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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5 (수) 윤석열 “민주당의석 많아도…국민 잘 설득땐 극복”
윤석열 대통령이 3월 13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의 첫 만찬에서 “당이 국민을 잘 설득하면 야당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입법이 어렵지만,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 여론을 움직이면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민주당이 아무리 의석수가 많아도 우리가 국민 여론을 잘 설득해 나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여론을 움직이는 역할을 잘해줘야 한다. 전문가뿐 아니라 (여당의) 정무적 역할의 중요성이 정말 크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여론이 야당의 반발을 극복한 예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을 꼽았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뒤 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따라 세액공제율을 높인 법안이 다시 제출됐고 3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는 당정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월 2회, 격주로 정례회동을 갖기로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당정이 하나가 돼 국민을 위해 힘껏 일해 나가자는 뜻을 함께 나눴다”고 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정례회동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김기현 대표 역시 이날 만찬에 앞서 새 지도부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개혁을 꺼내 들며 본격적인 당정 간 정책 공조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관련 민당정 협의회를 주재하며 “불법집단이 된 ‘슈퍼 갑질’ 노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 당정 첫만남 “원팀 돼 노동개혁”… 김기현, 尹에 정기회동 건의
“당에서 여론을 설득할 수 있도록 잘 해주는 게 중요하다.” 3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신임 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에서 이 같이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또 “전문가들의 올바른 식견을 국민들께 잘 설득할 수 있는 역할을 당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여소야대의 한계가 있지만 국민에게 직접 설득해 야당의 반대도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 회동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는 월 2회 정기회동을 갖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당정 정책 공조에 나섰다.
● 윤석열 “당이 여론 설득해야”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오후 9시 20분까지 진행된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새 지도부에게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대국민 설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반도체 등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조특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세액공제율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재개정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특법 개정안을 다시 내놨고, 반대하던 민주당도 최근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 국회 통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전문 영역으로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득하는 당의 정무적 역할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또 여당이 민생 현장을 적극적으로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만찬 뒤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전 소아과 의사와 관련 어려움에 대해 현장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정부가 민생현장 적극 찾는 것처럼, 당 역시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을 중심으로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만찬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 지도부에 대한 축하 인사를 전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됐던 여당의 내홍이 이번 전당대회를 끝으로 종식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이날 회동에서는 3월 16일부터 시작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관련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일본 방문 일정 중 여러 이벤트들이 준비된 것 같았다”고 전했다.
● 김기현 “노동시장 개혁, 정부 뒷받침 첫 과제”
김기현 대표 역시 이날 만찬에 앞서 열린 일정들의 대부분에서 당정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당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민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을 당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협의회에서 김기현 대표는 “윤석열 정부 성공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민당정 첫 과제가 노동시장 개혁”이라며 “결코 쉽지 않은 과제지만 당과 정부는 원 팀이 돼 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통상 민당정협의회는 여당에서는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주도로 열리지만 김기현 대표가 이례적으로 참석한 것이다. 협의회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김기현 대표는 “3대 구조개혁,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과제”라며 세부적인 방향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여당의 내분으로 집권 1년 차를 흘려보낸 상황에서 당이 정부의 국정 과제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 與, 3월 19일부터 고위 당정 협의 재개
이날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정 간 정책 호흡을 강조하면서 김기현 대표는 곧 후속 행보도 시작할 예정이다. 당장 3월 19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함께하는 고위 당정협의에 참석한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한덕수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당정 협의와 관련해 정책조정위원회 활성화를 제안했다. 또 다음 주부터는 새 지도부와 함께 전국 순회 민생 정책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현장 행보에 앞서 김기현 대표는 이날 민생 법안을 직접 발의했다. 비서실장인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것. 이 법안은 취약계층의 에너지바우처(이용권) 절차를 보다 편리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학생식당엔 어르신만 가득… 지방대 신입생 멸종위기
“개강했어요? 아직 방학인 줄 알았네….” 지난 3월 6일 경북의 한 4년제 사립대에서 만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은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못 봤다”며 개강한 사실을 헷갈렸다. 개강 후 첫 월요일, 캠퍼스는 텅 비었고 강의실은 어두컴컴했다. 캠퍼스를 산책하던 직원은 “올해 신입생이 거의 안 들어왔고 입학식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정의 소나무들이 서서히 말라가고 있는데, 마치 우리 대학 모습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대학은 올해 대입 정시에서 633명을 모집했는데 74명이 지원했다. 모집학과 20개 중 11개는 정시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440명을 추가 모집했는데 26명이 지원했다. 이 대학 한 강의실에 가봤더니 ‘제작연도 2003년’이라고 표시된 오래된 컴퓨터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복도 형광등은 4~5개 걸러 하나씩 빠져 있고 이름표 없는 교수 연구실도 층마다 보였다. 한 교수는 “교수들도 10년 전보다 절반 이상이 떠났다”며 “교수들끼리 ‘박물관 갈 필요가 뭐 있나. 여기가 중세시대’라는 씁쓸한 농담을 한다”고 했다.
