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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6 (목) "할아버지는 학살자… 전두환, 나라 지킨 영웅 아닌 범죄자"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 우원씨(27)가 가족들의 호화생활을 폭로하는 글을 게시했다. 3월 14일 우원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씨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의 폭로 글이 다수 게시됐다. 자신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재용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그는 "제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출처 모를 검은돈을 사용해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법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와 함께 가족들과 주변 인물들의 신상 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했다. 자신의 신원 확인을 위해 여권과 상속포기서, 가족 사진 등도 함께 첨부했다.
우원씨의 게시글 중에는 1998년 8월 2일 전두환 전 대통령과 본인으로 추정되는 어린아이가 함께 촬영된 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내 이순자씨 사진이 함께 공개됐다. 그는 얼굴을 공개한 한 영상에서 "저는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닌 범죄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 가족이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 행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폭로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할아버지와 이순자 여사에 대한 생각을 묻는 누리꾼의 질문에는 "할아버지는 지옥에서 고통받고 계신다"며 "회개하지 않는다면 모두 그리로 갈 것이다. (살아있는 이순자 여사는)지금 기회가 있을 때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씨는 전씨 부인인 이순자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스크린 골프를 치는 영상을 게시하면서 '연희동 자택에 구비돼 있는 스크린 골프 시설'이라고 덧붙였다. 또 전두환씨 손녀 중 하나의 결혼식 사진을 게시한 뒤 '초호화 결혼식 사진. 25만원밖에 없다던 전두환씨의 가족에서 어디서 이런 행사를 할 돈이 생겼는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뉴스1>은 우원씨에게 "생전 전두환씨가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가족들에게 이야기한 바가 있는지", "우원씨는 5·18민주화운동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등을 물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한편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5년 5·18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신군부 핵심 인사 18명 등과 함께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검찰과 법원은 12·12, 5·17, 5·18을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로 판단했고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징역 17년형 등 핵심 관련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997년 출소 후에도 반성은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건강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에 대한 질문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학살에 대해 모른다", "나는 광주시민 학살하고 관계 없다", "발포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도 않은데 군에서 명령권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하느냐"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2월12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고급식당에서 5·18 광주학살의 책임이 있는 정호용, 최세창씨 등과 부부동반으로 호화점심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가족의 죗값을 받겠다"며 아버지, 삼촌, 할머니, 친형을 가리지 않고 가족들의 부끄러운 부분을 폭로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27)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우원씨는 지난 3월 13일부터 3월 15일까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 아버지(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가 서류 조작을 해 미국 시민권을 따려하고 있다 △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작은아버지(전두환 전 대통령 3남 전재만)에게서 검은돈 냄새가 난다 △ 친형 등이 마약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펼쳤다.
자신이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우원씨는 영주권, 운전면허증, 전 전 대통령 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연희동 자택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는 영상까지 올렸다. 파문이 커지자 전우원씨 아버지 전재용씨의 과거 이력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파헤쳐지고 있다. 전재용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으로 3번의 결혼을 통해 2남2녀를 두고 있다.
첫번째 부인 사이에서 자녀를 두지 않은 전재용씨는 두번째 부인 사이에서 아들 두명을 뒀다. 폭로전에 나선 전우원씨는 재용씨의 차남이다. 전재용씨의 3번째 부인은 1990년대 유명 탤런트였던 박상아씨로 이들 사이엔 2녀가 있다. 박씨는 1995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 1기에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방송과 영화 등 활발하게 활동하던 박씨는 2003년 무렵 전재용씨와 만난 뒤 사실상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소아과 찾아 산길 운전 50km”… 젊은 부부들 떠난다
아이가 아프면 1시간 동안 험한 산길을 운전해야 한다.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기 전 도착하려면 늦어도 오후 5시에는 직장에 양해를 구한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서 네 살 딸과 두 살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김민주 씨(41)가 아픈 아이를 안고 50여 km 떨어진 안동시까지 가는 건 늘 쉽지 않은 일이다. 영양에는 소아과 병원이 한 곳도 없다. 재작년 겨울, 생후 3개월이던 둘째 아이가 폐렴을 앓았을 때도 김 씨는 아이를 안고 어두운 산길을 운전했다. 한겨울 응급실 문 밖에서 아들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김민주 씨는 이사를 고민했다. 그는 “영양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한 번쯤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걸 생각해봤을 것”이라고 했다.
