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소설가 임레 케르테스의
수상은 앞으로 같은 소수 언어권인 한국의 작가들에게도 기회가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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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73)가 선정된 것은 같은 소수언어를 가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 그의 작품이 하나도 번역돼 있지 않음에도 여느 해보다 그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큰 것도 그런 연유에서가 아닐까.
스웨덴 한림원이 “사회적 힘에 대한 인간의 종속이 점차 완연해지는 시대에 한 개인으로 살아가며 사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힌 것은 소수의 언어, 피해자의 언어에 대한 가치를 새삼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물론 케르테스의 수상 배경에는 서양의 지식사회가 멍에처럼 지니고 있는 아우슈비츠에 대한 죄의식이 드리워져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거의 모든 유럽인들이 근대문명을
일궈낸 서양사회의 한복판에서 자행된 대학살을 기억 속에서 지운 채 21세기로 걸음을
서두르고 있을 때 케르테스는 헝가리어라는 소수언어로 그것이 역사에 대한 기만임을
적시해냈던 것이다. 케르테스의 수상은 세계 언어의 변방에 위치한 소수언어에 내장된
피해자의 기억들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환원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직접 체험 … 46세 때 첫 작품 출간
케르테스의 문학은 이른바 체험문학이다. 15세에 겪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경험은 그의 문학적 수원지였다. 1929년 11월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출생한 그는 44년 나치의 헝가리 유대인 탄압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돼 고통을 겪었으며, 이후 부헨발트로 옮겨졌다가 그곳에서 45년 해방을 맞았다. 48년부터 부다페스트 ‘빌라고사그’지 기자로 활동했지만 이 신문사가 51년 헝가리 공산당 기관지를 표방하면서 해고됐다.
이후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드라마 대본을 쓰는 한편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니체, 호프만슈탈, 프로이트 등
독일 철학자 등의 작품을 번역했다. 말하자면 그는 가해자들의 철학적 언어를 번역을
통해 해체했던 것이다. 그리고 해체한 언어의 틈새를 그는 피해자의 언어와 피해자의
기억으로 메워가기 시작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