◆ 텅 빈 학생식당… “동아리 후배 모집 어려워”
지난 3월 10일 방문한 전북의 한 4년제 사립대에도 개강 분위기는 없었다. 오후 12시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학생들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11시 50분까지 텅 비다시피 한 학생식당을 채운 건 학내에서 행사를 마치고 온 어르신들이었다. 점심을 먹던 한 학생은 “금요일이라 평소보다 애들이 없긴 하지만, 올해는 신입생이 많이 없어서인지 새 학기 느낌이 별로 안 난다”고 했다. 정시 모집정원이 700여명인 이 학교는 올해 570명을 추가 모집했다.
23학번이 입학하는 올해부터는 코로나19가 사실상 끝나고 선배·동기들로 캠퍼스가 북적북적할 것이라는 기대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일 뿐이었다. 전북의 한 대학생은 “동아리 신입생을 모집하는 게 너무 어렵다. 신입생 자체가 없고, 있는 신입생도 학교에 잘 안 나온다”고 했다.
학생회와 동아리방이 모여 있는 학생회관은 일부 종교 관련 동아리방을 제외하곤 불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다. 이 대학 근처의 한 음식점 주인은 “코로나 이전에 했던 개강파티, 신입생 환영회 같은 행사가 좀 있을까 했는데, 괜한 기대였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던 음식점·카페 등은 지난 3년 사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더니 이젠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 직원은 “학생 수가 계속 줄다 보니 식당들도 다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 중도 포기 신입생의 60%가 지방대생
서울의 캠퍼스엔 코로나19의 공포가 서서히 걷히고 봄기운이 피어나고 있지만, 지방대의 캠퍼스는 아직 겨울이었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방대의 신입생 감소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정시모집 결과 수험생이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학과가 있는 대학이 14곳이었는데, 모두 지방대였다. 2020년에 3개였던 것이 3년 만에 약 5배가 됐다. 신입생이 충원되지 않아 추가모집 마지막 날까지 원서 접수를 받은 대학 60개 중 48개가 지방대였다. 지난해 기준 4년제 대학 189개(분교 포함, 캠퍼스 제외) 중 신입생 충원율이 100% 넘는 대학은 45개에 불과했다. 충원율 80% 미만인 대학은 27개로, 소규모 종교대학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대였다.
지방대는 한 명이라도 더 뽑으려고 하지만,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수도권에 더 가까운 대학으로 ‘갈아타기’하느라 바쁘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1년 4년제 지방대 중도 포기 신입생은 1만5540명으로, 전체 신입생 중도 포기 학생의 60.6%에 달한다. 1년 전보다 2000명 이상 증가했고, 비율도 3%포인트가량 늘었다. 경북 사립대의 한 2학년 학생은 “개학하고 보니 후배도 없고, 반수 해서 다른 학교로 떠난 동기들이 꽤 많아 씁쓸하긴 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이 올해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크게 꺾이는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 입학 연령인 2004년생이 47만7000명인데, 2005년생은 43만8700명으로 4만명가량 줄었다. 교육부·통계청에 따르면 내년 대입 인구는 37만명으로 추산돼 올해(42만8000명)보다 5만명가량 줄어든다. 2000년 대입 인원은 82만7000명이었다. 지방대 신입생 충원율은 7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지방은 ‘대학신입생 = 20세 한국인’ 공식 깨진다
지방대의 대표적인 자구책은 외국인 유학생과 만학도다. 전북의 한 대학은 특수교육 분야 전공을 희망하는 중국·베트남 유학생을 유치해 교육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배우고 가서 그 나라의 교수가 된 뒤 학생들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 교육이 아시아 쪽에서 경쟁력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유학생을 유치하도록 정부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26세 이상 입학생을 대상으로 1년 등록금을 면제하는 등 장학금 혜택을 내걸고 만학도를 유치하는 지방대도 늘었다.
