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다녀간 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끝간데 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지천으로 널린 검은 돌, 그리고 비날씨라고 한다.
'제주도 날씨 원래 이래요?'라고 묻는 물음에는 날씨 때문에 제대로 여행을 못했다는 탄성도 섞여 있다.
비가 오는대로 빠른 속도로 구멍 뚫린 현무암지질인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많은 강우량에도 불구하고 홍수로 인한 피해는 적은 편이지만 관광객드로가 도민들은 모두 애가 탄다.
제주에는 비가 많이 와도 그 물을 이용할 수 없어 옛날에는 물이 귀했다. 마을이
분포한 군락지를 살펴보더라도 '용천수'에 가까운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도 그 촨락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대부분이다. 지하로 스며든 물이 해안 근처에 이르러 흘러 넘치거나 해수의 압력에 의해 지표로 솟아 오르는 것을 용천이라 한다.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한 물가에는 물항아리를 이고 나르는 풍경이 예사였을 것이다. 그런데 제주는 돌이 많아 자칫하면 넘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등에 지고 날랐다. 또한 물허벅이라는 이 독특한 항아리는 주둥아리가 작아 물이 흘러 넘칠 염려가 없는 모양이었다.
제주의 화장실에 얘기를 해보자. 검은 똥돼지이야기. 왜 돼지에게 똥을 먹었을까?
그것을 처음보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일 것이다.
약 30여년 전만해도 촌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똥돼지이다. 돼지 우리위에 화장실을 만들고 볼일을 보면 돼지가 달려와 먹는 풍경. 그것은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제주도식 돼지 사육법이 아닐 수 없다.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돼지가 뱀을 잡아 먹기 때문에 변을 돼지우리에서 보면 뱀으로부터 물림 염려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못먹고 못살던 옛날, 인분이 거름이 될 만한 농사지을 땅도 없던 척박한 땅이었기 때문에 가축에게 줄 먹이를 아끼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까만 빛깔에 윤기가 잘잘 흐르는 제주산 토종 똥돼지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지금도 그 씨를 이어받은 청정 제주의 토종 흑돼지가 맛과 영양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은 특별한 사료를 먹는 가축들이 많은데 옛날에 비해 호강을 하는 셈인 것은 우리 후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