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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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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8월호와 소엽풍란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94 09.07.25 00:4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중복날 ‘우리詩’8월호가 배달되었다. 2009년 (사)우리詩회 ‘여름 자연학교’ 회원모집을 한다는 광고로부터 시작하여 권두시론은 박영원의 ‘감칠맛 나는 신토불이 詩를 기대하며’, 이달의 우리詩 15인 특집은 홍해리 ‘방짜징’, 윤용선 ‘어떤 사치’, 길일기 ‘조팝꽃’, 김유석 ‘반갑다, 꽃뱀’, 김영호 ‘핵폭탄보다 더 뜨거운’, 임동윤 ‘저물 무렵의 시’, 장태숙 ‘전화’, 정숙 ‘백지, 흰 어둠을 받쳐 들다’, 송영희 ‘소통’, 박강남 ‘그 착각이’, 조성심 ‘종이호랑이’, 박해림 ‘그 우물’, 장영희 ‘잃어버린 곡선을 찾아서’, 고성만 ‘창평장’, 김창녕 ‘서탑·12’외 각각 1편씩 실었다.


 우리詩 칼럼은 김세형의 ‘난 왜 시문학을 하는가?’, 신작 소시집에 송문헌의 ‘천왕봉 하늘은 별천지’ 외 5편, 남유정의 ‘슬픔’ 외 5편, ‘우리詩 문학상 신인상’은 2009년 상반기에 당선작이 없어서 임동윤, 신현락, 황정산의 심사소감에 그 이유를 밝혔다. 임보의 시 창작교실은 연재 6회로 ‘당신도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고성만이 고른 우리詩가 선정한 좋은 시 (28)는 강인한 ‘입술’, 이재무 ‘수직에 대하여’, 안도현 ‘직소폭포’, 송문헌 ‘함께 지고 홀로 피다’, 함기석 ‘죽은 새를 위한 첼로 조곡’, 고미숙 ‘접시꽃’이 뽑혔다.


 ‘이 詩, 나는 이렇게 썼다’는 정하해의 ‘뼈를 고아내는 것’, 신작 특집으로 박원혜 ‘싸움, 그 공로’, 신용목 ‘맹인이며 농아인’, 김선호 ‘틈’, 류재화 ‘달빛그림자 너울너울’, 전태련 ‘조폭이 된 산’, 김경성 ‘붉은 그늘’, 신단향 ‘사이코패스’, 이성웅 ‘바람의 길목’, 이영선 ‘사라진 입술’, 강동수 ‘바다가 아프다’, 이영혜 ‘숭어’, 조삼현 ‘안녕하세요 줌마’, 조유리 ‘거시기에 관한 담론’, 황연진 ‘바람의 노래’, 이사랑 ‘장맛비’외 각각 1편을, 한시 읽기는 진경환의 한시 ‘한 편의 여러 생각·3’, 영미시 산책은 마야 안젤로(Maya Angelou)의 ‘혼자서’(Alone)를 백정국 역으로 실었다.


 오늘 학교 들렀다가 한라수목원에 가보니, 이 소엽풍란이 몇 군데 피어 있었다. 때마침 날씨가 어둑하여 검정 멀칭을 씌운 온실이 너무 어두워, 꽃의 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아쉬운 대로 몇 컷을 임의대로 고른 시 6편과 함께 싣는다.



 

♧ 청빈한 나무 - 김석규


나무는 누워서 이사를 간다

받치고 섰던 하늘 더 멀리까지 내다보려고

나무는 누워서 이사를 간다

언제 했는지 이발을 하고

풀려서 너풀거리는 소매도 걷어붙이고

서서 자는 나무는 침대가 없다

잎새로 바람을 잣는 나무는 선풍기가 없다

항시 햇살을 이고 선 나무는 난로가 없다

그 흔한 냉장고도 텔레비전도 없이

단지 그늘만 키우는 제 몸 하나에

더는 깨지지 않도록 새끼로 동여맨 밥그릇

양말도 벗은 발목에 매달고

나무는 누워서 이사를 간다



 

