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손녀들의 학교 운동회가 있는 날이다.
아침 일찍 딸네 집으로 향했다. 학교에 가기 전, 아이들 손에 용돈이라도 쥐여주고 싶었다.
"오늘 하루 신나게 놀고, 맛있는 것도 사 먹어라."
덕담과 함께 용돈을 건네자, 아이들이 손사래를 쳤다.
"할머니, 요즘은 학교 근처에 과자 사 먹을 데도 없고, 돈 가져가면 안 돼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러다 습관처럼 엄마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의 운동회가 떠올랐다.
도시락을 싸서 뒤따라오겠다던 엄마는 개회식이 끝나고 달리기 경주가 막바지에 이르도록 보이지 않았다.
안 오실 엄마가 아닌데 이상하다 싶어, 나는 조바심 어린 눈으로 운동장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그때 저 만치 운동장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놓고 과자를 파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쫀드기 50원!"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도, 목소리도 분명 우리 엄마였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엄마였건만, 나는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한 발씩 뒤로 물러섰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운동회에 가도 학교 앞 돗자리 장사를 볼 수 없듯이, 그때 창피해서 피했던 엄마 역시 더 이상 내 곁에 없다.
나무 그늘 아래 놓여 있던 쫀드기와 과자들처럼, 엄마는 그 시절 풍경 속으로 멀어져 갔다.
첫댓글
어릴 적엔 그저 부끄러웠던 엄마의 모습이, 세월이 흐른 지금은 가장 그리운 풍경이 되었네요.
“쫀드기 50원!” 그 한마디에 엄마의 사랑과 그 시절의 정겨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읽고 나니 저도 어린 시절의 엄마가 그리워집니다.
참 따뜻하고 먹먹한 글, 잘 읽었습니다.
연세 드신 어머니와 남들보다 가난하게 살아가던 시절, 어릴 적엔 왜 그리도 부끄러운 게 많았을까요.
이제는 가슴이 시리도록 그리운 추억으로만 남았습니다.
단석님 역시 마음 깊은 곳에 어머니와의 정겨운 추억을 하늘만큼 품고 계시겠지요.
우리의 어린시절은 사회가 배고픈 시절이었지요
부모가 자녀들에게 공부 만큼은 시키려고
애쓰던 그런 시절을 지금 아이들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ㅎ
학교 교문 앞에는, 학용품이나 가게가 있었지만,
군것질을 파는 노점상이 군데 군데 있었지요.
운동회 날이나 소풍날이면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물건을 파는 분들이 허다했습니다.
그분들이 모두 가족의 생계와 자식들의 학업을 위해서였죠.
베리꽃님 글로,
우리들의 어린시절 운동회 풍경을 뒤돌아 보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운동회나 소풍날이면 알록달록 신나던 풍경 뒤편에서, 오직 자식 공부와 생계를 위해 땀흘리시던 부모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손녀들 운동회 덕분에 잊혀가는 어린 시절의 풍경과 부모님의 은혜를 함께 기억해보게 한 가을이었습니다.
늘 평안하고 따뜻한 날들 되세요.
추억 부자이신 베리꽃님..
덕분에 저도 옛날 시골학교 운동회날 풍경을 떠올려 봅니다.
어머님을 부끄러워 했던 그 마음도 이해되요.
맑고 푸른 가을하늘 만국기
휘날려~
기다리던 운동회날 돌아 왔어요~
청군 백군 선수들이 힘차게 싸워~
튼튼한 몸 우리의 자랑~
ㅇㅎ을 (교명) 빛내리~
이건 시골학교 5학년 운동회때 응원가로 불렀던 노래예요.
선생님 권유로 애국가에 제가 가사를 붙여서요.^^
저는 눈 상태가 총체적 난국이라 수필방에 참여를 못했는데 베리꽃님 글에 추억소환 해 봅니다.
5학년 때 애국가 곡조에 직접 가사를 붙여 부르셨다는 응원가.
운동회가 얼마나 신나셨으면 그러셨을까요.
만국기 휘날리던 그 시절 운동장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무엇보다 눈 건강이 제일이니 무리하지 마시고 속히 쾌유하시고 수필방에서도 자주 뵙길 바랄게요.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집안에선 그저 다가가고 싶었던 어머니
밖에선 그저 멀리하고 싶었던 어머니
아마 저마다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이젠 이렇게 글로 회상이나 하네요..
"이젠 이렇게 글로 회상이나 하네요.."라고 하시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 아쉬움과 그리움을 공감하기에, 그 추억들을 자꾸 글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늘 마음이 따뜻해지는 댓글로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비올 듯 흐린 날씨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어린시절 봄소풍과 가을 운동회는
설레임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가족 행사였지요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풍경이 그립습니다
옛 추억을 소환하는 따뜻한글 잘 읽었습니다
맞아요. 그 시절 소풍이나 운동회 날이면 며칠 전부터 마음이 콩닥거리곤 했지요.
온 동네와 가족이 함께 설레던 그 순수한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그립네요.
함께 옛 추억을 떠올려주셔서 감사해요. 건강하고 따뜻한 가을날 되세요.
우리때는 운동회가 큰 행사였어요.
학교 운동장이 없어서 효창운동장에서
전교생 운동회 하던 기억이 아련하네요.
그러게요 어린애니까 철이 없어서 그럴 수있어요.
그~쵸
근데말예요.
저는 베리꽃 님이 부러워요.
왜냐면요 엄마가 일찍 저세상에 가셔서요.
엄마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거든요.
학교 운동장이 아닌 효창운동장에서 전교생이 모여 치렀던 운동회는 정말 잊지 못할 큰 추억이었겠습니다.
마음속에 품어오신, 일찍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들으니 가슴이 아릿하고 찡해집니다.
다정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막내라, 어머니 기운이 다 빠지셨던지
소풍이든 운동회든 어머니가 함께 한
기억이 없어요.
작은형이 소풍 갈 때 제가 어머니 손
잡고 따라 간 기억은 있는데...
베리꽃님의 운동회와 어머님과의
일화... 가슴 저립니다.
막내로서 느끼셨을 그 아쉬움과 그리움이 전해옵니다.
그래도 작은형 소풍 때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가던 그 어린 날의 장면이 마음자리님 가슴속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군요.
따뜻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그래도 이인 삼각 척척 맞추어 일등 하신 그 엄마잖아요?
그런데 그 쫀드기 5원 아닐까요? 비슷한 시기에 제가 소풍을 갈 때 엄마한테 십원을 받아서 3원을 남겼던 기억이 있어서요. ㅎ
5원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생각해보니 까마득한 옛날이라 5원인지 50원인지 금액이 가물가물해지기도 합니다.
십 원 받아 들고 소풍 가셔서 삼 원 남겨 오셨군요.
기억력이 유난히 좋은 어린이였네요.
이렇게 댓글로 옛 추억을 주고받으니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