영양은 소멸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에서 태어난 출생아는 32명으로 사망자(295명)의 9분의 1에 불과했다. 1970년대 7만 명에 육박했던 영양군 인구는 지난달 1만6000명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나섰다. 특히 시중 은행들은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돌봄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임팩트 금융’이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 영양군 주민 87% “인구 늘수 있다면 기피시설 유치도 환영”
3월 9일 찾은 영양군 곳곳에선 소멸의 흔적이 엿보였다. 대구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3시간여를 이동해 도착한 시외버스 정류장 주변은 운영 중인 상점보다 빈 곳이 더 많았다. 슈퍼마켓, 보일러 수리점, 한약방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점포들도 문을 닫은 지 오래였다. 이곳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산골마을 화천2리는 소멸 징후가 더 뚜렷했다. 길을 따라 듬성듬성 놓인 집들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어 있었다. 혼자 지내는 노인이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집만 남겨진다.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고 문에 발라둔 창호지가 뜯겨 집 내부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전기요금 고지서와 옷가지, 깨진 그릇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2020년 기준 화천2리에는 주민등록상 129명이 거주 중이지만 실거주자 수는 약 80명에 그친다. 화천2리에서 가장 젊다는 황영삼 이장(58)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그대로 둔 채 요양병원에 가 계신 어르신이 많다. 최근 10년간 새로 생긴 빈집이 20곳은 된다”고 했다. 지난해 3월 기준 영양의 ‘소멸위험지수’는 0.14로 전국 13위다. 노인 100명당 20∼39세 여성이 14명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영양군청 관계자는 “인구가 줄어드니 의료·교육 등 인프라가 사라지고, 인프라 부족으로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 1200명이던 광산촌 인구 54명으로 급감
과거 영양은 광산업 특수를 누렸다. 군내 용화2리 광산촌은 ‘사람이 많고 큰 골짜기’라는 뜻으로 ‘대티골’이라고 불렸다. 1970년대에는 대티골 인구만 1200명으로 광산 일대에 약 1만 명이 모여 살았다. 전국 각지의 노동자들이 금, 은, 아연 채굴이 이뤄지던 광산으로 몰려들었다. 1940년대 발전소가 만들어져 경북 지역 중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왔다. 한 동짜리 초등학교 건물에 학생만 150명이 넘던 시절이었다. 광산 기술자인 아버지 슬하에서 태어나 평생 용화2리에서 산 김승규 씨(76)는 “사람이 워낙 많아 30평(약 99㎡) 남짓한 집터에 5가구 20여 명이 모여 살았다”며 “국회의원이 마을에 유세하러 오는 게 예사였고 간이극장이 들어서 영화를 틀어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1976년 폐광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마을은 급속히 쇠락했다. 제련 과정에서 토지가 오염돼 농사를 짓기도 쉽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직업을 찾아 마을을 떠났고, 남아 있던 노인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2020년 기준 용화2리 거주민은 54명이다. 이곳에는 광석 제련소로 쓰이던 15층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만이 번화하던 시절의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30여 가구가 길을 따라 30∼100m 간격으로 듬성듬성 자리 잡았다. 과거 1000명이 넘는 주민이 살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산 중턱 곳곳에는 마을 터로 추정되는 평지만 보였다.
● “인구 늘 수 있다면 교정시설도 환영”
영양은 새로운 일자리 유치를 통해 변신을 하려 한다. 하지만 서울 면적의 1.3배인 군내에는 고속도로, 철도는커녕 4차선 도로조차 없다. 교통 인프라가 부실하다 보니 공장이나 물류센터 등이 들어서기 힘든 구조다.
