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미술관 기획초대전-김종국 개인전
향기 가득 자연을 품고, 환한 꽃잎 단아한 미소
사물을 둘러싸고 있는 상표나 가격표 혹은 익숙한 명품 로고가 아니라 정성 가득 마음이 담긴 것들이다.
오늘날의 경박함과 세속적인 번잡함이 선비의 절개와 같은 그윽함으로 정제되고
단아한 모습으로 피어난 꽃잎이 멋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글 : 이묘숙(송은갤러리 관장, 미술평론가)
[2013. 7. 1 - 7. 31 진주미술관(T.055-747-7220, 진주)]
동백꽃 유혹에 사뿐하게 내려앉은 동박새는 그 달콤한 꽃의 향기에 그만 꿀을 딸 생각조차도 미루어 두고 정취를 즐기고 있다. 백자 주전자의 품격이 붉은 동백에 결코 밀리지 않는 당당함으로 자리하고 화폭은 이내 멋과 향이 넘쳐흐른다.
서양화가 김종국은 자연을 사랑하는 화가이다. 또한 우리의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는 감성을 담아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옛 선조가 길상을 염원하여 그렸던 화조화처럼 작가는 우리에게 기쁨이 가득하길 바란다. 그림 속 도자기는 친숙하고 정감이 넘치는 다기이거나 백자, 옹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극히 서민적인 정서와 편안하고 대중적인 질그릇은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차 사발이나 물 항아리, 씨앗병 등의 그릇을 차용해서 작품 안에 담아 놓는 것은 청렴하고 간소하고 소박한 삶에 대한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작가의 마음이 그와 같기 때문에 너무 화려하지 않고 누구라도 반기고 품어주고 있는 조금은 만만함과 진솔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내 이웃의 살가운 친숙함이 그러하듯이 작품에 등장하는 그릇들은 우리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까운 주변의 것들이다. 지나친 욕망이 담긴 화려함이 아닌 자신의 고결함과 내면의 진정성이 담백하게 보여 지길 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김종국 작가는 끝없는 욕망과 욕구로 가득 찬 현대인들의 분주한 삶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명품에 대한 애착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쉽사리 취하고 버리는 간편주의자 들에게 새로운 명품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값비싼 명품에 대한 막연한 애호와 화려함에 현혹된 부유하듯 가벼운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 안에 이어 내려온 문화와 그 내면의 담백한 미를 느끼게 하고 있다. 그는 고매한 정신을 담아내던 문인화의 모습처럼 정갈하고 단아한 작품을 주된 테마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귀족적인 청자의 고색창연함보다는 은근한 매력이 넘쳐나는 분청을 필두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정겨운 모란과 동백의 화려함까지 작품 속에서 우리 전통의 멋이 풍겨 나오고 있다.
진정한 명품은 그것의 존재 자체이다. 사물을 둘러싸고 있는 상표나 가격표 혹은 익숙한 명품 로고가 아니라 정성 가득 마음이 담긴 것들이다. 오늘날의 경박함과 세속적인 번잡함이 선비의 절개와 같은 그윽함으로 정제되고 단아한 모습으로 피어난 꽃잎이 멋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오는 동양의 정서가 만들어낸 작품의 느낌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우리 안에 담겨진 사상과 문화가 바로 명품 그것이 아닐까 싶다.
香
香
香
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