♧ 방짜징 - 洪海里


죽도록 맞고 태어나

평생을 맞고 사는 삶이러니,


수천수만 번 두드려 맞으면서

얼마나 많은 울음의 파문을 새기고 새겼던가

소리밥을 지어 파문에 담아 채로 사방에 날리면

천지가 깊고 은은한 소리를 품어

풀 나무 새 짐승들과

산과 들과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가슴속에 울음통을 만들지 않는가

바다도 바람도 수많은 파문으로 화답하지 않는가

나는 소리의 자궁

뜨거운 눈물로 한 겹 한 겹 옷을 벗고

한평생 떨며 떨며 소리로 가는 길마다

울고 싶어서

지잉 징 울음꽃 피우고 싶어

가만히 있으면 죽은 목숨인 나를

맞아야 사는, 맞아야 서는 나를

때려 다오, 때려 다오, 방자야!

파르르 떠는 울림 있어 방짜인

나는 늘 채가 고파


너를 그리워하느니

네가 그리워 안달하느니!



 

♧ 시를 위한 시 - 김세형


시는 결국 존재다

존재는 슬픔 가득한 시다

소멸을 향한 그윽한 떨림

그 불안의 슬픔 떨림으로

흔들리는 꽃잎처럼

사랑하고 이별하며 생을 노래하라

그것이 존재의 숙명이거늘

오늘도

붉은 장밋빛 창가에 앉아

존재를 위한

창백한 시를 쓴다

존재는 

꽃잎처럼 떨리는

한 편의 시다



 

♧ 슬픔 - 남유정


내 몸에 방이 있네

애기 주먹만한 아니 작게는 손톱만한

슬픔이 사는 방

온몸에 번지기도 하고

벌레가 몸을 동그랗게 말듯 뭉쳐 틀어박히기도 하는

이슬을 매단 산딸기 이파리처럼 푸르고

마른 풀 자리처럼 쓸쓸한

부둣가에 매단 나룻배처럼 나를 묶어놓는

슬픔이여

비 내리고 바람 부는 밤바다에 요동치는 배처럼

나를 더 흔들어 주겠니?

아예 나를 송두리째 들어 갯벌에 깊이 박히도록

힘껏 내던져 주겠니?



 

♧ 직소폭포 - 안도현

 

  저 속수무책, 속수무책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필시 뒤에서 물줄기를 훈련시키는 누군가의 손이 있지 않고서야 벼랑을 저렇게 뛰어내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오 물방울들의 연병장이 있지 않고서야 저럴 수가 없소


  저 강성해진 물줄기로 채찍을 만들어 휘두르고 싶은 게 어찌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소 채찍을 허공으로 치켜드는 순간, 채찍 끝에 닿은 하늘이 쩍 갈라지며 적어도 구천 마리의 말이 푸른 비명을 내지르며 폭포 아래로 몰려올 것 같소


  그 중 제일 앞선 한 마리 말의 등에 올라타면 팔천구백구십구 마리 말의 갈기가 곤두서고, 허벅지에 핏줄이 불거지고, 엉덩이 근육이 꿈틀거리고, 급기야 앞발을 쳐들고 뒷발을 박차며 말들은 상승할 것이오 나는 그들을 몰고 내변산 골짜기를 폭우처럼 자욱하게 빠져나가는 중이오


  삶은 그리하여 기나긴 비명이 되는 것이오 저물 무렵 말발굽소리가 서해에 닿을 것이니 나는 비명을 한 올 한 올 풀어 늘어뜨린 뒤에 뜨거운 노을의 숯불 다리미로 다려 주름을 지우고 수평선 위에 걸쳐 놓을 것이오 그때 천지간에 북소리가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 내기를 해도 좋소 나는 기꺼이 하늘에 걸어둔 하현달을 걸겠소



 

♧ 접시꽃 - 고미숙


어디서 무엇을 담으러 왔는가

있는 대로 접시 다 꺼내들고


달그락달그락 그릇 씻는 소리에

캄캄한 밤이 금간다 그 사이로 해 떠오른다


꿈결인 듯 나비도 담아보고 꿀벌도 담아 봤지만

노을에 등 대고 거울 들여다보니

욕망만 차리느라 바빴구나


빈 접시이고 말 것을,

그마저도 거둬들어야 할 것을

그 순간마저도

본능의 씨앗 다닥다닥 매 달고 서 있을 건 뭔가 


바람의 몸을 하고 난 또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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