이에 영양군청은 ‘재소자 1000명 규모 교정시설 유치’를 역점 사업으로 제시하고, 1년 넘게 법무부 교정본부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선 기피시설로 취급되지만 영양에선 ‘인구만 늘 수 있다면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설문조사에서 영양주민 86.6%가 교정시설 유치에 찬성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교정시설이 들어오면 교도관 등 직원 500여 명이 영양에 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면회객을 대상으로 한 숙박·음식점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양군은 귀농 정책도 실시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 인근 지역에 비해 의료시설이 부족해 은퇴 귀농인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영양군청 관계자는 “의료, 문화시설이 부족한 영양에 귀농인을 불러들이려면 다른 지자체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지역 예산만으로는 쉽지 않다”며 “영양에 정착한 귀농인이 다른 지역으로 갈까 봐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먹고 자고 싸고... 모든 게 달라지는 제 일터입니다
인생 막장, 마지막 정거장, 밑바닥 인생, 완행열차...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폄훼와 하대, 조롱, 멸시당하며 눈물 젖은 밥벌이에 뛰어든 일용잡부를 흔히들 '노가다'(일본어, dokata, 土方)라 칭한다. 노가다 꾼은 씹다 씹다 단물이 쏙 빠진 껌처럼 끝내 버려지는 비운의 삼인칭이다. 27년 동안 한 기자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노동으로 지난해 9월 노가다를 시작했다. 몇 차례에 걸쳐 직접 겪은 땀의 현장을 전한다.
노가다판은 '제3의 학교'다. 사회에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극한 체험은 물론 인생사도 공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먹고, 자고, 싸고'가 달라진다. 사실 막노동의 민낯을 드러낼 때 이 부분이 가장 불편하다. 내가 일하는 대기업 공사현장은 일반 현장과 달리 안전하고 합리적인데, '먹고, 자고, 싸는' 방식만큼은 똑같다. 원초적이고 적나라하다.
◆ 살기 위해 먹는 밥
점심은 보통 함바식당을 이용한다. 함바(일본어 はんば, 飯場)는 건설 현장 안에 지어놓은 간이식당으로 함바집, 현장식당, 건설현장식당이라고도 부른다. 보통은 소속 업체에서 지정해준 식당 두세 곳에서 장부에 사인한 후 먹거나, 식권을 받아 이용한다. 두 끼나 세 끼를 준다. 식권을 주지 않고 단가(일당)에다 식비(1만 원 정도)를 포함하기도 하는데 이럴 땐 자비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당근(중고 마켓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식권을 거래하는 경우도 있고, 노동자끼리 사고팔기도 한다. 함바집은 식권을 이용하면 3500원 가량 하지만 현찰로 내고 먹으면 6000원이다. 메뉴는 한식 뷔페로 매일 반찬과 국이 바뀐다. 가성비로 따지면 결코 나쁘지 않다. 대부분의 식당 업주는 음식을 갖고 장난치지 않는다. 막일하는 사람들에게 끼니는 힘의 원천이기에 자칫 부실하게 나오면 금세 입소문이 돌아 장사하기 곤란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반찬을 고민한 흔적들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반복해 먹다 보면 물리기 마련이어서 함바집을 한 곳만 다니지 않는다. 이럴 땐 식권 한 장을 가지고 빵 한 개-음료와 교환해서 먹기도 한다. 문제는 함바집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다. 주변에 함바 외에는 편의점밖에 없다. 선택지가 없다.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도 드물거니와 사내에서의 무단 섭취는 허용되지 않는다. 고육지책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김밥, 햄버거, 컵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뿐이다.
하지만 편의점 음식이란 게 편의성은 부각되지만 집밥의 개념이 아니지 않은가. 이를 며칠 내내 먹으면 입에서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맛이 났다. 때로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먹으니까 사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간다. 식탁도 부족하고 좌탁도 없어 로비 바닥에 주저앉아 먹는 이도 있다. 심지어 화장실 지척에 자리를 틀고도 먹는데 입(口)과 입(入)-출(出)이 혼재된 장소여서 만감이 교차하는 식사다. 노동자들에게 바닥은 단순히 '장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닥은 일터이자 쉼터이기도 하고, 때론 먹고 자는 곳이 되기도 한다. 인생 밑바닥이 아니라 일상 언저리서 만나는 밑동이다.
◆ 밥 포기하고 차가운 바닥서 쪽잠 자기도
간혹 실내가 아닌 야외 작업장에 나갈 때도 있는데, 이런 날의 점심은 평상시보다 특별하다. 보통 컵라면을 먹지만 이곳에선 라면을 직접 끓여 먹는다. 레시피는 따로 필요 없다. 어묵을 뭉텅뭉텅 썰어 넣고, 파를 가위로 어슷하게 잘라 넣으면 끝이다. 김치 하나만 있어도 라면은 스스로 배고픔을 뛰어넘어 하나의 요리가 된다. 진한 국물을 흡입할 때는 여느 해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황홀경이다.
