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일본 “규슈 올레” 트레킹에 나서다>
서울 및
성곽, 북한산, 실미도 등 근교(33곳), 지리산(19곳), 강릉 바우길 및 부채길(9곳) 등
국내 둘레길 트레킹에 이은 해외원정에도 도전해 보자는 구제척인 발의는 작년 10월 “북서울 꿈의 숲” 산행 도중에 대두되었다.
제주 올레(26곳)의 자매길인 규슈 올레(21곳) 패키지 여행은 아직 일반화가 안된 상황에서, 어렵게 찾아낸 부산의
여행사를 통해 8명 이상의 조건을 맞추어 가던 중, 경비도 절약할 겸 렌트카를 이용한 자유여행으로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여행 일정도 규슈 올레와 일반 관광을 적당히 배합한 4박 5일 일정으로 최종 확정하였다.
후쿠오카
도착(1/17) 후 규슈 최대의 비즈니스, 쇼핑가인 텐진(동경의 긴자나 우리의 명동에 해당) 호텔에 여장을 풀고, 사전에 발굴한 호로몬 요리 전문점을 어렵사리 찾아갔으나, 대기손님이
많은 관계로 인근의 생선덮밥으로 저녁을 해결한 후 기억도 더듬을 겸 예전에 살았던 맨션을 찾아 보았다.
후쿠오카는
규슈 7개현의 가장 큰 중심도시로서, 옛날 상인의 도시인
하카다와 무사의 도시인 후쿠오카가 “행복의 언덕”이란 福岡로
병합되었다. 옛 후쿠오카의 중심지인 오호리 후쿠오카성의 바깥 해자로 만든 오호리 수상공원을 구경한 후
모모찌의 후쿠오카 타워로 향했다.
철제 구조물에
반투명 유리로 세워진 타워는, 야경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고,
해변에 세워진 타워 중 가장 높은 234m의 랜드마크로 알려져 있으나, 공교롭게도 공사중이라
외관만 구경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수 밖에 없었다. 곧이어 후쿠오카의 밤을 대표하는 스낵바.포장마차가 늘어서 있는 나카스로 이동하여,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스낵바에서
양주와 일본노래(곡당200엔)로 즐겁게 첫날 밤을 보냈다.
다음날 다시
공항으로 이동, 예약된 렌트카를 수령하여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이름의 나가사키의 시마바라 반도 중심부에
솟아있는 해발 1359m의 화산군인 운젠다케로 이동하였다.
화산 연기나
온천이 모여 있는 곳을 흔히 “지옥”이라고 부르는데,오이도라는 여자가 바람을 피워 처형된 직후 분출했다는 “오이도지옥”, 에도 막부시대 후미에(성화판)를
못 밟은 기리시탄을 처형한 직후 분출했다는 “세시치지옥”, 순교한 188 복자비석 등을 구경한 후 원폭자료관으로 이동하였다.
다음 코스
주소를 달필로 적어 준 온천 매표소 직원의 “글씨가 서툴러 미안하다”는
겸양표현은 일본인들의 생활 습관이 아닌가 싶다. 재일 한국인 2만여명도
피폭된 당시의 처참한 기록들이 년도.일자별로 정리되어 있는 모습들을 보고 일본인특유의 기록문화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인근 평화공원
전장 10m의 청동 남신상은 원폭의 무서움을 가리키는 오른손과, 수평으로
뻗은 왼손은 평화를, 튼튼한 체격은 절대적 지위를 가진 신의 위력을 의미하는 등 엄청난 크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사라진 전차가 아직도 시내를 달리고 있어, 옛것과 새것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도시 모습이 색달라 보이기도 했다.
본격적인
둘레길이 시작되는 사가현의 우레시노로 찾아가는 과정이 다소 힘들었지만, 다다미가 깔린 유콰이 우레시노관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옛날 진구
황후가,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들이 온천목욕후 상처가 낫는 것을 보고 “우레시노”(기쁘다)라고 말했던 것이 우레시노 지명의 기원으로 전해진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3대 미인 온천의 하나로, 또는 미끈미끈한 감촉의 治湯으로도 유명하다.
영도 이하로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규슈 기온과, 상쾌한 날씨속에 히젠(사가의 옛이름) 요시다 도자기 회관을 구경한 후 우레시노 둘레길은 시작된다.규슈 최대의 차밭을 향해 출발하였다.
“올레”는 큰 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돌로 쌓은 좁고 긴 골목길을 가리키는 제주언어인데,
규슈 올레는 제주 올레 사무국에서 승인을 해야 개장되는 둘레길로 , 말모양의 간세, 이정표, 리본도 제주 올레와 똑같다.
