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공익제보라고 볼 것인가.
이영기 변호사(추모연대 감사)
공익제보란 무엇인가? 통상 공익제보란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부정이나 비리를 고발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최근 각자의 처지와 입장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공익제보를 해석하면서 상당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2조 제2호 및 동법 시행령에 의하면, “공익신고”란 국민권익위원회, 수사기관, 관련 행정기관, 국회의원, 기관이나 단체의 대표자 등에게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하는 것을 말하는데, 다만 공익신고 내용이 거짓이거나 금품요구 등 부정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공익신고로 보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는 ‘공익침해행위란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별표에 규정된 467개 법률에 따른 벌칙이나 행정처분의 대상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열거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익신고자보호법에 규정된 467개 법률의 벌칙이나 행정처분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위법행위를 신고하는 것은 공익신고가 아닌 것인지? 또한 사익적 목적을 위하여 신고하는 경우에는 공익신고가 아닌 것인지? 의문이 든다.
우선 아주 흔한 일이지만 어떤 단체의 대표가 횡령이나 배임 또는 조세포탈을 저지르는 경우 이를 제보하더라도 현행 법률에 의하면 공익신고로 보호받지 못한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별표에 규정된 467개 법률에 형법이나 조세범처벌법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현행 법률은 공익의 범위를 상당히 협소하게 정해놓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일부 다른 나라에서는 공익신고의 범위를 일반 형사범죄에까지 확대해 놓고 있는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의 보호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해 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공익제보와 관련하여 현실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내부자의 공익신고이다. 통상 공익침해행위는 내부자가 아니면 발견하기 힘들다. 그런데 내부자의 경우 부정이나 비리에 일정 부분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고, 증거자료를 외부에 유출하는 경우 비밀누설이나 업무방해 등 범죄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이런 경우 내부고발자가 순수한 양심을 가지고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부정이나 비리를 고발할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어느 정도 사익적 목적을 가지고 공익신고를 한 경우를 일률적으로 공익신고가 아니라고 보게 되면 현실에서 공익신고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내부고발자의 내면에 있는 사익적 의도를 판별해 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는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공익신고로 보되 그 공익신고의 내용이 거짓이거나 금품요구 등 부정한 목적이 드러나는 경우에는 공익신고로 보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부정한 목적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정도가 어떠한지 등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 예컨대, 공익신고와 관련하여 금품을 요구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공익신고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결국 공익제보자의 사익적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신고를 통해 그 사회가 공공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면 그 신고는 공익신고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공익신고를 통해 그 사회가 어떤,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예컨대, 담배꽁초 투기행위에 대한 신고와 공직자의 뇌물수수행위에 대한 신고를 똑같이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어떤 공익신고가 어느 정도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의 문제는 사회공동체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에서는 공익제보와 관련하여 공익제보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현재 공익제보자의 형의 감면에 관하여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익신고로 인한 공익 실현의 가치보다는 공익제보자의 사익적 목적을 더 중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앞뒤가 뒤바뀐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사익적 목적이 일정 부분 개입돼 있더라도 그 공익신고로 인하여 상당한 공익 실현을 이루었다면 그 공익신고는 충분히 보호받아 마땅하다.
차제에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공익제보라고 볼 것인지, 그리고 어떤 공익제보에 어느 정도의 보호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 2018년 '제주무장대기행'에서, 왼쪽부터 이영기 감사, 임성종 공동의장, 김학규 학술교육위원장
첫댓글 보는사람과 심사위원의 사상과 입맛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는
공익제보의 정의는 법제화로 규정되지 않으면
논란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