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하고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 12월 18일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12월 18일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이주노동자권리협약 채결을 기념하는 날이다. 1990년 12월 18일 제45회 유엔 총회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했으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0년 12월 4일 매년 12월 18일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로 지정했다.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은 2003년 7월 1일 공식 발효되어 2016년까지 세계 49개국에서 비준을 마쳤지만, 한국은 서명을 거부하며 아직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이주민 200만 시대를 넘어 100만 이주노동자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는 여전히 최하층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새 정부 들어서도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안전을 보장하려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 산업재해율은 20% 정도 줄었지만,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오히려 30% 가까이 늘었고, 산업재해 사망자 중 이주노동자의 비율은 10년 만에 50% 이상 늘었다.
산재처리를 받지 못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들에 대한 보호와 관리는 겉돌고 있다.
어제 민주노총과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수도권 이주노동자대회’를 열어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주노동자대회에 모인 이들의 핵심 주장은 ▲ 고용허가제 폐지 및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 ▲ 농축산업 종사자에게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과 휴게·휴일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근로기준법 63조 예외규정 삭제 ▲ 이주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중단 ▲ 유엔 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 ▲ 단속추방 중단·미등록이주민 합법화 등이었다.
노동당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 장기체류 보장 및 가족동반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노동허가제의 도입임을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기존 산업연수생제도를 대신해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기는 했지만,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아 이주노동자의 처지는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이 없다. 고용허가제를 규정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 체류 및 고용 연장에 관한 모든 권한을 고용주에게 부여하고 있어 이주노동자의 고용주에 대한 종속성을 제도화한 반노동·반인권 악법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승인 없이 사업장을 바꿀 수 없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 제한으로 인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첫 이주노동자 대책으로 내놓은 ‘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안)’(2018~2022년 적용 예정)은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 운영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초단기 계절 근로자 확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를 예고하는 등 과거보다도 못한 이주노동자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연내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일정을 확인해 본 결과 올해 말까지 ‘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확정안 발표를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 요구한다.
2018년부터 적용되는 ‘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도입을 포함하고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즉각 비준하라.
(2017.12.18. 월,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류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