황태국물 같기도 하고, 때론 홍합탕 같기도 한 시원함은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데 손색없다. 그 국물의 온도는 남몰래 옷섶을 적시던 눈물의 온도와 같다. 어떨 땐 250℃ 드럼통 위에서 삼겹살이나 고구마·감자를 구워 먹기도 한다. 막일꾼에게 가끔 주어지는 호사다. 노동자들은 바닥에서 쪽잠(짧은 틈을 타서 불편하게 자는 잠)을 잔다. 점심시간의 경우 많게는 2시간을 주는데 어떤 근로자는 '밥'을 포기하고 '잠'을 택한다. 이 짧은 휴식은 노동자들에게 오후를 견디게 하는 에너지다.
대기업 공사현장은 여름 외에 잠잘 곳을 제공하지 않는다. 샵장(현장 내 일정장소에 꾸미는 작업장)이나 몽골텐트, 계단, 공사구간 내 취침은 퇴출감이다(참고로 여름엔 차광막이 설치된 콘크리트 바닥에 비치의자가 한정수량만 주어진다). 휴대용 매트리스를 가져오는 사람도 제법 있지만 대다수는 간이의자에서 졸거나 안전요원의 시선 밖에서 새우등처럼 굽은 채로 선잠을 잔다.
볕 좋은 날엔 공장 밖 잔디에서 그대로 눕고, 날 궂은날엔 그 어딘가의 바닥에서 꿈을 꾼다. 차가운 콘크리트 질감은 평생 가장 안 좋았던 날의 온도와 같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가 목적지인지 모르는 몽매한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간다. 배고프니까 먹고, 피곤하니까 쓰러져 잔다. 혼자라면 눈치라도 보겠지만 이곳에서는 남들이 그렇게 하니 모두 그렇게 한다. 공사판은 오로지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사람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 등 굽은 현장노동자의 소확행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충격 받은 건 출(出)의 문제다. 액면 그대로 배설 얘기다. 대기업 공사현장에는 가동구간과 비가동구간에 화장실이 있다. 실외는 컨테이너를 여러 개 겹쳐 만든 구조인데 양변기가 설치돼 제법 신식이다. 그런데 낙서가 볼썽사납다. 1970~1980년대 중·고등학교 남학생들 화장실에서나 봄 직한 음화(淫畫)와 삼류 저질 문구가 문짝에 그려져 있다. 이름하여 'WXY 낙서'(나체를 그린 음란 낙서')다.
여기엔 저속한 조롱이 맞춤법도 틀린 채 희화화된다. 물론 정치인을 씹거나 업체, 동료를 비난하는 내용도 있다. 누군가는 낙서를 하고, 누군가는 댓글을 달고, 누군가는 두 사람을 욕하고, 누군가는 덧칠해 지운다. 지성의 그루터기가 유치했던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육체 속 오물을 배설하면서 비뚤어진 자아까지 배설하는 이 도발은 군상 중 극소수의 짓이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은 생존의 문제인 동시에 하루를 견디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이곳 노동자의 '3잘' 앞에는 '더'라는 부사가 붙어야 한다. 더 잘 먹고, 더 잘 배설해야 하고, 더 잘 자야 한다. 살과 뼈를 마모시키며 달려가는 막일은 소모전이 아니라 온몸을 불사르는 백병전이다. 그러기에 '잠'과 '밥'은 그야말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나는 노가다를 신성한 밥벌이라고 생각한다. 제 몸 태워 온기를 전하는 연탄불처럼, 제 몸을 돈과 바꾸는 일은 심지어 거룩한 살신(殺身)처럼 느껴진다. 기자로 벌이했을 때보다 돈의 용처가 확실하고 행복의 총량도 커진다.
주말에 비가 내렸다. 빗방울이 베란다 창문을 타고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태양을 삼킨 적당한 어둠은 속마음을 감추고 은밀한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다. 원 없이 자고, 원 없이 먹을 수도 있고, 원 없이 늘어질 수도 있으니 한량(閑良)의 시간이다. 일주일에 아주 적게 부여되는 이 게으름은 땀 흘린 자의 특권일 수도 있다. 한껏 느려진 시계 초침을 보며 평소에 못 잔 잠, 평소에 못 누린 음식, 평소에 못 누린 꿈을 꿀 수 있다. 이런 날엔 '새우'가 되는 꿈을 꾸지 않는다. 등 굽은 나약한 노동자가 아니라 허리 펴는 희망을 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망할 듯 호들갑… 지금이 기회입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 0.78로 떨어지면서 언론에 난리가 났다. '인구 소멸'이니, '청년 소멸'이니, '대한민국 소멸'이니 나라가 당장이라도 망할 듯 호들갑 떨고 있다. 그렇지만 인구감소는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겪고 있으며, 인구감소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이토록 특별히 낮은 이유는 무엇이고, 그 해법은 무엇일까.