만학도 신입생 비율은 2021년 8435명으로 전체 신입생의 2.6%로 신입생 연령 통계 조사가 시작(2006년)된 이후 최대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뒤늦게나마 꼭 배우고 싶은 학문을 선택해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학구열도 높고, 의지도 강하다”고 했다. 다른 지방 사립대의 교수는 “앞으로 지방대에서는 ‘신입생=20세, 한국인’이라는 공식이 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회생 불가능한 지방대엔 퇴로를 열어주고 기회가 있는 지방대엔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도록 도전 기회를 제공해주는 게 교육 당국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4할 맹타에도 이정후의 자책… "세계에 비해 기량 떨어졌다"
한국 야구 대표팀 외야수 이정후가 아쉬웠던 대회 마무리 소감을 전했다. 한국은 3월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중국과 경기에서 22-2 5회 콜드게임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 이미 8강 진출이 좌절됐으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역대 WBC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종전 18득점 2차례)으로 장식했다. 이날 이정후는 2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을 기록한 뒤 3회 경미한 근육통으로 대주자 박병호와 교체되면서 경기를 마쳤다.
이정후는 대회 4경기에 나와 14타수 6안타 타율 0.429 OPS 1.071의 성적을 남겼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쟁쟁한 메이저리거들과 함께 베스트 13 안에 이름을 올린 타자다웠다. 그러나 한국이 2승2패, 8강 진출 실패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이정후 역시 웃지 못했다. 이정후는"나를 비롯해서 많은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우리의 기량은 세계의 많은 야구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고 아쉬워했다.
- 오늘 경기 치른 소감은?
순위가 결정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의 의무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
- 1라운드를 치른 총평은?
많은 팬분들과 국민들께서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 나를 비롯해서 많은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우리의 기량은 세계의 많은 야구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 좌절하지 않고 발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WBC에서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 잘 준비해야 한다.
-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선수마다 부족한 부분이 같지 않고 다를 수 있다. 각자 소속팀 돌아가서 이번 대회에서 느꼈던 걸 잘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좋은 결과를 냈는데 이번 대회에서 얻은 긍정적인 수확은. 인상에 남은 장면이 있나?
빠른 공들과 많이 변화되는 공들을 치기 위해 겨울동안 준비했다. 준비한 걸 시험할 무대가 된 것 같다. 다른 팀과 경기는 중요하지 않았고 일본과 경기했을 때 일본 투수들의 공을 그래도 헛스윙 없이 잘 대처한 게 수확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타석은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안타를 친 것도 기억에 남지만 첫 타석 우측으로 가는 파울 타구를 날린 게 기억에 남는다.
- 아버지에 이어 이번에 일본에서 플레이했는데 일본 야구계에서 뛰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나?
지금은 일단 한국에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끝나고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도전해보고 싶다.
빛바랜 콜드승… 한국야구, 기적은 없었다
한국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라이벌인 일본은 물론 한 수 아래로 봤던 호주에게도 마운드가 난타를 당하면서 추락한 한국 야구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 줬다. 한국은 3월 13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B조 최종 4차전에서 중국을 22-2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B조에서 2승 2패를 기록해 체코에 8-3으로 이겨 3승 1패를 기록한 호주에게 밀려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제1회 WBC에서 4강 진출을 이루고, 제2회 WBC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어이없는 실책으로 승리를 헌납했고, 일본전에서는 낮은 마운드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 줬다. 호주는 제1회 WBC부터 출전했으나 1라운드를 통과해 8강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한국은 중국과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하지만 장단 20안타를 폭발시키며 중국에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회 도루 성공과 상대 선발 알렌카터의 폭투에 힘입어 2점을 먼저 얻었다. 1회말 선발 원태인이 2실점했지만, 2회초 안타와 상대 실책성 플레이 등을 묶어 2점을 뽑았다. 3회에는 무려 8안타를 뽑아내며 8득점했다. 4회에는 박건우의 만루홈런 등으로 6점을 보탠 한국은 5회에도 김하성이 만루홈런을 터뜨려 22-2로 달아나며 경기를 5회 콜드게임승으로 마감했다.
