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을 가련다=2030의 세대임무는 4.15총선으로 완료됐다. 젊은 세대는 '공동의 적'이 존재하는 한 공조했다. 그러나 이제 2030은 분화한다. 35세를 기준으로 2030을 편의상 '포스트(Post)386세대'(20~35세)와 '386세대'(36~45세)로 구분하면, 두 연령집단은 의식성향에서 매우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386세대와 구별되는 '나의 길'을 찾기 위해 포스트386세대는 386세대와 결별을 고하고 있다. 3년 뒤 2007년 대선에서 또 하나의 2030세력이 될 이들은 40대가 된 386세대와 날카롭게 대립할 것이다.
◆진보의 다른 색깔=포스트386세대는 '개인주의적 개방세대', 386세대는 '공동체주의적 적응세대'다. 저항운동의 전위였던 386세대는 '혁명'에서 '적응'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세대 내'차이는 기성세대와 대비한 '세대 간' 차이만큼이나 크고 단절적이다. 이 점이 또 다른 세대전(戰)을 예고한다. 386세대의 의식구조는 공동체적 규범과 시민윤리를 강조하는 이른바 '질서자유주의'에 가깝다. 자유를 존중하되 공동체적 질서를 우선한다. 반면 포스트386세대의 진보는 보다 개인주의적이며 평등지향적이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거부한다. 분배.분산.균형은 정부의 몫이지만, 정부와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넘어서 비대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386세대가 급진적 리버럴리즘을 표방했다면, 포스트386세대는 개인 권익 쪽으로 더 기울어진 리버테어리어니즘(libertarianism)이다.
두 세대의 가치관의 DNA는 다르다. 386세대의 의식구조는 '3E' -경험(Experience).증거(Evidence).참여(Engagement)-가 핵심이며, 포스트386세대는 '3S'-동감(sympathy).상징(symbol).감성(sentiment)-이다.
◆동감(Sympathy)=개혁 전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사면초가임을 자주 고백했다. 그러나 포스트386세대만큼은 다르다. 포스트386세대는 '노짱부대'쪽이 많다. 포스트386세대는 386세대보다 노 대통령을 더 신뢰한다. 포스트386세대의 다수는 노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자 열린우리당의 지지층이다. 반면 노 정권을 탄생시켰던 개국공신 386세대의 다수는 개국과 동시에 떨어져 나갔다.
◆상징(Symbol)=포스트386세대의 다수는 열린우리당을 정치적 상징이자 대변자로 선택했다. '리멤버1219'(지난해 12월 노사모행사)가 연출한 노란 깃발의 물결에서 전복의 상징을 목격하면 충분하다. 전복의 상징이 기득권 세력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한 진보적이다. 포스트386세대는 개인주의와 평등주의라는 상징적 가치에 구름처럼 모여드는 개체의 집합이다. 포스트386세대는 열린우리당(30%)-한나라당(18%) 순으로 지지하나 386세대에서는 놀랍게도 그 순서와 비율이 뒤집힌다. 한나라당은 31%, 열린우리당은 20%다.
◆감성(Sentiment)=현 정권의 개혁정치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선을 만들어냈다. 정권의 급진적 행보와 진보의 여론몰이는 보수집단을 거리로 끌어냈다. 진보에 몸담았던 386세대는 정권의 행보에 즉각적 지지를 표명하지 않는다. 정책 효과를 점검하고, 국익과 공동체적 질서에 보탬이 되는지를 가름한다. 이런 면에서 386세대는 논리적이다. 그러나 포스트386세대의 평가 프리즘은 감성이다. 정책의 파장보다는 감성적 일치감이 우선이다. 감성은 인터넷망을 통해 엄청난 비판세력을 결집한다.
포스트386세대는 386세대보다 훨씬 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 포스트386세대에선 이라크 파병을 비도덕적 행위라고 판단하는 쪽이 많다(찬성이 겨우 40점). 과거청산을 '해야 한다'가 61점으로 치솟는다. 비판 인식으로 뭉친 386세대는 겨우 중간이었다(52점). '자주 외교' 역시 보다 긍정적이며(51점), 국가보안법 폐지 찬성은 55점으로 386세대의 44점을 훨씬 상회한다(두 집단 모두 전국 평균 찬성률인 15%를 훨씬 웃돈다). 포스트386세대는 앞뒤를 따지지 않는다. 감성 레이더가 말해주는 것, 그것이 행동원칙이다.
◆정당의 세대 위치=386세대가 행동대장을 맡았던 폭풍의 드라마, 그것으로 태어난 열린우리당은 실권을 장악하자마자 근거지를 재빨리 포스트386으로 옮긴 듯이 보인다. 성장.사회공익.윤리 등 공동체적 요소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386세대를 베이스캠프로 설정하면 유권자의 절반을 점할 미래세력을 잃을 위험이 많다. 프랑스의 68세대가 그랬듯이, 저항세대가 기성세대와 합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386세대의 다수는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을 떠날 것이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은 포스트386을, '개인주의로 무장한 개방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한다.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은 포스트386 영역에 둥지를 틀고, 별일이 없는 한 한나라당은 기성세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세대전(戰)=386세대의 시대는 빠르게 지나고 있다. 포스트386세대를 주력으로 하는 '새로운 세대전'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 정치의 운명, 나아가 한국의 운명은 3년 뒤 펼쳐질 이 세대전의 결과에 달려 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바로잡습니다
5일자 4면 '송호근 교수의 프리즘'기고문에 들어 있는 '포스트386과 386의 경제관은 다르다'란 도표에서 굵은 선은 포스트386세대, 가는 선은 386세대로 표기돼 있습니다. 이를 굵은 선은 386세대, 가는 선은 포스트386세대로 바로잡습니다.
2004.10.04 06:49 입력 / 2004.10.05 2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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