◆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의 결과
아이는 열등재(inferior goods)인가. 근 50년 전 대학원 석사과정 시절의 미시경제학 기말시험 문제였다. 담당 교수는 미국에서 갓 돌아온 젊은 교수였다. 경제학에서는 소득이 증가할 때 소비가 늘어나는 재화를 정상재(normal goods)라고 하고, 소비가 감소하는 재화를 열등재라고 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아이를 덜 낳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면 아이를 열등재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게 시험문제의 요지였다고 생각한다.
시카고 대학의 게리 베커(Gary Becker)는 1960년경부터 출산과 결혼의 경제학을 연구하였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베커는 부모가 자녀를 얼마나 낳을 것인가는 자녀를 키우는 효용과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였다. 자녀는 부모에게 행복감을 주지만, 자녀가 늘어날 때마다 돌아오는 효용성은 감소한다. 반면에 자녀를 양육하면 다른 활동(경제활동 등)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자녀 양육의 기회비용은 자녀 양육으로 인해서 포기해야 하는 소득이다. 따라서 경제가 성장하여 임금과 일인당 GDP가 증가할수록 자녀 양육의 비용은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베커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는 아이가 열등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결과이다. 소득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은 자녀의 수보다 자녀의 질을 더 중시하여 교육투자를 늘린다. 자녀의 수를 줄이는 대신 질을 높여 과거보다 더 높은 효용을 누리려고 한다. 실제로 출산율 감소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19세기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더 일찍 시작된 장기 추세다. 조출생률(인구 천 명당 출생아 수)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 기간인 15세에서 49세 사이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모두 2차 대전 이후의 베이비붐 시기를 제외하면 20세기 내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오늘날 OECD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1명의 합계출산율이 필요하니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고 이미 진행 중이다. 다만, 이민이 인구 감소에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인구는 2022년 약 80억 명에서 2050년에 100억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지만, 이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저소득국의 인구 증가로 인한 것이다. 베커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경제가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가져온 것이다. 인구가 소멸되거나 대한민국이 소멸될 일은 결코 없을 테니 호들갑 떨 일은 아니고, 요즘 말로 하면 K-성장이 K-저출산(저출생)을 가져왔으니 그냥 받아들이는 게 좋다.
1970년에서 2022년까지 합계출산율이 4.53명에서 0.78명으로, 출생아 수는 101만 명에서 4분의 1인 24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에 일인당 국민소득은 280달러에서 3만 5000달러로 증가하였다. 고도성장은 임금 상승과 일자리 증가를 가져와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시간의 기회비용 증가를 가져왔다. 부모들은 자녀를 많이 낳기보다는 자녀 수를 줄이고 교육 투자를 늘렸다. 고등교육 진학률은 급속히 높아져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도 활발해졌다. 피임약이 널리 사용되면서 출산 결정에 대한 여성의 통제권이 증가한 것도 출산율 저하에 기여했다.
◆ 인구 감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구가 감소한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삶이 반드시 악화하는 것도 아니다. 인구 소멸 운운하는 사람들은 노동력이 감소해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을 과도하게 염려하는 성장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또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 복지비용 증가를 가져와 성장에 저해가 될 것을 염려한다. 그렇지만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가 아니라 인간(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인 기후 변화는 지구의 한계를 넘어선 과도한 자원 사용 때문이다. 인구 감소는 생태 발자국을 줄여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 다양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구 감소는 여성이나 소수자 그룹에 경제적 기회를 늘려주고, 미숙련 노동자의 임금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저개발국 사람에게 더 나은 취업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은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0.78명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일찍이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조차 합계출산율이 1.3명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왜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을까?
