파이프가 온산을 뒤덮고 있다.
비티(Viti)분화구를 향해 갔다. 그 곳에 맑은 물이 가득 고여 있다. 백록담과 비슷한 칼데라호수다. 비티분화구를 둘러싸고 있는 흙덩이는 생각보다 훨씬 높고, 호수는 보이는 것을 통해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내려다보는 호수의 물은 보석 같이 파란색이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도 따라 돌려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언덕을 올라간다. 지겹고 힘든데 바람까지 차다. 조금 올라가다가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왔다. 비티라는 단어가 왠지 귀여운 느낌인데 아이슬란드어로 지옥이라는 뜻이다. 과거의 아이슬란드인은 화산의 아래에 지옥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1975년에 이곳에서 크라플라 대화재라 불리는 대규모 화산폭발이 있었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이 분출이 사람이 일으킨 재앙이라고 했다. 1973년 이곳에 지열 발전소를 만들면서 지각에 수많은 구명이 뚫렸고 그 구멍이 마그마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땅 밑에 흐르는 마그마와 지표면의 거리가 가까워서 그 활동이 활발해 꽤 많은 양의 전기를 만들어 내기에 적합한 곳이다. 첫 조사 때에 약 3-5km 아래에 마그마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실제로 파보니 2.1km 아래에 마그마가 위치했을 정도로 지표면과 마그마의 거리가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화산활동의 증거물을 찾아간다. 우리가 가는 길의 목적지의 이름은 대략 레이르뉴쿠르(Leirhnjúkur)정도로 발음되는 곳이었다. 과거에 용암이 한번 흐르기도 해서 용암이 굳어버린 모습도 볼 수 있고, 곳곳에서 온천과 분화구, 진흙이 끓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방금 방문한 흐베리르(Hverir)도 이 지역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편리하다. 본격적으로 화산지대에 들어서면, 표시된길로만 다니라는 표지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 그리곤 첫 번째 눈에 들어오는 풍경. 썰렁함, 그리고 황량함. 사람들이 둘러서서 많이 구경하고 있는 물웅덩이가 보인다. 멀리서보면 푸른빛을 띠고 있지만 가까이가 보면 그냥 뿌연 물이다. 이것을 넘어서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 오래전에 있었던 화산활동을 머릿속에서 그려볼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하는 온통 굳어버린 용암덩이들뿐이다.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형태의 용암 덩어리를 만들고 있다. 전문가가 있으면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그냥 당시에 용암 더미위에서 사진을 몇 방 찍었다. 금방 뜨거운 용암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이지만 바람이 차서 춥다. 중국 관광객이 유난히 많다. 서둘러 차로 왔다.
다시 지열 발전소를 보면서 빠져 나간다. 흐베리르 지대를 보면서 언덕을 넘어간다. 넘어가니 미바튼 방향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주유소가 있다. 일단 연료를 보충했다. 주유는 셀프 서비스라 직접 주유해야한다. 4000kr을 눌러놓고 주유를 했다. 아이슬란드는 무조건 다 셀프다. 결제는 바로 옆에 결제 도구가 있다. 언어도 영어 아이슬란드어 가능합니다. 계산은 카드로 한다. 주유소에서 제 때 주유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스팟 마다 주유할 곳이 많이 보인다. 주유를 처음 할 때는 잘 몰라 매장으로 들어가 도움을 청했는데 몇 번 시도하니 생각보다 쉬웠다. 미바튼 호수 방향으로 들어가 노천 온천을 찾아갔다. 주차장에 차들이 많다.
미바튼은 수심이 얕은 호수다. 아쿠레이리 동쪽 48㎞ 지점에 있으며, 락소 강이 되어 북쪽으로 흘러서 그린란드 해로 들어간다. 총길이 9.7㎞ 정도, 폭 4.6㎞, 집수면적 37㎢인 이 호수는 아이슬란드에서 4번째로 큰 호수로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화산섬들이 이 호수에 산재해 있으며 수많은 분화구, 온천, 다양한 용암층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호수와 호수에서 흘러나가는 강은 연어·송어·곤들매기의 낚시로 유명하다. 규조토가 호수 바닥에서 채취되어 근처에서 가공된다. 1975년 호수 북동쪽의 크라플라에 95㎿의 발전 용량을 가지는 지열발전소 공사가 시작되었다. 1977년 화산활동 때문에 규조토 정제공장과 발전소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미바튼과 블루라군을 비교해보자면 미바튼은 네이쳐바쓰. 정말 좀 자연을 덜 손 댄 느낌이란다. 바닥이나 벽에 이끼 같은 것들이 자라나 붙어 있다. 가격도 블루 라군 보다 저렴하다. 시설은 블루 라군 보다는 좀 덜 하다. 비교를 하자면 에버랜드와 지방놀이 공원 같다고 한다. 따듯한 온천에서 몸을 풀고 싶었지만 숙소를 아큐레이리에 예약해 두어서 갈 길이 멀어 보여 그냥 돌아섰다. 좀 아쉬웠다. 날이 저물어가는 시간이다. 다시 서쪽으로 달려간다.
