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인민당의 탄생과 금후의 사업(연설)-여운형
분야: 어문 > 수필 > 경수필/수필
저작자: 여운형
원문 제공: 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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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출생의 경위
참된 인민의 나라를 세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민의 정당도 그것이 완성되기에는 복잡한 우회와 곡절이 필요한 것입니다.
작년 가을에 인민·신민·공산 3당이 합하여 남조선 인민의 모든 세력을 한 곳에 통일 집중하는 합동당이 계획되었던 사실은 전국의 동지 여러분이 이미 잘 아시는 바일 줄 압니다마는, 그 결과는 거기 참여하였던 나 자신의 불민함도 있었고, 우리들 민주진영 전체로서의 미숙과 결함도 원인이 되어서 기대하였던 것과 같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이 합당 문제에 있어서 책임 있는 일자리에 있었던 만큼 나는 가장 그 결과의 불만함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으며, 또 거기에 대한 책임도 남보다 더 깊게 느끼지 않을 수 없어서 일시 인퇴하여 정세를 정관하면서 한 병졸로 전 민주세력의 통일의 성취를 돕고 싶어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금년에 들어서 더욱이나 최근 일각에는 경향 각지에서 신당을 조직하여 민주역량의 통일과 증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겠다는 동지들의 요망이 팽배하게 표현되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내 앞에 송달된 건의서만 하여도 수 천 통에 달하였으며, 일부러 찾아와서 권하고 요구하는 이는 지방과 서울을 통하여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빈번하였는데, 이 모든 동지들의 주장은 다 같이 반동의 공세는 나날이 강화되는데 민주세력은 아직도 분산 분열되어 있고 민주역량의 통일조직을 위한 활동은 현저하게 부족되고 있으니 신당을 발족시켜야 한다는 점에 귀착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신당을 요구하는 이들 중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있었고, 농촌에서 일하는 농민도 있었고, 도시의 상인, 지식계급 등에 속하는 동지들도 있었습니다. 또 공산주의자도 있었고 자유사상가라고 지목되는 이도 있었습니다.
요컨대 남조선의 근로인민 전체라고 볼 수 있는 노동자·농민·시민과 학생·지식계급 전체를 통하여 신당에 대한 요망이 나날이 고조되고 나와 및 주위 동지에게 이 사업을 실천할 것을 권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근로인민당이 나오게 된 것은 그 사명을 다하려는 우리나라 근로인민 대중의 누를 수 없는 요청을 등지고 나오게 된 것이므로 이 당은 여운형이가 만든 것도 아니고 그 외의 누가 만든 것도 아닙니다. 근로인민들 자신이 근로인민의 당을 결성한 것입니다.
- 당의 조직
근로인민당은 전(全)근로인민의 공동의 요망을 걸머지고 노동자·농민·일반 소시민·인텔리 등 3계층의 인민이 단결하여 발족한 것인 만큼, 이 3자의 당연한 통일적 조직으로서 나타나야 될 것은 당연할 일입니다. 뿐만아니라 이 3자의 공고한 제휴와 단결이 없이는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민주혁명의 과업은 결코 성공될 수 없습니다.
노동자 여러분! 당신네들의 힘만을 가지고서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민주혁명을 완성할 자신이 있습니까?
농민 여러분! 당신네들만으로서 우리나라의 민주혁명을 실현할 수 있습니까?
소시민·지식계급·청년학생 여러분! 당신들만으로서 우리가 당면한 민주과업을 실행할 수 있다고 봅니까?
3자가 각개의 단독의 힘만으로는 결코 성취될 수 없는 것입니다. 3자가 굳게 합하고 단결한다면 다 같이 이 싸움에 승리할 것이겠지만 서로 떨어지고 따로 서게 되면 각개가 다 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 근로인민당은 우리나라의 민주혁명이라는 커다란 목표 앞에 남조선의 노동자·농민·소시민·인텔리의 3자가 공동의 승리를 위하여 혼연일체의 당 생활과 당 사업에 통일될 수 있으며, 또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을 표시하는 정당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당면의 목표와 이익이 공통되기 때문에 단순히 과도적으로 일시적으로 3자가 공동전선을 취한다는 정책적인 조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근로인민당에 집결된 우리나라의 근로인민은 민주혁명에서 결합되고 일치될 뿐만 아니라, 이 제1과업이 끝난 다음에 보다 더 높은 과업을 향하여 전진하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의 사회적 발전은 민주혁명의 완성과정에서 이 3개의 근로인민들이 공동이익이 더 앞선 사회단계에서 뚜렷하게 발견될 기초를 닦아 줄 것입니다.
때문에 근로인민당은 정치적으로 과도적인 당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혁명과 함께 전진하고, 우리 사회의 역사와 함께 성숙하고, 우리 민족의 이상과 함께 완성될 전 노동인민의 정당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의 이러한 정신은 간부의 구성에도 표현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당의 수뇌부에 관하여 말씀드린다면 천학미력한 제가 위원장의 중책을 맡게 된 것은 당원 동지 여러분에게나 또 널리 동지 제위 앞에 그 참월함(과분함)을 사죄하지 않을 수 없는 바입니다마는, 다행하게도 장건상 씨, 백남운 씨, 이영 씨와 같은 경력과 학식이 풍부한 동지의 신망 높으신 분들을 부위원장으로 모시고 같이 일을 보게 되었으니까, 이분들의 힘을 얻어서 나 역시 대과 없기를 자신할 수 있게 되는 바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영 씨는 동지들 사이에 조선의 ‘깔리닌’이라는 호칭이 있는 사회운동의 장로이시고, 백남운 씨로 말씀하면 전 남조선신민당 위원장이시요, 우리나라 경제학의 권위로서 특히 전국의 양심적 학도의 경모의 표적이 되어 있는 분이시요, 또 장건상 씨는 합병 전에 미국에 유학하여 법학을 연구하시고 그 후 중국과 해외 각지에서 조선 혁명운동으로 시종일관하신 고명한 혁명가이시며 전 인민당 부당수로서 같이 일하여 오던 동지입니다.