경제성장 이외에 인구 정책의 실패가 하나의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가족계획사업이란 이름으로 저출산을 장려하였다. 1970년대 정부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피임 시술의 무료 보급, 인공 임신 중절의 허용, 세금 감면 등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을 실시하였다. 1980년대 들어와 전두환 군사정권은 예비군 훈련 중 정관 수술을 하면 잔여 훈련 시간을 면제해주고, 셋째 아이부터는 건강보험도 적용하지 않고, 공무원의 경우에는 가족 수당도 주지 않는 폭압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였다. 다자녀는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죄악시되었다. 심지어 1983년에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마지노선인 2.1명을 밑돌 게 되었는데도 1996년에야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하였다.
◆ 재벌공화국, 서울공화국의 폐해
우리나라의 극단적인 저출산율은 단순히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도성장의 질이 좋지 않다. 정부의 불균형 성장 정책은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세계 유례없는 수도권 집중을 가져왔고, 불평등도가 세계에서 손꼽는 수준으로 높은 나라가 되었다.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려오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누릴 수 있는 반듯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천정부지로 오른 주거비로 몸뚱이 하나 편하게 쉴 공간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학력 간, 직종 간, 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하고 노동자의 절반은 비정규직이니, 부모들은 어떻게 하든 자식들을 대학으로 보내야 하고 그것도 좋은 대학으로 보내야 하니 엄청난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결혼은 생각도 못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수 없다. 자식을 낳아서 잘 기를 자신이 도저히 없는 부모들을 이기적이라고 탓할 수 없다.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 여성에게 편중되고, 그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도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출산장려금과 양육 수당을 주고, 세금 혜택을 주고, 아동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출산 휴가를 확대하고, 공공주택 우선 분양권을 줄 테니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엉터리 통계로 여론을 호도해서도 안 된다. 언론들이 지난 16년간 출산 정책에 280조 원을 사용했지만 합계출산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신생아 수는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으니 '백약이 무효다'라고 야단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80조 원 가운데 실제로 가족이나 출산과 관련된 예산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1년 중앙정부의 저출산 예산 43조 원 중에서 양육·보육·가족복지 등 저출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예산은 약 14조 원으로 32.5%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부동산 관련 임대, 융자 사업이 25조 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그 외에 그린스마트스쿨 조성(낙후 지역 학교 리모델링 사업) 1조 8294억 원, 청년내일채움공제지원 1조 3천억 원, 디지털 분야 인재 양성 3248억 원 등도 저출산 예산에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저출산으로 입대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첨단무기 도입을 늘려야 한다고 987억 원을 넣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인구정책의 전망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국내 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12.2%로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프랑스(31%)와 독일(25.9%)의 절반 이하이다.
특히 가족 관련 지출은 2018년 기준 1.2%로 프랑스(2.9%)와 독일(2.3%)의 절반 수준이거나 그 이하이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에 진정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공공사회복지 지출 그 가운데서 출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렇지만 예산을 늘린다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 다만 감소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인구 감소를 재앙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리모델링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사회학 교수 왕펑(Wang Feng)은 지난 1월 30일 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지난 시기 인구 증가 패닉이 잘못된 산아제한 정책을 가져왔듯이 출산율을 높이려는 헛된 노력은 여성을 출산 기구로 보는 위험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경고하였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내 삶이 행복하지 못해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결혼하고 출산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핵심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5월에 사흘연휴 생긴다… 대체공휴일, 성탄절·석가탄신일 확대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과 성탄절(12월 25일)에도 대체공휴일이 적용될 전망이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토요일과 겹치는 5월 27일로, 당장 오는 5월부터 하루 더 휴무가 주어지면서 사흘 연휴(토~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대통령령)을 오는 3월 16일부터 입법예고 한다고 3월 15일 밝혔다.
다음 달 4월 5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에 인사처는 대체공휴일 지정에 관한 국민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관보에 정식 공포된다. 큰 이변이 없다면 다음 달 중으로 대통령 재가까지 완료돼 올해 부처님오신날부터 적용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작년 12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공휴일의 대체공휴일 지정을 정부에 공개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부처님오신날부터 대체공휴일이 적용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준비를 서둘러 왔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이번 개정안이 국민에게 적정한 휴식권을 보장하고 소비 진작, 지역경제 등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설·추석 연휴 등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대체공휴일로 지정해 운영할 수 있다. 공휴일이 토요일·일요일 또는 다른 공휴일과 겹치면 그 다음 첫번째 비공휴일이 대체공휴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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