늦은 오후에 우리는 고다포스를 만났다. 주차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다들 잠깐 보고 가는 수준이어서 그런지 들어오고 나가는 차량의 회전속도가 꽤 빠른 편이었다. 신들의 폭포라 불리는 고다포스의 이름은, 아이슬란드의 여객선이었던 고다포스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유-보트에 의해서 침몰당한 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신들의 폭포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이슬란드의 수많은 폭포 중에서도 눈에 띄는 폭포 중 하나다. 높이 12m, 너비 30m 정도다. 아이슬란드 고유의 산문 문학인 사가(saga)에 따르면 1000년에 포르게이르 리오스벤트닌가고디 라는 인물이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만든 후 이전에 믿던 이교도 신들의 형상물들을 이 폭포에 가져다 버렸다고 한다. 스캴판다플리오트 강과 연결되는 폭포다. 그동안 봐 왔던 폭포에 비해 규모는 작아 보였지만 그런대로 특징이 있고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름다운 폭포다.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는 천연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모습이 보여 진다. 폭포 가까이에서 보니 수량도 엄청나다. 위험하게 느껴지는 곳까지 조심스럽게 걸어가 구경을 한다. 화산 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절리구조와 함께 청량감을 주는 시원한 폭포를 보고 있자니 머릿속과 가슴 속 까지 시원해진다. 아이슬란드 3대 폭포 중에 하나라고 하지만 3대 폭포에 어느 것이 들어갈지 헷갈린다. 굴포스, 데티포스, 스코가포스........
다시 고다포스와 헤어져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아큐레이리로 향한다. 링로드를 달리다 보니 31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50여분을 달려가니 커다란 호수가 나타나고 건너편에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아큐레이리다. 자세히 보니 호수가 아니고 피요르드다. 아큐레이리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웠다. 이곳은 길다란 호수 같지만, 실제로는 피오르드 지형의 일부이다. 깊숙한 피오르드의 끝에 아이슬란드 제 2의 도시 아큐레이리가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면 꽤 작은 마을이지만, 나라 전체의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만큼 이만한 규모의 도시가 제 2의 도시라는 것도 신기하다. 간만에 보는 대도시였다. 그러나 사실 인구는 2만 명이 되지 않는다. 수도인 제1도시 레이캬비크의 인구가 20만 명인걸 생각하면 정말 작은 인구이다. 실제로 도시의 규모도 레이캬비크보다 훨씬 작은 곳. 그러나 레이캬비크와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뉴질랜드의 남섬에 있는 도시 퀸즈랜드가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마을 뒷산은 아직도 잔설들이 많다. 다시 차를 타고 길게 이어진 다리를 건너가 드디어 도시에 입성했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지도로 숙소위치를 찾아보았다. 좀 찾기가 어려웠다. 차를 몰고 가면서 거리 이름을 확인하는데 우리가 찾는 주소는 보이지 않았다. 중간으로 나있는 도로를 다니며 찾아봐도 없다. 거리에 사람이 있으면 물어 보련만 거리도 썰렁하다. 차를 몰고 돌아다니다가 유스호스텔을 발견했다. 차를 세워두고 들어가 우리 숙소 위치를 물었다. 바로 옆이었다. 너무 기뻤다. 걸어가도 될 거리다. 주소는 Midholt 8 이다. 숙소이름은 Your G.H 이다. 예쁘고 깔끔한 가정집을 숙소로 개조해서 만들어 놓았다. 주인장의 친절과 잘 가꾸어진 실내 모습이 인상적이다. 짐을 풀고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추울 때 라면은 참 맛있다. 식사를 한 후 옆에 있는 보니스 슈퍼를 갔다.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내일 들리기로 하고 집으로 와 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