이날 한국은 역대 WBC 1경기 최다 득점과 최다 점수차 승리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한 경기 최다 득점은 2006년 제1회 WBC에서 일본이 중국을 18-2로 이긴 경기였고, 최다 점수차는 같은 대회에서 미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17-0으로 이긴 경기였다. 대회를 조기에 마감한 한국대표팀은 14일 오후 2시 도쿄 나리타공항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다.
독설만 쏟은 '자칭' 선배들… 후배들 밥이라도 사준 적 있나
"우리랑 같이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것 같습니다." 한국의 3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잘. 대표팀 주장 김현수(35, LG 트윈스)는 가슴에 꾹 담아뒀던 한마디를 어렵게 꺼냈다. 김현수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번 WBC까지 무려 10번이나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김현수다. 언제나 자랑스럽게, 또 무겁게 받아 들었던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김현수는 앞으로 한국 야구를 이끌 후배들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대표팀에 많이 왔던 선배들한테는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아닌 분들이 많이 되게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 점이 아쉽다.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것 같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분명 반성해야 하는 결과를 남겼다. 상대적 약체라 평가했던 호주에 7-8로 역전패한 게 대표팀 단체 '멘탈 붕괴'의 시작이었다. 숙적 일본에 4-13으로 대패하면서 대표팀을 향한 비판 수위는 더더욱 높아졌다. 체코에 7-3 승리, 중국에 22-2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으나 이미 8강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 뒤였다. 한국은 2승2패 B조 3위에 그치면서 2013, 2017년에 이어 올해까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문제는 그동안 한국 야구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어떤 기여도 하지 않던 일부 '자칭' 선배들이 마이크를 들면서 시작됐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 한국 야구가 처한 현실을 짚어본다는 명목 아래 독설을 쏟아부었다. 영상의 조회수와 수익을 의식한 탓인지 악성 댓글로나 작성될 법한 말들을 서슴지 않으면서 '비판'이라 주장했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누구는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고 한국에 오라"는 말까지 했다. 진짜 한국 야구를 걱정하는 야구인이 할 말은 아니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선수 본인들이었다. 지난해 KBO MVP 이정후는 "(일본 투수들의 공은) 리그에서는 보지 못한 공이었다. 나를 비롯해서 많은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우리 기량은 세계 많은 야구 선수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고 했다. 메이저리거 김하성은 "일단 프리미어12 때 호주 팀보다 이번에 만난 호주가 조금 더 짜임새 있고 준비를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투수들은 워낙 좋은 공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좋은 투수들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다 변명이라 생각하지만, 정말 호주 선수들이 우리보다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진짜 선배라면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한국 야구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의견을 내야 했다. 단순히 대회 한 경기, 선수 한 명의 실수와 부진을 비난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퇴보하는 한국 야구가 세계 야구와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를 논해야 했다. 아울러 야구인의 시각에서 팬들은 알 수 없는 야구계의 현주소를 짚었다면 공감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설만 쏟은 선배들은 대표팀이 지난 2월 14일 미국 애리조나 합숙 훈련을 시작한 순간부터 대회에서 탈락한 3월 13일까지 단 한번도 현장을 찾은 적이 없다.
미디어에 공개된 내용 외에는 대표팀 내부 속사정이 어떤지는 알 리가 없다. 그러니 수박 겉핥기식 비난만 늘어놓는다. 평소 후배들에게 자주 찾아와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사면서 한마디씩 하는 선배였다면, 후배들도 애정이 담긴 쓴소리로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 야구의 현재와 미래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야구계의 어른인 척을 하니 후배들에게 반감만 살뿐이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최선을 다한 게 사실이다. 그랬기에 한국 야구가 세계 야구와 벌어진 격차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말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계의 벽에 부딪혀 본 어린 선수들은 KBO리그로 돌아와 자신이 부족하다 느꼈던 점들을 다듬어 나가면서 발전할 방향을 스스로 모색할 것이다. 이제는 후배들이 국제대회에서 반복해서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국 야구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선배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독설가의 독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양가 떨어지는 비난은 이제 한국 야구를 위해서라도 멈춰야 한다.
