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7월 15일은 초복이다.
개고기 식용금지라도 누렁아 아직은 복날이면 좌불안석 이겠구나.
애초에 어설픈 두 발로 허둥대는 인간이 안쓰러워 네 발로 들판에서 다가와 동굴 속 인간의 추운 몸 제 털로 한기를 덮어 주고 잠자리 같이 하며 혀 내밀고 꼬리 치던 너 였거늘...
어느 시골 촌가 칠월의 매운 복더위 이겨내느라 혓바닥 내밀고 찬 댓돌 베고 누웠다가 집 뒤 개울가 화덕에 가마솥 걸리고 고사리 깻잎 한 광주리 된장에 섞여 펄펄 끓는 물소리가 귓가에 들리면
아!
이세상 하직하는구나!
하던게 옛적 전설 일때가 있겠지...
말못할 축생의 몸을 빌었어도 제 몸 공양하면 혼이 돌고 돌다 사람으로 환생한다는데 엎드릴 복(伏)자에서 개견(犬)이 사라지면 사람인(人)이 남으니 필시 좋은 세상 오면 정말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다.
누렁아 억새풀이 달빛 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날 그때까지 목숨구걸 하더라도 부디 살아남거라
○ 복날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는 초복, 중복, 말복의 속절(俗節)이 들어 있으니 삼복(三伏)이다. 하지 뒤 셋째 경일(庚日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십간의 일곱 번째 날)을 초복, 넷째 경일(庚日)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庚日)을 말복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三庚日) 혹은 삼복이라 한다.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하고, 삼복은 한 해 가운데 가장 더운 기간으로 이를 '삼복더위'라 한다.
'음양오행'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 가을철은 '금(金)'의 기운이다. 그런데 가을의 '금기운이 땅으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때이다. 그래서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한다.
○ 서양의 'dog's day'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은 큰 개 자리의 시리우스(Sirius)로, 동양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이라고 부른다. 이 별은 삼복 기간이 되면 해와 함께 떠서 함께 진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삼복 때 태양의 열기에 별 중에서 가장 밝은 시리우스의 열기가 보태졌기 때문에 가장 더운 때라고 생각해서 이때를 '개의 날(dog's day)'라고 부른다고 한다.
로마 시대에는 이 별을 농가의 충실한 개에 비유하여 개별이라 불렀다. 따라서 개의 날(dog's day)에는 개를 잡아 제사를 지내 별을 달랬다고 전해진다.
○ 옛 사람들은...
삼복에 '북놀이'라는 것을 했는데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 모여서 술을 마시는 회음(會飮), 더위를 물리치려고 개고기국을 끓여먹는 복달임이 그것이다.
삼복의 풍속은 더운 여름철을 극복하는 방편으로 먹고 마실 것을 마련해서 계곡이나 산을 찾아 더위를 잊고, 하루를 즐기는 여유를 지녔다.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여름 과일을 즐기고, 어른들은 술, 음식과 함께 탁족을 하면서 하루를 즐긴다. 한편으로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기도 했다.
또 복날에는 벼가 한 살씩 먹는다고 한다. 벼는 하나의 줄기에 마디가 세 개씩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기며, 이 마디가 세 개가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패게 된다고 한다. 예부터 이날은 음양오행상 금(金)이 화(火)에 굴복당하는 것이 흉하다 하여 복날을 흉일(凶日)이라고 믿고 혼인, 먼 여행, 힘든 농사나 일 등 큰일을 피했다.
○ 복날에 먹는 슬기로운 음식
옛 사람들이 복날에 먹었던 먹거리 풍속의 중심에는 개고기국을 끓여 먹는 복달임이다. 농가월령가의 8월령을 보면, 며느리가 친정으로 나들이 갈 때 '개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고 했을 정도로 사돈집에 보내는 귀한 음식이었다.
이렇게 보신탕은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대표적인 시절음식지만, 보신탕이란 말은 현대에 생긴 말이고 원래는 개장, 구장(狗醬), 구탕(狗湯)등으로 불렸다. '복(伏)' 자가 '사람 인(人)변'에 '개 견(犬)' 자를 쓴 것에서 알 수 있듯, 복날 개를 삶아 먹는 것은 더위를 잊는 것뿐만 아니라 보신(補身)과 액(厄)을 물리치는 일까지 결부되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 서양의 문화에 매몰되는 경향으로 인해 전통음식의 하나인 보신탕이 혐오 음식으로 인식되고 금기시 되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의 삶에는 가축 가운데 소와 함께 개가 동일한 인식에서 기르고 먹었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비둘기나 말, 심지어 원숭이 골까지 먹는 그들의 입김에 우리의 음식문화가 흔들리는 것이다.
실제 중국, 필리핀 등 한국보다 개고기를 더 좋아하는 나라도 많다. 다만, 개고기는 개고기일 뿐이다. 개고기가 마치 만병통치인 것처럼 좋아하는 것도 잘못이다. 개고기를 먹었다고 해서 건강이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개고기를 먹는 것이 자칫 동물을 사랑하는 것에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
○ 여름철의 보양식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즐겨 먹는 음식으로 그밖에 임자수탕, 용봉탕, 육개장도 있다. 임자수탕의 '임자(荏子)'는 참깨를 가리키는 말로 이 음식은 깨를 불려 소화가 잘 안 되는 껍질은 벗겨내고 볶아서 곱게 갈아 체에 밭친 뽀얀 깻국물에 영계를 푹 삶아 고운 국물을 섞어 차게 먹는 냉탕이다.
깨는 좋은 단백질이 들어 있으며, 5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은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DHA'와 같은 오메가 3 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고열량 식품이다. 또한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함량이 높아 맛과 영양면에서 매우 훌륭한 음식이다.
용봉탕의 '용봉(龍鳳)'은 상상의 동물인 용과 봉황을 말하는데, 실제는 용 대신 잉어나 자라를, 봉황 대신 닭을 쓴다. 잉어는 민물고기의 임금으로 폭포를 거슬러 기어오를 만큼 왕성한 생명력이 있어 스테미나식으로도 유명하다. 주재료인 잉어와 닭은 각각 영양면에서 뛰어나지만, 궁합이 매우 잘 맞는 음식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초복에서 말복까지 먹는 풍속이 있다. 국수를 아욱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인 어저귀국에 말아먹거나 미역국에 익혀 먹기도 하고, 호박전을 부쳐 먹거나 호박과 돼지고기에다 흰떡을 썰어 넣어 볶아 먹기도 하는데, 모두 여름철의 시절음식으로 먹는 소박한 음식들이다.
복날 음식으로 이 밖에도 미꾸라지를 산 채로 뜨거운 물에 끓여 두부 속에 들어가게 한 도랑탕, 민어국, 염소탕, 장어백숙, 미역초무침, 메밀수제비, 죽순, 오골계와 뜸부기, 자라탕, 메기찜 등도 있다.
하지만 여름철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찾는 보양식에 목을 매기 보다는 각종 영양소가 들어있는 식품들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고, 땀을 흘려 부족한 수분 보충을 위해 물도 충분히 마실 필요가 있다. 어떤 이는 '더위만 빼고 골고루 다 먹자!'라고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