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의 영어사용 의무화는 영어를 못하는 선수에 대한 차별행위이자 투어의 자멸행위다.”
28일(한국시간) 뉴욕타임스가 LPGA투어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영어사용 의무화에 대해 날린 직격탄이다. 뉴욕타임스는 ‘LPGA의 나쁜 아이디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런 규정이라면 미프로농구(NBA)의 야오밍이나 미프로야구(NBA)의 많은 비영어권 출신 선수들도 퇴출됐어야 한다”면서 “LPGA는 아마도 더 이상 외국인 선수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멕시코 출신인 ‘골프 여제’ 로레나 오초아, 스웨덴 출신으로 지난 10년간 LPGA투어를 지배한 안니카 소렌스탐, 그리고 120명의 LPGA 선수 중 주류로 올라선 45명의 한국인 선수를 소개하면서 “LPGA가 해외로부터 훌륭한 선수들이 오면서 거둔 자신들의 국제적 성공에 역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PGA투어 캐롤린 비벤스 커미셔너는 취임 당시 LPGA투어의 세계화를 주창한 바 있다.
LPGA투어의 방침에 대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AP통신은 29일 PGA투어에서 입지를 다진 최경주(38·나이키골프)와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 등 비영어권 출신 선수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비판에 가세했다. AP와 인터뷰에서 최경주는 “영어를 잘 하면 선수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제아무리 그렇더라도 영어를 못하면 대회 출전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자신의 PGA투어 신인 시절이던 2000년을 떠올리면서 “영어가 익숙치 않아 그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만약 그 때 LPGA투어의 영어사용 의무화 같은 차별 정책이 실시됐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US오픈 우승자 카브레라는 “골프를 치는데 영어를 잘 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LPGA투어의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전설 로베르토 데 빈센소가 “네가 70타 이하를 치면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이해해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당신과 이야기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에게 했던 말을 전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조차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면서 “비영어권 출신 선수들에게 영어사용을 의무화하고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출전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