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월전 붕장어구이' 골목
온동네 비릿·구수 '맛의 성지' 순례자인양 꼬리문 차량 행렬
모처럼 날 좋은 휴일 오후.
온 동네가 연기로 뽀얗다.
동네 전체가 붕장어 굽는 매캐한 연기와 구수한 냄새로 진동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을 전체가 붕장어 구이 골목을 형성한 것도 그렇고,이 붕장어 골목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과
꾸역꾸역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한 가지 믿음으로 종교 성지에 모여드는 순례자들을 보는 것 같다.
붕장어 구이 때문에 한 마을이 맛의 믿음을 좇는 '맛의 성지(?)'가 되는 것이다.
기장 월전마을(月田里).
우리말로 '달밭마을'.
마을의 풍치가 제주 여느 섬마을처럼 아름답고 바닷물색이 선명한 곳.
부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안코스 중 하나인 대변월전 길의 종점.
마침 휘영청 달이라도 뜨면, 바다에 비친 달빛으로 '잘 익은 오곡의 밭뙈기' 같은 곳.
이 아름답던 작은 포구가 붕장어 구이 골목이 된 것은 해운대신도시가 조성되던 1990년대 초.
당시만 해도 고기잡이 배 몇 척이 한가롭게 노닐고, 그물을 손질하던 어부의 나른한 일상이
여유롭게 묻어나던 전형적인 포구였다.
바다에서 건진 해산물을 흥정하다 보면,그 투박한 손으로 듬뿍듬뿍 바다 것들 잘도 안기던 따스했던 포구사람들.
이제 이런 한가롭고 순박한 정취는 월전에서 볼 수 없다.
대신 붕장어 굽는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하고, 매립한 포구의 큰 공터에는 몰려든 차량과
마을에서 운영하는 붕장어 포장촌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장터처럼 시끄러우며,또한 활기차다.
호객하는 상인들도,흥정하는 손님들도 한결같이 고함이다.
차량 경적소리,붕장어 굽느라 어수선한 공터입구, 이 모두가 사람 사는 동리 같다.
마치 큰 장터에 들어 선 느낌이다.
'붕장어 구이 골목'은 기존 건물에서 영업하는 곳과 휴일마다 여는 포장촌 등 두 곳으로 나뉜다.
건물에서는 양념, 야채를 제공하고 1㎏ 2만원 선이다.
포장촌은 1㎏ 1만4천 원에 한 테이블 당 양념,야채 값으로 5천 원을 따로 받는다.
편안하게 가족끼리 먹으려면 건물에서, 그냥 야외에서 간단하게 사람들 속에서 먹고 싶으면 포장촌이 좋겠다.
포장촌 한 곳 귀퉁이 연탄불 앞에 앉는다.
주위로 많은 이들이 열심히들 붕장어를 구워 먹고 있다.
맵싸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예사롭지 않다.
곧이어 큼지막하게 장만된 붕장어가 앞에 놓인다.
석쇠는 이미 열을 받아 벌겋게 달아올랐다.
두툼한 붕장어 몇 점을 껍질부분부터 석쇠에 올린다.
'치지직치지직'
먹음직스런 소리와 함께 유백색의 살이 열에 뒤틀리며 익기 시작한다.
생선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직 덜 익은 붕장어 한 토막을 양념에 찍어 입에 넣는다.
꼭 샤브샤브처럼 육질이 부드럽고 촉촉하니 신선하다.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하다.
마늘 한 조각 같이 씹으니 마늘 향과 어우러지며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잘 익은 붕장어에 양념을 듬뿍 발라 재차 석쇠에 굽는다.
'자글자글' 양념이 고기에 배며 겉은 바삭바삭 불에 익고, 안은 촉촉하니 육즙을 담고 있다.
깻잎에 붕장어 한 점 올리고 마늘, 땡초를 올려 한 입 넣는다.
처음의 아삭거림과 곧이어 맵싸하니 터져 오르는 육즙의 향기로움이 절묘하게 이어진다.
이 맛에 많은 사람들이 성지를 순례하듯 이 복잡한 곳으로 힘들게 찾아오는 것이리라.
월전마을.
휴일이면 정신없이 번잡한 동리다.
그래도 세상 살아가는 맛을 느끼시려면 하루 고생 각오하고 월전마을로 가 보시라.
송정-대변 간 큰 길도 뚫렸으니, 해안도로 따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드라이브도 즐기시라.
볼 것, 먹을 것 많아 알찬 하루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것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절대! 비 추천.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