도자기 마을답게 정갈한
자태를 뽑내는 일본 가옥들 사이로 도자기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도자기 조각을 붙여 만든 담벼락, 도자기 신이 모셔져 있는 다이죠지절, 요시우라 신사 등이 이어진다.
산골 입구에 비치된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하나씩 잡고는 일본인들의 꼼꼼한 준비, 배려정신을 화두로 삼으면서, 우레시노 코스 중 가장 난관인 울창한 숲속 난코스를 올라가던 중 깎아지른 듯한 바위틈 사이에 물의 신인 곤겐신 13불상을 만났다.
올레 입구에서 만난 동네
할머니와 정겨운 대화속에 다다른 보즈바루 파일럿 차밭은, 일본차 품평회에서 5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은 이름 그대로 녹색의 자수화처럼 펼쳐 있었다. 가지런하게
뻗은 녹차 밭이 만들어내는 녹색 물결을 따라 걷다보니, 어지럽게 흩어진 마음까지 정갈하게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그 사이 익힌 나눔 정신으로
사탕을 듬뿍 할머니에게 건넨 후 (희국), 쭉쭉뻗은 메타쉐콰이아로
이루어진 “22세기 아시아의 숲”에 도착하여 조망을 즐기면서
간식으로 허기를 채운 후, 도도로끼 폭포를 거쳐 온천마을에 도착하였다.
아기자기 하면서도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풍경 등 일본 고유의 맛을 풍기는 코스였다. 독일 의사 시볼트가 목욕한 시볼트 족욕탕에
발을 담그고, 녹차로 삶은 계란과 생맥주로 한 낮의 여유를 즐긴 후 도자기 마을로 이동하였다.
깊은 산중에 밭이 있어
有田 (아리타)로 불려지는 이 곳은, 우리나라에서 건너가 자기의 시조로 추앙 받는 이삼평이 양질의 고령토광산을 발견하여 일본 최고의 백자를 생산한
곳이며, 시라카와 공통 묘지에 있는 묘소와, 상점 몇 곳을 구경한 후,
삼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비경의 도자기 마을인 이마리로 이동하여 조정 등에 헌상하던 고품위 도자기인 “나베시마” 가마 등 마을 전체가 가마인 비요의 마을, 아리타야키의 수출항구로
유명한 상생교다리 등을 구경한 후 어제의 우레시노 여관으로 출발하였다.
다다미방에 다시 여장을
풀고 온천목욕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후, 4일째 일정인 다케오올레로
이동하였다. 오래된 유적이 많고, 도자기 마을로도 유명하며, 김해출신인 여자도공 백파선 할머니가 여기를 거쳐 도공들을 이끌고 아리타로 옮겨 갔다고 한다.
너무 아름다워 먹는 것이
범죄인 음식이자, 수공예인 “와규에키벤” (역에서 파는 쇠고기 벤토)를 구입 후 다케오역을 출발하여 운동공원을
지나 기체험 여행으로도 유명하며, 다케오코스의 자랑거리인 수령
3000년의 녹나무 속에 들어가 기념촬영겸 기를 듬뿍 받은 후 도착지인 다케오 온천 누문으로 직행하였다.
아쉽지만 올레 일정을
다소 단축한 덕분에, 일본의 즈몬시대에 이은 기원 전후 약 700년
동안의 야오이 시대 유물이 발견된 吉野の里(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을 관람하기로 하였다. 한반도에서 집단으로 이주한 도래인들이, 청동기 문명과 벼농사를 전래함은 물론 즈몬인을 몰아내고 새로운 일본열도의 새 주인이 되었으며, 이때 여왕 히미코가 통치하는 초보적인 부족국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헬기 파일럿 출신 해설사의
열정적인 설명과 더불어, 신사 입구의 “도리이”와 솟대에 얽힌 사연등을 주고 받는 역사공부시간이기도 했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요이타현의
고코노에 야마나미 올레 코스의 출발점에 있는 “꿈의 대현수교” (길이 390m, 높이 173m, 해발
777m로 일본에서 제일 큼)로 이동하여 폭포와 경치를 감상한 후, 밀크랜드팜, 야마나미목장 등 초원을 지나 쪼자빠루, 다데와라습원을 거쳐, 구마모토현에 있는 유명 온천인 구로가와
온천(와카바)에 도착, 노천
온천을 즐긴 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가이세키 요리 (다도에서 전체요리를 뜻했으나, 지금은 일본의 정통 코스요리)를 즐길 차례다. 처음먹는 마사시, 송어요리, 도쿠리
정종과 더불어 중국출신 여종업원의 상세한 설명과 일어,중국어로 마음껏 대화를 나눈 즐거운 시간이었다.
