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룩옌(Luc Yen) 스피넬 보석 시장 탐방
이번 베트남 룩옌 보석 시장 탐방에는 귀경 김태수 편집장, 단체장협의회 오효근 회장, 미래보석감정원 구창식 원장, 주어링 최점락 대표가 참여했다.(사진 왼쪽부터)
본사는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베트남 하노이 서북부에 위치한 룩옌(Luc Yen) 보석 시장을 탐방했다. 이번 베트남 탐방에는 단체장협의회 오효근 회장, 미래보석감정원 구창식 원장, 주어링 최점락 대표, 귀금속경제신문사 김태수 편집장이 참여했다.
하노이에서 북서쪽으로 230km 떨어진 룩옌은 옌바이(Yen Bai)주의 북부 산악지대로 중국 국경과도 200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룩옌은 지난 1987년 처음 보석이 발견된 이래로 고품질의 스피넬을 비롯해 루비, 사파이어, 토멀린, 아콰마린 등이 산출되고 있으며, 룩옌의 보석 시장에서는 타지역에서 생산된 페리도트와 베릴, 토파즈, 가넷, 수정 종류도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룩옌 지역에는 GIA나 스위스 규벨린 등의 유명 보석감정원이 연구차 이곳을 방문해 세계적으로도 비교적 많이 알려졌으며, 특히 GIA는 이곳 룩옌 광산을 <Gems & Gemology> 잡지에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탐방은 2014년 이어 10년만에 두번째 방문이었다. 당시에 비해 도로사정은 많이 좋아졌다. 하노이에서 룩옌은 직선거리로는 230km가 떨어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1/3은 비포장도로였고, 왕복 2차선 도로에 도로를 점령한 수많은 오토바이들 때문에 7~8시간이 걸리는 고단한 길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비포장 도로가 사라지고 오토바이 행렬도 줄어들어 가는 길이 2시간 이상 단축되었다.
룩옌의 스피넬은 루비와 함께 변성 석회암 지대에서 산출되는데 이 지역의 대리석은 품질이 좋아 곳곳에 스피넬 광산과 함께 대리석을 캐는 채석장이 즐비했다. 또한 이곳에서 채석된 대리석을 조각하는 곳도 꽤나 많았다. 룩옌은 스피넬과 루비, 토멀린 광산의 배후 타운으로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보석을 파는 샵들도 제법 많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룩옌에서의 보석 거래는 매일 오전에 세 시간 정도 열리는 오픈마켓에서 주로 이루어 진다. 10년 전만해도 비도 피하지 못하는 난전형태로 이루어졌었으나 그동안 룩옌보석협회가 창설되고 지난해 룩옌보석타운이 새롭게 개장돼 이전보다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
룩옌의 보석 시장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의 반자르마신 다이아몬드 광산 시장과 비슷한 광경이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의 딜러가 여성이란 사실이다. 남자는 광산 일을 맡고 판매는 여성이 맡는 동남아 특유의 모계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 했다.
룩옌의 보석 시장은 오전 8시경부터 시작해 11시 반에 대부분 철수를 한다. 모두 지정된 좌판에 일일히 하나씩 보석을 진열해 놓는다. 오픈마켓에 좌판을 편 사람들 중에는 인근에 보석가게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픈마켓에서 거래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 인근 샵으로 자리를 옮겨서 거래를 계속할 수도 있다.
10년 전과 달라진 모습이라고 하면 그 전에는 없었던 보석 저울이 등장해 있고, 각종 디스플레이 도구를 판매하는 가게가 생겼다는 정도이다. 그 이외에는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캐럿당 가격으로 셈하는게 아니라 개당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도 이전과 동일했으며, 가격 또한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룩옌에 머문 3일 동안 외국인 바이어는 한 명도 없었으며, 그나마 주말이 되니 베트남 내국인 바이어 몇명이 캐리어를 끌고 도착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고 룩옌의 보석 시장이 태국 찬타부리처럼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은 아니다.
룩옌의 보석 시장에서 주로 판매되는 보석은 스피넬이다. 여기에서 판매되는 스피넬은 레드부터 오렌지, 핑크, 퍼플, 블루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색상을 좀 더 세분화 하면 ‘코발트 블루’부터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다이(Jedi)’, 라벤다, 피치, 라즈베리, 블루 그레이, 실버 그레이 등 스피넬에서 나오는 모든 종류의 색상이 다 나오는 것 같았다. 룩옌의 스피넬은 대부분 내포물이 없이 깨끗한 품질이며 커팅형태는 90% 이상이 쿠션 형태를 띄었다.
반면, 루비와 사파이어는 좋은 품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품질이 좋은 스톤들은 이미 하노이 업자들이 가져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부분 진열되어 있는 루비는 스타와 캐보션이었다. 스타는 제법 최상질의 스톤도 눈에 띄었으며, 루비 스타와 블랙 스타, 화이트 스타 등이 거래되었다.
토멀린은 루벨라이트와 그린 토멀린, 옐로우 토멀린 등 다양한 색상이 있었지만 대부분 품질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다만 종종 최상질의 그린 토멀린이 진열되어 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콰마린과 페리도트, 자수정, 가넷, 토파즈 등도 거래되고 있으나 아콰마린과 페리도트를 제외하면 산지의 출처는 어디인지 확실치 않았다.
아콰마린도 많이 진열되어 있지만 품질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투명한 아콰마린은 커팅 상태가 대부분 좋지 않았으며, 품질이 안 좋다 보니 대부분 캐보션 형태로 거래되었다. 아콰마린은 가격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역시 룩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스톤은 스피넬이다. 산출되는 스톤의 양이 상당히 많았고, 아직은 루비만큼 인기가 없어서인지 가격도 다른 시장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다.
거래 방법도 매우 흥미로웠다. 저울이 있음에도 여전히 중량과 상관없이 ‘개당 얼마’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물론 중량이 크면 개당 가격도 올라가긴 하지만 가격 흥정에는 여전히 융통성이 많았다.
해외에는 유수의 유색보석 시장들이 있다. 태국 찬타부리, 스리랑카 라트나푸라. 독일의 아다오버스타인, 인도 자이푸르, 파키스탄 페샤와르 등 모두 세계적으로 알려진 보석 시장들이다. 이중에는 본 편집장이 경험해본 곳도 있고,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곳도 있으나 직감적으로 베트남 룩옌 보석시장은 앞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산출되는 보석의 양이 제법 많으며, 산출되는 보석의 품질이 비교적 양호하고, 가격 경쟁력도 있다. 도시적으로 보았을 때도 룩옌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짜임새가 있고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도심 한가운데 호수가 있고 보석 시장도 호숫가에 자리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풍경이 아름다웠다.
스피넬은 보석명만큼은 대체로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보석인들은 그동안 많이 접해보지 못한 보석 중 하나이다. 스피넬의 경도는 8로 여느 보석보다 높으며, 아름다움으로 쳐도 루비나 사파이어에 버금가는 보석임에 틀림이 없지만 정작 많이 유통되지는 않았다. 스피넬은 거의 모든 유명 보석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탄생석의 목록에도 지난 2016년에서야 비로소 8월 탄생석으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이제 스피넬이라는 보석은 뜨는 해이다. 최근 들어 스피넬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하고 있다. 스피넬의 인기와 더불어 베트남 룩옌도 조만간 유명한 보석도시로 이름을 날릴 날이 꼭 올 것이라 믿는다.
/ 김태수 편집장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