우물 안 프로야구…개구리 몸값만 뛰었다
“이런 수준의 팀이 미국에서 야구를 하면 그걸 누가 구경하겠어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4시즌 개막전을 미국에서 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허구연 총재는 이 일로 미국을 1년 동안 세 번 다녀왔다. 그러나 야구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김인식 전 야구 대표팀 감독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실력을 더 쌓아서 미국에서도 ‘한국 야구가 잘하는구나’ 느껴야 관중이 오지 않겠느냐. 이대로라면 교포만 올 것”이라고 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개막전을 할 게 아니라 대표팀을 질롱 코리아처럼 호주 프로야구로 보내야 할 판”이라고 했다.
한국은 3월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중국과 벌인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최종전에서 22-2로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역대 WBC 최다 점수 차 경기이자 한국 대표팀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다. 그러나 이날 승리와 무관하게 한국은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승 2패로 B조 3위에 그쳤고, 일본(4승)과 호주(3승 1패)가 1·2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한국 야구는 2013년·2017년 대회에 이어 3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이란 굴욕을 맛봤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미국의 유력 야구 매체 베이스볼아메리카가 내놓은 전력 평가에서 일본은 20팀 중 2위, 한국은 7위였다. 반면 호주(18위), 체코(19위), 중국(20위)은 나란히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한국은 그야말로 ‘이보다 더 쉬울 수 없는’ 조에 편성됐는데도 참사를 빚었다.
◆ 어설픈 준비가 화를 불렀다
대표팀은 지난달 2월 15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 모여 훈련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KT와 같은 훈련장이었다. 미국 전지훈련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몇몇 선수는 한 달 남짓한 기간 한국→구단 전지훈련지→미국 애리조나→LA→서울→일본 오사카→도쿄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펼쳤다. 선수단은 현지 궂은 날씨와 잦은 이동의 후유증에 시달렸고 훈련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미국이 시설은 좋지만 시차 적응에만 일주일씩 걸린다”며 “손발 맞춰볼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개최지인 도쿄와 가까운 오키나와나 후쿠오카에서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 투수코치를 역임했던 양상문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은 “경기 결과를 떠나서 선수들 피칭과 라이브 배팅, 연습 경기 영상을 봤을 때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느낌이 들어 걱정했다”며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 이번 WBC가 KBO와 팬을 위해 매우 중요한 대회인 걸 모두 알고 있었는데, 대회 규약상 훈련 가능한 날짜인 2월 1일부터 훈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 경쟁력 잃었는데 몸값은 거품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야수보다 투수의 수준 저하가 두드러졌다. 김인식 전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김광현만 못하니 여태껏 김광현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구단에서 국내 투수를 가르치는 데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각 구단이 선수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고 고액 계약만 쏟아내며 ‘몸값 거품’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FA(자유계약선수)와 비FA 다년 계약 중 총액 100억원 이상 계약은 2017~2021년 5년간 5건이었는데, 2022시즌을 앞두고 7건, 올 시즌 전에는 4건이 나왔다.
야구계에선 “선수들 실력에 비례해 계약 규모가 커졌다기보다는, 그만큼 좋은 선수가 안 나와서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값이 오른 것”이라고 해석한다. 양준혁 위원은 “육성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구단들이 아마추어 야구에 투자하거나 선수 선발과 육성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선수를 못 키워내니까 100억원씩 주고 사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성호 KBS N 해설위원은 “거품 몸값은 선수들이 만든 게 아니라, 단기간에 성적을 내야 하는 구단들이 선수 육성 대신 검증된 FA 선수 영입에 더 힘을 쓰면서 형성된 것”이라며 “거품이 만들어지지 않게 FA 연수를 줄여 많은 선수가 시장에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 리더 역할 못하는 KBO
2020~2021년 코로나 사태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프로야구는 입장객이 2017년 840만68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강곡선을 그린다. 리그 수준 저하와 국제대회 부진이 이어지는데도 관중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한 결과다. 2022년 프로야구 총 관중은 607만6074명에 그쳐 2017년보다 27.7%나 줄어들었다. 야구장이 텅텅 비어가는데도 KBO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한 야구인은 “KBO가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구단을 설득하고 규합해 리그 전체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오히려 특정 구단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KBO가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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