5일째인 오늘은 활화산인 아소산 구경이다. 화산입구의 구사센리와
다이칸보에서 광활한 초지와 산으로 둘러싸인 멋진 풍경을 동영상으로 기록에 담고는 분화구 입구까지 도착했으나, 분화는
아니지만 연기로 인한 시계 제로 상태로 인해 전면 규제 상태였다.
둘레가 4km, 깊이 100m인 분화구가 있으며, 세계 최대의 칼데라를 가진 화산을 눈앞에 두고 돌아가야 하는 심정은 당일 일진이 안 좋은 쪽으로 치부하고도
미련이 남는건 30년만의 방문 때문일까? 하긴 만수의 한라산
백록담도 운이 좋아야 볼 수 있긴 마찬가지다.
공항으로 가는 도중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 학문의 신을 모시고 있는 타자이후 덴만궁을 들렀다. 학습,합격기원 신사로 유명한 이곳에서,과거.현재,미래를 상장하는 세개의 다리와, 마음
心자를 닮은 연못을 배경으로 급히 사진을
찍고 나오던 중, 신사에 참배하기 전 손을 씻는 手水(쬬주)를 먹을 뻔한 해프닝도 있었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하여 렌트카를 반납하고, 4박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밤늦게 집에 도착하는 바쁜 일정이었다.
기본적으로 “오아시스” (오하요우: 안녕하세요. 아리가토” 감사합니다. 시쯔레이: 실례합니다. 스미마센: 미안합니다.) 만 제대로 구사해도 대접받으면서 일본여행은 가능하다는 재기 친구의 의미있는 농담도 가슴에 와 닿았고, 산림이 질서정연하고, 울퉁불퉁하지 않은 길이 곱다는 애기는 예전에도
많이 들었지만, 좁은 도로임에도 4일 동안 한번도 경적소리를
듣지 못했고, 스스로 양보하는 안전운전과,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언어표현처럼 겸손. 겸양, 몸에 밴 친절, 남을 우선시하는 마음가짐, 기초질서 지키기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도
고치고 또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을 우리 일행 모두가 인식을 같이한 여행이기도 했다. 독불장군, 오만불손한게 아니라 남을 존중하고 배려할 때 하나님의 복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치밀한 일정수립과 국제면허로
안전운행을 위해 애써준 친구(재기,희국), 일본 정종.,맥주.우리소주
등 주야. 청탁 불문하고 흥겹게 분위기를 띄워준 친구(종묵), 참가 인원을 4명으로 조정하는 과정에 기꺼이 양보해준 친구들(민성,덕종) 덕분에 잠시나마 삼한사미도 피할겸, 둘레길. 아소활화산. 운젠온천, 선사유적., 원폭자료관.노천온천. 가이세키요리
등 보고,먹고,즐기는 등 일본의 진수를 맛본 여정이었다.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곳으로 먼저 다가가는 걸음에 올레 정신이 시작된다고 한다. 시골길과 낮은 야산을 거치며, 또한 도시 풍경과 일본의 독특한 문화재 등을 구경할 수 있도록 구성된 규슈 올레길은, 이정표와 Rescue Point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혼자 걷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한 트레일 이기도 했다.
후쿠오카오호리공원입구
운젠다케.온천
꿈의 대현수교
이틀동안 머물렀던 온천여관
시볼트 족욕탕
우레시노올레에서 만난 동네 할머니와 함께
출발점에 세워진 제주 말 모양의 간세이정표
평화공원안 청동 남신상
후쿠오카 텐진의 호루몬 요리식당앞에서
아소산 분화구를 배경으로
카이세키 메뉴
정찬요리를 즐기며
첫댓글 드디어 거사를 결행한 네 친구들의 쾌거를 축하합니다
세상을 찬찬이 둘러보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생을 즐기소서
덕분에 잘다녀 왔네요.정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줘요
별 기록도 안하더만 꼼꼼히 적었네, 이제 사진까지 올리고 산우회 총무로써 완벽하다~글 쓴다고 고생했네
술친구 하느라 종묵이가 애썼죠
일정별로 아주 세심하게 기록문으로 잘 남겼네요~
여행 기행문 작가 처럼 글쏨씨가 아주훌륭하네요~
사진도 적절히 배치하고^^
사진이 조금 부족한거 같네 목욕사진도 없고~
재기야,역사언급부분은 ,일본팜프렛,;규슈올래;책자,유홍준의 규슈편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이야기일본사; 여행가이드일본편등에서 거의 그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 보면서도 돼요
덕분에 일본 규슈구경 잘 했다. 태용이 상세하고 멋진 여행기 쓰느라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