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되는 파국을 막고, 투쟁을 힘있게 결의하기 위해
2.22 대의원대회 제2호의안 ‘사회적 교섭방침 건’은 철회되어야 함을
민주노총에 대한 충심으로 호소한다.
지금 시기 추진되는 사회적 교섭방침과 관련해서 <전진>은 이미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진>은 자본주의라는 조건에서 모든 사회적 교섭방침을 반대하지 않지만, 지금은 사회적 교섭의 조건이 충족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 근거는 ① 노무현 정부가 정리해고의 완전한 자유와 비정규직의 전면 확대를 골간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반노동자 정책을 분명히 하면서 ② 그에 복종하는 노사관계를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 ③ 사회적 합의를 정치적으로 엄호하고 뒷받침할 민주노동당의 힘이 미약하며 ④ 이런 조건에서 지난 노사정위 경험을 볼 때 설령 합의가 되어도 자본의 입장에서 불리한 것은 결코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 ⑤ 준비없는 사회적 교섭은 국민여론으로부터 고립된 노동운동의 비상구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포로가 될 것이며 ⑥ 이 모든 상황과 조건을 종합할 때 ‘현 시기 사회적 교섭방침(노사정위 복귀)’은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완성하는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 시기 최선의 방책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노무현 정부에 맞서 민주노총의 투쟁력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사회적 교섭방침 처리를 둘러싸고 민주노총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는 당선공약이었다는 이유로 사회적 교섭기구 참여를 줄곧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노총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혼란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사회적 교섭방침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두차례 대의원대회가 무산되고, 급기야 지난 2월1일 대대는 단상점거라는 사태를 만들고야 말았다. 전태일을 비롯한 수많은 선배열사의 피와 노동대중의 처절한 투쟁으로 만들어진 민주노총에서 켤코 벌어지면 안될 일이 발생한 것이다. 대의원대회장에서, 그리고 언론을 통해 현장을 목격한 노동대중에게 그 사태는 매우 큰 충격이었다. 모든 활동가들에게도 고통이었다.
<전진>은 민주노총 최고의결기관인 대의원대회가 내부의 폭력에 의해 무산된 상황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진>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2.1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그 원인을 일정하게 제공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민주노총 창립이후 사회적 교섭 문제는 항상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그래서 그것을 다루는 대대에는 어김없이 야유와 욕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2월1일은 그렇지 않았고, 단상점거에 의해 안건처리가 무산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두가지 배경이 깔려 있다. 하나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집행방식 문제다. 지난 1년 동안 ‘IT연맹 건’ 등에 대한 처리과정에서 드러나듯,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지대의원 숫자만 앞세운 채 반대의견 자체를 봉쇄하거나 무시했다. 이는 많은 동지들의 마음을 현 집행부로부터 떠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사회적 교섭 건의 처리방식 문제다. 민주노총 내부논의가 진행되기도 전에 정부 관계자들 입에서 노사정위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고 석연치 않은 소문들이 나돌았다. 이것이 일부 동지들에게 격한 방법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음을 민주노총 지도부는 인정해야 한다.
민주노총에 대한 충심으로 사회적 교섭방침 건의 철회를 간곡히 호소한다.
이제 더 이상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극단적 방법으로 무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 다시 2.1사태가 재현되고, 그 모습이 언론을 통해 현장의 노동대중과 국민에게 전달된다면 민주노총은 회복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그나마 남아있는 민주노총의 신뢰가 송두리째 사라질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동지들간의 불신이 치유할 수 없는 상태로 빠질 것이며, 한동안 투쟁을 전개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전개되면, 무엇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대중,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다시 소집된 2.22 대대는 벌써부터 파행이 예고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500명의 질서유지대를 구성해서 참관인의 대회장 출입을 아예 봉쇄하자는 문건이 돌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보다 더 많은 참관인을 조직해서 저지하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심지어 믿고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2.22 대대는 의장이 성원을 확인하고 개회를 선포하기도 전에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극단적으로 불신하고 더 큰 물리적 충돌이 예견되는 현 상황에서 문제를 슬기롭게 푸는 방법은 우선, 2.22 대대 안건에서 ‘사회적 교섭방침의 건’을 철회하는 것이다. 충분하게 토론하되 이번 대대에서 처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지도부가 사전에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것을 통해 2.22 대대는 투쟁을 결의하고, 격앙된 서로의 감정을 녹이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대 이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교섭방침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타당한지, 서로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은 과연 없는지, 찾아나가야 한다. 사회적 교섭방침 건은 그러한 노력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처리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2.22 대대는 갈라지고 상처난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기아자동차 사태와 2.1 사태 등으로 빚어진 고통스런 상황을 책임있게 수습해 나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에 <전진>은 2.22 대의원대회가 민주노총, 더 나아가 민주노조운동의 파국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충정으로 이수호 위원장에게 사회적 교섭방침의 건을 철회할 것을 진심으로 호소한다. 이 제안을 반대파에 대한 굴복이 아니라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의 미래에 대한 충심으로 받아들여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전진>은 파국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호소에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2.22 대의원대회를 통해 사회적 교섭방침을 강행처리하고자 한다면, <전진>은 2.22 대대가 성사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밖에 없음을 밝히고자 한다. 대의원대회의 파국이 불을 보듯 뻔하고, 그 파국의 결말이 민주노총과 민주노조운동의 심대한 타격, 나아가 노동자계급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대대가 성사되지 않도록 하는 것 말고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이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현실이 참담하지만, 하나의 철로 위에서 서로를 향해 마주보고 질주하는 기관차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철로를 분리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전국의 모든 활동가와 민주노총 대의원들에게도 사회적 교섭방침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이 사태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차분하고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전진>도 지금의 고민과 방안 말고 다른 무엇이 없는지 계속 모색할 것임을 약속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