나는 이 3분과 또한 이여성, 손두환, 김성숙, 이임수 씨 등과 함께 근로인민당의 선두에서 공복의 책무를 다할 수 있으리라고 자신하는 바입니다.
- 공위에 대한 책무
다음으로 우리 민족의 목전에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중심적 정치과업인 미소공동위원회에 대한 우리 당의 대책을 말씀드립니다.
우리 당은 현재 서울에서 개최 중인 공위의 사업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이에 참가하고 협력하며, 이것을 추진시키는 것을 중대한 당면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작년 5월에 공위가 휴회된 이래 남조선에서 우리가 경험한 모든 고통과 곤란을 회고하여 본다면 명백한 일입니다.
공위휴회 1년의 쓰라린 경험은 우리에게 공위를 기어코 성공시켜야 할 절실한 필요를 가르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경험은 만일 공위가 다시 실패하는 날에는 우리가 남조선에서 당하여야 할 손실과 고통과 희생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위가 우리나라 근로인민의 당면한 모든 곤란을 종국적으로 해결하여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위가 성공되고 임시정부가 수립된다면 이것은 우리가 수행할 민주혁명의 곤란한 첫걸음을 내딛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우리가 단행할 민주과업의 제1차적인 기본적 노선이 확립되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근로인민당은 미소공위와 협력하여 이러한 사명을 다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적 성격을 가진 임시정부가 수립되도록 노력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첫째로 우리는 공위를 방해하려는 모든 반동적 책동에 대하여 투쟁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오늘날 남조선에는 공위사업에 대한 반대는 직접간접의 방해 혹은 반탁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반탁의 지도자들은 반탁만이 즉시 독립의 길이라고 주장합니다마는, 반탁과 독립 사이에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것입니다. 반탁이라는 것은 탁치의 의의와 또 연합국의 호의를 모르는 무모한 배외주의에 불과한 것이며, 조선의 민주독립을 위한 세계 4대강국의 호의적 보장을 거절하려는 것인데, 이것은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독립을 더디게 하는 것밖에는 안 되는 것입니다.
다음에 우리는 공위에 대하여 이렇게 밖에서 반대하고 방해하려는 세력을 물리치는 동시에 공위 안에 들어가서 안으로 공위사업을 파괴하려는 계획도 있는 것을 경계하고 이것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내외의 공위 반대세력을 방지하고 공위를 성공시키는 데는 우리는 반드시 모든 반동적 반민주적 요소를 제외하고, 그 반면에 진정한 인민의 기관이며 민주주의적 정당과 단체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망라된 광범한 민주세력이 공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공위를 통하여 이번에 수립되는 민주주의 임시정부도 이러한 민주주의제 세력을 기초로 하는 인민의 정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체의 민주세력을 총망라한 민주주의 각당각파의 연합에서 구성되는 정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는 물론 우리나라의 민주혁명의 최고목표를 완성시킬 인민정권에 비하여서는 아주 한 걸음 못 미친 정부일 것이겠지만, 그것은 모든 반동적 파시스트적 요소를 일소하고 우리나라를 민주정책의 대도 위에 추진시키고 인민의 완전한 자유선거에 기초를 둔 완전한 인민정부에 도달하는 길을 닦아주는 정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위사업의 역사적 제약성을 정확하게 인식하여 과대한 요구나 지나친 주장으로서 도리어 공위의 사업을 곤란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용의해야 할 것입니다.
- 당원의 임무
우리 근로인민당은 결코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기 위하여 인민을 이용하는 당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당이 정권을 획득하는 날이 있더라도 그것은 오직 정치의 주권을 인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방법인 것입니다. 당원 각층 인민 속에 있어서 인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인민들의 고통과 비애와 희망을 자기의 것으로 하는 인민의 충실한 벗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민을 지도한다는 것은 결코 인민대중보다 일단 높은데 서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민 속에서 인민의 이익과 희망에 충실하는 자만이 인민과 함께 나가고, 인민과 함께 물러갈 줄 아는 자만이 즉 나아가 인민의 이익을 위하여 싸우고, 물러가 인민의 속에서 살 수 있는 자만이 진실한 인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우리 당 이외의 다른 우당과 민주주의 인사들과 항상 겸손하게 제휴하고 협력할 줄 알아야 될 것이요, 독선주의나 독단주의는 어떤 경우에나 민주주의자의 태도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민대중에 대하여서나 민주주의 우당에 대하여서나 일반 애국 정의인사에 대하여서나 성실하고 겸손한 포용적 태도를 취하고, 반동적 진용에 속하는 인사 중에서도 항상 동지를 만들고 동지를 발견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근로인민당의 특색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민주역량이 공고하게 집결되지 않고는 우리 선열들의 부단의 희생과 세계 인민의 정의의 피가 우리에게 보내준 해방이라는 고귀한 선물도 허사가 되기 쉽습니다. 이 귀중한 역사적 순간에 우리 근로인민당의 깃발은 인민의 단결과 인민의 해방의 상징이 되기 위하여 당원 제군의 충실하고 용감한 투쟁을 절대로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외신보》, 1947년 6월 21∼22일)
<재편집: 오솔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